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83)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83화(83/497)
70. 전력으로
란돌 맥거번.
크웰의 4번째 양자이자 다른 형제들과 달리 과묵한 성격에 평민 출신의 아들이었던 그는 저택 내에서 벌어지는 자리다툼에서도 한 발자국 멀리 있었다.
애초에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출신에 대한 부담감이 그를 항상 짓누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더욱 검에 매진했다.
크웰 맥거번.
자신의 양부가 그를 데려온 이유는 바로 그 하나의 자질을 봤기 때문이니까.
그런 그를 변화 시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카릴이었다.
어느덧 1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란돌은 고블린 토벌에서 돌아왔던 그 날의 순간을 아직 잊지 못했다.
환호하던 사람들.
고삐를 잡던 손에 들어갔던 힘.
그러나 그 중심에 있던 것은 자신이 아니다.
자신보다 더 밑바닥에 있던 소년.
비록 출신을 밝히진 못했다 하더라도 이민족 출신의 아이가 넘볼 수 없는 형들의 존재 안에서 확연한 두각을 나타냈었다.
‘할 수 있다.’
비록 첩자는 죽었지만 루레인 공국의 계략을 막아 낸 그는 티렌과 함께 황제를 알현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운명의 장난일까.
맥거번가의 핏줄은 이어받지 못했지만 란돌의 힘은 맥거번가의 힘을 마치 물려받은 것처럼 똑같았다.
실로 맹화(猛火)와 같은 그의 마력은 크웰의 친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장남인 마르트를 뛰어넘었다.
그 덕분에 란돌은 황제께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해방된 불꽃’을 하사받았을 때 그때 느꼈던 두근거림을 또 한 번 경험했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평민이 아니다. 나 역시 위를 향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검을 잡았다.
청린이라는 특수한 광물로 만들어진 이 검은 오랜 세월 황궁의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주인을 선택하는 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머금고 있는 불꽃으로 오히려 주인을 태워 버리는 검.
‘검은 날 택했다.’
황제가 첫째도 아닌 넷째인 그에게 ‘해방된 불꽃’을 하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지금껏 검의 선택이 없었던지라 그 누구도 반발할 수 없었다.
동병상련일까.
평민인 자신과 서자 출신인 올리번.
이런 처우의 내면에 제2황자인 그의 힘이 있었다는 것을 단장께 듣게 된 이후.
란돌은 직감했다.
‘기사가 되어 그를 옹립하는 것이 평민인 내가 위를 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례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려기사단에 입단할 수 있었던 그는 처음에는 다른 기사들에 비한다면 확연히 실력 차가 나타났었다.
당연하게도 잡음은 일어났다.
제1황자인 편인 금(金), 흑(黑) 기사단의 단장들이 이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크웰 맥거번의 눈을 틀리지 않았다.
검의 재능만으로 따진다면 카릴을 제외하고 가장 뛰어날 것이었다.
단지.
지금껏 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
그리고 려기사단에 입단하고 난 뒤 란돌은 기사단의 훈련을 따라가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순식간에 기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며 해방된 불꽃은 그의 부족한 아주 작은 차이마저 완벽하게 메꿀 수 있게 했다.
“란돌 맥거번을 정식 기사로 인정한다.”
어린아이의 성장을 보는 것에 대한 즐거움 때문일까.
지금까지 어느 황자에 편에도 서지 않고 중립을 지키던 총기사단장, 벨린 발렌티온이 란돌에게 힘을 증명할 기회를 주었다.
그것이 정식 기사가 된 란돌의 첫 임무이자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을 성공시켜야 할 이유였다.
자신 있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처음이지만 적어도 검술에서만큼은 기사들에게도 지지 않았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콰아아아아앙—!!
콰가강—!!
요란한 폭음과 함께 그의 몸이 휘청거렸다.
“으아아!!”
란돌의 옆에 있던 두 명의 기사가 황급히 검을 뽑아 베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어둠 속에서 새하얀 검날이 움직였다.
어둠 속에서 얇고 빛나는 섬광 한줄기가 번뜩이는 것 같았다.
쿵-!!
카릴은 망설임 없이 기사들의 사이로 뛰어들어 검을 박아 넣고 기둥처럼 중심을 떨어뜨리며 다리를 회전시켰다.
부우웅……! 퍽-!!
그의 발이 기사의 얼굴을 강타하자 두꺼운 투구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타다다닷-!!
그와 동시에 바닥을 쓸며 튀어 오른 카릴의 손바닥이 비틀거리는 그의 얼굴을 움켜쥐었다.
퍼엉-!!
부서진 투구 사이로 집어넣은 손에서 시커먼 연기와 함께 강렬한 불꽃이 일어났다.
“아아악!!”
기사는 뜨거운 열기에 얼굴을 잡을 수도 없어 달궈진 투구를 황급히 벗으며 소리쳤다.
어둠 속의 기습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분명 조금 전 두 명의 기사가 검을 뽑았는데 어째서인지 나머지 한 명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
란돌은 우두커니 서 있는 기사를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쩌저적…….
서 있던 기사의 육체가 끔찍한 소리를 내면서 그대로 반으로 잘려 나갔다.
조금 전 번뜩였던 섬광 한 줄.
이미 그 일격으로 그는 죽었던 것이다.
“지금!”
와아아아아–!!
카릴의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고함이 들렸다.
몰아치는 흙먼지와 함께 갑작스러운 습격에 일순간 기사들은 당황한 듯 우왕좌왕했다.
퍼억-!!
콰드드득–!! 쾅!! 쾅!!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병장기 소리.
“그만!!”
그때였다.
날카로운 일갈이 터져 나오면서 기사들 사이에 있던 반혼이 자신의 해머를 바닥에 꽂았다.
“창피한 모습 보이지 마라. 너희는 기사다. 전열을 가다듬고 보거라! 고작 몇 명일뿐이다!!”
화아아악……!!
그의 외침에 뒤에 있던 두 명의 기사가 있는 힘껏 검을 가르자 풍압과 함께 주위를 가렸던 흙먼지가 사라졌다.
“기습은 여기까진가.”
아쉬운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먼지가 사라지자 그의 앞에 또 다른 기사의 목을 벤 소년이 보였다.
그의 발아래도 또 한 구의 시체가 있었다.
“…….”
란돌의 눈엔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순식간에 넷.
‘나보다 어린 것 같은데……. 저런 아이에게 기사들이……?’
[역시 널 못 알아보는군. 머리 색부터 눈동자 색까지 모두 바뀌었으니까. 게다가 거의 1년이야. 네 모습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지.]알른 자비우스는 어쩐지 조금 아쉬운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형제끼리의 싸움을 기대하기라도 한 것일까.
[뭐, 마음껏 날뛰어도 괜찮겠네.]천 년을 살아온 대마도사의 악취미적 성향에 뭐라 할 새도 없이 카릴은 란돌의 검을 막아섰다.
격돌하는 두 사람의 뒤에 서 있는 카일라 창을 주시하며 부관이 반혼에게 말했다.
“저년은……. 그때 놓쳤던 야만족의 여식입니다.”
“놓쳐? 분명 포로들 이외에는 한 명도 살려두지 말라고 했는데.”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이쪽의 지리에 약하다 보니 추격대를 붙였는데도 교묘하게 숨어서……. 혹시 몰라 후발대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런 발칙한 짓을 할 줄은…….”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거냐?”
“송구하옵니다.”
부관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반혼은 못마땅한 듯 “쯧!” 하고 혀를 차면서도 눈앞에 있는 적들을 향해 말했다.
“기껏해야 야만족 몇 명 더 늘었을 뿐이다. 저딴 놈들은 상관없지만 저 꼬마는 뭐지?”
그는 카릴을 주시했다.
“마나 블레이드……? 설마 제국인? 어째서 여기에? 게다가 저 나이에 마나 블레이드를 쓸 수 있다니.”
갑작스러운 습격에도 불구하고 반혼은 카릴의 검을 감싸고 있는 우윳빛의 마나 블레이드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얘기했다.
“진중하게. 평범한 자가 아니야. 저자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도 있는가? 저 실력이면 분명 소문이 났을 텐데.”
나르일이 말했다.
“그게 저도…….”
부관의 자신감 없는 대답에 다시 한번 반혼은 혀를 찼다.
‘저런 마나 블레이드는 처음 보는데.’
전장에 경험이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르일은 전방을 수호하는 려기사단의 부단장이었다.
당연하게도 5대 속성의 마나 블레이드를 모두 경험해 봤었다.
크웰 맥거번뿐만 아니라 다른 소드 마스터라 불리는 검사들과도 검을 섞어 본 적도 있었다.
‘마력이 일렁이지 않고 잘 갈무리가 잘 되어 있어. 최소 익스퍼트(Expert)급.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상급으로 올라갈수록 담금질할 수 있는 마력의 힘도 달라지기 때문에 그 모양도 달라진다.
검날에 착 감기듯 얇게 마나 블레이드를 형성할 수 있을수록 고위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 마력 특유의 성질은 남아 있어야 했다. 하지만 저건 꼭 순수한 마력 그 자체 같아.’
나르일은 카릴의 얼음 발톱을 주시했다.
‘저 검 때문인가?’
해방된 불꽃이 화속성의 위력을 배가하는 것처럼 특수한 무구에는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상급 무구라는 생각에 얼음 발톱을 처음 보는 나르일은 차갑게 노려보면서 말했다.
“저 꼬마는 반드시 생포해라. 물어볼 것이 많을 것 같으니까. 나머지는 모두 죽여도 좋다.”
“알겠습니다.”
나르일 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그 어떤 기사도 용마력에 대해서는 알 리가 없었다.
카릴의 오러 블레이드가 단순히 무구의 힘이라고 단정 짓고는 기사들에게 명했다.
“공격하라!!”
카릴은 달려드는 기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알른, 네 말대로 밤이 되길 기다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비전의 샘에 도착하고 나서 카릴은 미하일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거기까지는 당연한 수순이었고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야습(夜襲).
당연하게도 소수의 인원이 적을 상대하기에 가장 교과서적인 방법이었지만 알른이 내놓은 계책은 카릴의 생각과는 반대였다.
오직 그가 제시한 것은 그것뿐이었다.
[나머진 내게 맡겨라.]카릴이 비전의 샘의 앞에 섰을 때 알른 자비우스가 말했다.
[얼음 발톱을 비전의 샘에 꽂아라.]쿠웅-!!
말라 텅 빈 샘의 한가운데에 카릴이 있는 힘껏 검을 꽂아 넣었다.
[7인의 원로회 중에 왜 내가 비전의 샘을 관리했는지 아느냐. 바로 다른 마법사들과 달리 가장 많은 용마력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얼음 발톱이 꽂힌 바닥에서부터 균열이 생겨나면서 갈라진 틈 사이로 새하얀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시간이 흘러도 나 정도 수준으로 용마력을 다룰 수 있는 자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한 가지 안배를 두었지.]쿠그그그그…….
쿠그그……!!
바닥이 흔들리면서 지진이라도 난 듯 진동은 점차 더 거세게 변했다.
“이, 이게 무슨……!!”
기사들은 갑작스러운 샘의 변화에 조금 전까지 자신만만하던 표정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콰가가강—!!
비전의 샘의 주위에 세워진 석상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떨리더니 하나로 합쳐졌다.
그러자 보랏빛의 광채가 뿜어져 나오며 서서히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우으으으…….]관원 속에서 두 개의 눈동자가 번뜩임과 동시에 합쳐진 석상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고…… 골렘?!”
나르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앞에 거대한 석상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기사들이 저마다 검을 뽑았지만 누구 하나 나서지 못한 채 주춤거렸다.
최상급 마굴에서도 보기 힘든 골렘이 마굴 안이 아닌 바깥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전대미문의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저치들이 비전서에 쓰여 있는 대로 했어도 파수병이 생성돼서 막았겠지만 그럼 재미없지 않겠느냐.]‘그게 무슨 말이야?’
[용마력이 없는 자가 비전의 샘을 발동시키게 된다면 내가 만들어 놓은 파수병이 작동하게 되지. 하지만 반대로 용마력이 있는 자가 비전의 샘을 발동시킨다면?]‘설마…….’
알른 자비우스는 눈앞에 보랏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골렘을 바라보며 즐거운 듯 말했다.
[파수병을 조종할 수 있게 된다.]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씰룩였다.
“크큭.”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그런데 나 정도의 용마력을 가진 자라 할지라도 썩 조종하는 게 어렵지. 하지만 넌 다르잖아?]예상치도 못한 알른의 안배가 너무나도 흡족했기 때문이다.
‘당신도 참 고약하군. 이런 재밌는 걸 끝까지 말해주지 않고 터뜨리다니.’
우우우웅…….
카릴은 눈앞의 골렘을 훑으며 말했다.
“좋아. 이 정도로 난장을 피울 거라면 더 이상 저 녀석도 숨길 필요 없겠어.”
그때였다.
[크르르르르……!!]상공 위에서 거대한 샌드 서펀트가 커다란 호를 그리면서 바닥으로 떨어지듯 착지했다.
콰아앙—!!!
흙먼지를 일으키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리우며 으르렁거리는 서펀트의 울음소리가 암흑 속에서 울려 퍼졌다.
“이, 이게…….”
순식간에 벌어진 일.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한쪽에는 파수병이, 반대쪽엔 서펀트가 자신들을 내려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얼추 전력이 맞춰진 것 같은데.”
카릴은 머리를 조아리는 서펀트의 이마를 툭툭 두들기며 나르일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대로 한번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