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8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82화(82/497)
69. 형제
“여기가 진짜 맞아?”
“조심해. 지면이 약해서 잘못 하다간 그대로 떨어지니까.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면 그냥 즉사야.”
툭- 투르륵-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카일라 창의 발에 밟힌 바닥의 끝이 부스러지면서 가루들이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베이칸을 비롯한 4명과 나락 바위의 중간에서 헤어진 뒤, 카릴과 카일라 창은 계속해서 위로 올라갔다.
서너 시간을 그렇게 더 올라가고 나자 마치 부서진 폐허 같은 좁은 틈이 있었다.
평상시였다면 눈치채지 못할 부분이었다.
‘이런 길이 있다는 건 아버지께도 듣지 못했는데……. 도대체 저 녀석 정체가 뭐지?’
위태로운 바닥을 지나자 이번엔 마치 기다시피 가야 하는 좁은 굴을 통과하며 카일라 창은 생각했다.
“가는 길이 꽤 먼데. 그동안 당신 얘기나 좀 해보는 게 어때?”
뒤에 따라가는 바람에 카릴의 엉덩이를 바라보며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내게 관심 끄지? 나이도 어린 녀석이.”
“습격당했던 때에 어땠는지 물어보는 건데. 무슨 소리야? 적의 규모와 기사급은 몇 명인지 병사는 얼마나 데리고 왔는지를 파악해야지.”
“…….”
카일라 창은 그의 말에 순간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다행히 카릴의 뒤를 따라가고 있어서 망정이지 터질 것 같은 얼굴을 그에게 보일 뻔했다.
“마…… 말을 똑바로 하라고.”
“딱히 핀잔을 들을 만큼 잘못 말한 것 같진 않은데……. 어쨌든 얘기해 봐.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이동하느라 바빴으니.”
카릴의 말에 그녀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녀석들이 마을을 습격한 건 이틀 전이야.”
‘황도에서 남부까지 쉬지 않고 말을 탄다고 해도 족히 넉 달은 걸린다. 내가 타투르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허튼 시간을 쓰지 않았는데도 어느새 반년이 걸린 걸 감안하면…….’
마법을 쓰는 이동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었지만 창 일가를 습격할 만큼의 인원이라면 그 수가 최소 세 자릿수일 것이다.
‘그 정도의 인원이 움직이려면 마법진은 필수다. 하지만 궁정마법사인 카딘 루에르는 워낙 까다로운 양반이라 쉽사리 도와주진 않았을 테고.’
그렇다면 유추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하나다.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려기사단의 원래 목적지는 타투르였던 것이었어.’
카릴은 눈을 흘겼다.
‘올리번 녀석……. 내가 널 너무 몰랐던 모양이구나. 이 정도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니. 이걸로 끝이 아니겠지.’
오랜 경험 때문일까.
카일라 창의 단 한마디에도 카릴은 수많은 가능성을 유추해냈다.
“그런데 창 일가는 남부의 권세 중에 하나지 않나 제국의 기사라 할지라도 쉽게 지지 않을 텐데.”
마을은 거의 폐허가 되었다.
기습이라고는 하지만 너무나도 피해가 컸다.
도망친 자들을 모은다 하더라도 그 수가 원래의 절반이라도 될지 의문이었다.
“한 녀석 때문이야.”
그녀의 말에 카릴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려기사단에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있었던가?’
제국에는 모두 일곱 기사단이 있었다.
청(靑), 녹(綠), 려(綟), 등(藤)의 4기사단은 전방의 수호를 맡았다.
금(金), 적(赤), 흑(黑)의 3기사단은 황실수호가 주 임무였다.
소드 마스터인 크웰 맥거번의 명성 때문에 그가 이끄는 청(靑)기사단이 제국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실질적인 실력은 황제 직속인 금(金)기사단이 기사단 중에 가장 우위에 있었다.
‘려기사단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금과 흑에 비하면 뒤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야.’
창 일가는 비록 마력을 가지지 못한 야만족이지만 개개인의 실력이 뛰어나다.
또한.
17대 가주인 오르도 창이 창안한 전투 진법.
여섯이 한 조를 이루며 연계를 펼치는 맹화진(猛火陣)은 기사단이라 할지라도 쉽사리 깨뜨릴 수 없는 것이었다.
‘맹화진은 애초에 마력을 쓰는 제국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니까.’
자존심이 강한 제국전술서의 학자들마저도 오르도 창의 맹화진만큼은 이례적으로 인정할 정도였다.
올리번이 황제에 오른 뒤.
남부토벌에서 제국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 부족 중 하나가 창 일가이기도 했다.
그런 뛰어난 부족이 고작 한 사람에 의해 와해되었다니 카릴로서는 믿기 힘든 일이었다.
‘누구지……?’
그녀의 말에 불현듯 불안감이 스쳤다.
‘이 또한 내가 개입한 일들로 인한 바뀐 미래의 결과인 것인가.’
뛰어난 인재는 앞으로의 전쟁에 있어서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카릴 역시 남부를 통합하고자 하는 지금 자신이 알고 있는 인재 이외에 다른 자들도 찾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자들이 자신의 품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에게 칼날을 드리우는 것은 달가운 일이 아닐 수밖에 없었다.
“생김새는? 봤어?”
좁은 통로를 벗어 나와 허리를 펴면서 카릴이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카일라 창은 고개를 저었다.
“얼굴을 모두 가리는 투구를 쓰고 있어서 보지 못했어. 하지만 녀석이 쓰는 무기는 봤어.”
“뭔데?”
“날이 물결처럼 생긴 검이었어.”
“흐음…….”
카릴은 턱을 쓸며 말했다.
“프람베르쥬(Flamberge)를 쓰는 사람은 제국에서도 손에 꼽힐 텐데. 신기하네. 그 정도의 실력자가 아직까지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니.”
“검날이 화염처럼 붉었어. 그리고 손잡이에 있는 보석은 칠흑처럼 검었고.”
순간.
그녀의 말에 카릴의 눈썹이 씰룩였다.
“확실해?”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 게 이상할 따름일걸. 그렇게 특이한 검은 처음 봤으니까. 녀석의 검에 피가 닿을 때마다 타들어 가는 연기가 났어.”
‘설마……. 그럴 리가 없는데.’
[저 여자애가 말하는 검이 혹시 ‘해방된 불꽃’ 아냐?]‘당신도 알고 있어?’
[물론이지. 그 검도 청린으로 만든 거니까. 블레이더가 만든 다섯 무구에 비한다면 질이 떨어지지만……. 드워프 왕족인 뮤르가에서 만든 거 아냐?]‘맞아.’
[확실하군. 하긴, 지금 남아 있는 청린의 무구들은 거의 마도 시대에 완성된 것들이니 말이야.]‘전생에도 그 검을 쓴 사람은 있었어.’
카릴은 알른 자비우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그 검의 주인이 아직 나타날 리가 없다는 것과 려기사단의 기사는 더더욱 아니라는 점인데…….’
과거(過去).
신탁이 내려지고 거대한 마물의 탑인 파렐이 나타나 일으켰던 신탁 전쟁에서 ‘해방된 불꽃’은 다른 청린의 무구보다 타락들과의 싸움에서 큰 위력을 떨쳤었다.
타락 그 자체가 다른 속성에 비해 화염에 약한 것도 있었지만 그보단 주인의 실력이 월등했기 때문이다.
‘잉걸불의 우타르.’
화염의 검에 어울릴 만큼 그자는 불 그 자체를 닮은 사내였다.
15대의 가문이 내려오는 동안 대장장이 일을 가업으로 삼았던 그의 마력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불꽃에 적합했다.
‘황가의 자식들도 쓰지 못했던 해방된 불꽃을 가장 잘 썼던 남자지. 그가 아니었으면 그 검은 그저 창고에 박혀 있었을지도 몰라.’
대장장이치고는 왜소한 체구였지만 그가 가진 불꽃은 크웰 맥거번의 것을 뛰어넘을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잉걸불의 우타르는 제국인이 아니라 공국 사람이다. 올리번이 대륙 전쟁을 일으키고 공국을 흡수했을 때 영입한 남자니까.’
그 말은 곧 지금의 사용자는 자신의 기억 속에 없는 자라는 뜻이다.
‘전생의 이 시기에 나는 저택에 틀어박혀 있었을 뿐이었으니까……. 해방된 불꽃의 주인이 이때에도 있었던 걸까.’
하지만 카일라 창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실력자가 고작 자신이 신탁을 받고 황궁에 온 몇 년 사이에 사라지거나 죽임을 당할 수 있을까?
[뭘 그리 고민하느냐. 누구인지 궁금하면 녀석의 투구를 벗겨버리면 되지.]‘하긴.’
알른 자비우스는 별일 아니라는 듯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제 다 왔어.”
절벽 끝의 모퉁이를 돌며 카릴은 카일라 창에게 손짓을 했다.
저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퉁- 퉁- 퉁-
해머로 단단한 뭔가를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여기일까요?”
“비전서에 나와 있는 곳은 이곳이 확실하다. 그림도 정확하고. 게다가 야만족 녀석들의 말도 맞고 말이야.”
“큭-!!”
기사는 포박되어 있는 남자의 뒷덜미를 잡아당기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이런 야만족 놈들에겐 과분한 것이지.”
덥수룩한 털이 자란 턱이 씰룩거렸다.
강이나 호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나락 바위 중턱에 있는 샘에선 물이 샘솟고 있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섬세한 장식이 둘러쳐져 있는 이곳은 알른 자비우스가 말했던 비전의 샘이었다.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마라.”
“부단장님, 너무 무르십니다. 이 녀석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폐하께서도 이단자들이 이 땅을 밟지 않길 바라실 겁니다.”
나르일은 자신의 부관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려기사단이 남부에 왔었군. 반혼, 저 작자도 따라왔나. 저 인간의 행실은 여전히 보기 싫군.’
곱상하게 생긴 나르일과 어울리지 않게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야인 같은 자가 있었다.
카릴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비전의 샘 옆에는 커다란 기둥이 하나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 마치 동물처럼 사람들에게 목줄을 채워 그 기둥에 매달아 놓았다.
괴로워하는 그들을 보면서 반혼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하는 짓은 여전하군.’
잔혹한 그 모습에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떨렸다.
[진정해라. 이 이상 다가가다간 잘못하면 발각될 수도 있어. 개개인의 마력이 모두 3클래스급이다. 검술 역시 말할 것도 없겠지. 아무리 너라 해도 저 정도의 수를 한꺼번에 상대할 순 없어.]비전의 샘 주위에 있는 기사들의 수는 어림잡아 100여 명. 모두가 친위기사 칭호를 받은 만큼 만만치 않은 자들이었다.
[저게 다가 아닐 거다. 나머지 병력은 중턱 어딘가에 대기 하고 있겠지.]‘…….’
차가운 알른의 말에 카릴은 그제야 낮은 한숨과 함께 마음을 다잡았다.
“카일라, 저 중에 네 아버지가 있나?”
“지금 저 쓰레기가 잡고 있는 남자가 우리 창 일가의 가주시다.”
그녀의 눈빛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계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저분을 구해 내야 해.”
알른은 그런 카일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클클, 봐라. 냉정함을 유지하는 저 여자애가 너보다 낫군.]‘…….’
“그건 그렇고 다행입니다. 루온 황자의 방해만 없었어도 일이 이렇게까지 어렵게 되진 않았을 텐데 말이죠. 타투르의 주인이라는 작자……. 설마 루온 황자가 손을 쓴 건 아닐까요?”
나르일의 옆에 서 있던 반혼이 그에게 말했다.
“말을 조심히 하게. 어쨌든 천운이 따르는 분이라 할 수 있어. 처음 계획이 틀어졌지만 운 좋게 아조르에서 회색교장을 공략했으니 말이야.”
“하하, 누가 여기서 듣는다구요. 그나저나 청린을 수거할 수만 있다면 황제 폐하께서도 올리번 황자님을 그냥 두실 수만은 없으시겠죠.”
“그래. 답답한 내관 녀석들도 조금은 깨닫겠지. 누가 제국을 위해 더 나은 것인가를.”
‘어이, 청린을 획득할 방법까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알른, 당신이 말한 안배는 어떻게 된 거야?’
카릴은 몸을 숙이며 전방을 주시했다.
아직 에이단 일행이 오려면 반나절은 족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 저들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확인을 할 필요가 있었다.
[걱정 마라. 마법이 발동하려면 조건이 필요하니까. 그건 남겨 놓은 비전서에도 없으니 녀석들이 알 수 있을 리 없어.]알른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아니.
오히려 지금 이런 상황을 기다렸다는 듯 즐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네게 그 조건을 얘기해주마. 계획대로만 된다면……. 그게 발동이 되면 3클래스의 기사들이라 하더라도 비전의 샘을 가질 수 없을걸. 클클클…….]그때였다.
“주위에 배치가 끝났습니다. 지금부터 별동대를 꾸려 나머지 4대 일가를 토벌하려고 합니다.”
비전의 샘 안쪽에서 걸어오는 한 기사.
려기사단 특유의 갑옷과 함께 등에는 커다란 대검을 메고 있었다.
대검의 날은 특이하게 물결 모양이었다.
“수고가 많군.”
나르일은 그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루레인 공국에게 고마워해야겠군. 자네 같은 인재가 우리 기사단에 들어오다니 말이야. 폐하께서 하사하신 검은 어떤가.”
“과분할 따름입니다. 이제 조금 손에 익혔을 뿐입니다.”
“클클, 야만족을 처단하던 자네의 무용을 보면 겸손이 지나쳐. 자네 아버지도 분명 기뻐할 걸세.”
반혼은 기사를 바라보며 웃었다.
“……감사합니다.”
기사는 투구를 벗으며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
그 순간 카릴의 눈이 너무나도 튀어나올 것처럼 동그랗게 떠졌다.
‘말도 안 돼! 왜 네가……!’
말을 잇지 못한 채 그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꽈악-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허허, 저 애송인……. 그렇군. 역시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모르는 거라 재밌다니까. 카릴,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거냐.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다.]알른 자비우스는 해방된 불꽃을 등에 메고 있는 기사를 바라봤다.
원래대로라면 죽었어야 할 사람.
그의 말대로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지만 자신이 살려낸 자가 이런 식으로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카릴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
“란돌 맥거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