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64)
제164화
#163
“이 꼬맹이가…….”
하준은 으득- 이를 갈았다.
그녀의 말에 그리고 자신의 앞에서 사라진 그녀의 모습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그녀가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을.
“필라텐.”
하준이 필라텐을 불렀다.
그러나 필라텐은 난처하다는 듯이 대답할 뿐이었다.
-송구합니다. 제 감각으로도 그녀의 위치를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그 말에 하준의 표정이 더없이 구겨졌다.
필라텐의 감각으로도 그녀의 위치를 찾을 수 없는 이유는 그녀가 룬어의 힘을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상상 속 현상을 현실에 일으키는 힘.
만약 그녀가 자신이 찾아주지 않기를 바란 것이라면 아무리 하준이라도 그녀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쯧-”
하준은 성가시다는 듯이 혀를 찼다.
기어코 하르나가 홀로 복수하려는 생각이 눈에 훤했다.
손에 피를 묻힐 정도로 강한 의지를 가진 녀석도 아닌 주제에.
“하르나의 위치를 찾으면 말해.”
-알겠습니다.
* * *
하르나 루엘이 사라진 지 2주일이 흘렀다.
그러한 상황 속 하르나의 에피소드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말 그대로 최종 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소문 속 ‘신’의 실체, 신은 존재한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꿈속의 신, 다수의 경험자가 증언하기를…….] [신종교 ‘구원교’의 탄생. 실존하는 신을 믿는 종교 집단은…….]불과 이주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신’ 그놈이 사람들의 꿈에 간섭하여 소원을 이루었고, 어느 순간 그 신을 믿는 신자들이 대거 늘어나며 하나의 종교 단체를 만들었다.
게임 속에서 보아왔던 ‘구원교’라는 종교 단체였다.
그러한 종교 단체에 큰 위협은 없었으나 하준은 ‘믿음’이라는 현상이 놈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해 놈은 지금 예전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최종 보스에 걸맞게 성장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 속 하준은 어느 고층 빌딩 옥상에서 고요히 바람을 쐬며 주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단순히 하르나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였다.
필라텐의 말대로라면 이러한 높은 곳에서 그녀의 위치를 감지하는 것이 더욱 정확할 테니 말이다.
그때, 무언가를 느낀 하준이 미간을 좁혔다.
누군가가 다가온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 놈을 바라본다.
-현실에서는 처음인가?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르나 루엘과 비슷한 모습을 한 소녀.
신이 미소 지으며 하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녀가 선택한 길이야. 네가 나설 게 아니지.
그 말에 하준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이제는 꿈이 아닌 현실에서까지 구현이 가능한 몸.
사람들의 ‘믿음’이 놈의 존재를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 가능한 현상이었다.
놈은 지금 마지막 엔딩에 걸맞는 최종 보스로 성장한 상태였다.
하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가 하르나에게 사실을 말했냐?”
-맞아, 그녀의 소원을 들어줬지.
“왜지?”
하준으로서는 당연한 의문이었다.
그녀가 복수할 대상은 제단이고 당연히 신에게 좋지 않을 상황일 테니 말이다.
그러한 질문에 신은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신이 말했다.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지언정 거짓을 들어줄 수 없으니까. 그녀가 말했거든. 할아버지가 아닌 가족을 보고 싶다고 그리고 사실을 안 그녀는 복수하고 싶다고 말했지. 나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줬을 뿐이야.
그래서 그런 거였나?
놈이 말한 대로 놈의 ‘전지전능’이라는 권능에는 제약이 있다.
첫 번째로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지언정, 거짓을 들어줄 수 없으며 두 번째로 소원을 비는 존재가 있어야 놈의 그 말도 안 되는 권능이 힘을 발휘하니 말이다.
저놈은 사람들이 신에게 바라는 소망과 믿음으로 탄생한 존재이다.
만약 사람들의 소원을 거짓으로 들어준다면 결국 놈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존재의 소멸까지 이어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제단이 사라져도 상관없다는 건가?”
그 물음에 그녀는 그저 미소 지을 뿐이었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으나 굳이 대답을 들을 필요는 없었다.
전에 나와의 대화에서도 제단을 쉽게 내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으니 말이다.
-제단은 소멸해도 마땅해. 애초에 나를 신앙하기 전부터 악에 속한 자들이니까. 그리고 더는 필요 없는 존재들이야.
그녀의 말대로 새로운 종교 단체인 ‘구원교’의 사람들이 놈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었다.
그녀가 하르나의 소원을 손쉽게 들어준 이유이기도 했다.
아마 놈은 제단이 사라지든 말든 이제는 상관없다는 뜻이겠지.
자신을 ‘신’이라 알리는 놈의 목적인 말 그대로 절대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 세계의 유일한 신.
제단이라는 신자들이 필요 없어도 본연의 힘이 전지전능하며 절대적인 존재.
그렇기에 놈은 위험했다.
놈의 ‘권능’에 제약이 사라지는 순간이 진정한 신이 되는 순간이며, 결국 게임 오버가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후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게임 오버인 이상 좋지 않은 미래일 것이 분명했다.
-포기해, 이제는 네가 감당할 수 없어.
그녀가 말했다.
누군가가 본다면 다정하고 인자해 보일 법한 미소를 지으며 하준을 향해 말을 이었다.
-수천수만 명의 사람들이 나의 존재를 믿고 있어. 결국 이 끝은 나의 존재를 더욱 확고히 할 거야.
“…….”
그 말에도 하준은 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제 알고 싶은 것은 다 알았으니 굳이 놈과 대화를 나눌 필요는 없었다.
그저 무시하며 하준은 하던 일을 계속하였다.
-너는 절대 나를 막을 수 없어. 하르나 루엘, 그 아이가 드디어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거든.
그녀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하준을 향해 말한다.
사람들의 믿음으로 인해 자신의 권능은 더욱 성장할 것이며 하르나 루엘, 그 아이를 손에 넣는다면 제약 없이 권능을 사용할 수 있을 터이니.
하준이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라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신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하준이 갑작스럽게 피식- 비웃은 것은.
동시에 하준의 마력이 고요히 몸에서 피어올랐다.
아우라처럼 몸 주위를 일렁이기 시작한 황금의 마력.
그 모습에 그녀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녀가 하준을 향해 물었다.
-뭐가 우스운 거지?
[너는 순수하기에 어리석다.]-뭐?
[내가 너를 두려워하는 거 같나?]-…….
놈은 착각하고 있었다.
제단의 빌런이 아무리 날뛰어도, 자신을 ‘신’이라 착각하는 악마 따위가 더욱 힘을 성장시켜도 하준은 감당할 자신이 있었다.
다시 말해 하준은 놈을 성가시다고 느끼고는 있지만 위협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더구나 놈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놈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기에 순수하고 그렇기에 어리석다.
놈은 룬어의 힘을 너무도 얕보고 있었다.
[너를 믿는 사람들이 수백만 명이든 네 힘의 제약이 사라져 완전한 신이 되든 상관없다.]하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
[너는 무조건 죽는다. 내 손이든 아니면 하르나의 손에든.]하준은 확고하게 단언했다.
하준은 진심으로 신이 죽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신이 진정한 힘을 깨우치는 순간에도 하준은 신의 죽음을 확신하고 있던 것이다.
어째서 그는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인지 신은 순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확신하는 거야?
신이 하준을 향해 물었다.
당연히 하준은 확신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 하르나 루엘 (82%)
하르나 루엘의 에피소드 진행률.
이 상황 속에서도 진행률은 천천히 오르고 있었다.
띵-
● 하르나 루엘 (84%)
그리고 하준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단순하나 확실한 이유였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배드 엔딩으로 향하는 길이라면 진행률이 오를 리가 없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하르나는 천천히 엔딩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하준은 자신할 수 있었다.
비록, 이후의 미래는 예상할 수 없지만 결국에는 하르나가 원하는 엔딩으로 향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자신이 조금 그녀의 복수를 거들어줘도 되겠지.
나로 인해 크게 뒤틀린 미래이니.
후웅!
하준의 몸에서 마력이 용솟음쳤다.
그렇게 거대한 현상을 일으킨 마력이 고요히 작아지며 축소되고 하준의 몸 전체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것이 원형의 파장을 일으키며 주변으로 뻗어나갔다.
사아아아!
의지가 담긴 마력의 파장.
그것이 하준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뻗어나갔다.
하준은 그녀가 오기 전부터 아니 몇 주 전부터 이러한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룬어로 자신의 존재를 감췄다고 하지만 아주 조금의 빈틈을 발견한 순간, 그녀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하준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설마?!
그 현상을 계속 지켜보고 있던 신의 표정이 순간 당황으로 일그러진다.
고요했던 눈동자가 동요를 일으키며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한 신을 향해 하준이 말했다.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나?]그 말과 함께 하준이 마하라즈를 쥐었다.
[지금부터 보여주겠다.]후웅!
그 말과 함께 한순간에 사라진 하준의 신형.
그것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던 신은 으득- 이빨을 갈며 사라졌다.
* * *
신전의 기둥이 무수히 세워진 어둑한 공간이었다.
그러한 공간 속에서 하르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뚝- 뚝-
하르나의 손을 타고 붉은 선혈이 바닥에 뚝- 뚝- 떨어진다.
주위에는 제단의 사제로 보이는 빌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
하르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자신에게 이토록 강함 힘이 있었는데.
왜 자신은 어리석게도 당해 온 건지…….
후웅!
아카데미를 나오고 하준의 곁을 떠난 뒤, 계속해서 느껴지는 마력의 파장.
하르나는 고스란히 그 기운을 느끼며 다시 자신의 존재를 감췄다.
이 기운이 하준이 보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하준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하준에게는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하준은 계속해서 자신을 지켜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이제는 아니다.
자신이 해결해야 할 일이니.
뚜벅- 뚜벅-
그때였다.
정면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
누군가 하르나를 향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르나는 다시 룬어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다가오는 누군가에게 손을 뻗으려 했었으나-
“오랜만이구나, 얘야.”
들려온 목소리에 하르나의 눈동자가 크게 떨려왔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이미 죽었을 게 분명한데.
곧이어 그림자에 감춰진 그가 한발 더욱 다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잘 지냈느냐?”
제하르.
자신의 할아버지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아…….”
그를 맞이한 순간 하르나의 입가가 부르르 떨려왔다.
그가 살아있는 것이 믿기지 않은 것도 그렇지만 느껴져야 할 복수심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감정 속에 오로지 두려움과 의문만이 생겨날 뿐이었다.
그럼에도 하르나는 으득- 이를 악물며 다시 복수심을 되새긴다.
그러한 모습에 그가 가라앉은 얼굴로 하르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표정을 보아하니 전부 알게 됐나 보구나.”
“……정말, 할아버지가 그랬어요?”
하르나가 애써 감정을 삭이고 그에게 물었다.
그 질문에 그는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그래.”
“왜요……, 대체 왜 그랬어요.”
왜 자신에게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인지 하르나는 제하르에게 물었다.
그 질문에 제하르가 하르나를 정직히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그 힘에 선택받았기 때문이란다.”
“고작……, 그런 이유예요?”
“고작이 아니란다. 그 힘은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으니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평온했으며 여전히 예전과 똑같은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음이 아팠다.
칼로 수백 번을 찔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고작…….”
하르나의 몸에서 룬어의 기운이 솟아올랐다.
슬픔에 잠긴 그녀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흐르는 눈물 사이로 그녀의 일그러진 헛웃음을 내비쳤다.
“고작 그딴 이유로 엄마, 아빠를 죽인 거예요?”
그 물음에 제하르는 그저 고요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 순간.
“―――――!”
그녀는 괴성을 내지르며 제하르에게 손을 뻗었다.
공간 전체가 크게 일렁이고 뒤흔들며 룬어로 발현된 현상을 일으켰다.
주변의 벽들이 천장을 지탱하는 기둥들이 모든 게 그녀의 의지에 따라 제하르를 압축하고 축소 시켜 짓누르기 위해 그를 향해 덮쳐 왔다.
그러나.
사아아…….
모든 사물이 원 상태로 복구됐다.
들어 올린 손을 천천히 내리며 결국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결국 할아버지를 죽이지 못했다.
지금도 자신을 가장 아프게 하는 할아버지와의 추억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것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사리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가슴이 조여 오는 듯이 너무도 아파 왔다.
그녀의 고개가 점차 아래로 숙여졌다.
자신이 멍청하고 어리석어 그토록 원하는 복수도 못 하는 머저리라고 뇌까리며.
그러한 상황 속.
후웅!
다시 한번 파장이 전해져 왔다.
하준이 일으키는 마력의 파장.
그 순간 하르나의 눈동자가 번뜩- 뜨였다.
이번만큼은 하준의 파장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력의 파장에 감지된 순간.
턱- 하고 누군가의 손이 하르나의 머리 위로 얹어졌다.
하르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 손의 주인을 바라봤다.
그곳에 하준이 담담히 하르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혼자 복수한다고 뛰쳐나가더니 결국 이 꼴이잖아.”
“…….”
“그래서 개운하냐?”
그 물음 하르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괴로웠다.
마음이 너무 아파 왔으니까.
하준은 그런 하르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힘들면 부탁해, 도와줄 테니까.”
그 대답에 하르나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려왔다.
몸이 떨려왔다.
하준의 말이 그녀를 망설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다음으로 이어진 말에.
“혼자 감당할 필요는 없어.”
하르나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새어 나왔다.
목구멍이 콱 막힌 울음을 토해내며 하염없이 눈물이 새어 나왔다. 볼을 타고 바닥에 뚝- 뚝- 떨어지는 눈물을 흘리며 그녀가 애절하게 하준에게 부탁했다.
“도와줘……, 하준아.”
“…….”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하준은 담담히 그녀의 부탁에 대답했다.
“그래.”
그저 하준이 개인적으로 바라는 상황이 있었다.
하르나 루엘이라는 소녀가 게임 속과 같은 고통을 겪는 흐름을 바꿀 수는 없어도.
하준은 조금이라도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금방 끝날 거다.]그녀가 바라는 소망을 이루어주기 위해.
하준의 몸에서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듯 황금의 마력이 거세게 피어올라 휘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