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8)
ⓒ 애모르
호수 위에 우아한 백조를 아는가?
그게 나다 시발.
“더럽게 귀찮네··········.”
누군가 내 고생을 알아줬으면 한다.
호텔 전체가 정전이 된 순간.
나는 곧바로 손전등을 든 채 계단을 내려가며 차단석을 찾고 있었다.
잠시 이 순간에는 시간 정지를 발동하지 않은 채 노가다를 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보통 각성한 초인의 육감 같은 평범한 사람의 그 이상의 감각을 나는 못 느낀다.
시간 정지와 멘탈을 제외하면 나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니 말이다.
당연히 그런 내가 차단석을 찾을 방법은 없었다.
물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여기는 있냐?”
-없군··········, 다음 층으로.
“에라이!”
에고 필라텐.
그녀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있었다.
차단석을 찾을 수 있냐는 질문에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분명 40층에서 50층 사이에 있었는데··········.’
참고로 차단석의 위치는 게임에서도 랜덤이었다.
물론 대략 차단석의 위치는 추정할 수 있었다.
랜덤이긴 하나 게임에서는 40층에서 50층 사이로 차단석이 생성됐으니.
-여기 있군.
“찾았냐?”
-저기 화분에 흙을 파보면 차단석이 있을 거다.
“어휴··········.”
차단석의 크기는 손바닥 정도의 크기였다.
이런 크기의 차단석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데 이걸 찾으려면 방금처럼 화분을 파거나 혹은 부수거나 해서 찾아야 한다.
당연히 정지된 공간에서는 어떤 사물 혹은 사람도 부술 수 없으니 정지를 발동할 수가 없었다. 정지된 공간 안에서는 나 자신 혹은 공중에 떠 있는 무언가만이 움직일 수 있으니.
“일단·········겨우 다 찾았네.”
하준은 자신의 주머니 안에 넣어둔 나머지 9개의 차단석을 꺼냈다.
총합 10개의 차단석.
그것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 마하라즈로 내리친 하준이었다.
쾅! 파삭-
허황하게 부서지는 조각들.
조각이 가루가 될 정도로 내리친 하준은 곧이어 필라텐에게 말했다.
“필라텐.”
-뭐지? 주인이여?
“나중에 보자.”
하준은 시간 정지를 발동했다.
-그게 무-
째깍- 째깍- 째깍-
들려오는 초침 소리.
느려지는 공간 속.
딱-
그리고 초침 소리가 끊겼을 때.
시간이 멈췄다.
“자, 그럼·········.”
하준은 중앙 계단을 타고 내려와 1층 메인 홀에 도착했다.
역시 예상대로 경호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층은 이미 빌런 연합이 점거한 상태였다. 물론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빌런 연합 측에서도 과잉 전력을 썼으니 말이다.
하준의 시선이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거한의 사내로 향했다.
영국 최악의 S급 빌런.
영웅 살해자 카르톤.
이번 붉은 퀘스트에서 안나를 살해할 빌런이다.
“일단 너는 나중에.”
어차피 정지된 공간 속이니 어느 정도 여유로웠다.
하준은 곧바로 녀석들의 습격으로 반파된 정문을 통해 호텔을 나왔다.
뒤이어 불길하게 일렁이는 자색의 게이트가 보였다.
하준은 그 게이트 앞에 멈춰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음·········, 여기는 처음인데·········.’
이 너머의 공간은 게임에서도 볼 수 없었던 공간이다.
만약 이곳 너머가 빌런 연합의 아지트라면 좋겠지만··········.
적어도 안 들어간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안나 다음으로 구출해야 할 소녀가 있었으니.
하준은 조심스레 게이트에 발을 담갔다.
일단 들어가지는 것을 확인했으니 망설임 없이 몸을 넣었다.
“와우~”
게이트를 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넓은 공터의 폐공장이었다.
폐공장 안에는 무수한 빌런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빌런 연합의 아지트는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할 행동은 할 생각이다.
“음·········, 여기 어딘가에 있으려나··········.”
하준이 이 게이트 너머로 들어온 이유는 다름 아닌 유설아의 여동생을 찾기 위해서였다. 분명 유설아의 납치 계획을 실행하기 전에 이미 여동생의 납치가 끝난 상황일 테니.
“아, 저기 있네.”
그렇게 녀석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며 걷고 있던 도중.
한 빌런의 어깨에 들쳐 메인 기절한 어린 소녀를 찾을 수 있었다.
새하얀 머릿결과 8살 정도 돼 보이는 어린 소녀.
분명 유설아의 여동생 유순아였다.
게임의 설정상 유순아는 다리가 불편한 소녀였다.
원래는 평범한 소녀였지만 각성과 동시에 마력 회로의 이상으로 다리의 감각이 사라진 소녀. 빌런 연합은 그런 유순아를 인질로 잡아 유설아의 회복술을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
“쯧- 더럽게 많네.”
하준은 마하라즈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100 정도의 수많은 빌런 무리가 하준의 주위에 있었다.
그 중심에 선 하준은 마하라즈를 꽉 쥔 채 작업을 시작했다.
* * *
희미한 정신 속 유순아는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유순아는 두려움에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흑········ , 누, 누구세요?”
자신을 등에 업은 채 어딘가로 향하는 남자가 보였다.
처음 보는 남자에 막연히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남자가 말했다.
“네 언니 친구.”
“어, 언니요?”
“그래.”
짐작 정신을 차린 유순아는 잠시 하준을 바라보다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 무수하던 괴한들이 벽에 처박히거나 바닥에 누워 쓰러져 있었다.
멍한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던 유순아는 생각해보니 자신이 편한 자세로 업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저, 정말 언니 친구세요?”
“그래.”
“그럼 지금 어디 가는 거에요?”
“네 언니한테.”
호기심에 질문한 말은 무심하게 대답하는 오빠였다.
다만, 그 무심한 대답에서도 이유 모를 안심을 느낀 유순아였다.
아까까지 느꼈던 두려움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편안함이 느껴졌다.
유순아는 잠시 하준의 등에 푹 고개를 묻은 채 눈을 감았다.
* * *
한편 점거당한 1층 중앙 메인홀에서는.
빌런에 의해 제압 당한 경호 1팀장 이준호는 주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설마 저 녀석이 올 줄이야··········.”
메인 홀 중앙에는 경호원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모여 제압당한 상태였다.
손님 중 협회에 영웅인 자도 있었지만 습격한 빌런의 정체로 인해 쉽사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눈앞에 S등급 빌런, 영웅 살해자 카르톤.
영국 최악의 빌런 중 하나가 눈앞에 서 있었다.
아마 이곳에 모든 경호 인력이 달려들어도 이길 수 있을 거 같은 상대가 아니었다.
다만,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이준호는 조심스럽게 빌런들의 눈치를 살핀 다음 경호 2팀장인 장 현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이봐, 2팀장.
-예. 알고 있어요. 동시에 같이 움직이죠.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너는 손님들의 대피를 맡아.
-하지만 혼자서는··········.
-부탁할게.
으득- 이를 가는 장 현이었다.
눈앞에 이준호가 무슨 다짐을 했는지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뒤이어 이준호는 조용히 카운터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그렇게 셋을 세는 순간.
터벅- 터벅-
한 소년이 정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소년은 등에 한 소녀를 업은 채 천천히 인질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손님들과 경호원 그리고 빌런들의 시선이 모두 소년을 향하기 시작했다.
기이한 순간이었다.
모든 시선이 소년을 향한 순간 너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 빌런들 조차 움직임을 멈췄으니.
뒤이어 소년이 향한 곳은 이준호의 앞이었다.
그리고 이준호는 소년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너, 너는 분명!”
자신의 조에 배치됐던 생도였다.
분명 이름이 김하준.
수석이라고 들었지만, 의욕이 없어 메인 홀에 배치해두었던 소년.
그 소년이 자신에게 다가와 등에 업힌 소녀를 맡겼다.
“얘 좀 부탁할게요.”
“헉! 순아 아가씨?!”
“그리고 무전기 좀.”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하준과 유순아를 번갈아 보기 시작한 이준호였다.
뒤이어 하준은 1팀장의 무전기를 들며 무어라 말하기 시작했다.
“아~ 아~1층 메인 홀에 빌런들이 인질을 잡았다. 구출하겠다.”
“아니, 그게 무슨?! 근데 어떻게 무전기가!”
“잘 들으세요. 제가 기회를 만들 테니 손님들을 데리고 끝 층으로 올라가세요.”
“자, 잠깐! 그게 무슨 마-”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하준은 사라졌다.
동시에.
쾅――――――!! 후웅! 콰콰쾅!!
눈 깜짝할 사이에 상황은 일어났다.
담담하게 서 있던 카르톤이 갑작스럽게 저 멀리 날아가 벽에 처박히며 인질들을 둘러싼 빌런들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한순간에 일어난 광경 속.
그 경악스러운 광경을 목도한 이준호와 장 현은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헉! 빠, 빨리 계단을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셔야 합니다! 빨리!”
정신을 차린 1팀장과 2팀장이 빠르게 손님들을 이끌고 위층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한편 정신을 차린 카르톤은 천천히 무너진 잔해를 치우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흠··········.”
그는 잠시 고요히 생각에 잠겼다.
“보이지 않았구나. 느껴지지도 않았고 아주 한순간이었구나··········.”
그의 중후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뒤이어 호텔 정문을 통해 한 정장 차림의 남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형사였다.
그가 카르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납치를 위해 대기하던 모든 인원이 당했더군요.”
“그렇군··········방심했구나.”
예기치 못한 사태임에도 인형사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눈앞의 사내 카르톤이 어떤 사내인지 알았기에.
“움직일 겁니까?”
그 말에 카르톤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이런 작전에 쓰기에는 너무도 큰 과잉 전력이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준비한 그였기에 실패라는 단어는 떠올리지 않았다.
“설마 내가 움직일 줄은 몰랐구나.”
“저 또한 예상치 못했군요. 더구나 인질로 있었던 유순아도 구조됐습니다.”
“나도 봤다. 너무도 어이 없어서 오랜만에 당황이란 걸 했었지. 하하하!”
그의 호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1층 전체가 아니 빌딩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카르톤의 몸에서 허용하기 힘든 불길한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뒤이어 인형사의 말이 이어졌다.
“호텔 전체를 부수는 건 안 됩니다, 카르톤. 어디까지나 유설아와 유순아. 둘의 생포가 우선입니다.”
“그래·········나도 알고 있다. 둘을 제외하고는 전부 죽이면 되겠지. 혹은 전부 죽이거나.”
“··········가능하다면 저희도 생포하고 싶지만··········, 상대측에도 과잉 전력이 하나 있는 모양이군요.”
영웅 협회에서 유설아의 어빌리티를 사용하지 못하게 이곳에서 죽이거나 혹은 둘을 납치해 유순아의 목숨을 빌미로 유설아의 능력을 사용하거나 방법은 둘 중 하나였다.
“크흐흐! 뭐든 좋다! 오랜만에 상대할 만한 녀석이 나타났구나.”
뒤이어 그 둘을 향해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소년이 있었다.
무심한 눈으로 둘을 훑어보던 소년은 귀찮다는 듯이 혀를 찼다.
“쯧- 그걸 맞고 안 죽었네?”
인형사의 본체는 이곳에 없으니 예외지만 S급 빌런 카르톤의 강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녀석을 고작 날려버리려고 5일을 소비했다.
자고 일어나서 후려치고 다시 자고 일어나서 후려치기를 반복.
다행히 정지된 공간 속에서 몸과 정신은 피곤하나 허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총 5일을 소비해가며 후려쳤지만, 녀석의 몸에 생체기도 나지 않았다.
역시 어머어마한 괴물일 게 분명했다.
“오늘 밤은 길겠구나··········.”
뒤이어 카르톤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투와 다르게 녀석의 입꼬리가 서늘하게 올라가 있었다.
하준은 녀석의 말에 수긍하며 한숨을 내쉬고 마하라즈를 들었다.
“그러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