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9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94화(94/497)
80. 조이 요한셀
“반갑습니다. 라바트 길드의 카릴이라고 합니다.”
“아하, 오늘 연회의 주최자이시군요. 이스트리아 삼국의 내로라하는 귀족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니……. 수완이 아주 좋으십니다.”
“별말씀을요. 베릴 남작께서 힘을 써주신 덕분입니다.”
카릴은 낮게 웃었다.
확실히 삼국은 연합 체계로 동맹을 맺고는 있지만 타국의 귀족들끼리 만나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베릴 남작의 행실 덕분에 각국에서도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은 덕분이라는 걸 이곳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흐음.’
조이 요한셀을 훑어보던 카릴은 그의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이스탄 왕국의 재상을 맡고 있는 마일가(家)의 장남인 헤서 마일, 트바넬의 유능한 상인의 차남인 레이타스 등등…….
국적도 달랐고 나이도 제각각이지만 연회장 안에 있는 귀족들과 달리 모두가 카릴도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재밌네, 이 사람. 의외로 거물들과 연관이 있잖아?’
오히려 연회장 안에서 떠들기 좋아하는 귀족들과 달리 오히려 정원 밖에 있는 소수의 이들이 훨씬 더 실속이 있었다.
모두가 가문의 유능한 자제들.
꼭 후계자가 아니더라도 하나같이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들이었다.
‘내가 기억한다는 건 삼국이 멸망하고 나서도 살아남은 자들이라는 점이기도 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카릴은 그들을 바라보는 눈빛을 빛냈다.
‘이들 역시 우든 클라우드와 접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처음에 우든 클라우드에 대해서 카릴은 단순히 공국의 비밀 조직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가문의 이름만 같은 뿐 오랜 시간이 흐르며 그들은 루레인가(家)와는 별개의 사람들이었다.
‘이제부터는 공국에 한해서 생각하는 틀을 깨야 한다. 그들은 내가 제국을 세우는 시점에서 괴멸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우든 클라우드가 존재하면 추후의 신탁 전쟁에서 큰 걸림돌이 된다.’
파렐이란 거대한 탑 속에서 쏟아지는 마물들을 막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점에서 인간들끼리의 전쟁까지 덮친다면 그건 자멸의 지름길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조직의 규모가 엄청날지도 모르겠어.’
카릴은 조이 요한셀과 함께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속성석 광산을 개발하셨다지요.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습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저희 같은 상인이 할 일이야 좋은 물건을 제공해서 이윤을 남기는 것뿐이죠.”
“상인치고는 눈매가 아주 인상적이십니다. 아, 물론 칭찬으로 하는 말입니다.”
조이 요한셀은 카릴을 바라보며 웃었다.
초승달처럼 굽어지는 실눈 속에 과연 어떤 눈빛이 있을지 궁금했다.
‘에이단을 시켜 이들을 조사해 봐야겠군. 가장 유력한 후보자들이니.’
“그런데 어째서 삼국을 택하셨습니까? 공국과 제국도 있는데 말입니다.”
정원을 따라 천천히 길을 걷던 지오는 연회장에서 어느 정도 떨어지자 말문을 열었다.
“제가 타투르 사람이란 건 잘 아시겠지요. 제국과 공국 그리고 삼국 사이에 있는 자유도시. 지리적으로 가장 위험하면서도 한편으론 가장 안전한 곳.”
“하하, 그거야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 모르는 이가 있을까요.”
“그리고 그 세 권세 중 하나라도 무너진다면 가장 위태로운 곳이라는 것도요.”
카릴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했다.
“전 삼국이 계속 유지되길 바랍니다. 상인으로서 그리고 타투르의 사람으로서도 말이죠.”
그 순간.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정적이 흘렀다.
“그 말은 꼭 삼국이 위험에 놓여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만?”
조이 요한셀은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그의 뒤에 서 있는 젊은이들의 표정은 그렇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멸망하겠지요.”
카릴의 말에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훈훈했던 분위기가 급격히 차갑게 식었다.
“자네, 연회의 주최자라도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네. 우리가 아니라 저 위에 있는 분들이 그 얘길 들었으면 거래고 뭐고 목이 날아갔을걸.”
“윗분들이 아니라도 그 말은 허투루 넘길 수 없겠군. 사제님께서 계시다고 묵인될 일이 아니야.”
하지만 조이 요한셀은 달랐다.
“제국 때문입니까?”
삼국 출신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는 의외로 카릴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비슷합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전생의 삼국은 마광산을 두고 스스로 자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게 된다.
그 이후.
올리번이 즉위하고 제국이 남부 정벌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 이미 그들은 마광산 쟁탈로 인해 멸국의 위기에 놓여 있었으니까.
현 황제가 통치를 하고 있는 지금도 제국은 수시로 삼국을 침공하기 위한 행동을 보였으니까.
루레인 공국만 없었다면 제국은 당장에라도 삼국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는 공국 역시 마찬가지.
덕분에 약소국인 이스트리아의 세 왕국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안전한 왕국이 되어버렸다.
‘그 느슨함이 결국 멸망의 방법을 자멸이란 어처구니없는 방향으로 결말을 지어버렸지만.’
다행이라면 카릴이 마광산을 사들이는 것으로 삼국의 자멸은 일단 막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제국의 공세까지.
‘올리번이 쉽게 삼국을 칠 수 있었던 이유도 마광산을 두고 혈전을 벌여 국력이 약해진 틈을 노렸기 때문.’
온전한 세력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마광산의 속성석들을 제공함으로써 삼국의 국력을 키워 제국을 견제함과 동시에 남부를 치지 못하게 만드는 방파제로 쓴다.
이것이 당초 카릴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이 요한셀을 만난 순간 그는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직감했다.
‘저자는 곧 교단으로 간다. 그렇게 되면 비밀로 하고 있는 마광산에 대한 소식이 전해질 터.’
물론.
삼국과의 거래를 트기 시작하면 언젠가 제국과 공국 역시 알게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 달 뒤는 너무 빠르지.’
황제가 요양을 위해 교단에 가게 되었을 때 조이 요한셀이 황제의 직속 주치의가 된다.
‘그의 성격이라면 마광산을 그냥 두지 않을 터.’
어쩌면 올리번이 즉위하기도 전에 제국이 진심으로 침공을 강행할 수도 있게 된다.
“제국이 삼국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야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쉽사리 쳐들어올 수 없다는 것도 모두가 알지.”
헤서 마일은 카일의 말에 혀를 차며 말했다.
재상의 가문으로서 불쾌하지만 한편으로는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삼국이 멸망하게 되면 타투르 역시 거센 물결을 감당할 수 없겠죠. 거기에 제국이 마광산을 손에 넣는다면……. 공국 역시.”
그의 말에 조이 요한셀의 얼굴이 아주 잠깐이지만 굳어졌다.
카릴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삼국의 국운을 타인이 이러쿵저러쿵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무례인 줄 알지만 우연히 조이 사제님의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교단으로…… 가신다지요?”
조이 요한셀은 그의 말에 조금 전 카릴이 서 있었던 테라스를 올려다보았다.
“…….”
꽤 먼 거리.
‘저기서 내 목소리를 들었다, 라…….’
그는 카릴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진즉에 느끼고 있었다.
‘상인이라도 제국인이라면 마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쉽게 볼 수는 없겠지.’
무역과 상업은 결국 여러 나라를 오가는 장사였으니까. 실제로도 대륙에 유명한 상인 길드 중엔 기사급의 능력자들도 이따금 보였으니까.
“교단으로 가시게 된다면 저희도 동행을 할 수 있을까요?”
“……!!”
예상치 못한 그의 제안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조이 요한셀에게 꽂혔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카릴을 바라보며 생각할 뿐이었다.
‘성인도 되지 않아 보이는 아이가 그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니…….’
조이 요한셀은 다른 의미로 카릴에 대해서 궁금했다.
‘솔직히 믿기 어려워. 타투르의 무뢰한들을 통합하여 그 위에 선 주인이 이런 꼬마일 리가 없다. 배후가 있는 게 분명할 터.’
진실을 알면 크게 헛다리를 짚은 것이지만 그걸 알 리 없었다.
‘누군지 알아야겠군.’
그는 결심이 선 듯 카릴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교단이야말로 마광산을 보유한 길드와 안면을 트는 것을 환영할 테니까요.”
서로의 생각을 숨긴 채.
카릴과 조이 요한셀은 서로를 알아내기 위한 수 싸움의 첫 돌을 던졌다.
“떠나실 채비가 끝나시면 베릴 남작께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기별을 기다리겠습니다.”
“빛이 함께 하길.”
“여로(旅路)에 어둠이 걷히길.”
조이는 교단의 인사말로 회답하는 카릴을 보며 더욱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
한껏 미소를 지으며 돌아선 카릴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건 기회다.’
카릴은 우연히 만들어 낸 이 틈을 절대로 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니.
우연으로 얻은 것이 아니다.
마광산을 찾고 베릴 남작을 매수하고 캄마와 수안 하자르에게 상단을 꾸릴 준비를 시켰다.
또한.
그가 이토록 당당하게 삼국의 귀족들을 대할 수 있는 이유는 남부의 군사력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계획이 만들어낸 기회.
그 속에 우연이란 건 저절로 당연하게 따라오는 작은 보상 중 하나에 불과했다.
‘당신의 얼굴은 이번 생에도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군.’
카릴은 우든 클라우드의 배후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단으로 향하는 행보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얻을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바로.
황제(皇帝) 타이란 슈테안.
단순한 느낌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그와의 독대가 지금의 역사를 크게 바꾸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보름이 지났다.
카릴은 조이 요한셀의 기별을 기다리며 제법 바쁘게 움직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여정을 꾸린 캄마는 나이답지 않게 얼굴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모습으로 말했다.
“겁먹지 마.”
“시, 시끄러.”
두샬라의 농담에 그는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야. 공국의 거점은 이미 무법항의 주민들이 준비해놓은 상태라고 하니……. 걱정 말고. 공국의 귀족이 아니라 라바트 길드의 캄마로 가는 거야.”
“거래를 꼭 성사시키겠습니다.”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드는 속성석뿐이니까. 속성석의 가치가 어마어마하더라도 단일 품목으로는 부족해. 공국의 마공학품들은 타투르에서도 쓸모가 있을 거야.”
“그래도 제가 한때 공국 출신이었지 않습니까. 아는 자들이 아직 있으니까.”
캄마는 애써 호기롭게 말했다.
“횡령에 절도, 공갈, 살해 등등으로 귀족을 박탈당하고 국외로 쫓겨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야.”
“…….”
두샬라는 여전히 캄마를 놀리는데 재미가 들린 듯 말했다.
“……다녀오겠습니다.”
호기로웠던 얼굴이 다시 울상이 되자 카릴은 피식 웃었다.
“수안과 미하일을 데리고 가도록 해. 두 사람은 캄마를 잘 보좌하고 전에 내가 얘기했던 일도 처리하도록 해.”
“마스터, 그런데 저도 꼭 가야 합니까?”
“응. 가야 해.”
미하일은 단호한 카릴의 말에 아쉬움을 표했다.
타투르로 돌아온 뒤로 그의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기껏해야 마광산에 있는 교도 용병단의 단원들과 가끔 인사를 나누는 정도.
미하일은 대부분의 시간을 훈련장에 박혀 있었다.
“네가 마법 훈련에 매진하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그렇기 때문에도 함께 가야 해. 일이 잘 처리되면 공국으로 가는 게 어쩌면 지금 상황에선 내 밑에 있는 것보다 네 수준을 한 단계 더 올려 줄 수 있을지도 모르거든.”
“그렇습니까……?”
카릴의 말에 미하일의 눈썹이 씰룩였다.
‘마법사의 반열에 오르기 전에 마주하는 벽에 다다른 거겠지. 나 역시 알른이 없었다면 그 벽을 넘을 수 없었을 테고.’
하지만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었기에 카릴은 미하일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알른은 내게 미하일의 교육을 맡겼지만 아쉽게도 내가 아는 지식은 그에게 적용시키기 어려운 게 사실.’
비전술과 전통 마도학을 모두 알고 있던 알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카릴에게 전수해 준 마법적 지식들은 진실로 광대한 것들이었지만 아쉽게도 카릴 본인이 아직은 모두 활용할 수 없었다.
현재는 거대한 대도서관의 책들이 그대로 머릿속에 주입되어 있는 것과 같은 상황.
아무리 많은 책이 보관되어 있다 한들 그것을 펼쳐 보지 않으면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카릴의 지식은 아직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이것이었다.
몇 번을 생각해도 역시 이만한 적임자는 구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런데 쪽지에 적힌 사람이 꽤 까칠할 거야.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쪽으로 영입해.”
“알겠습니다.”
“앞으로 네 스승이 될 사람이니까.”
“……네?”
카릴의 한 마디에 미하일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세리카 로렌.”
그는 다시 한번 그 이름을 각인시키듯 말했다.
“데리고 돌아와.”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공국으로 가는 여정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미하일은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
똑- 똑-
그때였다.
복도에서 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교단의 조이 요한셀이란 분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으음.”
카릴은 부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도 떠날 때가 되었군.”
한 달을 생각했던 시기보다 빠르게 찾아온 소식에 그는 가볍게 손뼉을 치면서 상황을 정리하듯 말했다.
“세달 뒤, 모든 일을 끝내고 다시 이곳에서 모인다.”
그의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국을 캄마가, 삼국은 이미 두샬라가 맡고 있었으며 이제 마지막으로 카릴이 가장 큰 적인 교단과 제국으로 향할 것이다.
각각의 목적지는 다르지만 목표는 하나였다.
보이지 않는 제국의 완성.
일생일대의 출사표를 내던지는 순간 카릴은 집무실의 문을 열며 말했다.
“다시 만났을 때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