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8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86화(86/497)
72. 비전술
“후우.”
카릴은 긴 숨을 내뱉은 후 파수병의 핵을 비전의 샘 안에 담갔다.
치이이익……!!
핵이 물 안에 담기자 새하얀 증기를 뿜어내며 주위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조심히 다뤄라. 파수병의 핵 안엔 비전 마력이 응축되어 있으니까. 용마력만큼은 아니지만 인간의 마력 중에선 가장 강력한 것일 테야.]인류의 역사상 가장 뛰어난 마법사들이라 불렸던 7인의 원로회 중에서도 알른 자비우스의 비전 마법은 특수했다.
용마력을 기반으로 한 마력을 토대로 독자적인 체계로 그는 자신만의 마법 체계를 구축했다.
지직…… 지지직…….
마치.
번개를 머금고 있는 것처럼 핵 안에서 스파크가 번뜩였다.
[타이밍을 잘 봐야 한다. 비전 마력의 기본 속성은 번개다. 날뛰는 마력을 통제하지 못해 놓쳐 버리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산화되어버린다.]비전의 샘 안으로 손을 집어넣자 파수병의 핵을 붙잡기라도 하려는 듯 샘물이 빠르게 소용돌이를 치며 카릴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
하시르는 긴장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마치 잡아먹을 듯 당장에라도 비전이 샘 안에서 솟구치는 물이 위태롭게 보였다.
‘신기하네. 이 정도로 물보라가 이는데도 소리 하나 없다니 말이야.’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 소용돌이의 위용에 주춤할 수도 있겠지만 카릴은 달랐다.
[녀석, 역시 눈썰미 하나는 좋구나.]청각과 시각이 따로 움직이는 것처럼 물보라 안을 주시하던 카릴의 눈빛이 일순간 빛났다.
[보이는 것에 겁을 먹어선 안 된다. 마법의 경지는 오감을 뛰어넘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알른은 비전의 샘을 한번 훑으면서 말했다.
[이제부터 네가 가질 마법은 역사상 가장 심오한 것이니까.]번쩍–!!
두 손으로 잡고 있던 파수병의 핵이 흐물거리며 순식간에 녹기 시작했다.
카릴은 그 순간 안에 있는 작은 빛무리를 본능적으로 낚아챘다.
[집중해라. 그게 비전핵이다.]손톱만큼 아주 작은 빛 방울이 카릴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는 듯 사방으로 움직였다.
카릴은 있는 힘껏 양손에 마력을 끌어 올렸다.
유일하게 뚫린 두 개의 혈맥이 팔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감사를 할 따름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두 팔이 날아가 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흡……!!”
숨을 내뱉으면서 카릴은 날뛰는 비전핵을 잡은 두 손에 힘을 주며 압축하듯 꾸욱 눌렀다.
[일반적인 마력술은 체내의 마력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넌 그럴 필요 없지. 오히려 반대로 마력혈의 강력한 마력을 폭발시켜 막힌 혈맥을 뚫어야 한다.]부르르르…….
카릴의 두 팔이 누가 잡아당기는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마력 폭발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극단적으로 강력한 힘이 주입돼야 한다. 내가 아는 한 네 마력혈에 타격을 줄 만한 힘은 이것뿐이지.]콰드드득……!!!
콰가강……!!
합장을 한 두 손바닥 사이에서 뇌성이 터져 나오며 강렬한 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그때였다.
노도와 같은 아찔함이 그의 손등을 타고 반응을 할 새도 없이 전신에 엄습했다.
“……!!!”
카릴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마치 망막 위에 새로운 무언가가 감싸지는 것처럼 투명하고 촉촉하게 적셔졌다.
순식간에 바위 끝 반대편이 당겨지는 것처럼 확대되었다가 다시금 수십 배로 멀어졌다.
“컥…… 커컥!!”
지금껏 단 한 번도 무릎을 꿇은 적이 없었던 카릴은 숨을 토해내며 주저앉았다.
갑작스럽게 그의 주변에서 일어난 마력의 파동이 살아 있는 것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벼락같은 고통과 함께 카릴의 모든 혈관이 붉으락푸르락하며 부풀어 올랐다.
낙뢰가 카릴의 몸에 떨어진 것처럼 정수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주체할 수 없는 통증이 밀려왔다.
“뭐, 뭐야?”
고통에 찬 카릴의 비명에 하시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운 얼굴로 카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죽고 싶지 않으면 그 녀석 몸에 손을 데지 않는데 좋을 게다.]“……!!”
그 순간 갑자기 들려오는 말에 하시르는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누구냐!!”
[하아……. 오랜만에 느껴보는 바람의 감촉이군. 썩 나쁘지 않은데.]하시르는 자신의 눈앞에 흐릿한 잔상이 일렁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걱정 마라. 저 녀석은 죽지 않을 테니.]“누…… 누구십니까.”
[뭐, 그런 것까진 알 필요 없고 계속 보고 싶으면 좀 더 물러나는 게 이로울 게야.]알른의 말에 하시르는 황급히 입구 쪽으로 물러섰다.
[아직 부족하지만 내 영체가 다른 필멸자에게도 보인다는 것은 내가 조금은 현실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겠지.]그는 카릴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웃었다.
[클클클……. 그것만으로도 네가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콰아아아앙—!!!
남부의 일대 전역에 모두 보일 것 같은 빛의 기둥이 어둠을 뚫고 솟아올랐다.
“부단장님?! 저게 무슨……!!”
“저곳은…….”
“나락 바위입니다. 조금 전 그 녀석들이 뭔가를 또 꾸미는 것은 아닐지…….”
“크음.”
우습게도 카릴의 빛기둥이 나락 바위의 초입에서 기사단을 정비하던 나르일의 진군마저 멈추게 했다는 것은 그의 움직임을 예상했던 카릴조차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전선을 잠시 물러서 재정비하심은 어떨지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금 골렘과 서펀트를 상대하는 것은…….”
부관이었던 반혼의 죽음으로 임시부관이 된 젊은 기사는 긴장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조금 전 상황을 떠올리자 치가 떨리는 듯 이를 갈았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나머지 야만족들도 정비를 끝낼 겁입니다. 나머지 4대 일가들도 분명 이곳으로 올 것이 틀림없습니다.”
돌아가게 된다면 단장의 군벌이 있을지 모른다.
후퇴를 최악의 불명예라 생각하는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지만 자신이 아니면 말할 사람이 없다고 판단한 기사는 용기를 냈다.
“이번 공격의 주요점은 기습이었습니다. 저희들이라 할지라도 수천 명의 야만족을 한꺼번에 상대하긴 힘듭니다. 최소한 남부 최전방에 있는 베스탈 후작에게라도 지원을 요청…….”
빠득-
이를 가는 나르일의 모습에 젊은 기사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했다.
지금까지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 누구도 아닌 야만족들에게 패배라니……. 내 일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일전이구나.’
나르일은 고개를 들어 절벽의 끝을 바라봤다.
그가 용납할 수 없는 것.
다름 아닌 카릴과의 접전에서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이었다.
“경의 이름이 뭔가.”
“헤롤드입니다.”
“경은 지금부터 부상자들을 추스르고 퇴각의 준비를 하도록 하라.”
“넵!!”
려기사단의 기사들은 나르일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적의가 가득했다.
* * *
짝- 짝- 짝-
공허한 정상에서 들려오는 박수 소리.
알른 자비우스는 오랜만에 밟는 바닥의 감촉을 즐기는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카릴에게 다가갔다.
[축하한다.]바닥을 짚고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의 모습은 결코 축하를 받을 만한 상황이 아닌 듯 보였다.
치이이이…….
등골을 타고 찌릿한 전율이 흘렀다.
알른의 손길이 닿자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벽을 부쉈구나.]“내가 성공…… 한 건가?”
눈앞에 실체화한 알른의 모습을 보면서도 정신이 없는 카릴은 놀람보다는 물음이 먼저 튀어나왔다.
[너의 마력이 2클래스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것은 혈맥이 막혀 마력혈에서 흘러나오는 강대한 마력을 몸 안에서 순환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움찔-
카릴의 어깨가 들썩였다.
[이건 네 마력이다. 뚫린 혈맥 덕분에 이제 조금은 빌려 쓸 수 있지. 어떠냐. 몸 안을 회전하는 마력이 느껴지느냐.]어깨를 타고 두 팔과 함께 두 다리를 물결처럼 따끔거리는 마력이 전신을 훑었다.
“큭, 크윽…….”
마력이 순환하는 과정에서 카릴은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찡그렸다.
“젠장……. 이렇게 아프면 마력을 쓰기도 전에 정신을 잃겠어.”
[끌끌, 아플 게다. 네가 흡수한 비전핵은 평범한 마력이 아니니까. 하지만 너의 용마력은 더욱 비범한 것이기에 받아들일 수 있는 거지. 곧 적응이 될 거다.]지지직……!!
“어?”
조금 전 알른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두 손에 모이자 카릴은 자신의 힘을 주체할 수 없는 듯 손바닥을 뒤집어 바라봤다.
[가만히 있지 말고 얼음 발톱을 잡아라. 그렇지 않으면 조금 전 내가 심은 마력 때문에 두 팔이 날아갈 테니까.]“뭐?”
어서 하라는 듯 고개를 까닥거리는 알른의 모습에 카릴은 인상을 구기며 황급히 몸을 날렸다.
“젠장!!”
콰아아앙—!!
그가 얼음 발톱의 손잡이를 잡는 순간 바닥에 꽂혀 있던 검날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카릴의 몸이 튕겨 나갔다.
“후아……!!”
숨을 토해내며 카릴은 시커멓게 그은 얼굴로 알른을 노려봤다.
“야!!”
존대 따위는 없이 카릴이 소리쳤다.
[껄껄껄.]하지만 알른은 그런 그가 재밌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력을 서서히 움직여봐라. 이제 좀 덜 아프지 않으냐. 비전력의 특성상 마력을 몸에 적응시키기 위해서는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고 다시 배출할 필요가 있거든.]그의 말대로였다.
확실히 조금 전 몸속에 가시가 있는 것처럼 마력을 운용할 때마다 느껴졌던 고통이 조금은 사라졌다.
[이제 넌 2개의 혈맥을 뚫어 4클래스에 도달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너의 검술이 완성되고 네 마력이 뒷받침된다면 너는 대륙인들이 말하는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겠지.]‘소드 마스터……?! 대륙에 다섯밖에 없는 경지를 저 꼬마가…….’
마력이 없는 하시르로서는 두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알른의 입에서 나온 소드 마스터라는 말은 명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 경지가 얼마나 대단하고 또 얼마나 강한지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또한.
경험하지 않았는가.
크웰 맥거번이 이끄는 청기사단에 의해 북부의 이민족들이 무참히 죽어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바로 그 증거였다.
[하지만 이걸로 만족할 게 아니겠지. 네가 바라는 것이 단순한 소드 마스터가 아니듯, 마력이 충만하다고 모두가 마법사의 반열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그럼……?”
[검술을 훈련하는 것처럼 마법 역시 훈련을 해야 한다는 말이지. 그릇이 되었다고 마법사의 반열에 단번에 오르는 것이 아니니까.]알른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그러나.]카릴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비전핵을 흡수한 이제야 너는 내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에 도달한 것이기도 하지.]알른은 지금껏 환영 공간에서 마도 검술을 전수해 주었을 뿐 카릴에게 이렇다 할 마법을 가르친 적이 없었다.
마도 검술 역시 그의 것이 아닌 7인의 원로회 중 한 명인 칼네레가 창시한 것일 뿐이었다.
[최소한의 조건이란 다른 말로 한다면 드디어 시작점에 섰다는 의미겠지.]번쩍-
지지지직……! 지직……!!
알른의 손바닥에서 보랏빛의 마력이 전격을 뿜어내며 만들어졌다.
[지금부터다.]즈즈즈즉……!!
[네가 진짜로 강해지는 순간은.]보랏빛은 다시 한번 자줏빛으로 변했다.
[이제부터 네게 내 필생의 역작을 전수해 주마.]카릴은 야수같이 맹렬한 마력에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호기롭게 말했다.
“마도 검술처럼 시시한 거라면 당신 마법도 내가 다시 재정립하겠어.”
[크크크……. 기대하지.]파가가각—!!!
그 순간.
알른 자비우스의 즐거움을 대변하듯 자줏빛의 마력은 폭발하듯 핏빛처럼 붉어졌다.
[이것이 나의 진짜 마법.]그의 목소리가 마치 쐐기를 박듯 뇌리에 꽂혔다.
[비전술(秘傳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