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8화(8/497)
8. 문을 열다
다음 날.
크웰이 떠난 뒤 카릴은 기다렸다는 듯 조용히 서고를 찾았다.
‘제법 길었다. 저택에서 유일한 걸림돌이라면 아버지니까. 아버지가 계셨을 때 용의 심장을 먹었다면 단번에 내 변화를 알아차렸을 테지.’
아무리 카릴이라 하더라도 지금의 상태로는 그를 속일 수 없었다.
그게 자신이 크웰이 떠나기를 기다렸던 이유.
‘뭐, 몸을 만들 시간도 필요했고.’
크그그그그…….
드디어.
문이 열렸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
방치된 책들에서 나는 곰팡내가 코를 간질였다.
하지만 그 냄새조차 즐거운 듯 카릴은 나지막하게 웃었다.
떨렸다.
이 순간을 위해 억겁의 시간을 참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 시간보다 요 며칠을 참는 것이 카릴에겐 미칠 정도로 힘들었다.
이곳을 다시 나왔을 때.
‘나는 달라질 것이다’
* * *
“미친놈.”
“엘리엇, 넌 이제 귀족이다. 언행을 조심해.”
“…….”
둘째인 티렌의 질책에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하지만 형님도 보셨잖습니까. 그 녀석이 아버지께 어떻게 하는지. 그것도 모자라 아버지께서 황궁으로 가자마자 서고에 틀어박혔죠…….”
무표정에 가까운 차가운 인상.
티렌은 가만히 엘리엇의 말을 들었다.
다른 형제들에 비해 무투(武鬪)의 재능은 떨어졌지만 대신 이들 중에 가장 명석하고 재기발랄한 사람이었다.
그가 맥거번가(家)의 양자로 들어 온 건 5년 전.
열두 살에 이미 군주론을 익혔으며 열세 살에 대륙의 존재하는 모든 전쟁술과 전쟁론을 익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불세출의 천재.
세간(世間)에선 그가 열 살만 되었어도 그의 가문이 멸문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모두 과거의 일.
어렸을 적의 사건을 들춰봐야 아무 소용없었다.
“둘 다 그만.”
마르트는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형님, 이민족 주제에 마법이랍니다. 그게 가당키나 하는 말입니까.”
“티렌, 네 생각은?”
“마력이란 본래 자신의 육체와 육체 밖의 떠도는 기운을 응축시킨 것. 그걸 모으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몸 안에 마력혈이란 것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제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마트르의 물음에 티렌은 딱딱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민족은 태어날 때부터 그 마력혈이란 게 없습니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마법을 익히고 못 익히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마법의 이해도.
“마력을 느끼지도 못한다면 백날 책을 읽어도 마법의 구조를 이해하는 게 불가능할 겁니다.”
“그렇죠.”
엘리엇은 티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마르트는 일부러 형제들에게 다시 한번 이를 상기시키도록 했다.
‘심지어 제국인이라 하더라도 마법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법의 5대 속성.
화(火), 수(水), 풍(風), 토(土), 뇌(雷).
‘태어날 때부터 하나의 속성을 가진다.’
각각의 속성엔 상성이 존재하며 그 때문에 다른 속성의 마법을 익히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그저 제국에 패배한 이민족 아이의 치기 어린 시기에 불과하다. 곧 포기하고 서고에서 나오겠지.’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불세출의 천재조차.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이건 대륙 모두가 가늠할 수 없는 일.
* * *
“쿨럭, 쿨럭.”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꺼내자 수북하게 쌓인 먼지가 피어올랐다.
카릴은 손을 흔들며 고개를 젖혔다.
“카이에 에시르가 이 모습을 보면 통탄하겠군.”
관리가 되지 않고 방치해 놓은 낡은 서고는 한눈에 봐도 발길이 끊어진 지 오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니지. 이렇게 방치되도록 일부러 마법을 걸었을 테니 어찌 보면 대단한 일인지도.’
카릴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세상의 빛』
『정수마법학(精髓魔法學)의 연구』
『이민족의 주술론(呪術論)』
“…….”
바닥에 쏟아진 책들을 바라봤다.
크지는 않지만 책장에 빼곡하게 있는 책들을 보며 카릴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싹해지는 기분.
신탁(神託)과 관련된 저서들이었다.
모두가 카이에 에시르가 직접 집필한 것들이다.
‘하급 마법서나 있는 서고? 지금 이 책들만으로도 이곳은 엄청난 가치를 가진다.’
물론 그것을 알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난 뒤여야 하겠지만.
‘지금은 허무맹랑한 소설로만 치부되겠지.’
촤르륵…….
카릴이 책을 집어 들어 페이지를 넘겼다.
익숙한 단어들이 보였다.
탁-
그의 손이 멈췄다.
책의 한 면을 가득 채우는 그림.
을씨년스러운 거대한 탑이 그 안에 새겨져 있었다.
“…….”
카릴은 그 그림을 보며 입술을 다물었다.
마치, 250년 전에 살았던 그는 미래를 알고 있기라도 하는 듯 이 책들을 남겼다.
[카이에 에시르? 대단한 인간이지. 드래곤에게 대단하다고 인정받은 자는 그가 유일할 거다.]-그 정도인가.
[인간이 말하는 대마법사의 기준이 뭔지 아나?]-물론. 전신에 흐르는 특수한 열두 개의 혈맥 중에 여덟 개의 혈맥에서 마력을 마력혈로 응축시킬 수 있다면 대마법사로 칭할 수 있지.
체내의 마력을 축적할 수 있는 마력혈.
마력을 순환시키는 혈맥.
세상에는 3가지 부류가 있다.
‘5개 이상의 혈맥을 마력혈에 보낼 수 있는 자.’
그들은 마법사의 칭호를 받으며 제국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뚫을 수 있는 혈맥이 적어 자신의 신체나 검술을 강화시키는 데 마력을 사용하는 자.’
당연히 이들 대부분은 기사로 키워진다.
마지막으로, 자신과 같이 혈맥도 마력혈이 없는 이민족.
[카이에 에시르는 열두 개의 혈맥 중에 여덟 개를 넘어 아홉 개나 되는 혈맥을 뚫었다.]-그렇군.
[마력혈이 없는 너는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감이 오지 않겠지만 카이에 에시르보다 뛰어난 마법사는 아마 없었을 거다.]-너와 비교한다면?
그 순간, 나르 디 마우그는 피식 웃었다.
[드래곤과 인간을 비교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아무리 대단해도 인간은 결국 1개의 속성밖에 가지지 못 하잖아.]“여기다.”
카릴은 눈을 빛냈다.
쌓여 있는 책들을 빼고 그 뒤의 책장 아래에 있는 작은 바퀴를 발견했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절대로 찾을 수 없는 장치였다.
쿠그그그그…….
무거운 책장이 옆으로 밀리며 그 뒤에 숨겨진 녹이 슨 레버가 보였다. 카릴은 있는 힘껏 석벽의 틈에 숨겨진 레버를 돌렸다.
철컥-
잠금쇠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꿀꺽.
카릴은 행여나 그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갈까, 긴장된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 순간.
어쩐지 나르 디 마우그가 했던 마지막 말이 불현듯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애초에 드래곤인 우리와 인간은 속성 체계부터 완전히 다르다. 굳이 정의를 내리자면…… 흐음.]그는 잠시 고민을 하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색(無色).]잠시 후, 나르 디 마우그는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그래, 그게 좋겠지.]그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