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2)
ⓒ 애모르
안나와의 대화가 끝난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약간의 불안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영국 공주의 입에서 나온 약속이다.
자신을 어떻게 보든 상관없으니 이제 관여는 안 하겠지.
“그것보다··········상태창.”
이름 : 김하준
레벨 : 3
직업 : 생도 칭호 : 없음 명성 : 300
생명력 : 13 마력 : 0 힘 : 7 (+1) 민첩 : 7 (+1)
체력 : 12 (+1) 방어력 : 0 마법 저항 : 999(Max) 정신력 : 999(Max)
스킬(skill) : [시간 정지](SSS) [지고한 불굴](SS) {상시 발동 중}
열어본 상태창에는 미약한 변화가 있었다.
일단 쓸데없는 명성이 올랐고 동시에 다른 스탯 또한 미세하게 올랐다.
물론 그렇다해도 막 각성한 초인 혹은 생도가 싸대기를 한 대 후리면 급사할 레벨이란 건 변함이 없지만··········.
그만큼 미약한 수치에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그나마 시간 정지라는 스킬 덕분에 맞을 일은 없을 거다. 나도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죽기는 싫으니 말이다.
일단 대충 상태창을 훑어본 나는 예의의 마하라즈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와··········어떻게 이게 레전더리야?”
드워프의 왕 호스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로키아 아카데미의 세계관에서는 이종족의 이름이 걸린 보구는 등급에 벗어난 ‘유물’로 취급된다.
물론 유물 또한 특정한 등급이 정해져 있지만 보통의 보구와 다르게 등급 이상 혹은 이하의 특성을 가진 보구가 많기 때문이었다.
한데, 내가 보급받은 보구는 아무래도 그 이상인 모양이다.
[파쇄자의 망치 마하라즈]등급 : 레전더리
특성 : {진화} {절대 부서지지 않는 강골} {크기 조절} {무게 조절} {저주 필라텐}
설명 : 드워프의 위대한 왕 호르톤의 망치입니다.
“와우~”
감탄이 절로 나오네.
일단 특성 하나가 저주이긴 하나, 5개나 있는 점부터 레전더리 이상이다.
차례대로 레어가 1, 유니크가 2이며 레전더리부터는 두 개 이상의 특성을 지니는 동시에 특성의 효과로 그 등급이 판별된다.
그리고 내 눈으로 봤을 때는 이 보구는 적어도 에픽 정도의 보구였다.
‘어쩐지 반발 현상이 이상하게 미친 수준이더니.’
적어도 레전더리 수준의 반발 현상은 아니었다.
그 원인이 물론 특성에 있는 거 같지만.
“야.”
나는 마하라즈를 한 손에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이상할 정도의 가벼운 무게에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말해 인마.”
내 말에 응한 것인지 곧이어 마하라즈에서 눈부신 황금빛이 광활하게 퍼져 방 전체에 물들기 시작했다.
곧 빛이 서서히 사라지며 정신을 차렸을 때는 푸른 하늘과 산들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광활한 초원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심상 세계네.’
마하라즈에 붙은 망령의 공간.
아니, 망령이라고 해야 할지 혹은 이 마하라즈 자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를 이곳에 인도한 녀석이 누군지는 알 거 같았다.
나는 잠시 넓은 들판을 둘러보며 걷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람은 진짜 같았고 발을 간지럽히는 잔디밭은 오묘하게 기분 좋은 감각을 전해주었다.
모든 게 진짜 같지만, 가짜인 심상 세계.
나는 그런 공간을 계속해서 걸었고 곧이어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한 여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들판의 중심에 넓적한 바위에 앉아 편안한 미소와 함께 푸른 하늘을 감상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짜고짜 다가가 입을 열었다.
“좋은 말로 할 때 나가라.”
그 말에 하준을 돌아보며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여인, 저주 필라텐이었다.
특성 중 하나인 저주 필라텐.
그녀는 보구에 들러붙은 혹은 이 마하라즈를 지키는 망치의 망령일 것이다.
다만, 좋게 표현해도 저주에 그치지 않는다.
무슨 저주인지는 모르는 하준으로서 성가신 녀석인 건 분명하다.
“나의 집이며 나의 공간이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막상 필라텐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하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짜증이나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필라텐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던 하준은 이내 무언가를 깨달았다.
‘생각보다 얌전하네?’
마하라즈에 손을 대자마자 죽이려 들던 때와 다른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초연한 한숨을 내쉴 뿐.
그녀가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라.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테니··········, 나는 너를 주인으로 인정하겠다.”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나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됐다.
“··········왜?”
처음에는 죽일 듯이 덤벼들더니만.
처맞고 갱생한 건가?
오히려 내가 의문이 깃든 표정으로 필라텐을 바라봤다.
곧이어 필라텐의 말이 이어졌다.
“마력이 없는 천민에게는 저주를, 내가 추구하는 왕의 자질을 갖춘 자는 축복을. 그리고 너는 내게 인정받았다. 마력이 없는 주인이여.”
“내가? 이유가 뭐지?”
“네 기예를 봤을 때 과거의 주인 호르톤이 떠올랐다. 너는 그의 무력과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이상의 이유는 필요 없지.”
아··········그런가?
어쨌든 나한테는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으면 좋았지.
“허나, 나는 너를 정확히 모른다. 그러니 주인이여, 시련을 내리겠다.”
“시련? 뭔 시련?”
“과거 해골의 파쇄자라 불린 호르톤의 내건 조건이다. 첫 번째 시련은 내게 인정받는 것 두 번째는 과거의 주인 호르톤이 부탁한 것이지.”
“··········그래서 두 번째 시련은 뭔데?”
“내게 인정받은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마수를 50마리 죽였더군.”
어? 이거 설마··········?
[전직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마수를 처치하십시오. (50/100)
보상 : 과거 마하라즈의 주인, 드워프의 왕 호스톤의 칭호가 주어집니다.
칭호 : 파쇄자
“50마리를 더 죽이거라.”
“··········.”
웬 갑작스러운 전직 퀘스트인가 했더니 원흉이 이 녀석이었다.
다만, 그리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오히려 나한테는 쉬운 일이다.
다만,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릴 뿐이지.
그리고 필라텐의 말로 한 가지 알 수 있는 사실이 있었다.
‘정지된 세계를 모르나 보네.’
하준이 쥐고 있는 혹은 몸에 닿은 무언가는 시간이 정지된 세상 속에서 움직일 수 있다. 물론 몸에 떨어지는 순간 정지되고 다시 닿아도 돌아오지는 않지만.
그러나 같이 정지된 세계 속에 들어온 에고 필라텐은 눈치를 채지 못한 모양이다.
‘몸은 따라오고 정신은 멈춘다 이건가?’
그다지 좋은 정보는 아니지만 알아둬도 나쁘지는 않은 정보였다.
“어떠냐, 시련에 응하겠나? 포기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
그러다가 갑자기 뇌리에서 무언가 스쳐 지나가는 싸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잠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가도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다가 이내 표정을 풀고 필라텐을 바라봤다.
그렇게 1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필라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두 번째 다음은?”
“무슨 소리지?”
“시련이 총 몇 개야?”
그 말이 은은한 미소를 보이는 필라텐이었다.
그런 필라텐의 미소를 보며 하준은 역시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왕의 이명이 달린 전직 퀘스트치고는 너무도 쉬운 난이도였다.
적어도 다른 캐릭터를 플레이할 때 이런 부류의 퀘스트는 적어도 마수 1000마리는 죽이고 시작할 게 분명하니.
“두 번째가 마지막이 맞다. 다만··········.”
“다만?”
“나머지 50마리는 내가 선정한 마수를 죽이도록 나머지 잡것들을 잡아도 인정하지 않겠다.”
“··········.”
어쩐지 난이도가 심상치 않게 쉽다고 생각했더니.
“보상은?”
“모든 특성을 해금하지.”
“그거뿐?”
“마력 없이 자유롭게 말이다.”
“와우~”
그거참 생각보다 후한 보상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보상일뿐더러 지금 나한테 가장 필요한 보상이기도 했으니.
* * *
다음 날 아침.
넓은 훈련 광장 안에는 특급반의 생도들이 모여 앞선 수업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한의 조회가 시작됐다.
이 한은 훈련장에 모인 생도들을 한 번 둘러보며 출석을 확인한 뒤 앞서 아침 수업에 대해 짧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오전에는 실전 전투 수업이 있겠다.”
이 한의 말에 눈빛을 빛내며 두근거리는 심정을 감추지 않는 생도들이었다.
실전 전투 수업.
소설이나 게임의 아카데미물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왕도를 걷는 전개 중 하나.
빌런과의 대응을 위해 이 로키아 아카데미에서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수업 중 하나였다.
‘드디어 왔네··········.’
다만, 하준의 표정은 벌써 피곤했다.
이쯤 되니 퀘스트가 뭘 내줄지 예상이 갔기 때문이었다.
[메인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대련에서 승리하십시오.
보상 : 300P
추가 보상 : 40 경험치
“호명하는 생도부터 앞으로 나와 원 안으로 들어가도록.”
원이란 바닥에 노란색으로 그려진 둥그런 선을 말하는 것이다.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명의 생도가 원 안으로 돌아가는 순간 반원형의 장막이 작동되며 어떤 부상이라도 곧바로 치료되는 중급 치료 마법이 발동된다.
말 그대로 훈련 중 생도 간의 전투에서 진심을 다해도 아무 문제 없다는 말이었다.
참고로 이 세계에서 중급 치료 마법의 수준이 어느 정도냐면 부러진 뼈는 금방 붙고 떨어진 팔은 금방 치료된다.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상은 어느 정도 감당이 된다는 뜻이었다. 다른 말로는 저 원 안에서 아무리 죽여 팰 정도로 때려도 죽을 수 없다는 말이지만.
“김하준 앞으로.”
하준은 별 말 없이 한숨을 내쉬며 원 안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멍한 눈동자로 상대를 기다렸지만, 상대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하준이 이 한을 바라보니 이 한이 터벅터벅 걸어와 원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준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이 한을 바라봤고 이 한은 대수롭지 않게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뭡니까?”
“시작하기에 앞서 시범을 보이지. 이 원 안에 들어온 순간 상대는 같은 동기가 아닌 빌런이라 생각하고 진심을 다하도록.”
이 한은 하준의 물음을 깔끔히 무시하고 원 바깥에 구경하는 생도들에게 설명했다.
막상 구경하는 생도들은 상황 자체에 무척이나 큰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생도 사이에서도 한시영을 제치고 수석을 한 김하준의 실력을 궁금해하는 생도들도 많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이어진 이 한의 말에 충격을 받은 생도들이었다.
“이 반에서 너를 감당할 녀석은 없는 거 같으니 내가 대신 상대해주마.”
-어, 뭐야? 저게 무슨 말이야?
-그럼 한시영하고 안나보다 강하다는 말이야?
-와··········세상에 진짜야?
“하··········.”
순간 이 한 교관의 말에 짜증이 솟구쳤다.
그걸 왜 쟤들한테 들리게 말하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나는 이내 포기했다.
“기권하면 안 됩니까?”
“시답지 않은 말은 그만두고 자세 잡아라.”
하긴, 메인 퀘스트인 이상 기권하면 강제력이 발동할 테니.
하준은 별수 없이 마하라즈를 쥐었다.
곧이어 마하라즈를 쥔 순간 필라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후훗~ 괜찮은 인간이군. 저 녀석도 시련에 한 마리로 추가하지.
‘지랄하지 마라.’
어딜 범법자로 만들려고.
“자, 그럼 시작하지.”
그 말과 함께 주위에 반원형의 장막이 펼쳐지며 대련이 시작됐다.
이 한은 대련이 시작하자마자 보이지 않는 속도로 4개의 단검을 뽑아 들어 하준에게 투척했다.
처음에는 손대중 할 생각이었지만 자신의 인생 중 가장 많이 목숨을 구한 육감이 말하고 있었다.
눈앞에 생도를 상대할 때는 진심으로 임하라고.
‘괴물 같은 녀석이군··········.’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애초에 육감이 발동한 거 자체가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위기라는 뜻이다.
이 한은 속전속결로 빠르게 끝낼 생각이었지만.
털썩-
먼저 속전속결로 끝난 것은 자신이었다.
‘이건··········.’
한순간 하준의 신형이 사라지고 자신의 발목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문제가 생긴 발목을 바라보니 발목 자체가 이상한 방향으로 비틀려 있었다.
“허어·········, 하하하! 대단하군.”
예상치도 못한 결말에 그 묵묵하기로 유명한 이 한이 박장대소를 했고.
-뭐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하나도 안 보였어.
-아, 아무튼 교관님이 먼저 쓰러진 거 맞지?
그 놀라울 정도로 빠른 신속의 전투를 봤던 생도들은 경악이 섞인 표정으로 김하준과 이 한을 연달아 바라보기 시작했고.
하준은 멍하니 눈앞에 떠오른 두 개의 창을 바라봤다.
[메인 퀘스트]추가 보상 : 40 경험치
[성공!] [보상이 주어집니다.] [메인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이 한 교관한테 인정받으십시오.
(1. 담력 테스트 : 1/1)
(2. 실습수업 : 1/1)
보상 : 200P
[성공!] [보상이 주어집니다.]‘아··········, 그러고 보니 이것도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