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72)
제172화
#171
진심이다.
현재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초인이 느낀 섬뜩한 감각이었다.
이레귤러라 불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초인이 보여준 방금 그 기이한 능력.
현역으로 뛰고 있는 현 영웅들은 그러한 이레귤러의 움직임에 조금도 반응할 수 없었다.
다시 말해 이레귤러가 마음만 먹는다면 단 몇 초 만에 회장 안에 있는 모든 인물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한 초인이 상대하기 힘들었다는 발언은 회장에 모인 다른 모든 초인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이레귤러가 확신하고 발언하지 않았는가?
그러한 존재가 또다시 나타난다면 토벌을 포기하고 시민 대피를 우선시하라고.
그의 말에 명백한 사실을 근거하는 증거는 없었으나 이레귤러의 발언, 정확히 그러한 존재가 몇 마리 더 존재한다는 확신이 담긴 말에 회의장에는 잠시 혼란이 찾아왔다.
-정말 방법이 없는 건가요?
한편 회의장에 있던 조아 엘리엇이 방금 회의장을 나간 하준을 향해 조용히 통화했다.
불안이 담긴 목소리.
그러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말에 하준은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할 뿐이었다.
“예, 솔직히 말해서 순위권 1위에서 10위에 계신 분들이 전부 달려들어도 이길 거 같지는 않네요.”
조금 무례한 발언일 수도 있으나 하준은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였으니 말이다.
단 하나의 생물이 멸지의 던전, 그것도 바운더리 등급의 마력량을 가졌다면 말 다했다.
던전 내부의 생명체, 정확히 마수의 수로 인해 발생하는 마력으로 등급이 측정되는데 고작 한 생물이 그것과 동일한 마력량을 가졌다면 어떻게 인류가 그러한 존재를 막을 수 있겠는가.
뭐, 어찌어찌 USN을 포함한 각국의 영웅 협회가 협력하여 한 마리를 잡았다 쳐도 많은 희생을 치를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러한 존재가 하준은 아직 3마리나 더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한 괴물이 아직 더 존재한다고 이레귤러는 확신하고 있는 거죠?
“놈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더 있다고 말하기는 하더라고요.”
솔직히 그러한 대화를 나눈 기억은 없지만 어쨌거나 사실이니 그러한 사실에 대한 근거를 둘러댔다.
하준의 확신이 담긴 대답에 잠시 전화 너머에서는 정적이 흘렀다.
아마 심각한 얼굴로 사색에 빠진 거겠지.
그렇게 정적이 흐르는 것도 잠시.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던 하준이 조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그와 관련된 미래를 보신 적 있나요?”
-안타깝게도 예지하지 못했어요. 심지어 한국에 일어난 해수 습격 사건도 예지할 수 없었고요.
그녀의 예지라면 그래도 조금이라도 건질 것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녀 또한 이러한 사태를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다.
하준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이렇게 위협적인 경고를 날리긴 했지만, 과연 하준의 말을 믿고 행동에 옮기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
한 국가를 어렵지 않게 멸망시킬 힘을 가진 마수의 존재 자체는 위협적이나, 그러한 마수의 사체에서 나올 부산물을 생각하면 쉽사리 놓는 국가는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뭐, 아마 어떻게든 토벌 방법을 생각하겠지.
“미국의 생각은 어때요?”
-당신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어요. 이레귤러 당신의 말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와 현 세계 1위 영웅이신 안드레 영웅도 동의한 상황이고요.
뭐, 다행히 미국은 하준의 의견을 따르기로 한 모양이다.
하긴, 한국 다음으로 활동을 가장 많이 한 나라가 미국이기도 하고 미국의 협회장과 나름의 친밀한 관계이기도 하니 말이다.
물론 그런 것을 제외하고도 한국 다음으로 하준의 힘을 가장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기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그 이레귤러조차 상대하기 힘들었다는 발언의 무게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나라일 테니 말이다.
-미국 히어로 협회장인 안드로 협회장께서 그 건과 관련하여 상세히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하더군요. 혹시 시간 되시나요?
“지금요?”
-예, 회의가 끝나는 대로 곧장 대화를 나누고 싶다네요.
그 말에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하준은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마침 그에게 몇 가지 여쭤볼 것이 있었으니 말이다.
* * *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레귤러.”
미국 히어로 협회의 본부 접객실.
하준은 그곳의 협회장 안드로 한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 간단한 인사가 끝난 뒤 안드로가 하준을 바라보며 어떠한 자료를 내밀기 시작했다.
하준은 잠시 자료를 살펴보다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게 뭔가요?”
“불과 몇 년 전, 저희 히어로 협회에서 측정한 멸지의 마력 농도입니다. 사실 이번 사건으로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습니다.”
그 말과 함께 심각한 얼굴로 자료를 설명하는 안드로였다.
“자료에 있는 멸지의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워스트 구간의 총 세 개의 거대한 점이 찍혀져 있을 겁니다. 하나는 과거 이레귤러가 저희 협회의 요청으로 공략한 브레이크 예정 던전이며, 나머지 두 개의 점은 그보다 더 오래전인 5년 전, 멸지에서 관측된 어떠한 생물의 마력 수치입니다. 하나하나가 바운더리 등급의 던전과 동일한 마력 수치를 가지고 있죠. 바운더리 던전 자체가 움직이는 것은 말이 안 되니 그것이 하나의 생물이라는 것을 저희는 특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말에 하준은 조용히 자료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이레귤러가 말씀하시는 해당 해수와 동일한 힘을 가진 마수가 저희 미국의 멸지에 존재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말에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미국의 멸지는 다른 국가의 멸지보다 그 크기가 방대할 정도로 넓으니 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 해수 사건이 벌어지기 전. 그 해수와 동등한 힘을 가진 마수를 하준 생도께서 혹시 저희 멸지에서 토벌하시지 않으셨는지……?”
아마 당시 리암 사건 때 만난 요정 왕을 말하는 모양이다.
확실히 하준은 그때 그놈을 처치하였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러한 하준의 대답에 안심한 표정을 짓는 안드로였다.
“하……, 리암에게 당시 상황을 듣기는 했지만 사실이었군요. 일단 감사합니다. 저희도 모르는 사이 큰 도움을 받은 모양이군요.”
“그럼 남은 한 마리가 더 있다는 거네요?”
“그게 남은 한 마리는 존재가 조금 애매합니다. 정확히 워스트 구간에 등장한 마수 중 한 마리는 멸지의 중심지로 천천히 이동하기는 했지만 남은 한 마리는 한순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으니 말입니다.”
“……사라졌다고요?”
“예, 관측된 순간 그 자리에서 존재를 감췄습니다. 아마 하준 생도님이 토벌한 마수는 아닐 겁니다. 마력의 농도 수치가 달랐으니 말입니다. 하준 생도님이 토벌한 마수는 아마 멸지의 중심지로 이동한 생물이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밖에 없었다.
진짜로 어떠한 능력을 사용해 그 자리에서 사라졌거나 혹은 뿜어낸 마력을 감췄거나.
다만, 하준도 그렇고 안드로 또한 전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준 생도님이 토벌하신 해당 해수처럼 자신의 마력을 숨길 정도의 컨트롤 능력을 가졌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제 생각에는 사라졌다는 표현이 올바른 거 같습니다. 이만한 크기의 마력이 천천히 사그라들며 없어진 것도 아니고 정말로 한순간에 사라졌으니 말입니다. 다만, 멸지 어딘가에 있을 수 있다는 위험성은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 말과 함께 진지한 얼굴로 하준을 바라보는 안드로였다.
하준은 협회장 안드로가 무슨 얘기를 꺼낼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저희 미국 히어로 협회는 이레귤러에게 협력을 요청하고 싶습니다.”
실체 마수의 마력의 농도를 특정하기는 했으나 그 괴물의 힘을 온전히 파악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해수 사건으로 해당 해수의 강함을 어느 정도 인지한 미국 히어로 협회였다.
아마 최상급 영웅 수백의 희생을 치러야만 토벌할 수 있을 정도의 위험성.
솔직히 그것조차 그 해당 마수를 토벌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토벌이 실패하고 희생만이 뒤따른 결과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부디 이 마수에 관한 토벌을 도와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렇기에 협회장은 눈앞의 유일한 가능성인 하준을 향해 부탁했다.
어떠한 보수도 내줄 준비가 됐다.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그가 예상하는 피해를 막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내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그는 잘 인지하고 있었으니.
그리고 그러한 말에 하준은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고민하는 모습에 긴장한 모습으로 하준을 지켜보는 안드로였다.
그렇게 1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하준이 그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예, 뭐,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솔직히 이미 대답은 결정해뒀었다.
그것과 관련하여 따로 생각할 것이 있어 고민했을 뿐.
“물론 우선순위는 한국이에요. 한국에 그런 마수가 등장하면 도우러 가는 게 늦을 수도 있어요.”
“예, 감안하겠습니다.”
안드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준의 의견은 타당하고 당연했으니 말이다.
물론 그러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하준은 방금 전 생각한 의견을 내놓았다.
“혹시 그때 자수한 그 녀석은 뭐 하고 있어요?”
“……레인 말입니까?”
그 말에 살짝 당황한 눈으로 하준을 바라보는 안드로였다.
그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레인이라면 현재 초인 교도소에 얌전히 수감 중입니다. 혹시 레인을 찾으시는 이유가……?”
“도움이 될 거 같아서요.”
“도움……, 말입니까?”
그는 의아한 기색으로 하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한 안드로를 향해 하준이 말을 이었다.
“그 녀석 면회 가능해요?”
* * *
마력을 억제하는 철.
바닥과 천장 사방의 모든 벽이 흑 철로 이루어진 어느 방.
그곳에 고요히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소녀가 있었다.
과거 S급 위험도를 자랑하는 빌런 집단 빌란트의 수장.
레인.
그녀는 무감정한 표정으로 고요히 책상에 앉아 독서를 즐길 뿐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무감정한 표정 속에는 평온을 되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때였다.
“…….”
갑작스럽게 레인의 시선이 이 방의 유일한 문을 향한 것은.
곧이어 그 유일한 문이 천천히 열렸고 익숙한 얼굴의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한 소년을 동요 없이 멍하니 바라보던 레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대로 방의 침대에 걸터앉으며 소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지? 이레귤러.”
어떠한 감정도 담기지 않은 무미건조한 목소리와 표정.
지금으로서 그에 관한 모든 감정을 잃은 레인은 흥미를 잃은 듯한 얼굴로 하준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한 모습에 하준은 한 발 앞으로 내디디며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준 또한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 뿐이었다.
“할 일 없으면 나 좀 도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