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70)
제170화
#169
후우웅!! 투캉!!
고요한 해변, 그곳 모래사장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후우우웅!!
하준의 망치에 맞은 오르곤의 신형이 저 멀리 모래사장을 구르며 날아갔다.
그 순간 다시 날아가는 방향의 반대편에서 충격이 전해진 오르곤이었다.
“크헉!”
오르곤은 반응할 수가 없었다.
놈의 공격은 기이할 정도로 이상했다.
단순히 빠르다고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이미 놈의 신형이 보인 순간 자신의 몸에 원인 불명의 충격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의 상황이었다.
투캉!
“크악!”
반면 하준도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파쇄의 마력.
모든 것을 파괴하는 하준의 마력이 놈의 방대한 마력에 가로막혀 그저 충격밖에 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놈의 마력은 방대하였고 그렇기에 농밀했다.
파쇄의 마력을 상쇄시키는 것은 아니나, 놈의 방대한 마력이 계속해서 하준의 마력을 떨쳐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시간문제였다.
그것이 하준에게 있어 성가시고 귀찮았을 뿐.
“어디까지 버티는지 한 번 해보자.”
하준의 망치가 다시 휘둘러졌다.
다만, 이번에는 놈의 신형이 모래사장 아래로 내리박힐 일은 없었다.
허공에 떠오른 상태에서 이리저리 튕겨 나가 좌우 사방으로 셀 수 없는 충격이 전해졌으니 말이다.
그 상태로 놈은 속수무책으로 사방으로 튕겨지며 당할 뿐이었다.
그때였다.
파직-
“?!”
“…….”
순간 하준의 눈에 보인 아주 작은 충격의 흔적.
놈의 복부에 옅은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한 상황 속 오르곤의 눈동자가 크게 떨리기 시작했을 때, 반대로 하준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적어도 왕이라 불릴 만한 내구력을 가졌으나 이 끝도 없는 충격에 버틸 정도로 강대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준은 놈의 복부를 향해 다시 망치를 휘두르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크아아악! 네놈!!”
놈이 갑작스럽게 절규하기 시작했다.
놈의 절규와 함께 하준은 발을 멈추어 설 수밖에 없었다.
놈의 절규가 하준의 움직임을 막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놈의 끝도 없는 방대한 마력이 일순간 크게 요동치며 주변으로 뻗어나갔기 때문이었다.
“…….”
곧이어 일어난 광경의 하준의 눈매가 좁혀졌다.
놈의 방대한 마력이 주변에 방출되며 어떠한 현상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모래사장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하늘의 뇌운이 몰려와 주변을 어둡게 만들었다.
파지직-
번개가 내리치는 공간 속.
하준은 어느 순간 드넓은 대해에 빠져 있었다.
‘이건…….’
-왕이시여, 놈의 심상 세계입니다.
그때 필라텐이 말했다.
그 말에 하준의 미간이 좁혀졌다.
심상 세계.
말 그대로 놈의 심상에만 존재해야 할 공간이 현실에 구현됐다는 말이었다.
단순히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심상 세계라는 게 현실에 구현이 가능한 거였어?”
-송구스러우나 왕께서도 과거 한 번 심상 세계를 현실에 구현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말에 물에 빠진 채 여유롭게 곰곰이 생각하는 하준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랬던 적이 있던 거 같기도 했다.
주체 못 할 분노에 빠져 사독을 죽였을 때 감각.
마치 심상 세계에 존재해야 할 공간이 현실에 구현된 듯한 감각을 느꼈으니.
-그때 당시에 왕께서는 불안정한 심상 세계를 구현하셨습니다. 하나, 지금의 왕이시라면 가능하실 겁니다.
그 말에 하준은 그때의 감정을 되새기기 시작했다.
주체 못 할 분노, 파쇄의 마력에 휩싸이던 감정을 되새겼다.
그때였다.
어인의 왕 오르곤.
그녀가 바닷속 거대한 용의 형상을 띤 괴수의 머리에 올라타 바다 위로 높게 솟아오른 것은.
더구나 수면 위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또 다른 해수의 무리를 볼 수 있었다.
그 종류는 다양했다.
족히 직경 40m를 넘을 듯한 거대한 크기의 용의 형태를 띤 해수부터 팔다리가 있는 시뻘건 눈을 가진 물고기 머리의 해수까지.
다양한 해수가 위협적인 마력을 뿜어내며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그러한 상황 속.
힘을 개방한 오르곤이 있는 힘껏 해수들을 향해 명령했다.
“놈을 죽여라! 절대 살려둬서는 안 된다!”
그 해수의 수는 대략 200 혹은 300을 넘어설 정도로 많았다.
발을 짚을 땅이 없는 대해 속.
원래라면 하준에게 있어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었으나.
하준은 그저 고요히 그때의 감각을 되새길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하준의 몸에서 황금의 마력이 뿜어져 나와 거대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러한 상황 속 하준의 고요히 감겼던 눈이 번뜩 뜨였다.
황금색의 마력으로 일렁이는 눈동자.
[대충 알겠다.]그때 느꼈던 감각.
한 번 구현한 적이 있으니 두 번째 또한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법은 없었다.
하준은 그대로 시간 정지를 발동했다.
동시에 발판으로 삼을 거대한 해수의 머리 위로 올라탄 하준이였다.
파아앙!!
하준의 몸에서 거대한 마력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한순간에 터트린 하준은 고요히 발판으로 삼은 해수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그 순간.
후우웅!!
하준의 발판이 되었던 용의 형태를 띤 해수가 한순간에 살이 사그라지며 뼈만을 남긴 채 절명했다.
그 방대한 기운이 주변으로 뻗어나가 수면 위에 떠 오른 해수들의 몸에 큰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무어라 단말마도 지르지 못한 채 순식간에 뼈로 변한 해수들.
동시에 주변의 대해들이 사라지며 오직 뼈로만 이루어진 공간이 구현됐다.
“?!”
그러한 상황 속 오르곤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대체 어떻게 인간 따위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호르톤의 힘을 이어받은 인간이라도 이리 온전히 힘을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주변에 일어난 광경이 현상이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놈이 한순간에 자신의 심상 세계를 집어삼킨 것이다.
“고작 그 정도 마력으로 어떻게 내 심상 세계를…….”
그녀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마력이 눈앞의 인간의 마력량을 압도한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자신의 심상 세계가 집어삼켜진 것이다.
그녀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그저 경악하고 있을 때.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얀 로브를 둘러 몸을 가린 여인.
그 여인을 본 순간 오르곤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이곳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여인이 눈앞에 멀쩡히 있었기 때문이었다.
“필라텐! 네가 어떻게! 그때 호르톤과 함께 죽었던 것이 아니었단 말이냐!”
그러한 말에 필라텐은 고요히 하준의 옆에 선 채 오르곤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필라텐은 그녀의 말에 분노한 듯 입을 열었다.
“어인의 왕, 오르곤.”
필라텐이 어인의 왕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가소롭기 그지없다. 진정 파쇄의 마력이 네놈의 마력과 격이 동등하다 생각한 것이냐.”
아무리 마력의 양에 거대한 차이가 있어도.
마력의 격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필라텐은 분노했다.
저 가소롭기 짝이 없는 존재가 왕의 마력을 넘볼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감히 어인의 심상 세계가 왕의 세계를 넘볼 수 있다고 생각했나?”
“네놈! 이 망자 따위가!”
그러한 말을 내뱉은 필라텐을 향해 오르곤은 분노하며 아우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놈이 분노하여 필라텐을 향해 소리친 순간.
하준의 신형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후웅! 투캉!
한순간에 오르곤의 코앞에 도달한 하준이 놈을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그대로 저 멀리 뼈로 이루어진 바닥을 구르며 날아가는 오르곤이었다.
동시에 하준이 날아가는 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바닥에서 솟아오른 뼈로 이루어진 손이 날아가는 오르곤의 신형을 붙잡았고 하준이 뻗은 손을 움켜쥔 순간, 오르곤의 사지를 붙잡은 뼈의 손들이 하준의 코앞으로 오르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알 거 같군.]어느 정도 심상 세계의 사용 방법을 알 거 같았다.
이 세계는 단순히 마음속에서만 존재하는 세계가 아닌 모양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세계가 아닌 왕의 세계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그러한 이유일 테니.
“훌륭하십니다. 왕이시여.”
그 모습에 필라텐이 보기 드문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하준은 피식- 웃으며 필라텐에게 물었다.
[이놈을 어떻게 하고 싶지?]그 물음에 순간 필라텐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이제는 왕이 된 그가 자신에게 의견을 물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뜻을 이해한 필라텐의 입가에 작게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새로운 주인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의견을 존중한다는 사실을 눈치챘기에.
그렇기에 필라텐은 감사한 마음을 담아 하준을 향해 대답했다.
“부디 그녀에게 헤어 나올 수 없는 절망을, 가장 끔찍한 안식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녀가 하준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하준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행동으로 옮길 뿐이었다.
[알겠다.]그 말과 함께 들어 올려진 하준의 손에 점차 아래로 향했다.
그 순간 놈의 사지를 잡은 뼈의 손이 점차 놈을 뼈로 이루어진 지면을 향해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안 돼! 그만둬라!”
오르곤의 몸이 무수히 쌓인 뼈의 산맥에 파묻히기 시작했다.
그 순간에도 오르곤은 몸을 크게 흔들며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르곤의 발버둥에도 뼈의 손은 그녀의 사지를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그녀의 몸이 점차 뼈에 파묻혀 갔을 때.
오르곤의 크게 떨려오는 눈동자를 마지막으로 놈이 소리치던 비명이 고요히 멎어 들었다.
* * *
그로부터 10분 뒤.
하준은 뻐근한 목을 돌리며 다시 쥐고 있던 마하라즈를 다시 주머니 안에 넣고 뒤돌아섰다. 심상 세계를 해제하여 본래의 세계로 돌아왔을 때, 오르곤의 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끝났나…….”
하준은 그대로 몸을 돌려 해변을 나오기로 했다.
저 멀리 해변 너머에서 대기하고 있던 몇 명의 요원과 협회장의 모습이 보였으니 말이다.
하준은 협회장을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
“끝났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하준 생도님.”
그 나지막이 상황의 끝을 알리는 말에 김정용은 그저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할 뿐이었다. 그리고 김정용이 고개를 숙이는 것에 따라 그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수의 요원이 하준을 향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한 협회의 장이나 되는 김정용이 고개를 숙였으니 그의 뒤를 따라 고개를 숙였다는 이유도 있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희생한 협회의 요원, 정확히 동료들을 대신하여 복수해준 하준에게 요원들은 큰 감사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저 형식적인 감사가 아닌 요원들은 하준을 향해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이전부터 그래왔지만, 그는 존경받기에 마땅한 영웅이기에.
“사실 조금 걱정이 되어 하준 생도님의 말을 어기고 이곳에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준 생도님께서 그 정체불명의 해수와 대치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해수의 마력이 감지 됐으니 말입니다. 지원이라도 할 생각이었지만 쓸데없는 짓이었군요.”
하준이 저 괴물과의 대치 중 바다 너머에서 방대한 해수의 마력이 감지 됐었다.
김정용은 급하게 협회의 요원을 이끌고 해변에 도착하기는 했다만, 그 걱정이 무색하게도 해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은 상태였다.
어찌 됐든 큰일 없이 잘 해결됐다는 말이었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말로 한국에 이 소년이 없었다면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됐을지…….
그 정체불명의 괴수는 최상급 영웅 1명과 상급 영웅 35명, 중급 영웅 50명을 포함한 협회의 요원을 죽인 전대미문의 괴수였다.
만약 한국에 이레귤러가 없었다면 아마 놈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이보다 더한 희생자가 속출했을 것이다.
그러한 생각에 김정용은 하준에게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하준은 그러한 협회장의 감사에 피식- 기분 좋은 미소만 보일 뿐이었다.
솔직히 하준과 협회장의 사이를 생각하면 이러한 감사 인사는 참으로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 만큼 하준 또한 그를 신뢰하고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은 입장이니 말이다.
“저보다 협회장님이 더 고생하시는데요, 뭘.”
“하준 생도님…….”
그 말에 감동이라도 받았는지 물기에 젖은 눈으로 하준을 바라보는 김정용이었다.
그는 살짝 손을 들어 올려 옅은 물기를 닦으며 정중히 입을 열었다.
“집으로 정중히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자,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