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9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91화(91/497)
77. 삼국 계획
탕- 타앙-!!
요란한 곡괭이질 소리가 광산 안에서 울려 퍼졌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십, 수백의 인부들이 들락날락거리는 이곳은 실로 불야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 10층이다!! 조금만 더 힘내라!! 이번 층만 뚫고 나면 남작님께서 특수 수당에 3일간 휴식도 내리실 거다!!”
광산의 관리자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소리쳤다.
“넵—!!!”
그의 외침에 인부들의 대답이 광 안에서 울려 요란하게 메아리쳤다.
이 정도의 소란이라면 세간의 이목을 받기 충분했겠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이 땅은 대륙에서도 가장 버려진 불모지 중 하나였다.
게다가 이미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베릴 남작이었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삼국 중 누구 하나 1년이란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좋아. 아주 좋구나.”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 사람은 다름 아닌 베릴 남작이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자신의 영토 안에 있는 낡은 광산에서 정말로 속성석이 나오는 걸 보고는 보고서도 믿기 어려웠다.
‘뭐……. 땅을 팔아버린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데다 애초에 마광산을 개발하는 비용도 내게 없었으니…….’
베릴은 살짝 입맛을 다셨다.
채광권과 더불어서 땅을 판 대가로 그는 마광산에서 얻게 되는 속성석의 일부를 영구적으로 지원받기로 했다.
사실상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수익이었다.
“흐음…….”
이미 이곳에서 채광된 속성석 덕분에 전성기 때의 마력을 회복한 것도 모자라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성취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저급의 속성석들을 자신의 제자에게 나눠주어 지금껏 돌아섰던 그들의 충심까지 얻었으니 그야말로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격.
‘하지만 그래도 아깝단 말이야.’
그러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었고 베릴은 유년 시절 전도유망한 천재였다 하더라도 지금은 그저 욕심이 많은 노마법사의 불과했다.
저 안에 그득 쌓여 있을 속성석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군침이 돌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나.’
그때였다.
“이거 오랜만입니다, 베릴 남작님.”
자신을 찾아올 사람이 없을 텐데 작은 마차 한 대가 멈춰 서며 내려온 남자는 친근하게 그를 향해 인사를 했다.
“오! 이게 누군가. 오랜만일세. 반년만인가? 자네가 보내준 일꾼들이 아주 일을 잘하네.”
“하하하……. 별것 아닙니다. 그냥 수중에 있는 몇 사람을 보내드린 것뿐입니다. 도움이 돼서 다행입니다.”
“그래, 캄마. 어쩐 일로 여기까지?”
마차 안에서 내려온 사람은 베릴의 말대로 캄마였다.
연배가 비슷한 두 사람은 탐욕스러운 행실도 비슷해 몇 번 만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랜 친구처럼 죽이 잘 맞았다.
“저희 마스터께서 베릴 남작님을 뵙길 청하셨습니다.”
“마스터? 오호……. 드디어 타투르의 주인이 돌아온 겐가. 그렇잖아도 궁금했는데.”
캄마의 말에 베릴 남작은 직감했다.
‘이건 기회로군.’
그는 항상 궁금했었다.
도대체 어떤 대단한 사람이 무법지라고 불리는 타투르를 평정한 것일까.
그것도 한바탕 전쟁이라도 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곳을 소리 소문도 없이 접수했으니 말이다.
‘무법항의 큐란을 죽이고 투기장의 챔피언은 쓰러뜨렸다고 하던데……. 얼마나 험상궂게 생긴 자인지 한번 볼까?’
“그럼……. 모시겠습니다.”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캄마는 베릴 남작을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 * *
“흐음…….”
집무실에 쌓여 있는 보고서들을 읽어보며 그는 생각했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수안 하자르의 수완이 좋아. 무법항도 안정화 되었고 마도범선의 수리가 끝났으니 이제 출항만 남았군.’
베릴 남작을 시작으로 이스트리아 삼국에 물밑작업을 하고 있는 두샬라도 훌륭했지만 확실히 전생에 제국 7강이라 불렸던 일곱 인재 중 한 명인 수안은 다른 관리자들보다 단연 돋보였다.
‘그가 단순히 힘만 센 자가 아니라는 거지. 상단의 이름으로 올리번의 특작군을 이끌었으니까.’
수안 하자르는 카릴이 자리를 비운 약 1년간 계속해서 무법항을 통해 이민족과 노예들을 구출해 왔었다.
그들 중 대륙인들은 다시 한번 비밀리에 여러 왕국과 마을로 배치하고 이민족들은 노를 젓는 법을 가르쳤다.
마도 범선의 선원들까지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는 상황이 카릴로서는 만족스러울 따름이었다.
‘드디어 라바트 길드가 출범할 때가 다가온다. 어수선한 시기야말로 황제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적기이기도 하니까.’
그의 눈빛이 빛났다.
‘그러기 위해서 베릴 남작을 부른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권왕 발본트.
수안 하자르의 강함은 탁월한 재능도 있지만 권왕에게서 물려받은 몇 가지 체술 때문이기도 했다.
‘수안 하자르의 권술을 완성 시켜야 한다. 라바트 길드가 출범되면 그를 수련시킬 시간이 없으니까.’
카릴은 그 자신도 어느 정도 체술을 쓸 수는 있지만 그의 태세는 완벽하게 검을 위한 것이었다.
그의 생애에서 발본트의 권술보다 더 강력한 것은 보지 못했다.
‘권왕은 워낙 자유분방하게 수행을 떠나는 자라 예측할 수 없었지만 지금만큼은 어디에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이제 곧 일어날 ‘그 사건’에 그가 연루되니까.’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고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기도 했다.
‘그 사건으로 인해서 권왕은 제자를 두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니까. 발본트 8태세가 전승자도 없이 소실되는 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
카릴은 낮은 웃음을 지었다.
‘이번엔 다를 거다.’
그는 과연 수안 하자르가 권왕의 권술을 모두 익히게 되면 얼마나 강해질 것인가를 상상했다.
전생의 모습을 아는 카릴로서는 그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다.’
타투르는 어떤 의미로 대륙에서 가장 특이한 곳이라 할 수 있었다.
비단.
이민족이나 노예들만 이곳을 찾는 것은 아니었다.
드워프나 노움과 같이 마도 시대에는 왕성했지만 지금은 사라진 고대 왕국의 생존자들이 암시장이라는 음지 속으로 숨어들어 있으니까.
‘개중에는 마도 시대에도 보기 힘든 종족도 몇 있지. 묘족이라든지 아인들은 여기 말고는 찾을 수 없을걸.’
지금 생각해 보면 어째서 그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드워프와 노움의 손재주라든지 묘족의 민첩함 그리고 아인족의 괴물 같은 힘까지.
‘개개인의 능력으로 따진다면 인간보다 훌륭하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암시장의 어둠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지.’
이유는 간단했다.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인간조차 마력이 없다는 것으로 이단이라고 칭하는 그들이 이종족들의 손을 빌릴 리가 없지.’
우스웠다.
고대 유물이라고 불리며 황가의 보물로 칭해지는 무구들의 대부분이 드워프와 엘프의 손에 만들어진 것들이었는데 말이다.
카릴은 이번 생에 그들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칼립손이 노움국의 생존자들을 데리고 돌아오게 된다면 큰 전력이 되겠지.’
그는 책상에 놓인 상자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툭툭 두들겼다.
암시장에서 그에게서 뜯어낸 네 개의 송곳니는 어느새 조금씩 카릴의 마력을 흡수해 마치 피를 머금고 있는 것처럼 붉게 변해 있었다.
상자는 다름 아닌 칼립손이 떠나기 전 그에게 남긴 것이었다.
단단하게 잠긴 상자에는 노움국의 인장이 박혀 있었다.
탈칵-
그 순간.
카릴의 눈썹이 살짝 씰룩였다.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얇은 사슬로 되어 있는 평범한 갑옷이었다.
겉에 입을 수도 있고 중갑 안에 보조로 입을 수도 있는 체인 메일은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건이었다.
“이걸 여기서 보다니……. 칼립손이 이것까지 가지고 있었던 건가.”
하지만 그의 눈빛은 단순한 갑옷을 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걸 얻었군. 마침 방어구를 구하려고 했던 차였는데 말이야.’
회색교장에서 얼음 발톱을 얻었지만 카릴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방어구를 착용하진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카릴은 지금껏 공격의 대부분을 검으로 흘려 버렸었다.
‘하지만 앞으로 만나게 될 자들은 다르다.’
특히.
백금룡 나르 디 마우그.
전생과 다른 조우에 있어서 드래곤인 그와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 지금 맨몸으로 찾아가는 것은 자살 행위와도 같은 것이었으니까.
촤르륵-
카릴은 상자 안에 있는 체인 메일을 꺼내어 보며 생각했다.
‘엘븐 메일(Elven Male). 이제는 소실된 세계수의 가지를 녹여 만든 갑옷. 엘프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까지 칼립손이 만든 거였나.’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엘븐이란 명칭은 결국 세계수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고 두꺼운 플레이트 메일을 주로 만드는 드워프들과 달리 노움의 작품들은 대부분 경갑옷이었으니까.
‘나쁘지 않아. 세계수의 가지는 일반적인 방어력의 가치를 가지는 게 아니니까.’
월등한 마법 방어력.
‘앞으로 만나게 될 적들의 대부분은 마법을 쓴다. 단 한 번의 공격을 막을 수만 있어도 승부의 결말이 달라지니까.’
카릴은 칼립손이 남긴 선물이 마음에 드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까진 조용하지만 이제 곧 마광산에 대한 것이 알려지겠지.’
카릴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자리에 앉았다.
베릴 남작에게 수여된 영토였기에 규율상으로는 그가 땅을 팔든 광산을 팔든 상관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곳이든 규율의 위에 있는 것이 왕의 입김이지 않던가.
‘주인이 누가 되었든 상관없이 이스트리아 삼국은 전생에서 그랬듯 결국 마광산을 두고 싸우겠지.’
카릴은 눈빛을 빛냈다.
‘나는 삼국을 살릴 것이다.’
단순히 아무런 이유 없이 그들을 제국으로부터 지키기 위함이 아니다.
제국과 공국에 비한다면 삼국의 크기는 세 왕국을 모두 합친다 하더라도 힘을 발휘하기엔 무리가 있을 정도로 작다.
그러나 위치가 중요했다.
타투르를 중심으로 이스트리아 삼국이 아래쪽에 있기 때문이었다.
‘제국으로부터 남부를 지킬 수 있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베릴 남작이었다.
‘베릴 남작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언제든 날 배신할 수 있는 사람이지. 하지만 반대로 만족만 시켜 준다면 자신이 속한 왕국도 배신할 사람이라는 거.’
세상의 모든 사람이 정의로울 순 없다. 하지만 정의롭지 않더라도 효용 가치가 있을 순 있다.
그게 바로 베릴 남작이었기에 카릴은 그의 땅과 채광권을 사들인 이후에도 계속해서 두샬라를 통해 그에게 성의 표시를 하도록 시켰다.
그 덕분에 손쉽게 마법 경연에도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사실 추천장 정도는 이제부터 그에게서 얻어 낼 것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지.’
카릴은 낮은 웃음을 지었다.
‘아마 그 노인네도 똑같이 생각하겠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던 땅이 팔고 나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 줄 몰랐을 테니까. 배가 많이 아플 거야.’
전생에서도 베릴 남작 같은 자를 카릴은 숱하게 봐왔었다.
‘내게서 뜯어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더 나아가 내가 가진 것을 뺏을 수 있는지 머리를 굴리겠지.’
하지만 상관없다.
그런 자일수록 일 처리는 확실하니까.
똑- 똑- 똑-
그때였다.
문밖에서 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베릴 남작이 도착했습니다.”
카릴은 생각의 정리가 끝난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은 세워졌다. 이제는 확인을 해야 할 때였다.
‘어디 남작의 그릇을 시험해 볼까.’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들라 하라.”
* * *
“이제야 마스터를 뵙는군요. 허허……. 이렇게 어린……, 아니, 젊은 분일 줄 몰랐습니다.”
베릴은 카릴의 첫 모습이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 달라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
‘뭐야. 완전 꼬마잖아? 이런 자가 타투르의 새 주인이라고?’
상상했던 첫 만남이 아니었다.
하지만 베릴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너보다 몇 배는 더 오래 살아온 나를 상대로 거래를 해보겠다? 마광산 건이야 내가 몰랐다 쳐도 이제는 안 될 거다.’
그는 카릴을 위에서 아래로 훑으면서 탐욕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제가 상단을 하나 꾸리려고 합니다.”
돌을 먼저 던진 건 카릴이었다.
“오호라, 드디어 속성석 장사를 시작하시려는 겁니까. 그것 좋지요. 아마 마법사들 사이에서 아주 비싸게 팔릴 겁니다.”
베릴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특히 삼국 중에서도 마법사가 많은 이스탄 왕국에서 더 인기가 좋을 겁니다.”
그는 자신을 파문시켰던 왕국의 마법사들을 떠올리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고작 생각하는 것이 복수였다.
“그렇겠군요.”
좁은 시야를 가지고 산 자는 나이를 먹어도 결국 자신의 시야를 넓히지 못한다.
“상단이란 자고로 인맥이지요. 이제 알겠군요. 절 따로 부른 이유를.”
그의 눈빛이 이미 대가를 바라고 빛나고 있었다.
“사실 연줄이란 걸 얻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크흠……. 직접 움직이는 걸 꺼리지만 카릴 님이라면 저도 고려를…….”
그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모름지기 귀족이란 콧대가 높은 족속들이다.
그 모습이 꼴 보기 싫다는 것엔 카릴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그 자존심마저 팔아버린 귀족은 더욱 보기 싫었다.
‘마법사란 자고로 탐욕스러워 하지만 그것이 물욕과 색욕은 아니다. 베릴, 속성석을 흡수해서 네 마력은 올라갔지만 그릇은 여전하구나.’
카릴은 그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반면에 베릴은 이 만남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삼국과의 모든 거래를 나를 통해서 하게 만드는 거야. 마광산의 채광권을 빼앗는 건 힘들겠지만 그 사이에서 이윤을 챙길 수 있을 터. 크크크, 지금의 배는 될 속성석이 내게 들어오겠구나.’
카릴은 그런 그의 생각을 모르는 척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말했다.
“물론입니다. 어째 대마법사이신 베릴 님께서 직접 움직이시는 데 소홀하겠습니까. 그 대신……. 소개를 부탁드릴 사람이 있습니다.”
“그게 누굽니까?”
지금껏 그를 놔두었던 이유.
바로.
이것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카릴은 책장 위에 양피지 하나를 꺼내 놓았다. 그 안에는 삼국에 인사들 몇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으흠.”
베릴은 그 안에 적힌 이름들을 보며 별것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제게 마법을 배웠던 자들입니다. 만남을 주선하는데 어렵지 않을 겁니다. 허허허, 카릴 님은 정말 운이 좋으십니다. 삼국에서 저를 만났으니 말입니다.”
“덕분입니다.”
카릴은 베릴을 바라보며 옅은 웃음을 띠었다.
‘그래. 대부분 당신 제자들이야. 일부러 그들로 뽑은 거거든. 그래야 당신이 신이 나서 이리저리 날뛰어 줄 테니까.’
카릴은 이미 거래를 성사시킨 것처럼 신나게 자신과 그들의 관계를 떠들기 시작하는 베릴의 말을 뒤로 한 채 창밖을 바라봤다.
‘상단은 그저 핑계에 불과하거든.’
실제로 그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아조르에서 얻은 또 하나의 수확.
바로.
우든 클라우드(Wooden Cloud).
‘그 줄기 중 하나가 삼국에 있거든. 바로 당신에게 건넨 양피지 속에.’
담담한 표정으로 카릴은 베릴을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게 찻잔을 들었다.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역시 타투르의 주인답게 통이 크시군요. 좋습니다. 제가 확실하게 자리를 마련해 보지요.”
베릴은 즐거운 듯 웃으며 말했다.
‘그래, 마음껏 움직여봐. 녀석들의 눈에 들도록 말이야. 남작, 당신이 우리 대신 타깃이 되어줘야겠어.’
카릴의 입가에 베릴과는 다른 의미로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것이 내가 이스트리아 삼국에 진출할 계기가 되어 줄 테니까.’
그 미소와 달리 남작을 바라보는 카릴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그리하여 삼국을 내 손 안에 거머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