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9화(9/497)
9. 마법의 속성
속성이 없다는 뜻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
인간이 정립한 마법의 5대 속성. 그 굴레를 뛰어넘어.
[용의 심장 안엔 모든 속성이 담겨 있으니까.]‘찾았다.’
꽈악-!!
그 순간, 카릴은 석벽 안의 상자를 움켜쥐었다.
* * *
카이에 에시르.
그는 인류 최초이자 가장 강력한 마도사였다.
[하지만 괴짜라고 표현하기엔 정도가 심했지. 현 왕가와의 맹약만 없었다면 아마 제국은 그자 때문에 존재하지 못했을지도 몰라.]-설마. 그가 개국공신이란 건 알지만 인간 한 명으로 제국의 존재 여부가 좌지우지될까.
[될 수 있다.]-…….
카릴은 확고하게 말하는 나르 디 마우그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어째서? 그 정도로 유능하기 때문에?
[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무슨 말이지?
[녀석은 제국인을 싫어했거든. 아니, 인간을 싫어했다고 해야 하나? 솔직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자였다. 그의 성격대로였다면 아마 제국의 반대편에 섰을지도 모르지.]-왜?
[그의 말을 빗대자면 그게 재밌을 테니까. 드래곤인 우리도 속내를 모를 인간이거든.]쿠그그그…….
석벽의 레버를 돌린 순간 작은 틈이 생겼다.
카릴은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손가락 끝에 무언가 걸렸다.
철컥-
가벼운 마찰음과 함께 그의 손에 들려 나오는 작은 상자 하나.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카릴의 얼굴엔 긴장이 가득했다.
아인헤리의 진실(眞實).
대마법사 카이에 에시르는 이곳을 완성하고 하나의 마법을 걸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건 아무도 풀지 못하는 비밀로 남아 있었다.
‘당연하겠지.’
카이에 에시르가 이곳을 만들면서 걸었던 마법.
‘절대로 풀 수 없는 조건으로.’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나르 디 마우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어.”
그가 숨겨 놓은 보고는, 마력이 없는 자만이 찾을 수 있다.
설령 비밀을 안다 하더라도 마력이 있는 제국인의 눈엔 숨겨진 레버 대신 평범한 석벽만이 보일 뿐이었다.
‘다시 말해 이민족이 아니면 이걸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과연 이민족이 그의 서고를 방문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인간을 싫어한다는 말이 맞을지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제국인에게도 이민족에게도 알려줄 생각이 없는 거잖아.’
참으로 괴상한 사람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 때문에.
이토록 자신의 보고를 아무도 찾을 수 없게 꼭꼭 숨겨 놓았을까.
나르 디 마우그가 말했던 카이에 에시르의 사연이 궁금해질 따름이었다.
“…….”
그 순간, 카릴은 멈칫했다.
하지만 절대로 찾을 수 없게 해 놓은 이 상자를 결국 자신이 발견하지 않았는가.
‘설마…….’
불현듯 조금 전 봤던 카이에 에시르가 집필한 책들이 떠올랐다.
모두가 신탁(神託)을 예견하기라도 한 듯 제목들이었다.
‘게다가 그 책들은 정말로 몇 년 뒤 인류가 싸울 전쟁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불현듯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었다.
“…….”
하지만 이내 곧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겠지.’
단순히 가벼운 생각으로 치부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고민을 해봐야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설령 그가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차피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인물이니까.
‘하지만 당신이 남긴 건 내가 잘 쓰지.’
탈칵-
카릴은 상자의 잠금쇠를 돌렸다.
가벼운 소리와 함께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작은 쪽지 하나가 있었다.
[탐하는 자, 죽음이 두렵다면 포기하라.]꽤 엄포를 내리는 말이었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정말로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화르륵……!!
쪽지를 꺼낸 순간, 번쩍이는 불꽃과 함께 타버렸다.
‘……정말 괴짜로군.’
놀란 얼굴로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며 카릴은 손에 묻은 잿가루를 털어냈다.
상자의 쪽지가 사라지고 난 다음에 보이는 붉은색의 환(丸).
영롱한 빛이 순간 캄캄한 서고(書庫) 안을 환하게 채웠다가 사라졌다.
‘이거다.’
카릴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용의 심장(Dragon Heart).
쿠그그그-
그가 작은 환을 꺼내자 조금 전까지 벌어졌던 서고의 틈이 놀랍게도 말끔하게 사라졌다.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군.’
실제로 그는 온전한 아인헤리에 와 본 것부터 처음이었다.
신탁(神託)으로 인해 황궁에 가 있던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 저택은 폐허만 남은 후였으니까.
‘정말 심장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그랬더라면 생긴 것도 껄끄러웠겠지만 드래곤의 크기를 생각하면 자신의 키보다도 더 큰 걸 먹어야 했으니까.
카릴은 둥근 환을 입에 넣었다.
지금부터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조차도 알 수 없었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결심을 한 듯.
카릴은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에 있는 힘껏 용의 심장을 깨물었다.
와드득-!!!
순식간에 붉은색의 환이 산산조각이 나며 파편들이 그의 입안 가득 터지듯 퍼져나갔다.
“……$#&)*%($!!!!!”
그 순간, 아찔한 통증과 함께 그의 시야가 검게 변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무너지는 육체와 함께 카릴의 의식이 까마득한 낭떠러지로 떨어지듯 빠져들었다.
* * *
키이이이잉-!!
날카로운 이명.
귀를 갈기갈기 찢을 듯한 날카로운 소리에 카릴은 화들짝 눈을 떴다.
“…….”
그가 고개를 돌렸다.
몸을 움직이자 바다 깊숙한 곳을 부유하는 것 같이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심연(深淵).
시간을 거슬러 오르던 때에도 느껴보지 못한 미증유의 세계였다.
“여긴…….”
그가 헤엄치듯 어둠을 가로 질렀다.
그 순간, 어디선가 느껴지는 싱그러운 풀 향기.
하지만 이내 곧 촉촉하고 상쾌했던 공기는 불타는 화염의 냄새로 뒤덮였다.
어느새 까맣기만 했던 어둠이 사라지고 하늘이 붉게 변했다.
지옥을 방불케 하듯, 카릴이 고개를 들자 상공에서 짙은 먹구름을 뚫고 거대한 운석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폭음 속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한 남자.
붉은 로브가 흔들렸다.
카릴은 그의 얼굴을 처음 봤지만 마치 처음부터 그가 누군지 알고 있는 기분 같았다.
250년 전, 카이에 에시르였다.
남자는 지팡이의 끝으로 앞을 가리는 로브를 슬쩍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드디어 만났군, 리세리아.”
중후한 목소리였다.
카릴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그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 말은 그저 머릿속에서만 울릴 뿐 소리가 되지 못했다.
[결국, 왔군.]‘이 목소리는……. 지금 내 몸이 아니라는 건가.’
설명하지 않아도 카릴은 어떤 상황인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레드 드래곤, 리세리아.’
카릴은 그 순간 카이에 에시르가 자신을 바라보며 말했던 이름을 되뇌었다.
‘심장에 남겨진 기억.’
이건.
염룡(炎龍)의 마지막 기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