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58)
제159화
#158
후우웅! 흠칫-
‘그, 그놈이다! 살아 있었어!’
인간의 왕.
차분히 눈을 감고 있던 그의 눈동자가 희번덕 뜨였다.
그는 몸을 흠칫 떨었다.
마력의 파장이 자신의 몸을 훑고 지나가며 그에게 어떠한 경고를 남겼기 때문이었다.
마치 무수한 뼈들이 자신의 몸을 옭아매는 감각.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한 파장의 주인.
그는 이 마력을 모를 수가 없었다.
“파쇄자…….”
파쇄자.
가장 위대한 왕들의 왕이자, 파쇄의 마력의 주인.
그의 존재를 느낀 인간의 왕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너는 여전하구나.’
놈의 힘이 느껴졌다.
전성기에 버금가는 힘을 온전히 되찾은 마력.
으득- 그가 이를 갈았다.
‘여전히 괴물 같은 힘이군.’
그는 과거를 떠올렸다.
무수한 전장의 선두에 선 노장.
그의 파괴적인 무용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의 자신으로는 절대 상대할 수 없는 그의 힘을 떠올리며 몸을 흠칫- 떨었다.
그때였다.
그의 앞에 한 인영이 나타난 것은.
허공에 투명한 무언가가 일렁이더니 모습을 드러냈다.
세간에 말소자라 불리는 S급 빌런 윤희안이었다.
“돌아왔나.”
“……나, 나는 포기하겠다.”
그가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공포에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러한 모습에도 인간의 왕은 그저 고요히 되물을 뿐이었다.
“왜지?”
“노, 놈은 규격 외의 존재다.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야.”
“그런가……, 네놈들은 인간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들었는데 말이지.”
그 말과 함께 나머지 두 명의 S급 빌런 스모크맨과 광인 신도현을 바라보는 그였다.
스모크맨과 신도현은 말소자의 반응에 무덤덤하게 혀를 찰 뿐이었다.
그 모습에 말소자가 발끈하며 입을 열었다.
“네놈들은 겪어보지 못해서 모르는 거다! 그놈을 한 번이라도 본다면 생각을 달리 할 거다!”
그는 방금 전 겪은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계단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존재의 기운.
그것이 다가온 순간 자신은 죽음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하잘것없이 지나칠 뿐이었다.
마치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네, 네가 무어라 말해도 나는 빠지겠다. 네놈이 준 힘을 가져가든 말든 알아서 해라.”
“……알겠다.”
그 말과 함께 인간의 왕은 말소자에게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후우웅!
“자, 잠깐! 크허억!”
그의 몸에서 마력이 빠져나와 인간의 왕의 손에 모여들었다.
마력뿐만 아니라 마치 생기마저 빨아들인 듯이 말소자의 몸이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눈동자에 생기를 잃고 털썩- 바닥에 쓰러진 그였다.
그 모습에 순간 나머지 스모크맨과 광인의 눈동자가 굳어지기 시작했다.
“네놈들도 포기할 거냐?”
인간의 왕이 스모크맨과 광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물음에 둘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오직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할 뿐이었다.
‘인간들 중에서 가장 강하다고 들었는데……, 역시 이 정도인가?’
나름 강한 놈들만 모여 있다고 들었는데 이 정도 수준일 줄이야.
물론 예외인 인간도 있었다.
‘카르톤이라고 했나?’
이 땅에 존재하는 강한 인간 중 하나.
그를 한 번 만나본 적은 있었다.
이들과 달리 확실히 다른 규격을 자랑하는 존재였으니.
그러한 거친 존재는 힘으로도 굴복할 수 없는 존재다.
다행히 목적이 엇비슷하였으니 놔두었지만.
‘그렇다 하여도 준비가 필요하겠군.’
이대로는 안 된다.
그리 생각한 그는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휘저은 허공에 공간이 찢어지며 게이트가 열렸다.
“다음 명령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라.”
그는 그 말을 남긴 채 게이트 너머로 사라지며 속으로 생각했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아직 자신의 힘으로는 그를 감당할 수 없을 테니.
* * *
위험하다.
필라텐은 그리 생각했다.
자신의 잠을 억지로 깨운 왕께서 현재 힘을 감당하지 못한 채 폭주하려는 기미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파아앙!!
하준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황금의 마력.
그 마력이 하준의 분노를 대변하듯 그의 몸을 맴돌며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던 필라텐은 다급히 하준을 향해 소리쳤다.
-왕이시여, 부디 진정하시길!
그에게 닿지 않을 것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다급히 말릴 수밖에 없었다.
-당신을 분노케 한 작자는 사라졌습니다. 화를 누그러트리십시오! 부디!
필라텐은 현재 하준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
파쇄의 힘, 그 내면의 분노에 잠식되어 가는 과정이라는 걸.
처음에는 왕을 분노케 한 원인을 제거하여 분노를 누그러트리려 했으나 그녀의 예상을 벗어나 파쇄의 마력은 더더욱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필라텐은 다급해졌다.
파쇄의 힘, 그 분노에 사로잡힌 자의 말로를 알고 있기에.
그녀는 다급히 하준을 향해 소리쳤다.
-파쇄의 힘에 사로잡혀서는……?!
그 순간 필라텐의 눈동자가 희번덕 뜨였다.
-이럴 수가…….
필라텐은 경악이 섞인 신음을 토해냈다.
솔직히 그녀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었다.
파쇄의 힘에 사로잡혀 폭주를 일으킬 징조를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후에 일어난 현상은 그녀의 예상과는 달랐다.
‘잠잠해지고 있어…….’
방금 전까지 폭주를 일으키려 했던 마력이 점차 잠잠해졌다.
고요히 그저 하준의 몸 주변을 맴돌 뿐이었다.
이러한 현상에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새로운 왕께서 무엇을 하였는지 눈치챘기에.
-파쇄의 힘을, 제어하다니…….
자신의 새로운 왕이 파쇄의 마력을 온전히 제어했다는 것이다.
‘대체 어떻게……?’
필라텐은 자신에게 의문을 던졌다.
이것이 과연 가능할 일인가?
그러한 생각을 했을 때.
‘필라텐.’
하준은 그녀를 부르며 차분히 눈을 감았다.
그대로 내면의 심상 세계로 들어가 그녀와 마주 보았다.
수많은 해골이 세상을 이룬 공간.
필라텐은 하준을 향해 정중히 무릎을 꿇으며 입을 열었다.
-예, 왕이시여.
“네가 왜 잠들었는지 알 거 같다.”
쿠쿠쿵!
하준의 중심으로 뼈들이 솟아올랐다.
그것이 한 왕좌의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하준은 그 왕좌의 앉아 권태로운 눈으로 필라텐을 내려다보았다.
곧이어 하준의 말이 이어졌다.
“고맙다.”
-……!?
그 말에 흠칫 놀란 필라텐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하준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잠시 벙찐 표정으로 하준을 바라봤다.
그 권태로운 눈동자와 다르게 하준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힘의 일부를 나누어 네가 감당하려고 했겠지.”
하준은 필라텐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녀의 몸에 하준과 비슷하나 옅은 황금의 마력이 맴도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힘을 온전히 제어하니 알 수 있었다.
확실히 평범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무거운 감정이었다.
속에서 무언가가 끓어 올라 형용할 수 없는 분노를 자아냈다.
모든 것을 파쇄하며 부수고 싶다는 욕망이 흘러나왔었다.
그리고 필라텐은 이러한 감정을 반으로 나누려 했던 것이겠지.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서.
“하지만 이제 괜찮다.”
-그것이 무슨-.
“네가 감당할 필요는 없다. 이미 확인은 끝났으니까.”
그 말과 함께 하준은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그녀의 몸에 흐르는 황금의 마력이 흘러나와 하준의 손을 타고 몸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러한 모습에 그녀가 경악하기도 잠시.
하준의 몸으로 흡수된 마력이 고요히 맴돌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필라텐의 입이 멍하니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가 온전히 파쇄의 마력을 제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왕이시여…….
그녀는 놀라움의 눈동자로 하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가 힘의 일부를 다시 가져갔음에도 온전히 제어하고 있는 모습에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이지?
그가 왕으로 선택받기는 했으나 어디까지나 인간이었다.
이러한 짓을 가능케 하려면 인간의 범위를 벗어난, 말 그대로 압도적인 정신력의 소유자만이 가능한 일일 터인데.
그러한 의문이 든 순간.
‘그런가…….’
그녀의 고개가 점차 가라앉으며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자신이 쓸데없는 고민을 했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었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자신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왕께서는 이미 인간의 범위를 벗어난 정신력을 가지고 계신다.’
그것이 정답이었다.
거창한 이유가 아닌 그가 파쇄의 힘을 제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의문이 해소되니 가슴 속에 무언가 간질거리는 감정이 치솟았다.
감격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가 자신의 노고를 알아주어 감사 인사를 전하니 신하로서 감격할 수밖에 없었으니.
필라텐의 눈동자에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감격에 찬 눈물을 흘리며 판단했다.
지금은 오히려 걱정보다는 찬양하는 것이 신화의 도리이리라.
그녀가 정중히 하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파쇄의 힘을 제어한 것에 경축드리옵니다.
그 말에 하준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다시 표정을 굳힌 하준이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놈한테서 사안에게 느꼈던 마력이 느껴졌다.”
-인간의 왕, 그자의 마력일 것입니다.
그 말에 하준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갔다.
하준이 필라텐에게 물었다.
“그놈의 위치는?”
-이미 이 땅에서 벗어난 듯 보입니다.
“쥐새끼처럼 도망친 건가?”
하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짓거리를 벌인 원흉은 따로 있었으니.
“찾아내면 죽이겠다, 필라텐. 네가 그리고 전 주인인 호르톤이 원하는 대로.”
-저는 그저 왕의 명대로 따를 뿐입니다.
과거 필라텐이 말한 왕이라는 존재들.
그 당시 필라텐이 말해주었을 때는 별생각이 없었으나 이번 사태로 달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놈의 위치를 찾으면 말해라.”
그 말에 필라텐은 정중히 하준을 향해 대답할 뿐이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며칠 뒤.
전 영웅 협회의 협회장이자 현 국회의원인 한태환 의원의 영결식 현장.
그 영결식 현장에 하준과 리엘라 그리고 현 협회장인 김정용이 와있었다.
남겨진 유족들은 비공개로 조촐히 이루어질 것을 원하여 유족들을 제외하고 조문객으로 온 사람은 하준과 리엘라, 그리고 김정용밖에 없었다.
“너무 상심하지 말 거라, 얘야.”
리엘라가 하준을 향해 말했다.
하준은 배려가 담긴 리엘라의 말에 무어라 대답하지 않은 채 침묵했다.
“너는 최선을 다했단다.”
“…….”
“적어도 네 잘못이 아니란다.”
그 말에 하준은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준의 고개가 천천히 아래로 숙여졌다.
그러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김정용이 입을 열었다.
“하준 생도님.”
김정용은 고개를 숙인 채 하준을 착잡한 표정과 함께 입을 열었다.
“이번 테러는 저로 인해 일어난 테러입니다. 하준 생도님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
“오히려 제가 죄스러울 따름입니다.”
그 말에도 하준은 그저 가라앉은 표정으로 그의 영정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한 중년 남자가 하준을 향해 다가왔다.
한태환의 아들인 한태안이었다.
그는 하준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김하준 생도님……, 맞으십니까?”
“예, 맞아요.”
그 말에 그의 입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그는 잠시 하준을 마주 보다 떨리는 입술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준 생도님이 이레귤러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가시기 전에 아버지가 하준 생도님의 얘기를 많이 해주셨으니까요.”
“…….”
“고개를 들어주세요, 영웅님. 영웅님은 고개를 숙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말에 하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 보았다.
“아버지께서는 이레귤러님의 팬이셨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만나서 얘기를 해보고 싶어 했습니다. 그 소원을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가 천천히 하준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말……, 크흡- 정말 감사합니다. 저를 대신해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켜주셔서.”
그가 하준의 손을 맞잡았다.
그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참았던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을 이었다.
“아버지의 복수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크흑! 감사합니다.”
가족을 잃은 유족의 마음을 하준은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하준은 그저 침통한 얼굴로 그의 손을 맞잡아주며 기다릴 뿐이었다.
그때 한태안의 친척들이 다가와 그를 조심스럽게 데려갔다
그는 멀어지면서도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하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그런 하준을 향해 김정용 협회장이 입을 열었다.
“하준 생도님께 감사하고 있는 분들은 많습니다. S급 빌런이 과거에 저지른 테러로 인해 목숨을 잃은 분들은 많으니까요. 그러니 너무 죄책감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준 생도님은 그들을 대신하여 옳은 일을 해주신 영웅이니까요.”
“…….”
잠시 그의 말을 듣고 있던 하준은 천천히 걸어가 그의 영정 앞에 섰다.
차분히 미소 짓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손에 쥔 꽃을 영정 앞에 놓으며 눈을 감았다.
‘편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