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8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87화(87/497)
73. 벽을 부수다
“비전술……?”
카릴은 알른을 바라봤다.
[용의 지혜를 통해 마력을 얻은 7인의 원로회에 있던 마법사들도 내 비전술의 진위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했지.]그의 손에 있는 전격이 번뜩였다.
한 손에는 마치 번개를 부른 것 같이 일렁이는 빛의 구체가 반대쪽에는 형형할 수 없는 짙은 검은 마력이 느껴졌다.
[나는 네게 말했듯 2개의 마력을 동시에 쓸 수 있다. 구스타브는 내 마력이 번개와 화염을 이용한 술법이라고 생각했지. 사실 그것도 대단한 일이긴 하지. 다른 속성을 쓰는 거니까.]콰드드득……!!
두 개의 힘이 합쳐지자 보랏빛의 뇌전을 머금은 구체가 탄생했다.
[마법사란 작자들이 어째서 그토록 생각이 닫혀 있을까. 용마력은 무색의 마력. 색깔이 없다는 것은 속성이 없다는 것과 같다. 그 말은 즉, 정해 놓은 속성의 굴레를 초월할 수 있다는 뜻.]“…….”
알른의 손에서 창조된 마력이 심상치 않았다.
[전에 내가 마법과 정령의 연관성에 관해서 얘기한 적이 있지? 세계를 구성하는 5대 속성. 화(火), 수(水), 풍(風), 토(土), 뇌(雷). 이는 태초로 이어지는 정령의 객체와도 같다.]알고 있다.
마력이 없는 카릴도 알고 있는 오래된 역사니까.
폭염왕 라미느.
거암 군주 막툰.
해일의 여왕 에테랄.
광풍 사미아드.
우레군주 쿤겐.
세계를 구축하는 다섯의 정령왕은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문헌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비록 소수지만 정령술사도 아직 존재했다.
[나락 바위가 우레군주인 쿤겐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비전의 샘에서 나오는 힘 때문이지.]그의 말대로였다.
확실히 알른이 만들어 낸 비전력은 색깔이 다르긴 했지만 가장 번개와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잘 기억해 보거라. 내가 뇌 속성의 마법을 쓰는 것을 너는 본적이 있느냐.]카릴은 회색교장에서 처음 그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알른 자비우스가 웰 바하르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을 때 그가 쓴 마법은 2클래스의 매직 애로우였다.
“설마…….”
[맞아. 다섯 속성 이외에도 2개의 힘이 더 있다.]“2개의 힘……?”
[빛과 어둠.]알른은 양 손바닥을 펼쳤다.
[그 둘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마법사들은 5대 속성만을 정립했지. 그리고 몇 개의 하급 마법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당신이 쓰는 마력의 속성이 번개와 화염이 아닌 빛과 어둠이란 말이야?”
[그렇다.]그의 입꼬리가 씨익하고 올라갔다.
[빛의 라시스, 어둠의 두아트. 명백하게 존재하는 두 명의 정령왕의 존재가 어째서 문헌에서 사라졌을까. 그건 지금 너희가 믿고 있는 신. 율라(Yula) 때문이다.]꿀꺽-
카릴은 억겁의 시간을 거슬러 오면서 단 한 번도 잊지 않은 그 이름에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빛과 어둠. 그게 바로 율라의 힘이기 때문이지.]알른이 가볍게 몸을 띄워 카릴의 주위를 한 바퀴 휘감듯 날아올랐다.
[잡스러운 녀석들이 만든 5대 속성 체계가 아닌 신의 힘에 근접한 마력. 그게 내 비전력, 아케인(Arcane)이다.]콰가가강—!!!
콰강—!!
그가 두 손을 움켜쥐자 그의 손바닥에 있던 비전력이 폭발을 하듯 굉음과 함께 사라졌다.
눈이 멀 것 같은 새하얀 빛에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지금부터 네가 익혀야 할 지식을 네 머릿속으로 주입 시켜주겠다.]툭.
알른의 손가락이 카릴의 이마를 짚었다.
[고맙게 생각해라. 천 년 전에도 천 년 후에도 없을 유일무이한 마법이니까.]갑작스럽게 뻗어 온 그 손길에 카릴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었다.
[영혼 계약을 하면 이런 일도 할 수 있지.]조금 전 빛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섬광이 그의 시야에 펼쳐졌다.
하지만 번쩍이는 빛은 실재하는 것이 아닌 머릿속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
태어나서 처음 경험해 보는 감각이었다.
용의 심장을 먹고 레드 드래곤 리세리아의 기억을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
마치.
형용할 수 없는 뭔가가 밀물처럼 그의 머릿속에 밀려오고 있었다.
배운 적이 없는 수식들.
처음 보는 지식이.
오랜 세월을 지나온 고뇌가.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우게 만들었던 번민이.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깨달음까지.
“컥…… 커컥……!!”
거세게 밀려오는 지식의 파도가 카릴의 뇌를 강하게 내려쳤다. 심장이 멎을 것 같이 숨을 쉬기 힘들었고 세계가 역전되는 기분이었다.
용의 심장을 먹고 마력을 가질 수 있는 신체가 되었던 것을 환골(換骨)이라 한다면 이것은 정신의 변화였다.
[클클클, 이것이야말로 실로 각성(覺醒)이라 할 수 있겠구나.]알른은 카릴의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스아앙……!!
카릴은 본능적으로 검을 뽑았다.
무의식 속에 빠져 있는 그가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콰앙……!! 콰가가강……!!
그의 검이 지나간 궤도가 폭발하듯 타들어 갔고 빛이 번쩍이고 때로는 어둠이 휘몰아치다가 이따금 불꽃이 일며 공기가 얼어붙었다.
“말도 안 돼…….”
하시르는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오금이 저려 주저앉고 말았다.
* * *
“하아…… 하아…….”
얼마나 오랜 시간을 검을 휘두른 것일까.
엉망이 된 나락 바위의 정상 위에서 카릴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 있었다.
아찔한 고통이 사라지고 핼쑥해진 얼굴로 그는 들고 있던 검을 바닥에 던졌다.
“…….”
카릴은 눈을 감았다.
조금 전까지 밀려들어 왔던 알른 자비우스의 지식을 천천히 되새김질하기라도 하려는 듯 보였다.
[기분이 어떠냐. 이제야 너는 4클래스인 마법사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겠지. 물론, 내게 받은 지식은 그 이상이겠지만 아직은 완벽하게 다 쓸 수 없을 게다.]카릴은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당신, 대마도사란 칭호가 어울리지 않는군.”
그는 자신이 얻은 지식이 알른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현자라고 불려 마땅해.”
[크크크……. 이제야 이 몸의 위대함을 알겠느냐. 너는 정말 운이 좋은 녀석이야.]“내 그릇이 훌륭하기 때문이지.”
카릴은 바짝 마른 입술로 피식 웃었다.
[농지거리하는 걸 보니 이제 조금 살 만한가 보구나.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솔직히 말하지. 넌 꽤 위험한 상태였다.]“그게 무슨 말이지?”
[네 몸을 한번 봐라.]알 수 없는 알른의 말에 카릴은 두 손을 들어 바라봤다.
“음?”
어쩐지 조금 더 자란 느낌.
손뿐만이 아니었다.
신고 있던 신발은 닳아서 앞코가 터져 버렸고 입고 있는 옷도 꽉 조이는 기분이었다.
‘몸이…… 커졌다?’
정신의 변화뿐만 아니라 비전력이 신체에도 영향을 끼친 것일까.
탄탄한 근육이야 검을 수련하면서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이지만 그 근육마저도 더욱 성장한 기분이었다.
[나르 디 마우그가 네게 했던 말. 용의 심장을 먹으면 환골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건 틀린 말은 아냐. 하지만 잘 생각해라. 너는 카이에 에시르가 남긴 유물이 없었다면 이미 죽었겠지.]“…….”
[그마저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네가 전생에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육체를 성장시킬 수 있던 경험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탐욕의 팔찌라 하더라도 무의미했다.]“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작은 그릇에 물을 계속 붓는다면 어떻게 되지? 넘치게 마련이지. 네 몸은 넘치는 마력을 탐욕의 팔찌가 대신 흡수해 주고 있었던 형국이었다.]“알고 있어.”
[두 개의 혈맥이 네 개가 된다고 네 몸이 안정화 될까? 상식적으론 그렇지. 하지만 네 몸은 모든 것이 반대야. 댐에 금이 두 개에서 네 개로 늘어 난 것과 같지.]“…….”
[지금처럼 혈맥이 뚫려 감당할 수 없는 강한 마력이 일순간, 네 몸에 들어오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카릴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력의 물살에 사지가 부서지겠지.]오싹한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육체에 관한 걱정을 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나르 디 마우그가 내게 거짓말을 했단 말이야?”
[아니. 백금룡 그자는 거짓말을 하진 않았지. 하지만 진실도 모두 얘기하진 않았어.]알른 자비우스는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운이 좋다. 아니, 운명이란 말을 싫어하지만 이거야말로 운명의 장난이겠지. 어쩌면 이건 전생의 그자도 네가 나를 만날 것이라고는 상상 못 했을걸.]웃는 그의 모습과 달리 카릴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누차 얘기하지 않았느냐. 그자를 믿는 건 네 자유지만 모두 믿지는 말라고. 다른 마력이 아닌 비전력을 얻게 되었기에 너는 용마력을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게 될 거다.]그러고는 알른은 탐욕의 팔찌를 가리켰다.
[여차하면 그걸 풀고 마법을 써도 이젠 죽진 않을 거다. 다만 후폭풍이 어마어마하겠지만.]그는 강조하듯 말에 힘을 주었다.
[강해져라. 단순히 육체가 아닌 그 이상으로. 신의 운명을 뒤집어 놓을 녀석이라면 드래곤 정돈 씹어 먹을 수준이 돼야지. 안 그래?]카릴은 알른의 말에 낮게 웃었다.
놀랍게도 조금 전까지 날뛰었던 것을 잊은 것처럼 그의 마음은 잔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냉정하게 바라보고 냉철하게 생각한다.
단순히 마력 때문이 아니라 그는 스스로도 하나의 벽을 뛰어넘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말인데.]알른 자비우스는 카릴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금 전 그 기사단 녀석들. 정말로 그대로 둘 생각이냐.]“그게 무슨 의미야?”
[네 생각은 뭔지 알겠다. 네 말대로 네가 남부의 힘을 기르기 전까지 두 형제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지…….]알른이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렸다.
[라는 핑계는 하지 마라.]그 순간.
카릴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너무 얄팍하지 않아? 네가 아인헤리에서 밖으로 첫발을 디뎠을 때 무슨 각오로 나왔지?]그의 목소리가 나락 바위에 울렸다.
[더 이상 니르일은 신탁이 내려지고 너와 함께 싸울 동료가 아니다. 너의 앞을 막을 적이지. 아니면 널 죽이려고 했던 올리번에게 연민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새벽을 지나 태양이 떠오르려는 어스름이 걷히기 직전의 마지막 남은 차가움이 사라지는 것처럼 그의 머릿속이 깨끗해지는 기분이었다.
[영웅이 되려고 하는 것이라면 전생처럼 살아라. 하지만 패왕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면 너는 생각의 틀을 깨야 할 것이다.]그 순간.
알른 자비우스의 한 마디가 그의 마음을 울렸다.
[제1황자가 되었든 제2황자가 되었든 결국 누가 되었든 그들은 황제에 오를 것이며 네가 보낸 려기사단이 훗날 더 많은 네 병사를 죽일 황제의 검이 될 것이다.]알른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유는 수없이 많고 핑계는 셀 수 없어도 진실은 하나다. 네 앞을 막는 자들. 누가 되었든 결국 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꽈악-
카릴은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사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너는 네 나약한 마음을 그럴싸한 핑계로 나를 납득시키려고 그런 말을 했지만 네가 납득을 시켜야 할 건 사자(死者)인 내가 아니라 너를 따르는 자들이다.]알른은 마지막 질문을 할 때라는 것을 직감했다.
[너는 왜 싸우지?]“미래를 바꾸기 위해서.”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됐다.]그 순간.
알른 자비우스의 모습이 흐려졌다.
[클클……. 애송아, 아무래도 잠시 이별을 고해야겠구나. 내가 할 일은 끝냈으니까. 미하일을 가르치는 건 이제 네게 맡긴다. 내 지식 역시 네게 있으니.]“이별이라니? 무슨 말이야?”
[비전력을 전수 해준 덕분에 네 힘과는 별개로 내겐 지금 영체를 유지할 힘도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거든.]흐릿한 그를 향해 카릴은 황급히 손을 뻗었다.
“뭐……? 조금 전에 당신이 말했잖아. 내 힘을 쓰게 되면 현신을 할 수 있다고!”
[클클……. 것 봐라. 너는 아직 물러.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니 말이야. 나도 백금룡과 같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완벽한 진실도 아니지. 조금 더 네가 이 힘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될 때야 가능하겠지만.]알른 자비우스의 마지막 목소리마저 흐릿해졌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카릴은 할 말을 잃은 듯 그저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재밌었다. 그리고 기다리마.]“알른……!!!”
사라져가는 그의 마지막 말이 카릴의 귓가를 스치며 남았다.
[강해지고 모질어져라. 그 길이 피의 길이라 할지라도 나아가라. 내 유일한 제자, 카릴 맥거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