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29)
푸직- 하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눈동자가 그대로 벽으로 날아가 처박히며 짓눌렸다.
순전히 기분이 나빴다.
범죄자 주제에 대화를 요청하는 것도 직접 찾아오지도 않고 눈깔을 보내서 대화를 요청하는 것도 그렇고 그냥 눈깔 자체가 말하는 것도.
물론 저게 아르고의 능력이지만.
여하튼, 이번 에피소드는 아무래도 허탕을 친 모양이다.
보아하니 그 녀석이 직접 찾아온 건 아니니 말이다.
“하······, 돌아갈까.”
하준은 하르나를 들어 올려 등에 업은 뒤 협회에 연락할 준비를 했다.
그래도 현장을 이 상태로 내버려 두고 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협회에 연락하려는 찰나.
“할 얘기가 있습니다, 이레귤러.”
하준의 뒤에서 방금 전 들은 차분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들린 순간 하준의 표정이 성가시다는 듯이 구겨지며 한숨을 쉬었다.
“귀찮네······.”
방금 내 행동으로 대화할 마음이 없다는 건 충분히 알았을 텐데······.
하준은 다시 망치를 쥐었다.
그 모습에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을 뿐이었다.
“들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
그 말에 하준은 잠시 구겨진 인상으로 생각했다.
녀석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하준의 생각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자신도 질문할 것이 있으니 일단 얘기를 들어보는 쪽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하준은 망치를 다시 작게 줄여 주머니에 넣고 눈동자를 바라봤다.
하준의 행동에 의도를 파악한 아르고가 입을 열었다.
“일단 요구하겠습니다. 하르나 루엘. 그 아이를 순순히 넘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에 하준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괜히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대화가 아닌 요구였으니.
하준이 물었다.
“근데 왜 하르나를 죽이려 한 거지?”
“······.”
“너희 목적은 그게 아니잖아. 만물의 아이가 죽으면 너희도 곤란할 텐데?”
제단의 목적.
그걸 생각하면 하르나를 죽이는 것은 말이 안 됐다.
그 행동 자체가 제단의 사상과 상반되는 행동이니 말이다.
그러나 하준의 예상과는 다르게 아르고는 쉽게 답을 가르쳐 줬다.
그것도 평온한 목소리로 아무 문제 없다는 듯이.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계시가 내려왔거든요.”
“계시?”
“예, 신께서는 만물의 아이를 죽이라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에 하준의 미간이 좁혀졌다.
당연히 게임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으니 말이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신께서는 다음 대의 만물의 아이가 나타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르나를 납치하는 걸 포기했다는 거네. 근데 그걸 왜 나한테 알려주지?”
당연히 그녀가 나한테 이 사실을 알려준다고 하여 무언가를 얻는 메리트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유가 궁금하여 물으니 그녀는 갑작스럽게 차가운 어조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이레귤러, 당신에게 경고하기 위해서입니다.”
“경고?”
“신께서는 당신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의미하는 뜻은 결국 신께서 움직인다는 사실이죠.”
“그것도 계시록에 쓰였나?”
“역시······, 당신도 신을 그리고 계시록의 존재를 알고 있었군요. 그렇기에 경고합니다. 당신이 계속 이대로 나온다면 신께서도 당신을 죽이기 위해 움직일 겁니다. 아무리 당신이라도 신을 상대할 수는 없겠죠.”
경고하는 그녀의 말에 하준은 그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하준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모른 채 그녀는 다시 당당히 요구할 뿐이었다.
“그러니 하르나 루엘을 저희에게 넘겨주시길.”
그녀가 그렇게 요구했다.
그러나 하준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놈들의 신앙을 무시할 뿐이었다.
“너희가 믿는 그게 정말 신이라고 생각하냐?”
“······무슨 말이죠?”
“그놈이 진짜 신이라면-”
하준은 다음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저 침묵한 채 노려볼 뿐이었다.
“나를 이미 죽였겠지.”
“······.”
“어떠한 사정으로 나를 죽일 수 없다는 이유가 있다면 그게 신이냐?”
그 말과 함께 하준은 그녀를 비웃듯 조소했다.
그녀도 하준의 말을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부정하고 있겠지.
적어도 그들에게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게 만드는 절대적인 신앙인 존재일 테니.
“당신은 신에 대해 모릅니다.”
“적어도 그 신이라는 놈이 나를 죽일 방법이 있었다면, 하르나를 죽이라는 계시를 내리지 않았겠지. 안 그래?”
“······.”
‘신’이라는 존재를 믿고 제단에 소속된 그들은 모를 것이다.
‘신’의 존재가 무엇인지 그리고 놈의 정체와 목적이 무엇인지, 단순히 계시록을 읽었다 하여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놈들은 단단히 착각하고 있을 것이다.
놈들이 믿는 신은 전지전능한 존재라는 것을.
그러나 적어도 하준은 그 신이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후회할 겁니다.”
그녀가 하준을 노려보며 경고했다.
하준은 그저 비웃음으로 대답하며 다시 마하라즈를 쥘 뿐이었다.
“그 전에 너희들이 죽을 거야.”
“······역시, 신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당신의 생각은 변함이 없나 보군요.”
그 말과 함께 눈동자에서 푸른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으며 총 100개의 눈동자가 하준을 둘러싸듯 허공에 나타났다.
동시에 100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푸른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하준의 시야를 가릴 눈 부신 빛이 주위를 밝히기 시작했으며 그 순간 그녀의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께서는 계시만을 내린 것이 아닙니다, 이레귤러. 계시받은 자들에게 다양한 능력과 보구를 주셨죠.”
그 말과 동시에 하준은 자신의 몸으로 투명한 무언가가 들어오는 듯한 기분 나쁜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치 배를 관통해 물렁한 무언가가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당신이라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그녀의 여유로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것은 하준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준은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 지 알고 있기에 그저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릴 뿐이었다. 그 모습에 아르고가 의문을 품기도 잠시.
어느 순간 하준의 몸으로 투명한 무언가가 완전히 들어왔으며 잠시 뒤.
“아, 아아! 꺄아아악!!”
그녀가 경악스러운 신음을 토하다 소름 끼치는 비명을 내지르며 100개의 눈알이 한순간에 터져나갔다.
* * *
그녀가 보구를 사용해 발동한 능력은 기억 조작이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정신체, 말 그대로 그녀의 분신을 상대의 심상으로 들여보내 무수한 기억 중 하나를 선택하여 소멸 시키는 능력이었다.
그렇기에 아르고는 능력을 사용해 하준의 정신, 정확히 그의 심상 속으로 분신을 들여보낸 상태였다.
그러나 보통의 기억 속 심상과는 많이 달랐다.
평범한 사람의 심상 속은 마치 우주와 같이 넓고 어두운 심상이라면 이 남자의 심상은 주위를 밝게 밝히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르고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이게 대체······.
그 심상 속에서 비눗방울과 같은 투명한 구 형태를 한 기억들이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심상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두둥실 떠다니는 기억 중에 몇 개의 기억을 제외하고는 그 일부가 접근을 불허하듯이 형태가 일그러져 있었다. 마치 자신이라는 존재가 저 기억을 절대 알아서는 안 된다는 듯이 이질적인 기운을 풍기며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하르나의 관한 기억은 눈으로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이 심상 속을 헤엄치듯 떠다니며 그 기억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그때였다.
-······!?
어느 순간 주위를 밝히는 빛이 더욱 밝게 빛나며 그녀의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의 온몸을 무언가가 짓누르기 시작했다.
위험하다고 판단한 그녀는 곧바로 하준의 정신에서 빠져나오려 했으나 상하좌우로 온 사방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그녀의 온몸을 짓누르고 영혼의 형태 자체를 사람의 형태에서 구의 형태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으, 으억!
무어라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입을 열 수 없었다.
밝은 빛이 시야를 가렸으며 온몸을 짓누르는 무언가가 자신의 영혼을 인간의 형태가 아닌 구의 형태로 바꾸어 사람의 형체를 없앴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짓누르는 힘은, 더욱 작게 더더욱 작게 그녀의 몸을 줄이기 위해 온몸을 조이기 시작했다.
손으로 쥘 수 있는 구슬의 크기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하지 못한 채 더욱 작디작은 점의 크기로 왔음에도 완전히 소멸시키려는 듯 더더욱 조이기 시작했다.
그런 형태까지 왔음에도 그녀의 정신은 뚜렷했기에 더 이상 자신이 사람의 형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꼈고 과거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마 그녀에게 입이 있었으면 살려 달라고 소리를 질렀을 것이며 팔과 다리가 있었으며 온몸으로 발버둥을 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공포에 잠식된 마음조차 마음껏 내지를 수 없는 형태까지 왔을 때.
“꺄아아아악!!”
능력이 해제됐다.
정확히는 분신이 다시 그녀의 몸으로 들어와 기억이 공유된 것이다.
그녀는 능력이 해제되자 곧바로 팔과 다리를 더듬으며 멀쩡히 존재하는 몸을 확인했다.
“허억! 허억!”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어빌리티의 반동으로 그녀의 한쪽 눈에서 주르륵- 피눈물이 흐르며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으나 그런 고통보다 방금 전 공유된 미지의 공포에 온몸이 부르르- 떨 뿐이었다.
파지직- 파캉!
동시에 무언가 금이 가며 깨지는 소리에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향했다.
신께서 내려주신 보구.
목걸이에 손가락 크기의 자주색으로 반짝이는 보석이 걸려 있었으나 보석은 산산이 조각나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그 현상에 그녀의 표정이 경악이 서린 표정 그대로 굳어 버렸다.
자신이 믿는 그리고 숭배하는 신이 내린 보구가 그대로 부서져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대, 대체······.”
어떻게······.
공포와 의문이 뒤섞인 말의 끝은 이어지지 못했다.
설마 신이 내려주신 보구가 그의 정신력을 감당하지 못하여 부서진 건가.
그 말도 안 되는 현상에 그녀는 그저 경악한 채 얼어붙은 얼굴로 바닥에 조각나 흩어진 보석을 바라볼 뿐이었다.
* * *
“······?”
아르고의 경악 서린 비명과 함께 100개의 눈동자가 한순간에 터져나간 뒤, 그저 가만히 서 있던 하준은 의아한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
“뭐야?”
의문이 들었다.
스킬인 ‘지고한 불굴’로 인해 어떠한 정신 공격도 통하지 않을 테니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는데 그녀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갑자기 뭐 때문에 저리 소리 지르며 사라졌을까······.
“······돌아갈까.”
뭐, 여기서 더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이곳에 더 있을 이유도 없었다.
하준은 전화하기 귀찮아 간단히 문자로 협회장에게 상황을 알린 뒤 그대로 하르나를 등에 업으며 장소를 빠져나왔다.
* * *
그날 사건 이후 협회장 김정용에게 들어보니, 일단 그때 일어난 습격 사건은 조용히 묻어버린 채 교류 전을 계속 진행한다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이번 경기가 1년에 한 번 개최되는 전 세계 최대의 국제적인 교류 전이니, 교류 전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습격 사건으로 인해 한국의 보안 문제를 가지고 각 나라에서 교류 전 개최지 선정에 관하여 따져 들 수도 있다는 게 이유인 모양이다.
-송구스럽습니다, 하준 생도님. 일단 이번 습격 사건으로 교류 전을 잠시 중지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아무래도 좀 힘들 거 같습니다.
국제적인 교류 전이니 당연히 중지에 관해서는 아무리 협회장이라도 혼자서 결정할 수 없는 사항이었다. 물론 협회장께서는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하면서 그리 말한 거 같지만, 뭐 여러 가지 정치적 문제, 지역 브랜드 그리고 홍보 문제로 반대 의견을 내놓은 웃대가리들이 많다는 모양이다.
하긴 세계적인 교류 전 개최지를 어렵게 얻었으며 동시에 아직 성인 영웅 교류 전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빌런의 습격으로 중지하면 여간 부담이 들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윗대가리들의 의견과 상반되는 의견을 내놓은 김정용이 참어른이시고.
근데 이걸 왜 나한테 죄송하다고 얘기하는지 모르겠다.
하준이 물었다.
“저한테 죄송할 필요는 없는데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결국 이번에도 하준 생도님이 해결해주시지 않았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신문이나 여러 언론사에 알리고 싶은 내용인데 말입니다.
그 말에 하준은 어이가 없어 입을 벌렸다.
이 아저씨는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