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14)
후웅!! 콰쾅!!
현관문이 거대한 폭발과 함께 부서지며 파괴적인 풍압이 집안을 휘몰아쳤다.
그리고 그 거대한 풍압이 집안을 휩쓸기 전 리안은 그림자 속에 숨겨둔 세 구의 인형을 꺼내 몸을 보호했다.
후우우우웅!!
“큭!”
풍압과 함께 다수의 파편들이 리안의 인형에 박혀 들었다.
그중 몇 개는 리안의 뺨을 스쳐 지나갔고 리안은 그대로 풍압이 끝나자마자 현관문을 향해 두 구의 인형을 보낸 뒤, 다시 열 구의 인형을 꺼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행동은 도주였다.
리안은 인형들에게 전투를 맡길 생각으로 도주 경로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관을 포함해 뒤에 있는 베란다 창문에서까지 느껴지는 마력에 앞뒤의 도주 경로가 모두 막혔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 생각이 끝난 동시에 쨍그랑 소리와 함께 베란다 창문이 깨지며 날카로운 단검이 리안을 향해 쇄도했고 깨진 창문의 유리 조각 또한 알 수 없는 인력에 이끌려 두둥실 떠올라 리안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후웅!
“막아!”
그리고 그것을 본 순간 리안은 곧바로 대응했다.
리안은 자신의 뒤를 지키던 인형에게 명령했고 인형은 몸을 던져 쇄도하는 날카로운 날붙이들을 몸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단검만큼은 그대로 막을 수 없었는지 그대로 인형의 몸을 꿰뚫어 리안을 향해 날아왔고 리안은 그대로 몸을 살짝 돌려 단검을 피하려 했으나 결국 비스듬하게 단검을 피하지 못하고 어깨에 박히고 말았다.
푹-
“윽!”
탁! 타탁!
리안은 곧바로 어깨에 박힌 단검을 빼고 다시 몸을 돌려 현관문을 바라봤다.
현관을 통해 다수의 빌런들이 달려드는 발소리를 들은 것이다.
정확한 수는 5명.
그들이 들고 있는 날붙이가 인형사의 몸을 향하기 전 인형사는 곧바로 두 손을 바닥에 얹고 10구의 인형을 소환했다.
동시에 그중 한 구의 등에 업힌 뒤 리안은 곧바로 창문을 통해 도주하려 했다.
그러나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빌런 한 명이 그대로 도주하려는 리안에게 발차기를 날렸고 인형의 등에 업힌 리안은 그대로 인형과 함께 벽에 처박혔다.
쿵! 파사삭!
“크헉!”
인형이 그대로 반으로 부서지며 리안의 복부로 큰 충격이 전해졌다.
그러나 쉴 틈도 없이 창문으로 들어온 빌런의 정권이 리안의 얼굴을 향했고 그 순간 팔을 들어 방어했으나 결국 가공할만한 충격을 버티지 못해 쩌저적- 벽이 부서지며 그대로 세 개의 벽을 뚫고 날아갔다.
쾅! 쾅! 쾅!
“꺄아아악!!”
“뭐, 뭐야?!”
“비, 빌런이다!!”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피어오르는 먼지가 주변을 가렸고 터벅- 터벅- 뚫린 벽 너머로 빌런들의 발소리가 고요히 들려왔다.
곧이어 그들 중심에 있던 빌런은 바닥에 쓰러진 리안의 앞에 도착했고 리안은 바닥에 쓰러진 채 그 빌런을 올려다봤다.
익숙한 얼굴의 빌런이었다.
A급 빌런 집행자.
그는 리안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설마 그 인형사가 여자였을 줄은 몰랐군.”
그 말과 함께 단검을 뽑아 든 집행자였다.
그는 리안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배신자의 최후는 너도 알겠지.”
후웅!
그 말과 함께 단검을 리안의 심장으로 집어 던진 집행자였다.
파삭-
그러나 그 소리는 살을 뚫는 소리가 아니었다.
순간 집행자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가 리안인 줄 알고 찌른 것은 리안의 얼굴을 한 인형이었기 때문이었다.
“흩어져라.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다. 인원을 더 써도 되니까 무조건 찾아내라.”
그 말과 함께 그의 뒤를 따르던 다수의 빌런이 주위로 흩어졌고 집행자 또한 리안을 찾기 위해 아파트를 나와 어딘가로 향했다.
* * *
한편 하준의 기숙사에서.
“스읍- 염병······.”
시간은 이미 해가 진 늦은 저녁 10시였고 막 잠에 들려던 하준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눈을 떴다.
창밖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때문일까?
물론 그것을 포함해 이 늦은 시간에 전화한 누군지 모를 인간 때문일 것이다.
하준은 구겨진 인상으로 늦은 시간에 전화를 건 장본인을 확인했다.
“······?”
그리고 전화를 한 장본인을 본 순간 하준은 의아한 얼굴로 발신인을 바라봤다.
해봤자 시차가 다른 영국의 누군가에게 온 전화일 줄 알았는데 한국의 협회장님의 전화였기 때문이었다.
“이분이 이 시간에 전화할 사람이 아닌데.”
하준은 의아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곧이어 협회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내용을 전해 들은 하준의 얼굴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협회장에게 들은 내용은 인근에서 A급 빌런 둘이 아파트 테러를 저질렀다는 내용이었다.
* * *
“하아! 하아!”
어둑한 밤하늘 아래에 리안은 어딘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목적지는 없었다.
그저 그들을 피해서 조금 더 멀리 달아날 뿐이었다.
“하아! 하아!”
목적지도 없이 계속 달리고 있을 때 리안은 생각하고 있었다.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그러나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도망갈 장소도 없었다.
자신은 영웅에게 노려지는 A급 빌런이며, 연합의 빌런에게도 노려지고 있으니.
“······.”
그렇게 계속 달리고 있을 때 리안의 발의 힘이 점차 풀렸다.
달리는 속도가 서서히 느려지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그녀의 다리는 움직이는 것을 멈추고 제 자리에 섰다.
피할 장소도 없으며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에 도망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영웅과 빌런에게도 노려지고 있는 자신이.
당연히 이레귤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
그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구해주러 오는 것이 더 이상할 테니까.
오히려 그는 이용할 가치가 있어서 자신을 살려뒀을 뿐일 테니까.
“······.”
후웅! 턱-
“생각보다 멀리 못 갔군.”
그때 리안의 뒤에서 집행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다수의 빌런이 나타나 그녀의 주위를 둘러쌌다.
리안은 포기한 듯 초연한 표정으로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후웅! 퍽!
그때 빠르게 접근한 집행자의 주먹이 리안의 몸을 강타했다.
그대로 힘없이 날아간 리안은 벽에 처박혔다.
쿵!
온몸에 삐걱거리며 끔찍한 고통이 전해졌다.
그러나 그런 고통 속에서도 리안은 조금의 신음도 흘리지 않은 채 그저 공허한 눈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빌런을 바라봤다.
아직 소환할 수 있는 인형의 수는 많았다.
아마 몇 분 정도는 놈들을 상대로 버틸 수는 있겠지.
그러나 그러한 발버둥이 의미가 있을 리가 없었다.
도주에 성공한다 해도 그 끝은 좋을 리가 없을 테니까.
배신자의 끝이 좋을 리가 없다는 건 그녀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
리안은 살며시 눈을 감았다.
자신의 최후를 맞이하듯 몸에 힘을 풀며 끝을 기다렸다.
이미 얼굴이 들킨 순간, 그 어디든 도망칠 수 없을 테니.
후웅!
그때였다.
휘몰아친 풍압이 그녀의 머릿결을 흔들었다.
감겨진 눈꺼풀 너머로 희미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직 어둠뿐인 이 장소를 유일하게 밝히는 빛이 그녀의 눈 너머 동공에 비추었다.
무언가 이상을 느낀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일어나고 있는 광경은 많이 봐왔고 익숙한 광경이었다.
후웅!! 투쾅!! 쾅!! 쾅!!
밤하늘 아래 달빛보다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망치를 쥔 소년.
그가 자신을 등 쥔 채 서 있었고 동시에 자신을 노리던 빌런들이 한순간에 날아가 벽에 처박히기 시작했다.
만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이례적인 힘을 가진 소년.
이레귤러.
“안 들킬 거라 자신하더니······.”
“······.”
하준은 뒤돌아서 리안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상점창에서 상급 포션을 구입해 그녀의 몸에 뿌렸다.
그녀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감돌며 사라지기 시작한 상처들.
그러나 그녀의 희망을 잃은 공허한 눈은 하준을 바라보다 천천히 바닥으로 향할 뿐이었다.
인형사가 물었다.
“왜 온 거지.”
“······.”
“어차피 내가 죽어도 상관없잖아.”
힘을 잃은 초연한 말투로 그녀가 물었다.
이제 연기 따위는 할 필요 없으니 그녀는 평소의 말투로 하준에게 물었다.
하준은 잠시 리안을 덤덤한 눈으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너, 어차피 연합에 나오든 말든 상관없는 거 아니었어?”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으니 쉽게 연합을 배신한 인형사다.
아마 딱히 연합에 대한 소속감 따위는 없었겠지.
“······.”
그리고 리안은 침묵으로 긍정했다.
그의 말대로 빌런 연합에 대한 소속감 따위는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딱히 내통 사실이 들켜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달랐다.
“정체를 연합에 들켰어. 아마 도망쳐도 끝까지 쫓아오겠지.”
그녀의 이채 없는 눈동자가 하준을 바라본다.
그리고 하준은 그녀의 눈을 마주하며 잠시 침묵했다.
빌런 연합을 배신하고 A급 빌런으로서 영웅들에게 쫓기는 그녀다.
아마 이대로 도주해도 얼마 못 가 죽겠지.
하준이 말했다.
“너 차라리 그냥 내 편에 붙어서 영웅을 하지?”
그리고 그 말에 처음으로 그녀의 표정에 감정의 변화가 일어났다.
무표정한 얼굴이 하준을 비웃듯 조소했다.
모멸에 가까운 미소였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내 부모님은 영웅에게 죽임당했어. 그것도 빌런을 죽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명분으로. 근데, 나보고 그런 영웅이 되라고?”
리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딴 제안을 한 하준을 향해 분노하듯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재밌는 사실 하나 알려줄까? 영웅도 시민을 죽여. 실수든 혹은 고의든.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구출을 포기하고 죽이는 영웅도 많아.”
많은 영웅을 봐왔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덮기 위해 일부러 구출을 포기한 영웅.
혹은 자신의 기술 오발로 시민을 죽인 영웅.
그러나 대부분의 영웅은 공식적인 사과 없이 모든 것을 빌런의 탓으로 돌려 자신의 실수를 숨길 뿐이었다.
리안은 그저 단순한 한 마디의 사과를 바랐을 뿐인데.
“근데 나보고 그런 영웅이 되라는 거야?”
다시 한번 리안은 하준을 마주 보며 질문했다.
진심으로 묻고 싶었다.
영웅 따위의 족속들이랑 같은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하준은 잠시 리안을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
이어진 당당한 한 마디에 순간 리안의 얼굴이 당황으로 묻어났다.
“그딴 쓰레기들이 영웅이라고?”
“······왜 네가 긍정하는 거야.”
리안의 얼굴에 의문이 묻어 나온다.
그리고 하준은 더욱 찡그린 얼굴로 리안을 향해 말했다.
“너는 내가 그딴 놈들이랑 같아 보이냐?”
하준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반박이었으나.
그 말을 들은 순간, 리안의 눈동자에 이채가 어리기 시작했다.
하준의 한 마디에 리안은 드디어 이해한 것이다.
왜 자신이 그에게 열심히 협력하려고 한 것인지.
‘영웅······.’
이레귤러.
그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 누구도 죽게 놔두지 않았다.
마치 리안이 상상했던 현실 속에서 존재할 수 없는 이상적인 영웅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리안은 차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밤하늘 아래에 그가 너무 찬연해 보였고 어둠에 가려진 자신의 처지가 너무 초라해 보였으니까.
“달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리안은 하준의 말에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치 비교하는 거조차 그에게 무례하다는 듯 그의 말을 성심성의껏 부정했다.
그리고 하준은 그녀의 대답에 피식-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쓰러진 그녀를 일으키기 위해 손을 내밀었고, 고개를 든 리안은 잠시 머뭇거리다 천천히 하준의 손을 맞잡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