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22)
3초
2초
1초
그 말을 들었을 때 3초 동안 하준은 가만히, 그저 황당한 얼굴로 리안을 바라봤다.
그리고 3초의 정적이 지났을 때 하준이 제일 먼저 물어본 것은 집의 안전이었다.
“집은?”
“멀쩡한 거 같은데?”
리안은 한쪽 눈을 감아 부서진 인형의 한쪽 눈과 시야를 연결했다.
공유된 시야 속 광경으로 보았을 때 다행히 집은 멀쩡했다.
문제가 있다면 웬 흰 몸의 떡대가 주거 침입한 주제에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있다는 점이었지만. 더구나 놈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소파가 부서져 바닥에 가라앉았다.
‘어, 음······.’
이걸 말할까? 말까?
말하면 옆에 있는 이레귤러가 성질을 부릴 거 같아 리안은 일단 입을 꾹 다물고 놈의 행동을 지켜봤다.
일단 저 떡대 얼굴은 익숙한 얼굴이었다.
미국 대표적인 빌런 집단 빌란트의 괴물.
‘저 괴물이 왜 저기 있지?’
불사자 바론.
다른 건 몰라도 이 소식은 일단 전해야겠다고 생각한 리안은 하준에게 곧바로 집을 침입한 빌런의 정체를 말했다.
“그놈이라고?”
그리고 집을 침입한 빌런의 정체를 알아낸 하준은 귀찮다는 듯이 미간을 좁혔다.
참 빨리도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협회장이 한국으로 넘어왔다는 정황을 알아냈는데 말이다.
-저······,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
협회장 김정용의 말에 하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할까······.
다행히 집은 부서지지 않은 거 같다만, 놈들과 대치하면 부서질 게 뻔한 상황이었다.
하준은 잠시 생각하다 김정용에게 현 상황을 설명했다.
-버, 벌써 말입니까?
“예, 그러니까······.”
이후 하준은 생각해낸 대책을 설명했고 김정용은 조금 의아해하면서도 수긍하며 대답했다.
“그······, 일단 알겠습니다. 곧바로 게이트 요원을 배치하겠습니다.”
* * *
하준이 협회장 김정용에게 부탁한 건 단순하며 간단한 부탁이었다.
그저 집 바로 앞에 게이트 요원을 배치해 미리 게이트를 열어 달라는 말이었다.
여기서 김정용은 조금 의아해하기는 했지만 일단 하준의 부탁대로 그의 집 바로 앞에 게이트를 열어둔 뒤, 혹시 몰라 인근에 요원들을 배치해둔 상태였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 하준은 홀로 현관문을 열고 당당히 집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귀한 집에 누추한 범죄자가 있네.”
하준의 시선이 거실의 주변을 훑기 시작했다.
리안의 인형이었던 것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으며 소파에는 눈을 감은 여유로운 모습의 한 거인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놈의 거대한 몸무게에 이기지 못하고 내리 앉은 소파는 덤이었다.
하준의 표정이 좋지 않게 구겨지기 시작했다.
“왔군.”
사람의 피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하얀 피부와 근육질로 이루어진 몸.
불사자 바론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하준을 주시하며 서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눈대중으로만 봐도 3미터는 돼 보이는 거대한 몸짓이었다.
그는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으로 하준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이레귤러군.”
그 물음에 하준은 오묘한 표정을 짓다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바라볼 뿐이었다.
주거 침입한 범죄자가 뭐 이리 여유롭고 당당한지.
“네가 레인을 쓰러트렸다고 들었다.”
그는 굵직한 목소리로 하준에게 질문했다.
하준은 그저 놈의 말을 무시하고 주머니를 뒤적여 황금의 망치를 꺼내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곧이어 망치를 본 그가 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서라. 너는 나를 죽이지 못한다.”
그 말에 하준은 행동으로 보여줬다.
후웅!
“?!”
순간 놈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주변의 광경이 아니, 장소가 한순간에 변했기 때문이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인적이 드문 해변이었다.
그곳에서 이레귤러로 보이는 소년은 그저 가만히 망치를 들고 서 있을 뿐이었다.
파캉!!! 후우웅!!!
그 순간, 거대한 굉음과 함께 묵직한 충격이 자신의 가슴을 관통했다.
바론은 미간을 좁힌 채 담담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는 소년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가슴을 향해 시선을 옮기기 시작했다.
자신의 가슴을 중심으로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쿨럭-”
쿨럭- 피를 토하며 그의 거대한 몸이 천천히 앞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쓰러지는 순간 그의 시선이 소년을 향했고 소년은 그저 무감정한 눈동자로 자신이 쓰러져가는 과정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쿵! 프스스-
그의 거대한 몸이 굉음을 울리며 쓰러졌고 사방에 모래가 튀었다.
가슴이 뚫린 바론은 숨을 거둔 듯 아주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으며 그의 가슴에서 흘러내린 피가 모래사장의 모래에 적실 뿐이었다.
그리고 하준은 모래사장에 쓰러진 그를 내려다보다 그의 바로 앞에 앉아서 그가 일어나길 기다렸다.
* * *
김정한, 바르프스, 테르한.
이 세 명이 바론을 따르기로 한 이유는 간단했다.
단순히 바론의 강함 때문이었다.
이 세 명은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과거 S급 빌런 카르톤과 바론의 싸움을 눈으로 직접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막상막하의 싸움 속에서 먼저 포기한 것은 카르톤이었다.
그 누구도 상처 입지 않은 싸움이었으나 카르톤조차 혀를 차며 바론을 죽이는 것을 포기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적어도 바론을 믿고 있었다.
이레귤러를 죽이진 못해도 큰 상처를 입힐 수도 있겠다고, 그리고 그가 절대 패배할 리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 세 명은 어느 장소에서 모여 테르한의 능력으로 이레귤러와 바론의 대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예상 못한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다.
“테르한, 어떻게 된 거야?”
“바론이 사라졌어.”
“그건 알겠는데 어디로 사라졌냐고.”
주황색 곱슬머리에 눈에 붕대를 두른 남자, 테르한의 어빌리티 ‘공유’는 사람을 제외한 각종 동물의 의식과 눈을 공유할 수 있다.
그렇기에 새와 의식을 공유시킨 테르한은 이레귤러와 바론이 대치한 순간까지는 확인할 수 있었으나 그다음 순간, 둘이 사라진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둘이 어디로 사라졌는지까지 예상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테르한이 말했다.
“협회의 요원 중 한 명이 집 바로 근처에 게이트를 열어 놨어. 아마 그곳으로 갔겠지.”
“게이트 너머 장소는 알고 있어?”
“게이트 건너편의 새와 공유해 놨어.”
그 말과 함께 그는 게이트 너머의 새와 시야를 공유 시켰다.
“?!”
그리고 새와 공유된 시선에서 일어난 광경에 그의 입이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떨리는 입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바, 바론이······, 쓰러졌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불사자 바론.
그 괴물이 그저 손도 쓰지 못한 채 가슴에 큰 구멍이 뚫려 쓰러지다니.
그러나 아직 바론이 죽은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저 크게 뚫린 구멍도 곧 있으면 재생되겠지.
테르한은 잠시 곧 일어날 상황을 조용히 지켜봤다.
곧이어 바론의 큰 구멍에 살이 돋아나 매워지며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다음으로 일어난 상황에 테르한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 *
불사자 바론.
하준은 그가 불사자라 불리는 이유를 잘 알고 있기에 차분히 앉아 그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아마 곧 있으면 저 구멍 난 몸이 치료되어 다시 일어날 테니.
“크헉!! 하아! 하아!”
곧이어 바론의 가슴에 난 구멍이 살로 메워지고 놈의 폐가 복구되며 가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하준은 그저 담담히 그가 살아나는 과정을 바라보다 다시 몸을 일으켰다.
“하아! 하아!”
바론은 정신을 되찾은 뒤,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자신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고 자신은 놈에게 패배해 쓰러졌다.
그것이 쓰러지기 직전의 기억이었다.
그리고.
파캉!! 후우웅!!
“크헉!”
되풀이되는 상황이었다.
그 경악이 서린 표정으로 다시 자신의 가슴을 살폈다.
또다시 커다란 구멍이 난 가슴.
그의 몸이 힘을 잃고 다시 앞으로 고꾸라지며 바닥에 털썩- 쓰러지기 시작했다.
하준은 다시 그를 내려다보다 바로 근처의 모래사장에 앉아 그가 다시 몸을 회복하기를 기다렸다.
그때 하준에게 필라텐이 말을 걸어왔다.
-이상한 몸이군. 주인처럼 마력이 느껴지지 않아. 그래서 육체의 강도가 저리 약한 건가?
필라텐의 말대로 놈의 몸에는 마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을 대가로 무한히 회복되는 육체를 얻은 거 같지만 보통의 초인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덕분에 놈의 가슴에 구멍을 뚫는 건 성장한 스탯 덕도 있고,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물론 그것을 커버할 기이한 육체의 변환 능력이 있는 놈이지만, 하준은 놈이 육체를 변환하기 전에 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이대로 계속되면 끝이 안 날 거 같은데 어떻게 할 생각이지?
“포기할 때까지 눕혀놔야지.”
불사자라는 이명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당연히 놈의 능력을 생각해보면 하준이라도 죽이는 건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아마 놈을 죽일 가능성이 있는 캐릭터라면 힘을 각성한 한시영과 레인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둘이 아닌 하준은 단순한 방법을 선택했다.
어차피 여기서 가장 여유로운 건 자신이니.
-슬슬 다시 일어나는군.
그 말에 하준은 다시 마하라즈를 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놈이 다시 의식을 찾는 순간, 다시 마하라즈를 내리칠 뿐이었다.
* * *
2시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배고파진 하준은 시간 정지를 하고 조금 떨어진 인근 슈퍼에서 간단히 먹을 음식을 사고 돌아와 놈이 재생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놈이 몸을 재생하자마자 차분한 어조로 급하게 입을 열었다.
“그만.”
“후르릅······ 응?”
“포기하겠다. 그러니 의미 없는 짓은 그만하지 않겠나.”
스읍- 이제야 말하네.
2시간 정도 시간이 지나니 아무리 하준이라도 좀 슬슬 지겹기는 했다.
하준은 남은 면발을 후르릅- 입 안에 집어넣으며 입을 열었다.
“뒤지려고 빨리 좀 말하지. 말했으면 귀찮게 내리칠 일 없었잖아.”
“네놈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계속 죽이지 않았나.”
그런가?
하준은 묘하게 놈의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놈의 가슴에 구멍을 낸 지 20번 정도 지났을 때 뭔가 말하려고 했던 거 같은데?
“그래서 이제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지? 체포할 건가?”
불사자 바론이 절대 죽지 않는 초인이라는 사실은 미국을 넘어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빌란트라는 조직이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가 용언을 사용하는 레인과 절대 죽지 않는 육신을 가진 초인 바론 때문이니 말이다.
더구나 이놈의 능력상 체포도 불가능하다.
애초에 몸 자체에 마력이 없어 마력 봉인도 불가능하며 하준에게 하도 죽고 쓰러지는 것을 반복해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놈의 능력 중 하나가 육체를 원하는 대로 변형이 가능하니 말이다.
그렇기에 하준이 놈에게 할 경고는 정해져 있었다.
“꺼져. 한국에 다시는 넘어오지 말고.”
불사자 바론.
하준은 놈의 성정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빌런이기는 하나, 흔히 있는 빌런처럼 행동하는 놈은 아니었다.
단순히 자신을 건들지 않는 이상 얌전히 있을 놈이니.
빌런 활동도 유일하게 자신을 죽일 가능성이 있는 레인의 말에 따라 활동해왔던 놈이니 아마 이대로 보내줘도 얌전히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런가······.”
그리고 하준의 말에 놈은 그저 초연한 대답으로 입을 열 뿐이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몸에 묻은 모래를 털고 입을 열었다.
“약속하지. 한국에는 넘어오지 않겠다. 그리고······.”
그 말과 함께 그가 몸을 돌리며 살짝 고개만 돌린 채 말을 이었다.
“히어로 중에 말이 통하는 놈은 네가 처음이군.”
“······?”
“나는 네가 마음에 든다. 영웅이라고는 하나, 융통성이 없는 놈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애초에 너를 만나러 온 것도 단순히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그 말과 함께 그가 다리에 힘을 주었다.
부풀어 오른 다리와 함께 그는 떠나기 전 하준에게 마지막 말을 전했다.
“기회가 있으면 다시 보고 싶군. 이레귤러.”
쿵!
그 말과 함께 놈이 대포처럼 뛰어올랐다.
놈이 허공에 뛰어오른 동시에 공기를 터트리며 바다 너머의 어딘가로 사라졌고 하준은 멍하니 사라져가는 놈을 바라볼 뿐이었다.
“······왜 온 거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