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7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75화(75/497)
64. 대수렵 (1)
대수렵(大狩獵).
대초원의 부족들에게 내려오는 전통.
남부의 야만족들은 오직 사냥으로 그 세를 이어 온 만큼 그들에게 있어서 수렵이란 큰 의미를 가진다.
누구보다 가장 강한 몬스터를 잡는 것.
그것이 그들에게 있어 용맹한 전사를 증명하는 방법이었다.
“설마 당신 지금 구릉을 토벌하겠다는 말인가.”
대초원의 가장 큰 마물이라면 구릉의 주인인 샌드 서펀트뿐이었다.
크기는 성인의 3배는 되고 길이는 수십 미터에 달하는 구릉의 지배자.
“그렇다.”
카릴이 고개를 끄덕이자 족장들은 낮은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비행을 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다른 마굴의 주인과 달리 녀석은 굴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아니라 구릉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지.”
“…….”
“때때로 구릉을 벗어나 부족을 공격할 때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 아닌가?”
사람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겠지. 전생에 남부 토벌의 생존자들에게 들었던 일이니까.’
올리번이 즉위한 이후.
제국은 남부 토벌 과정에서 대초원을 얻게 되었지만 결국 마굴은 전부 소탕되지 못했다.
남부의 야만족의 저항이 강렬했던 것도 있었고 밀리아나의 디곤족이 버티고 있는 한, 무리한 병력 소모는 제국이라 할지라도 부담스러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신탁이 내려진 뒤에도.
구릉은 여전히 존재했으며 샌드 서펀트는 이따금 남부 일대의 상공을 날아다녔다.
“쌍두수리를 잡은 것도 그 이유다. 대수렵에 도전하기 위해선 조건이 돼야 한다지?”
‘이것도 녀석에게서 들은 거지만.’
“잘 아는군.”
“너무 속 좁게 생각하지 마. 마굴 때문에 연명을 한다지만 중앙 진출을 위해서는 결국 소탕을 해야 하는 것들이지. 나머지 잔챙이들이야 상관없지만 구릉의 샌드 서펀트는 다르지.”
“하지만…….”
“대수렵이란 그런 거 아닌가? 누가 먼저 녀석을 잡는가. 그것이 내가 당신들에게 제안하는 방법이다.”
카릴의 말에 막사 안은 침묵이 흘렀다.
‘반응이 왜 저렇지?’
‘구릉이란 곳이 그렇게 어려운 곳인가.’
미하일과 에이단은 낯빛이 어두워지는 그들을 의아한 듯 바라봤다.
하지만 두 사람과 달리 카릴은 그 이유를 알고 있다는 듯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남부의 전사들 중 용기 있는 자가 이토록 없던가? 죽음이 두렵다면 나 혼자서 가도 좋다만.”
“함부로 말하지 말게. 제국인 주제에 구릉이 어떤 곳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누군가 소리쳤다.
기다렸다는 듯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카릴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누가 그러던데. 마굴을 건드리지 않는 건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고.”
“…….”
“대수렵은 오랜 세월 내려온 남부인의 전통임은 맞으나 당신이 제안한 중앙 진출이, 아 물론 믿는다는 오해는 하지 말게.”
“어련하시겠어.”
“그것이 개인의 힘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어째서 당신의 제안의 따라야 하는지 모르겠군.”
“두려운 게 아니고?”
카릴은 투 부족의 족장을 향해 말했다.
“내가 서펀트를 잡아 마굴을 붕괴 시켜 돈줄이 끊길까 봐? 아니면.”
그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미하일은 어쩐지 심한 장난을 치려는 개구쟁이 같은 그의 모습이 얄미울 정도로 당당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릉에 있는 독지대를 뚫을 자신이 없는 건가.”
“투 부족의 베이칸이다.”
그때였다.
“하는 말은 잘 들었다. 아무것도 없이 왔다면 당장에 목을 부스러뜨렸겠지만 쌍두수리의 목을 가져왔다면 네 말대로 자격이 있지.”
“흐음.”
“부족을 대표하여 내가 대수렵에 참가하겠다.”
무리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클 것 같은 건장하다 못해 거대한 체구의 남자가 그들을 헤치고 걸어 나왔다.
허리에 매고 있는 손도끼는 오래됐지만 날이 잘 갈려 있었고 당장에라도 뽑아 던질 기세로 그가 말했다.
‘족장도 족장이지만 저 남자는 더 대단하군. 여긴 다 괴물들만 있는 거 아냐? 단장하고 붙으면 과연…….’
미하일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그를 우러러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저놈이군. 네가 이렇게까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 이유가 녀석을 끌어들이기 위함이란 걸 아무도 모르겠지.]알른 자비우스는 팔짱을 낀 채 베이칸의 주위를 훑으며 날아올랐다.
“…….”
부웅-
그 순간.
베이칸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팔을 저었다.
[어이쿠, 깜짝이야. 뭐야? 이 녀석.]그의 팔이 움직인 궤도가 다름 아닌 바로 조금 전 자신이 있던 곳이라는 걸 깨달은 알른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기분 탓인가 보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베이칸을 향해 알른은 이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내 기척을 느낀 거야? 뭐 이런 웃긴 녀석이 다 있나.]‘조심해. 야만족들은 주술에 능하니까. 마법과는 다르지만 대신에 영적인 힘에 강하지. 본능적으로 느꼈을 거야. 나락 바위의 정령을 숭배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
[흥……. 정령 따위. 이제 사라진 지 오래인 것들에 아직도 얽매여 있다니.]‘글쎄. 남부인들 중에 몇몇은 신관보다 더 뛰어난 제령술(除霊術)을 가지고 있다니까. 신탁이 내려졌을 때 퇴마부대의 주축이 된 건 남부인들이었는걸.’
[크흠.]알른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조금 전 고개도 돌리지 않고 정확히 자신의 위치를 알아차린 그를 힐끔 바라보더니 한 발자국 더 멀리 떨어졌다.
“체격이 좋군. 족장의 아들쯤 되는 건가?”
“그저 일개 부족원에 불과하다. 대수렵은 대초원의 부족으로서 영광스러운 위업이다. 외부인에게 더럽혀지는 것이 싫을 뿐.”
카릴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베이칸을 향해 씩 웃었다.
‘일개 부족원이긴. 전생에 대초원의 부족들이 디곤에 흡수되었을 때 밀리아나의 오른팔이 될 만큼 대단한 녀석이 두각을 나타내지 않을 리 없지.’
“그래?”
그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쌍두수리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격이 되는지 알리는 증거는?”
“이놈……!! 무례하……!”
카릴의 말에 부족원들 중 한 명이 뭐라 말을 하려다가 아차 싶은 얼굴로 입을 가렸다.
툭-
베이칸은 자신의 손목에 두르고 있던 팔찌를 풀어 카릴의 앞에 떨어뜨렸다.
“오우거의 송곳니로 만든 팔찌다.”
“흐음.”
카릴은 팔찌를 들어 살피면서 말했다.
“중앙에는 오우거를 맨손으로 찢어버리는 위인이 있긴 한데. 당신도 그런가?”
“훌륭한 무기를 두고 맨손으로 싸우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일 뿐. 사냥을 할 때는 전력을 다한다.”
베이칸의 대답에 카릴은 팔찌를 건네며 말했다.
“그도 그렇군.”
그러고는 주위를 훑었다.
“이 남자 이외에는 대수렵에 참가할 용사는 없는 것 같은데. 다른 부족들은 상관없나?”
[왜? 어차피 저 덩치를 얻기 위해 온 것 아니냐.]알른 자비우스는 카릴의 표정을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냥. 약간의 호기심이랄까. 나는 미래를 알고 있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건 아냐. 내가 모르는 인재들이 있을 거란 얘기지.’
[지금껏 가만히 있다가 왜 이런 곳에서 그런 녀석들을 찾으려고 하는 거지?]그의 물음에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중앙에는 더 많겠지. 하지만 나는 아직 그곳에서의 입지가 낮아. 제국, 공국, 삼국 그리고 아조르 등 대규모 국가들은 이미 권력 체계가 확실하게 잡혀 있으니까.’
[그건 남부도 마찬가지 아닌가? 부족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족장이 있으니까.]‘조금 달라. 조건만 맞는다면 일단 전통을 따라야 하는 것이 그들의 사명이라 생각하거든. 외지인인 내가 대수렵을 제안했을 때에도 수락하잖아?’
[흐음…….]‘왕권 하나 바뀌기 위해 물고 뜯고 하는 제국을 봐. 그에 비하면 밑바닥이라도 실력만 있다면 정상으로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이 바로 우리들이지.’
[내 눈엔 그냥 이민족의 자존심으로 보이는군.]‘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하게 오랜 시간을 그와 대화를 나눈 것인 듯 자신을 바라보는 부족들의 시선을 향해 대답을 기다렸다.
“우리들은 투 부족의 결과에 따르겠소.”
“이쪽 역시.”
“흐음, 여전히 재미없는 양반들이로군.”
카릴은 남은 두 족장을 바라보며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하지만 그 순간, 암살자인 에이단만은 그의 목소리를 어렴풋이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상한 걸. 애초에 그들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은 얼굴인데.’
“좋소. 그럼 나머지는 나와 저 친구가 결정을 하면 되겠군. 수렵의 날짜는 언제가 좋지?”
“상관없다.”
“자신감이 있어서 좋군. 준비되는 대로 통보하지.”
카릴은 두 사람을 향해 손짓했다.
그의 뒤를 따르며 막사 밖을 나가는 세 사람을 바라보며 부족들은 갑자기 찾아온 소란에 할 말을 잃은 듯 그들을 바라봤다.
* * *
“베이칸 님, 어째서 대수렵을 받아들이신 겁니까? 남부인도 아닌 중앙 놈들 때문에 이런 일을……!”
“쌍두수리의 머리를 가져온 이상 그들은 어엿한 도전자다. 응하는 것이 당연하다.”
“진짜 저들이 마굴을 공략 한 것인지 증거도 없잖습니까.”
“그럼 너희가 그 둘과 싸워보겠나.”
“…….”
세 사람이 떠난 뒤.
베이칸의 한 마디에 막사에 모인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잘된 일입니다. 구릉은 언젠가는 토벌을 해야 하는 곳이라 생각했으니까요. 중앙 진출. 허무맹랑한 꼬마의 입에서 나왔지만 단지 시기의 차이일 뿐 저희가 준비해 왔던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흐음…….”
그의 말에 족장은 낮은 탄식을 했다.
“언제까지 마물을 사냥하는 것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그 아이를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 있느냐.”
투난 족장이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막사 밖.
두꺼운 천막에 가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팔짱을 낀 채로 기둥에 기대어 있던 카릴은 낮게 웃었다.
‘그래. 내 생각대로였군. 남부의 야만족들이 원래 중앙을 노리고 있었다는 것. 단지 그들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제국이 공국과 삼국을 통일해 버렸기에 실패로 돌아갔지만.’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이 실패한 이유가 바로 자신 때문이다. 그가 있었기에 제국은 공국과 삼국을 무너뜨리고 더 나아가 남부까지 진출했으니까.
흐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카릴은 대책 없어 보이는 제안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랬던 내가 이번엔 남부의 편에 서 있으니…….’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젠 별의별 귀찮은 일까지 시키는군.]들려오는 목소리에 그가 고개를 들었다.
‘죽어서 좋은 게 뭐 있겠어. 이런 데에서라도 쓸모가 있어야지.’
[이놈이…….]막사 안에 몸을 반쯤 담가 놓은 상태로 알른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카릴을 바라봤다.
한때 대마법사였던 그가 막사 안의 야만족들의 대화나 훔쳐 듣고 전해주는 신세가 되었으니 말이다.
카릴은 고개를 돌렸다.
‘어쨌든 오랜만인걸…….’
[전생에도 토벌되지 않은 곳이라면서 마치 그리운 것처럼 말하는구나.]‘아아, 물론. 그립지. 아주 그리운 녀석이 있는 곳이라서 말이야.’
[음?]그 순간.
카릴은 묘한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