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48)
제149화
#148
리암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복잡한 표정으로 메마른 세수를 할 뿐이었다.
그 모습에 레인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굳이 대답을 듣지 않아도 답은 알았으니.
물론 대답을 들어도 듣지 않아도 자신이 할 행동은 변하지 않을 테니.
* * *
리암이 잠든 것을 확인한 레인은 그저 밖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나 빌어먹게도 저 거대한 나무가 밤하늘을 가려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때 창 하나가 두둥실 떠오르더니 레인의 옆으로 날아왔다.
레인은 그 창을 바라보며 눈을 좁혔고 입을 열었다.
“뭐지.”
-그런가……, 내가 다 아는 기운과 냄새가 뒤섞여 있는 것이 이상했다. 너는 하르슨의 핏줄이었군.
“나를 기억하는 거냐?”
-모습이 너무 바뀌어 못 알아봤다. 네가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군.
레인은 잠시 담담한 표정으로 미르테인을 바라봤다.
미르테인은 그런 레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용왕 레아논. 그분을 품었군.
“……그래.”
-그분의 힘을 이어받았으면서 왜 나를 가지려는 거지?
“할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런가…….
“미르테인.”
레인은 좁혀진 눈으로 미르테인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리암을 선택한 거냐.”
-……아니, 네 생각대로 리암이 나를 선택했고 나는 받아들였다. 하나, 그런 건 상관없다.
“무슨 말이지?”
-나는 지금 네 마음을 알고 있다. 나를 하르슨의 유품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그 말에 레인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저 가늘게 뜬 눈으로 미르테인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런 레인을 향해 미르테인이 말을 이었다.
-인간의 감정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네가 보는 그대로 나는 인간이 아니니.
“너를 물건이라 생각해서 불쾌하나?”
-아니. 나는 보구다. 그저 특별하여 생각할 수 있고, 말 할 수 있는 보구지. 네 말대로 어디까지나 물건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마음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부정할 생각은 없다. 나는 약속의 중대함을 잘 알고 있으니.
“약속?”
레인은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미르테인을 바라봤다.
그러한 레인을 향해 미르테인이 대답했다.
-하르슨이 마지막 순간에 부탁하더군. 너를 지켜 달라고.
“……그런가.”
그 말에 레인은 잠시 침묵했다.
말없이 시선을 돌려 그저 공허한 숲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레인을 향해 미르테인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리암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지.
“……그게 무슨 말이지?”
-하르슨은 너를 지켜 달라고 부탁했지만, 나는 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마음을. 하르슨은 네가 안전하기를 바랐다.
그 말에 레인의 고개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바닥을 바라보고 있던 레인의 입꼬리가 옅게 올라갔다.
마치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듯.
그리고 그런 레인을 향해 미르테인의 말이 이어졌다.
그 말이 이어질수록 레인의 눈동자가 살며시 떨리기 시작했다.
-네가 초인으로 각성하지 않기를 바랐으며 빌런들과 싸우지 않기를 바랐고, 던전 같은 위험한 곳에 들어가지 않기를 바랐다.
레인의 고개가 천천히 들어 올려진다.
그녀가 크게 떠져 흔들리는 눈동자가 미르테인을 향한다.
-그는 너의 무사를 바랬다.
“…….”
-그것이 내가 리암을 선택한 이유다. 너를 선택했다면 너는 어쩔 수 없이 누군가와 싸우게 될 테니.
그 말을 마지막으로 레인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조용한 침묵이 찾아왔을 때 미르테인은 조용히 리암의 곁으로 돌아갈 뿐이었다.
그런 미르테인을 레인이 붙잡듯 부르며 물었다.
“미르테인.”
-뭐지?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는 마지막에 어떤 생각을 하셨지?”
-…….
그 말에 미르테인은 그저 멍하니 레인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 뿐이었다.
-굳이 묻지 않아도 네가 잘 알 거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미르테인은 리암의 곁으로 돌아갔다.
곧이어 주위를 밝혀주던 모닥불의 옅은 불이 꺼지며 어둑한 적막이 찾아왔다.
* * *
다음 날 아침.
레인과 리암은 다시 멸지를 빠져나오기 위해 움직였다.
다만, 리암은 여전히 무언가를 생각하듯 팔짱을 끼고 고민하는 듯한 눈치였다.
“음…….”
신음을 흘리며 미간을 좁히고 답답하다는 듯이 무언가를 생각한다.
그러다가 푹 한숨을 내쉬더니 홀가분하게 옅은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고민의 시간이 짧아 언뜻 가벼워 보일 수 있겠지만 역시 이 판단이 맞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 미르테인이 조용히 리암에게 말을 걸었다.
-좀 더 심중히 생각해라 리암.
“심중히 생각했어.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낫다고 생각해.”
-그리 가볍게 판단할 게 아니다.
“가볍게 보이는 거뿐이야.”
리암은 씨익- 미소 지으며 미르테인을 보고 말을 이었다.
“나는 진지하거든.”
-하…….
그 말과 함께 리암은 뒤돌아섰다.
그대로 뒤에 서 있던 레인에게 다가갔다.
“뭐지?”
다만, 레인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리암이 다가간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뒤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 그때.
레인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봐, 달려라.”
그 말과 함께 갑작스럽게 앞으로 달리기 시작한 레인이었다.
“어, 어? 뭐야?”
그 모습에 의아해했던 리암은 일단 레인의 말대로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대로 옆으로 다가가 나란히 달리며 레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뒤에 마력이 안 느껴지나?”
“마력?”
느껴지기는 느껴졌다.
어제와 다르지 않게 그들의 뒤쪽에서는 거대한 마력이 넘실거리고 있었으니.
그렇기에 마력이 느껴지는 반대쪽으로 걷고 있던 거니까.
그런 리암의 의아한 반응에 레인이 설명을 덧붙였다.
“마력의 기운이 멀어지지 않아.”
“잠깐……, 설마?!”
“저 마력을 내뿜는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
그 말에 리암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디까지나 던전이 내뿜는 마력의 기운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저 마력을 내뿜는 존재는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뜻이었다.
상황을 파악한 리암은 그대로 레인의 말대로 다급하게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탁! 탁!
땅을 박차며 빠르게 달렸음에도 저 마력의 기운은 멀어질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속도에 맞춰 점점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이런…….
그때 레인의 귓가에 레아논의 용언이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서는 난처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쿠쿠쿠쿵!!
그리고 상황이 일어났다.
뒤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굉음과 흔들리는 지면.
뒤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 순간 거대한 흙더미들이 리암과 레인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곧장 더 흙더미에 파묻히겠다고 생각한 리암은 곧바로 레인의 팔을 잡고 미르테인에 올라탔다.
그대로 거대한 흙의 파도를 피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흙의 파도를 피해 거대한 나무를 넘어 더 높은 하늘로 날아왔을 때 둘은 큰 변화를 눈치챌 수 있었다.
쿠쿵! 쿵!
굉음을 울리는 적란운이 모여들며 하늘의 태양을 가렸다.
허공을 비행하던 거대한 괴조의 무리가 무언가를 두려워하며 어느 한 방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리암과 레인은 괴조들이 도망친 반대 방향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거대한 흙더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말도 안 돼…….”
“…….”
리암의 입이 크게 벌렸으며 레인은 으득- 이를 갈았다.
거대한 산이 움직이고 있었다.
정확히 짐승의 형태를 한 거대한 산.
몸 전체가 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곳곳에 나무와 풀이 무성히 자란 짐승.
그 짐작할 수 없는 거대한 크기의 괴수가 고요히 바닥을 울리며 리암과 레인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쿵! 쿵!
‘저건 대체 뭐지?’
레인이 레아논에게 물었다.
이제는 굳이 마력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리암의 손을 놓고 용화를 하여 하늘을 날았다.
레아논은 그런 레인의 물음에 답했다.
-요정 왕 바헬르시아…….
쿵! 쿵!
괴수가 한 발짝 발을 내딛을수록 우거진 숲의 나무들이 무너져 내린다.
곧이어 괴수의 몸에서 방금 전 느꼈던 농후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마력은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진한 녹색을 띠고 있었으며 그것이 곧 주변의 현상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사아아…….
주변의 흙들이 산처럼 솟아올라 리암과 레인을 뒤덮듯 덮쳐왔다.
솟아오른 흙에서 나무와 꽃, 잔디, 덩굴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광경 자체는 아름다웠으나 둘은 본능적으로 그 현상이 위험하다는 것을 판단했다.
후웅!!
리암과 레인은 곧바로 자신들을 덮쳐오는 흙들을 피하기 위해 더욱 높게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그러나 그보다도 먼저 거대한 흙이 리암과 레인이 도주하려는 하늘을 가려 둘을 뒤덮었으며, 결국 반원형의 흙더미에 갇히게 된 둘이었다.
어둑한 장막 속.
지면과 천장의 무수한 꽃들이 피어올랐고 그 꽃들에서 작은 입자가 두둥실 떠올라 주변을 밝혀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러한 광경 속에서도 레인은 조금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것은 리암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자신들을 향해 무언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이 농후한 마력의 주인.
그것이 여유롭게 날아올라 천천히 둘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레아논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천천히 여유로운 날갯짓으로 리암과 레인을 향해 다가왔다.
창백한 푸른 피부와 등에서 거대한 나비의 날개가 돋아난 기이한 모습의 여인.
그것이 천천히 리암과 레인의 코앞까지 다가왔음에도 둘은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죽음 자체가 다가오는 듯한 기분이었으니.
“그런가……, 네가 레아논의 계약자구나?”
요정 왕 바헬르시아.
그녀가 여유롭게 레인의 코앞에 다가가 미소 짓기 시작했다.
현혹될 정도의 아름다운 미소로 손을 뻗어 레인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 순간 정신을 번뜩인 레인이었다.
꽈악! 빠드득-
“넌 뭐냐?”
레인은 자신의 뺨을 어루만진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녀의 팔이 레인의 우악스러운 힘에 소름 돋는 뼈 소리를 내며 기이한 방향으로 비틀리고 꺾였다.
그럼에도 그녀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그녀가 말을 이었다.
“인간의 왕이 너는 살려두라고 했던가? 한데 곤란하군.”
서서히 그녀의 미소가 크게 벌어진다.
사악하고 간악한 미소를 보이며 바헬르시아가 말을 이었다.
“나는 살려둘 생각이 없는데.”
그 말과 함께 바헬르시아는 반대편 손을 레인에게 뻗었다.
“5명의 왕 중 한 명이 더욱 강한 힘을 가지면 안 되거든. 균형이 무너질 수 있으니까.”
사라락!
그 순간 그녀의 손에서 무수한 줄기가 솟아나 레인을 꿰뚫듯 쇄도했다.
쿵!
“크윽!”
그대로 쇄도하는 줄기에 밀려 주변을 뒤덮은 흙에 처박힌 레인이었다.
곧이어 벽에서부터 넝쿨들이 솟아나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했다.
그 순간 리암이 곧장 레인을 향해 날아와 미르테인으로 넝쿨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야! 정신 차려!”
“큭!”
“꿰뚫을 생각이었는데……, 그래도 레아논의 계약자라 이건가?”
후웅!
그 말과 함께 어느 순간 리암의 앞에 도착한 여인이었다.
“한데, 왕들의 자리에 불순물이 껴 있구나.”
아까와는 여유로운 미소와 다른 험악한 인상을 보이는 바헬르시아.
그녀가 어느 순간 손을 뻗었고 리암의 목을 잡은 채 힘을 주기 시작했다.
후웅!
그러한 상황 속 리암은 곧바로 반응했다.
미르테인을 이용해 그녀의 팔을 잘랐으며 그 손아귀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양팔이 꺾이고 잘려 나갔음에도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차라락-
천장의 줄기들이 내려와 그녀의 부서진 양팔을 감싸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줄기가 뚝 끊기며 그녀의 양팔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곳에 모든 것이 나다.”
바헬르시아가 말했다.
자연 그 자체의 몸을 가진 요정 왕.
그녀가 마력을 뿜어내며 둘을 위압하기 시작했다.
“반항하지 마라. 적의를 드러내지 말고 순순히 항복하라. 그리하면 이 내가 편안한 안식을 줄 테니. 그럼에도 반항한다면.”
그 말과 동시에 천장을 포함한 온 사방의 벽에서 거대한 줄기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사방의 줄기가 리암과 레인을 향했으며 바헬르시아의 말이 이어졌다.
“죽음보다 두려운 고통을 주마.”
후우웅!!
* * *
“이봐, 움직일 수 있나?”
“윽!”
리암은 울컥- 피를 토하며 복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피가 새어 나오는 복부.
안 좋은 곳을 꿰뚫었는지 피는 계속 새어 나오며 정신이 점차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하…….”
리암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면을 포함한 천장, 말 그대로 사방에서 솟아난 줄기에 대응하여 막아냈지만 아쉽게도 전부 막아낼 수는 없었다.
방심한 탓에 좋지 않은 곳이 꿰뚫렸으니.
과연 이곳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멸지에서의 탈출할 수는 있을까?
“후…….”
리암은 잠시 호흡을 진정시키며 다시 미르테인을 꽉 쥐었다.
그래도 죽기 전에 발악 한 번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온몸에 힘을 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무것도 안 하고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적어도 발버둥은 치다 죽을 생각이었다.
리암은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와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괴물을 노려봤다.
다시 창을 꽉 쥐고 자세를 잡았다.
“그걸 맞고도 살아 있다니, 신기한 인간이군.”
그 말과 함께 그녀의 양손에서 거대한 넝쿨이 솟아올라 꿈틀거린다.
그녀의 온몸에서 마력이 흘러나와 주변을 가득 메웠으며 동시에 천장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줄기들이 솟아올라 리암과 레인을 뒤덮듯 감싸온다.
“어디까지 움직이는지 한 번 볼까?”
그 말과 함께 그녀가 잔혹한 미소를 짓는 순간.
-아아아!!
그때였다.
미르테인이 갑작스럽게 소리친 것은.
리암의 시선이 미르테인을 향했다.
무언가에 동요한 듯이 갑작스럽게 부르르- 떨리기 시작한 미르테인이었다.
-그분이다!
“무슨 소리야?”
리암이 의문스럽게 물었다.
그러나 미르테인은 리암의 목소리를 못 들은 듯, 마치 감격한 듯이 혹은 찬양하듯이 울음을 토해낼 뿐이었다.
-그분이 오셨다!
그때였다.
-쿠오오오오!!
귀를 찢는 듯한 거대한 짐승을 울부짖음이 들렸다.
명백히 이 공간의 밖, 외부에서 들려온 거대한 울음소리였다.
마치 고통에 찬 단말마와 함께 쿠쿠쿵!! 거대한 무언가가 쓰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으며 지면을 울리는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쿠쿠쿵!! 쿵!!
상황이 벌어진 순간, 바헬르시아의 여유롭던 미소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표정이 점차 당황스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공간 외부에 자리를 지키고 있던 자신의 수하.
그 거대한 생명체가 한순간에 생명력을 잃고 절명한 것이다.
곧이어 그녀는 눈치챌 수 있었다.
바깥에서 자신과 동등한 마력을 가진 무언가가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그 순간, 이 넓은 공간에 변화가 일어났다.
사아아…….
공간 내부를 뒤덮었던 모든 식물들이 말라비틀어지며 시들어간다.
그 주변을 가득 메운 입자가 사라져 어두운 적막이 이어졌다.
“이건 대체……?!”
쿵! 쩌저적- 쿵!! 쩌저적!!
동시에 굉음과 함께 바헬르시아가 바라보고 있던 흙의 벽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그 단단한 흙의 벽을 내리치고 있던 것이다.
균열이 일어난 사이로 황금의 빛이 일렁이며 솟아올라 주변을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콰쾅! 쿠쿠쿵!!
결국 힘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흙의 벽.
그 벽 사이로 찬란한 황금빛을 뿜어내는 소년이 천천히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소년이 쥐고 있는 망치에서 형용할 수 없는 마력이 뿜어져 나와 어둑한 주변을 밝게 비추기 시작했다.
[여기 있었군.]소년이 말했다.
마치 여러 명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한 위압감을 가진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소년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공포에.
“아! 아아아!!”
그리고 다른 사람이 아닌 보구는 감격과 존경을 담은 목소리로 소년을 찬양하였다.
-아아! 왕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