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84)
제184화
#183
그들이 서로 얘기를 나누는 동안.
하준 또한 어떠한 여운에 잠겨 있었다.
‘끝났다…….’
하준의 시선이 눈앞의 떠오른 퀘스트창으로 향했다.
오래전, 하준의 성급한 실수로 받게 된 목숨이 걸린 붉은 퀘스트.
[메인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로키아 아카데미를 동료들과 함께 무사히 졸업하십시오
● 한시영 (완료)
● 안나 엘리자베스 하르텔 (완료)
● 하르나 루엘 (완료)
● 리암 마르텔 (완료)
실패 : 사망
플레이어블 캐릭터 에피소드의 진행률이 모든 완료로 변해 있었다.
다시 말해 하준은 고작 1년 만에 모든 아이들의 엔딩을 본 것이다.
‘진짜로 끝났네…….’
하준의 눈동자가 허공을 향했다.
뭔가 감회가 새로웠다.
물론 모든 에피소드는 완료했지만, 아직 최종적으로 아카데미의 졸업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아카데미의 졸업 자체는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였다.
실질적으로 퀘스트의 완료나 다름이 없었다.
“얘야.”
그때 얘기를 다 끝낸 둘이 하준을 향해 다가갔다.
검왕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하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도와줘서 고맙구나.”
“저번에 약속했던 거니까요.”
“그래……, 그렇구나.”
그녀는 잠시 미소 지은 채 하준을 바라보았다.
눈앞의 하준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든 검왕이었다.
그러다 한시영과 하준을 번갈아 보던 검왕이 둘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 나도 이제 쉬어도 되겠지.”
그녀의 표정은 뭔가 자유로웠고 홀가분해 보였다.
“나는 이만 가보마.”
“……? 어딜요?”
하준이 물었다.
보아하니 이제 한시영의 곁을 떠날 이유도 없어 보였는데 말이다.
그 말에 씨익- 미소 지은 검왕이 가벼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여행을 떠날 생각이란다. 오랜 친우와 함께.”
“혹시 헬란 대영웅님이요?”
“그래. 그녀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사라졌으니까.”
조금의 정적이 흐른 뒤, 그녀는 떠나기 전에 잠시 하준을 보며 말을 이었다.
“하준아, 너는 내가 보아왔던 영웅 중 가장 위대한 영웅이 되겠구나.”
“영웅이 될 생각은 없는데요.”
“……응?”
“?!”
그 말에 한시영과 검왕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갑작스러운 폭탄 같은 발언에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럼 졸업하고 난 다음에 뭘 할 생각이냐?”
검왕의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 물음에 잠시 무언가를 깊게 고민하던 하준이 검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도 검왕님처럼 어디 세계 여행이나 떠나지 않을까요?”
“허 참……, 너는 참으로 낙천적이고 태평하구나. 하긴……, 뭐.”
그 말을 들은 검왕이 하준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저 젊은 나이에 소년이 이륙한 전적들을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이 아이도 그만큼 고생했으니 쉬어야겠지.
“그럼 나는 이만 가보마. 잘 있거라.”
그 말과 함께 산의 절벽에서 뛰어내린 검왕이었다.
그녀는 여유롭게 산을 타고 내려가며 점차 사라졌고 그녀가 사라진 뒤, 하준과 한시영 또한 가볍게 땅을 박차 산을 타고 내려갔다.
산에서 내려가던 중.
하준의 옆에서 달리던 한시영이 하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까 그 말 사실이냐?”
“어.”
그 말에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오래전부터 쭈욱- 정해 놓았던 목표였다.
빨리 졸업하고 편하게 놀고먹고 쉬자고.
이전 세계에서 즐기지 못했던 여유로움을 이 세계에서 만끽할 생각이었다.
“영웅이 아니면 뭘 할 생각이지?”
그 말에 잠시 고민하며 생각하던 하준은 가벼운 어투로 한시영을 향해 말했다.
“프리랜서.”
* * *
평온한 시간이 유수같이 흘러갔다.
아이들의 모든 퀘스트가 완료된 이후로 뭔가 큰 에피소드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당연히 하준이 한국을 대표하는 빌런 연합을 싹쓸이하듯이 없애버렸고, 하준의 존재 자체가 한국의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며 빌런 범죄율이 아득할 정도로 줄어들었으니 말이다.
물론 전부 사라진 건 아니고 간간이 빌런 테러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하준이 나설 정도로 큰일이 아니라서 하준은 꽤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참 묘하네…….’
원래 에피소드대로라면 빌런이 등장해야 할 아카데미 에피소드도 평화롭게 지나갔다.
당연히 등장해야 할 메인 빌런들이 사라졌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어찌 됐든 하준으로서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뭐, 이렇게 평화롭게 아카데미 생활을 하고 졸업하면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평화는 계속 지속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세요?”
어느 날 영웅 협회의 협회장 김정용의 연락을 받고 협회 본부로 온 하준이었다.
협회장실에는 조금 심각한 얼굴을 한 김정용이 하준을 맞이했다.
그가 심각한 얼굴로 하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입니다, 하준 생도님. 다름 아니라 급히 전달해드릴 사항이 있어서…….”
“무슨 일인데요?”
하준은 회장실 근처의 소파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그 물음에 협회장이 곤란한 얼굴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미국 히어로 협회에서 전달받은 사항입니다. 몇 달 전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해수를 기억하십니까?”
당시 울산 해안가에 등장한 어인의 왕 오르곤을 말하는 거였다.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미국 멸지에 그 해수와 동일한 마력 수치를 가진 마수가 나타났습니다.”
그 말에 하준의 미간이 좁혀졌다.
왕이라 불리는 마수들.
물론 아이들의 에피소드는 모두 끝났지만, 하준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그놈 위치는 파악됐어요?”
“그게…….”
그 물음에 협회장 김정용은 조금 곤란한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보아하니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하준이지만 실제로 그가 곤란한 얼굴을 지은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참으로 하준에게 어이없게 들려왔다.
“위치를 파악하고 포획했다고 합니다.”
“……?”
“그…… 미국 히어로 협회에서 포획한 것이 아닌 마탑의 마법사들이 포획했다고 하더군요.”
“살려서요?”
“그게……, 예.”
하준은 하도 어이가 없어 잠시 할 말이 안 나왔다.
그러니까 그 괴물을 잡은 것도 아니고 생포했다는 건가?
그것도 마탑의 마법사들이?
물론 그들, 마탑의 마법사들의 능력을 생각하면 최상급 영웅들에 준하는 실력을 가진 이들이 널리긴 했다만 그렇다고 왕을 잡을 수준은 아니었다.
하준이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김정용을 바라보고 있을 때.
어느 한 사진을 하준에게 건네는 김정용이었다.
“이게 마탑에서 포획한 마수의 모습입니다.”
하준은 김정용이 건넨 사진을 살폈다.
위쪽 정확히 허공에서 찍은 듯한 거대한 형체의 무언가.
정확히 돌로 이루어진 무언가는 마치 골렘을 연상 시키는 모습이었다.
몸 전체는 인간과 비슷하나 그 모습은 거대했으며 온몸이 갈색의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눈을 감고 있는 이것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푸른색 사슬로 온몸이 꽁꽁 묶여 있는 상태였다.
“그 마수를 포획하는 과정에서 마탑의 중위 마법사 50명과 상위 마법사 32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물론 포획 과정은 자세히 모르지만, 마수의 조사를 위해 현재 그 마수는 마탑의 지하에 봉인돼 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며 하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사진을 살폈다.
아직까지도 협회장 김정용의 말을 못 믿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때 하준과 함께 사진을 확인한 필라텐이 입을 열었다.
[이건?!]그 목소리는 당황으로 떨리고 있었다.
하준은 설마 하는 생각에 필라텐을 향해 물었다.
‘그놈이 맞아?’
[거인의 왕 기간트마키아드 입니다.]사진을 본 그녀는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의아해하고 있었다.
[그가 이리 쉽게 인간에게 잡힐 리가 없습니다. 그는 왕들 사이에서도 가장 위험한 존재입니다.]거인의 왕.
필라텐이 유일하게 호르톤과 동등하다고 언급한 존재였다.
“이놈이 지금 마탑에 있다고 했죠?”
“예, 그것과 관련하여 전달할 사항이 있습니다. 미국의 마탑에서 하준 생도님을 초청했습니다. 마수를 홀로 해치우신 하준 생도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 말에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찌 보면 다행이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살피고 싶은 하준으로서 그쪽에서 먼저 초청해준다고 하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언제요?”
“시간이 되시면 지금 바로 가셔도 상관없습니다. 지금 바로 이동하실 생각이면 게이트를 열어두겠습니다.”
그 말에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곧바로 마탑과 미국 히어로 협회 연락한 김정용이 하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가시죠, 게이트를 열어두었습니다. 안내는 미국 히어로 협회에서 해줄 겁니다.”
* * *
미국 뉴욕시에 마천루라 불리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더욱 높게 솟아오른 건물이 존재했다.
마법의 역사이자 계보라 불리는 마법사들의 탑.
그 높게 솟아오른 마탑을 향해 하준과 미국 히어로 협회장 안드로 한스 그리고 협회의 요원인 엠마가 차로 운전하며 이동 중이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마탑은 게이트로 이동이 불가능하여 차로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협회장 안드로가 하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하준을 존중하듯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마탑 전체에 보호 마법이 둘러져 있어, 외부의 마력을 차단하고 1년에 한 번 보호 결계를 없애 공기 중에 떠도는 마력을 흡수하여 상시 발동 중인 보호 마법의 마력을 보충한다고 합니다.”
하준은 차로 이동하는 중에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탑을 바라봤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더욱 높게 솟아오른 저 탑 자체가 마법으로 이루어진 구조물이었다.
또한, 마탑의 마법사를 제외한 그 누구라도 마탑 내부에서 마력을 일으킬 시 곧바로 그 자리에서 추방당한다.
뭐, 정확히 마탑 밖으로 곧장 이동되는 게이트 종류의 마법이 발동된다나 뭐라나.
여튼 마탑 내부에서는 소속 마법사를 제외한 그 누구라도 마력의 사용을 금지하였다.
“그 마수가 지금 마탑의 지하에 있다고 했죠?”
“예, 그렇습니다.”
“협회장님은 아세요? 그 마수를 어떻게 생포한 지.”
그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죽이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는데 그것도 살려서 생포했다는 말이 하준은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질문에 안드로 또한 하준과 비슷한 표정으로 의아함을 표했다.
“저도 정확한 정보를 듣지 못한지라. 마탑에서 대외비로 다루는 것인지 생포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물론 마탑에 출입한 뒤, 현 마탑의 회장인 할즈 마틸던이 설명해준다고 하더군요.”
뭐 일단 마탑 내부에서는 대외비로 다루나, 하준과 협회장 안드로에게는 알려준다는 모양이다.
그것보다 참 의외였다.
“근데 마탑에서 저를 초청할 줄은 몰랐네요?”
USN 회의에서 그렇게나 자신의 존재를 위험하다고 규정하고 출입을 반대하던 인물이 지금 가고 있는 마탑의 주인 할즈 마틸던이었다.
그런 그녀가 설마 자신을 마탑에 초청할 줄이야.
하준의 대답에 안드로가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만큼 마탑 또한 다급하다는 것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