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201)
제201화
#200
“이제 가시는 겁니까?”
거인의 왕이 죽은 뒤, 모든 드워프가 마을 광장에 모여 하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준은 씨익- 미소 지으며 선두에 선 젤노프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가야지.”
“그렇군요…….”
곧이어 젤노프가 무릎을 꿇자 모든 드워프들이 차례로 하준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그들 모두가 정중히 하준을 향해 예를 갖추기 시작했을 때, 젤노프가 그들을 대표하여 입을 열었다.
“왕이시여, 이곳의 모두가 왕께 감사함을 느낍니다. 언제든지 저희를 불러주시길. 왕의 부름에 답하겠습니다.”
“그래.”
오히려 반대였다.
하준이 그들에게 더욱더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홀로 시간 정지를 하며 싸워왔지만, 지금처럼 즐겁게 시간을 보낸 적은 처음이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하준은 홀로 몇 년간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갔을 것이니 말이다.
이곳에 모인 드워프들이 있었기에 1년이라는 길고도 짧은 시간 동안에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시간이 되면 놀러 올게.”
그 말에 젤노프는 하준을 바라보며 푸근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왕이시여.”
그때 필라텐이 하준을 향해 다가왔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대충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갔기에 하준은 필라텐을 바라보며 피식- 웃을 뿐이었다.
하준은 필라텐을 바라보며 말했다.
“필라텐.”
“……예.”
“지금까지 수고했어.”
그 말에 잠시 놀라 입을 벌린 그녀였지만 잠시 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하준의 말에 대답했다.
“언제든지 이곳에 오시길,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이제 그녀는 마하라즈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었다.
하준의 곁에 있는 것보다 이곳의 드워프들과 같이 생활하는 게 더 행복할 테니 말이다.
“자, 그럼 이제…….”
슬슬 떠날 시간이었다.
하준은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제 이곳은 하준의 심상 세계가 아니었다.
또 다른 분리된 세상.
그렇기에 돌아가는 방법은 심상 세계를 해제하는 것 아닌 게이트를 만들어 빠져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하준은 창조의 마력을 일으켜 한국으로 통하는 게이트를 열었다.
모든 것을 창조하는 마력은 하준이 원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
그 말과 함께 하준이 몸을 돌린 순간, 하준의 뒤에서 드워프들의 힘찬 함성이 들려왔다.
“또 오시길 바랍니다!!”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 목소리에 하준은 게이트를 넘어가기 전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하준에게 이곳을 정들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잘 있어라.”
그 말과 함께 하준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게이트 너머로 사라졌다.
하준도 슬슬 한국이 그리워졌으니 말이다.
그리고 게이트를 넘어와 한국에 도착했을 때, 하준은 잠시 벙찔 수밖에 없었다.
“……?”
[과거 이레귤러라 불린 영웅, 故 김하준 씨의 장례식이 금일 아침에 시작됐습니다.]고층 빌딩에 붙어 있는 거대한 모니터에서 한 여성 앵커가 오늘 아침의 뉴스 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하준은 더없이 입이 벌어졌다.
화면에는 하준의 면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시X.”
* * *
1년 전 열린, 차원 던전 사태가 종결된 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태를 종결시킨 위대한 영웅, 이레귤러의 행방을 찾았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찾을 수 없어 한국 영웅 협회를 포함한 각국의 협회는 하준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하준의 여동생인 일레인의 부탁으로 하준의 행방을 찾는 작업이 1년 동안 이루어졌고,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일레인 역시 상황을 받아들이고 하준의 장례식을 치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서울 인근의 한 장례식장.
입구에 기자들이 쫘악- 깔린 그곳에 많은 조문객들이 방문했다.
1년 전, 차원 던전 사태가 벌어졌던 국가의 영웅 협회장을 시작으로 하준과 안면이 있는 한국, 미국의 영웅들과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하준과 친했던 아이들이었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협회장 김정용은 상복을 입은 채 힘없이 주저앉아 멍하니 영정을 바라보고 있는 일레인에게 말했다.
그러한 말에 힘없이 고개를 돌려 김정용을 바라본 일레인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이미 마음을 정리했어요.”
1년이라는 시간은 일레인이 오빠의 부고를 받아들이고 마음을 정리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한편으로 리엘라 하니스는 참으로 안타깝다는 듯이 하준의 영정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하……, 설마, 그 아이가 먼저 갈 줄이야…….”
“그 아이에게 너무 많을 짐을 짊어지게 했어. 시신이라도 찾고 싶은데 어디 있는지 원…….”
그녀의 앞에 있던 대영웅 드리안이 대답했다.
그 또한 침울하게 가라앉은 얼굴로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너무 젊은 나이에 강대한 힘을 품었던 아이야, 결국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한계가 왔던 거겠지.”
어디까지나 리엘라의 추측이었다.
1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맞지 않은 힘을 가졌던 소년.
아마 김하준은 그러한 힘을 결국 감당하지 못하고 한계가 왔었을 것이고, 그것을 1년 전 대규모 차원 던전 사태에서 맞이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홀로 씁쓸하게 죽었을 하준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오는 리엘라였다.
그러한 생각과 함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뭔, 헛소리에요.”
웬 싸가지없는 말투의 목소리가 리엘라의 뒤통수에서 들려왔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드리안은 나이답지 않게 크게 뜨인 눈동자로 입을 벌린 채 벙찌기 시작했다.
그것은 비단 드리안 뿐만이 아니었다.
이곳에 모인 모두가 입을 벌린 채 커다랗게 뜨인 눈동자로 벙쪄 있었으니.
곧, 뒤돌아선 리엘라도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기, 김하준?”
“아니, 살아 있었냐?”
그러한 그들의 표정을 보며 하준도 반대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참고로 하준은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기껏 돌아왔더니 뭔, 장례식을 치르고 있어?”
힘들게 일하고 돌아왔더니 반겨준 게 장례식이니 하준도 참 어이없을 수밖에 없었다.
“오, 오빠!!”
그때 하준을 향해 눈물을 흘리며 와락 안겨드는 일레인이었다.
그에 따라 리안을 포함해 아카데미의 친구들이 하준을 향해 달려들며 와락 안겨 오기 시작했다.
“아, 아니 1년 동안 어디 있던 거예요!”
“진짜로 죽은 줄 알았잖아요!”
그때 하준의 표정이 벙쪘다.
응? 1년?
처음에는 뭔 소리인가 했다가 서서히 뭔가 상황이 이해가 된 하준이었다.
‘설마 시간이 흐른 건가?’
하준이 예상하지 못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심상 세계.
하준의 심상 세계는 완전히 지구와 분리된 또 다른 세계가 되어버렸다.
그러한 세계에서 1년을 시간 정지를 한 채 지내 온 하준이었지만, 지구와 완전히 분리된 또 다른 세계였기에 지구의 시간은 그대로 흐르고 있던 것이다.
그러한 추론을 생각한 하준은 그제야 상황이 이해가 갔다.
그니까 대규모 차원 던전 사태가 종결된 뒤, 하준이 실종된 상태로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이다.
“흐아아앙!! 왜 이제야 돌아온 거야! 오빠.”
“그래, 일단 들어나 보자, 요 1년간 어디서 뭘 했던 거냐?”
리엘라의 말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해주었다.
그러한 집중된 시선 속에서 하준은 생각했다.
‘1년 동안…….’
하준은 머릿속으로 요 1년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하하하하!! 왕께서는 참 뭐든 기가 막히게 잘 드시는군요!
-춤춰라 춤! 와하하하!!
절대 드워프들과 매일 연회를 즐기며 신나게 웃고 떠들며 지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하준은 한숨을 내쉬고 의자 하나를 가져와 앉았다.
그래도 다행히 변명할 말은 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하준은 지난 1년간 있었던 일을 숨긴 채 활극과도 같은 거인과의 웅장한 싸움, 그리고 신비로운 종족 드워프들의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든 지어내서 진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제가 1년 동안 뭘 했느냐면요.”
* * *
사람들은 열광했다.
과거 1년 전, 대규모 차원 던전 사태에서 가장 공헌을 한 영웅, 세계의 위기를 구한 영웅, 이레귤러가 생환하여 돌아왔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졌기 때문이었다.
다만, 여기서 안 좋은 점이 있다면 세계 방방곡곡 하준의 얼굴이 팔려 이제는 하준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 없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점에 관련하여 협회장 김정용이 변명하기를 세계를 구하고 순직한 영웅의 얼굴도 모른 채 조용히 장례를 치르는 것은 자신의 양심에 대고 용서할 수 없다나 뭐라나…….
“제가 언젠가는 말했죠?”
한편 하준의 장례식 소동이 지나고 시간이 흘러 아카데미의 옥상에서 아이들이 모였다.
안나는 하준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하준 씨 얼굴이 알려져서 저희처럼 유명해질 거라고.”
“…….”
하준은 그 말에 할 말이 없었다.
과거에 그녀가 말했던 대로 결국 상황이 이렇게 이루어졌으니.
“에휴…….”
쭈욱- 숨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만 상황이 어쩌다 보니 이렇게 변했다.
이제부터 성가신 일들이 몰려올 거라 생각하니 앞서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갈 거냐?”
그때 한시영이 하준을 향해 물었다.
하준은 그러한 한시영을 바라보며 피식- 웃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현 로키아 아카데미의 교장인 리엘라에게 이미 허락을 맡았다.
하준이 차원 던전에 있을 동안 아이들은 이제 어엿한 3학년의 생도였다.
일단 신입생 입학식이 끝나고 이렇게 모여 있는 참이다.
“뭐, 하준 씨가 여기 있으면 고생하기는 하겠네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영웅으로 알려진 하준으로 인해 신입생 입학식은 난리가 아니었다.
모두 하준을 향해 팬을 들고 사인을 해달라거나……, 옅은 성가신 일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하준은 생도라는 신분을 유지한 상태에서 잠시 아카데미를 떠나기로 했다.
물론 저런 성가신 상황이 주원인은 아니고, 애초에 이러한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던 거지만.
“그래, 고생했으니까 이제 좀 놀아보려고.”
그 말에 동의하듯 아이들 모두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준은 오래전부터 생각해왔고 꿈꿔왔던 일이 있었다.
이 세계, 정확히 게임 속 세계에 들어가기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꿈.
만약 퀘스트가 끝나면 해보고 싶었던 일.
세계 여행이었다.
“그럼 없는 동안 일레인 좀 부탁한다.”
참고로 하준이 없는 동안 일레인은 이미 로키아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2학년인 상황이었다.
내가 여행 좀 떠난다니까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며 따라가려고 하길래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꿀밤을 먹였다.
일레인은 삐진 듯 입술을 오리처럼 삐죽이며 입을 열었다.
“오빠도 다치지 말고 잘 다녀와.”
“그래.”
그 말과 함께 하준은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여행을 떠날 준비는 이미 끝내둔 상황이었다.
하준이 허공을 향해 손을 뻗으니 그곳에 새하얀 게이트가 열렸다.
창조의 마력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능력이었다.
“참, 이제는 놀랍지도 않네요.”
“진짜 이제 만능 아니야?”
그러한 광경에 하준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은 이제는 놀라기보다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뿐이었다.
하준은 아이들을 향해 손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그럼 졸업식 때 보자.”
* * *
시간은 참으로 빠르게 유수처럼 흘러갔다.
하준이 여행을 떠나고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니 말이다.
간간이 아이들과 연락을 주고받던 하준은 슬슬 시간이 됐다는 생각에 미소 지었다.
‘이제 진짜 끝인가…….’
하준의 눈동자가 허공에 뜨인 붉은 퀘스트로 향했다.
[메인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로키아 아카데미를 동료들과 함께 무사히 졸업하십시오
● 한시영 (완료)
● 안나 엘리자베스 하르텔 (완료)
● 하르나 루엘 (완료)
● 리암 마르텔 (완료)
실패 : 사망
오래전에 받은 붉은 퀘스트.
로키아 아카데미를 아이들과 졸업해야 만 완료가 가능한 퀘스트였다.
하준은 유일하게 남은 메인 퀘스트를 바라보며 정겨운 생각이 들었다.
이 시스템 때문에 고생했던 것이 이제는 추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가볼까?”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충분히 즐겼다.
가끔 심상 세계로 다시 이동하여 필라텐과 드워프들의 안부도 확인하고 세계 곳곳에 안 가본 곳 없이 전부 구경했으니 말이다.
하준은 떠나기 전 아이들과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뭐, 별건 아니고 졸업식이 끝난 뒤, 다 함께 어디 여행이나 가자는 약속이었다.
“자, 그럼…….”
하준은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곧바로 로키아 아카데미로 통하는 게이트를 연 하준은 오랜만에 볼 아이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게이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로키아 아카데미의 입구 앞.
그곳에 이제는 생도 회장이자 졸업을 앞둔 안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나 회장님, 정말 그분이.”
그때 조심스럽게 안나의 옆에 선 2학년 서기가 안나를 향해 물었다.
그 말에 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졸업식에는 꼭 온다고 했거든요.”
“오랜만에 오빠를 만날 생각을 하니 기대되네요.”
안나의 옆에 선 일레인이 입을 열었다.
참고로 일레인은 로키아 아카데미의 부회장으로 3학년으로 진급한 뒤, 차기 생도 회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레인의 말에 안나는 흐뭇한 미소로 대답했다.
“응, 그러게.”
“아! 저기!”
그때 일레인이 정면에 어느 한 방향을 가리켰다.
일레인이 가리킨 그곳에서 허공이 소용돌이치고 게이트가 열린 것이다.
그곳에는 익숙한 얼굴의 소년이 기지개를 켜며 나오고 있었다.
일레인은 하준을 보자마자 곧바로 달려들어 안겨 왔다.
“오빠!”
“응?”
하준은 의아한 얼굴로 안겨든 일레인을 바라봤다.
안나는 오랜만에 보는 동급생의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왔어요?”
“어, 기다리고 있었네?”
“하준 씨, 혼자 뒀으면 사람들이 몰려왔을 테니까요.”
“그러냐? 그래, 사람이 좀 많긴 하네.”
주변을 돌아보니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게 보였다.
영웅들부터 기자들까지.
곧, 사람들이 하준의 얼굴을 보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 저기! 이레귤러다!”
“정말로 이레귤러가 왔어.”
“자, 기자들이 몰려들기 전에 어서 가요. 이미 졸업식이 시작했거든요.”
이러한 상황을 대비했는지 몇 명의 생도회 생도들이 기자들을 막고 길을 만들었다.
하준은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생도들이 만들어낸 길을 따라 졸업식이 열리는 건물로 향했다.
“이제는 익숙한가 보네?”
그때 일레인이 장난기 어린 얼굴로 하준을 향해 물었다.
하준은 그러한 질문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질릴 정도로 경험했으니까.”
정말로 질릴 정도로 경험했다.
세계 여행을 하며 하준의 얼굴을 알아본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니 말이다.
그래도 얼굴을 숨긴 채 구경할 건 전부 구경했으니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하준과 일레인 그리고 안나는 생도들이 만들어준 길을 따라 졸업식이 열리는 회장으로 들어왔다.
이미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던 건지, 정숙한 분위기에서 하준의 등장에 잠깐 소란이 일어났다.
오랜만에 보는 아이들이 하준을 반겼기 때문이었다.
“오! 김하준.”
“늦었군.”
“하준 씨, 왔어요?”
“어? 하준아!”
“와……, 하준이다.”
그러한 아이들의 말에 졸업식에 모여있던 생도들의 시선이 하준을 향했다.
하준의 등장에 졸업식이 잠시 소란스러워지기 직전에 단상에 있던 리엘라가 크흠- 헛기침을 하며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 자. 반가운 마음은 알겠다만, 일단 졸업식이 끝나고 얘기를 나눌 시간은 많으니까.”
그러한 리엘라의 말에 다시 아이들 모두가 정면의 단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준 또한 리엘라의 말에 따라 얌전히 자리에 들어갔다.
곧이어 다시 졸업식이 진행되었다.
“자, 그럼 훈화를 시작하기 전에 말이다. 대신해줄 사람을 데려왔다.”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리엘라를 향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준도 잠시 의아한 얼굴로 리엘라를 바라봤다.
그때였다.
하준의 감각에 어떠한 마력이 느껴진 것은.
익숙하면서도 정겨운 마력.
“오랜만이네…….”
너무도 희미하고 작은 마력의 기운이었지만, 하준은 모를 수가 없었다.
아마 다른 아이들도 이러한 마력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리 놀라며 입을 크게 벌린 거겠지.
하준은 조용히 단상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띵-
[메인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로키아 아카데미를 동료들과 함께 무사히 졸업하십시오
● 한시영 (완료)
● 안나 엘리자베스 하르텔 (완료)
● 하르나 루엘 (완료)
● 리암 마르텔 (완료)
실패 : 사망
[성공!]그때 들려온 퀘스트와 함께 단상의 옆으로 걸어 나오는 한 노인이 보였다.
노인의 등장과 함께 이곳에 모인 모든 졸업생이 경악하기 시작했을 때.
“허허허, 다들 굉장히 오랜만이구만.”
현자 최중원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 *
“언제 일어나셨어요?”
“졸업식 전날에 일어났지. 리엘라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네, 자네를 깜짝 놀라게 하고 싶어서 말이야.”
졸업식이 끝난 뒤, 하준과 최중원은 벤치에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최중원은 하준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로 대답했다.
“정말……, 내가 자고 있는 동안 훌륭한 영웅이 되었구만, 자네는.”
그 말에 하준은 씨익-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이제는 쉬어도 되죠?”
“후훗, 그만큼 고생했으니 누가 뭐라 하겠나? 정말 고생 많았네.”
“네, 진짜 고생 많이 했거든요.”
하준은 지금까지 있었던 여러 일들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이제는 추억으로 남은 일들이었다.
“다시 교장으로 취임하실 건가요?”
하준은 최중원에게 물었다.
그러한 물음에 최중원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다시 교장직을 맡을 생각은 없네. 그저 리엘라의 곁에서 도우면 되겠지. 너무 오래 쉬었으니 나도 슬슬 일해야 하지 않겠나.”
“리엘라 님이 좋아하겠네요.”
“후훗, 뭐, 들어보니 그녀는 교장직을 마음에 들어 하는 거 같으니 말이야. 다시 빼앗는 건 미안하지 않겠나.”
“그것도 그렇네요.”
그 말에 하준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인자한 미소로 하준을 바라보고 있던 최중원이 하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에게는 정말 고맙네. 약속을 지켜줘서 말이야.”
“괜찮아요, 일한 만큼 충분히 놀 생각이거든요.”
“후훗, 그것도 그런가…….”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멍하니 무언가를 생각하는 최중원이었다.
조용한 정적 뒤, 최중원은 인자한 미소와 함께 하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늙은이가 자네의 시간을 너무 빼앗았구만, 저기 아이들이 부르는 거 같으니 어서 가보게.”
그 말과 함께 아이들이 있는 곳을 가리키는 최중원이었다.
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벤치에서 일어섰다.
“그럼, 나중에 봬요.”
그 말과 함께 아이들을 향해 다가가는 하준이었다.
아이들은 함께 모여 졸업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 졸업식 끝났으니까 약속을 지킬 준비는 됐죠?”
“뭐, 같이 여행 가자는 거?”
“어디 많이 다녀왔으니까 알아뒀을 거 아니야?”
“장소 정해둔 곳 있죠? 하준 씨?”
그 말에 하준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딱히 세워둔 계획은 없는데…….
뭐, 괜찮다고 생각한 곳 아무 데나 가면 되겠지.
“자, 그럼 찍을게요. 다들 준비하시고.”
마법으로 허공에 카메라를 올려둔 안나가 모두에게 입을 열었다.
“하나, 둘, 셋!”
“““김치!”””
“치즈.”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