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53)
제154화
#153
다음 날 아침.
로키아 아카데미의 훈련용 강당 내부에 50명 정도의 생도가 모여 있었다.
모두 하급, 중급반에 소속된 생도로 이번에 있을 반 등급 재심사를 보기 위해 강당에 모인 것이다.
그리고 강당 단상의 뒤편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던 이 한 교관은 팔짱을 끼고 미간을 찌푸리며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참 많이도 신청했군.”
“그러게요.”
그의 말에 옆에 서 있던 하준이 대답했다.
특급 반의 담임이니 당연히 특급 반에 관한 심사도 그가 맡아서 해왔는데, 오랫동안 아카데미의 교관을 맡으면서 이 정도로 많은 생도가 특급 반에 재심사를 요청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긴, 내가 봐도 참 이상한 광경이긴 했다.
“뭐 어쨌든. 정말로 교장 선생님이 그러라고 시켰더냐?”
“예, 일단 그렇게 진행하라는데요.”
“대부분 아이들이 반발할 수도 있을 거다.”
“어차피 저놈들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장한 건 아니잖아요.”
“흠……, 그래, 뭐 일단 준비해둬라. 이제 곧 재심사를 시작할 테니까.”
“예.”
그 말과 함께 하준은 빠드득- 어깨를 돌리며 몸을 풀었다.
곧이어 무대의 뒤편에서 나와 단상으로 다가간 이 한 교관이 마이크를 쥐고 아이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 주목! 이제부터 등급 재심사 평가를 진행하겠다.”
그 말과 함께 아이들의 시선이 이 한 교관을 향했다.
한데, 하나 같이 긴장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생도가 대부분이었다. 아마 어렵지 않게 이번 심사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는 거겠지.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 한 교관이 말을 이었다.
“평가 방식을 설명하겠다.”
그 말과 함께 하준이 무대 뒤편에서 나와 이 한 교관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아이들의 자신감 넘치던 표정이 삽시간으로 굳어갔다.
하나 같이 쟤가 왜 저기서 나오지? 라는 표정이었다.
아무리 반이 다른 하급, 중급반 소속 아이들이라도 저 소년의 정체를 모를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로키아 아카데미에서 가장 유명한 언터처블이 저놈이었으니.
“쟤가 왜 저기서 나와?”
“그, 그러게?”
“에이 아니지, 아닐 거야…….”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이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한 아이들의 생각이 맞다는 듯이 이 한 교관이 설명을 이어 나갔다.
“평가 방법은 간단하다. 특급 반 소속 김하준 생도와 1대1 대련에서 승리할 시 곧바로 특급 반으로 승급이 이루어질 거다.”
그리고 이 한 교관의 이어진 말에 아이들 모두가 입을 벌리며 경악한 얼굴로 단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참 황당하면서도 어이없는 평가 방식에 할 말을 잃은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반발하는 아이들이 몇몇 존재했다.
“말도 안 돼요!”
“말이야 간단하지!”
“원래 평가 방식대로 해야죠! 하루 전에 갑자기 평가 방식을 바꾸는 게 어딨어요!”
역시나라고 해야 할까……, 생도들의 반발은 심했다.
하긴, 나라도 저놈을 상대로 이길 거 같지가 않은데 저놈들은 오죽할까.
물론 그런 점을 포함해서 솔직히 평가 방식 자체가 너무 단순하여 문제가 많이 있긴 했다.
그 점을 이해하고 있던 이 한 교관은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런 이 한 교관을 향해 하준이 조용히 귓가에 속삭였다.
“원래 평가 방식이 뭐예요?”
“내 마력의 압력을 버티고 무력 면에서 간단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방식이었다.”
“음……, 그럼 이렇게 바꾸죠.”
“어떻게 말이냐?”
“1대1 말고 5명씩 조를 짜서 저를 상대하는 걸로 바꾸죠. 5명 중 한 명이라도 제 몸에 손이 닿으면 합격하는 걸로요.”
“거기서 거기 아니냐?”
이 한 교관은 과거 특급 반에서 이루어진 가상 빌런 대책 훈련을 떠올렸다.
분명 그때도 이놈한테 메리트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특급 반의 유망한 인재들이 분투하지 않았는가. 솔직히 조건을 바꿔도 저놈들이 성공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 미심쩍은 얼굴을 한 이 한 교관에게 하준이 재차 설명했다.
“어차피 쟤들이 납득하기만 하면 되잖아요.”
“뭐, 그렇긴 하다만, 흠…….”
그 말에 이 한 교관은 잠시 팔짱을 끼고 고민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저놈들이 납득만 한다면 평가를 속행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뭐, 이놈도 생각이 있을 테니.’
결국 이 한 교관은 하준이 정한 규칙을 아이들에게 다시 설명했고 곧이어 아이들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일단은 납득하여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5 대 1 다구리로 옷깃에 손만 닿아도 합격이라니 나름 가능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자 그럼 5명씩 모여 조를 짜도록. 곧바로 평가를 시작하겠다.”
이 한 교관의 말에 아이들이 부랴부랴 움직이며 급하게 조를 짜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가 다 짜진 상태에서 드디어 반 등급 재심사 평가가 시작됐다.
* * *
노란색 선으로 이루어진 원형의 대련장.
그 대련장 앞에서 하준은 목과 어깨를 돌리며 몸을 풀었고 5명은 왠지 모르게 하준을 바라보며 기고만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감이 넘친다고 해야 할까?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알겠지? 작전대로 하자고.”
“정말 괜찮을까?”
“걱정하지 마, 상급반 애들로 시험해서 확인해 봤잖아.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쟤 몸 터치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거야.”
그 말에 하준의 입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저놈들이었구나?’
아무래도 상급반 애들한테 싸움 건 애들이 저놈들인 모양이다.
물론 애들끼리 좀 싸울 수도 있지만, 도를 조금 심하게 넘은 정도로 팼다고 그랬나?
그리고 쟤들 말하는 걸 들어보니 아무래도 힘을 확인해 보려고 일부러 시비를 건 모양이다. 난 또 상급반 애들이 하급반 애들 놀려서 보복한 줄 알았는데.
‘그럼 마음 놓고 팰 수 있겠네.’
그렇게 하준이 마음 놓고 몸을 풀고 있을 때, 이 한 교관이 웬 목검 여러 자루가 꽂힌 트레일러를 끌고 하준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 한 교관은 트레일러에 꽂힌 목검 한 자루를 하준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되겠나?”
“예, 충분해요.”
그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이었다.
설마 보구 대신 목검을 쓴다는 건가?
그걸 이해한 순간 5명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감돌기 시작했다.
이유야 단순히 자신들은 보구 사용을 허락받았으니 말이다.
보구를 상대로 목검을 사용하다니, 너무 자신들을 만만하게 보는 행동이 아닌가?
그렇게 만만하게 생각하다 당한 것이 상급반의 생도였으니 하준 또한 같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 아이들이었다.
그렇게 몇 분 뒤, 이 한 교관의 말과 함께 드디어 평가 대련이 시작됐다.
“자, 그럼 이제부터 평가 대련을 시작하겠다.”
그 말과 함께 하준과 선두 조인 5명의 생도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련장 내부로 들어왔다. 설마 목검을 상대로 보구를 들고 있는 자신들이 지겠는가?
암만 봐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떡 하니 보였다.
“준비!”
이 한 교관의 말과 함께 아이들 모두가 전투 자세를 취했다.
하준은 대충 목검을 어깨에 걸친 채 덤덤한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서로가 준비를 끝냈을 때 이 한 교관이 대련의 시작을 알렸다.
“시작!”
그 말과 동시에.
타탁! 후웅!
5명의 아이들의 신형이 빠르게 움직였다.
아무리 봐도 하급반으로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그들은 빠르게 바닥을 박차며 하준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여전히 반응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 있는 하준이었다.
그 모습에 5명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감돌았다.
아무리 김하준이라도 자신들의 속도에 반응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내가 먼저 간다!”
그 말과 함께 선두로 달리고 있던 생도가 단검을 쥐고 하준을 향해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대로 자세를 낮춰 하준의 발목을 노리고 횡 베기를 하려는 순간.
빠각! 후우웅!
“““……?”””
4명의 생도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 올랐다.
방금 뭐가 어떻게 된 거지?
4명이 본 장면은 분명 먼저 땅을 박차고 달려들던 팀원 한 명이 그대로 무언가에 얻어맞고 매가리 없이 위로 날아오른 것이었다.
너무 통쾌할 정도로 시원하게 날아가서 4명은 잠시 달리던 것을 멈추고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후우웅! 털썩-
그렇게 하늘 높이 날아가 다시 땅으로 추락한 생도.
그나마 신체가 강화되어 고통은 없었는지 바닥에 쓰러진 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만 들어 하준을 바라보는 생도였다.
곧이어 다른 4명의 시선 또한 하준을 향했다.
그리고 하준의 손에 들린 목검을 확인했을 때 쟤가 뭘 맞고 저리 날아간 것인지는 알 수 있었다. 거기다 왜 여러 개의 목검을 준비했는지도.
하준의 손에 쥐어진 목검은 부러져 있었으니 말이다.
하준은 자연스럽게 트레일러에 목검 하나를 더 꺼냈다.
후웅! 팍!
곧이어 목검을 꺼내자마자 하준의 신형이 사라졌다.
어느 순간 사라진 하준은 바닥에 엎드려 있는 생도의 앞에 서 있었고 짜증스러운 얼굴로 목검을 위로 지켜 들어 온몸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후웅! 퍽!
“교관님이!”
“아악!!”
후웅! 퍽!
“X으로 보이냐!”
“으악! 자, 잠깐!”
후웅! 퍽!
“기껏 빌런과 싸우는 법을 가르쳤더니!”
“아! 자, 잠깐 그만! 그만!”
후웅 퍽! 빠각!!
“동기끼리 쌈박질이나 하고 자빠졌어! 누구는 개고생하고 있는데.”
“아악! 팔이! 팔이!!”
참으로 신명 나게 사람 한 명 잡을 생각으로 온몸을 후려치는 하준이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나머지 4명의 얼굴은 시퍼렇게 물들기 시작했다.
분명 목검 따위로 내리쳐봤자 아프지 않을 게 분명한데 맞고 있는 동기의 얼굴이 너무도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목검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얻어맞고 있던 생도의 팔에서 무언가 부러지는 소름 돋는 소리가 나고 고통에 게거품을 물고 기절하고 나서야, 구타를 멈춘 하준이었다.
곧이어 하준의 시선이 나머지 4명의 생도를 향했다.
그 시선이 향한 순간, 주춤 한 걸음 뒤로 물러서기 시작한 아이들이었다.
하준은 시간 정지를 하고 트레일러에 다가가 새로운 목검을 꺼낸 뒤, 어느 순간 4명의 뒤를 잡은 채 입을 열었다.
“니들도 일러와.”
일단 현재 아카데미의 교장인 리엘라가 이놈들 좀 교정시켜 달라고 했으니 나름 열심히 교정해줄 생각이었다.
* * *
“허……·.”
이 한 교관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애들을 패고 다니는 하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입은 벌어진 채, 할 말을 잃은 듯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어색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니, 애들 좀 평가하라고 맡겨 놨더니 왜 반죽음을 만들어 놓는지…….
그리고 그러한 하준의 행보에 대련을 구경하고 있던 애들의 얼굴이 점차 시퍼렇게 물들기 시작했다.
“저, 저런 걸 어떻게 상대하라고.”
“포, 포기할래.”
그러한 하준의 행보가 하준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기 시작했다.
몇몇 아이들이 뒈지게 맞는 모습을 보고 평가 자체를 포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괜찮은 결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애초에 저놈들 불합격 시키는 게 하준의 목적이었으니.
“어우, 시원하네.”
그렇게 1조 전원을 전부 패고 난 뒤, 하준은 대련장을 나와 이 한 교관을 향해 다가갔다.
그런 하준을 향해 이 한 교관이 입을 열었다.
“김하준.”
“예?”
“쟤들은 왜 저렇게 만든 거냐?”
이 한 교관은 대련장에 기절한 채 바닥에 쓰러진 아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말에 하준은 대수롭지 않게 태평히 대답할 뿐이었다.
“교관님들이 기껏 고생해서 가르쳤는데 그걸로 쌈박질이나 하는 게 짜증 나서요.”
“허, 참…….”
참 듣기 좋은 태평한 말에 할 말을 잃은 이 한 교관이었다.
이놈 백퍼 거짓말하고 있다.
아마 애들 팰 때 마지막에 나온 말이 진심이지 않을까?
이 한 교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음 조를 바라봤다.
참고로 하준이 두들겨 패는 것을 보고 도망친 놈들 덕분에 한 조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