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202)
제202화
#에필로그 (1) 후일담
시간은 흘러 5년 뒤.
[한국의 대영웅 검왕의 뒤를 이은 영웅, 검성이 이번 신생 빌런 조직 발론트를 구속 및 체포했다는…….] [영국의 새로운 현자가 계발한 신마법, 4원소 조합 마법이 마법계에 새롭게 각광 받았으며…….] [미국의 영웅, 신창이 금일 오후 멸지 워스트 등급 던전의 공략에 성공하여…….] [룬어의 마법사, 새로운 유적 및 신 언어의 발견과 함께…….]“…….”
“…….”
“…….”
아이들 모두가 여러 활약을 하고 있을 때.
현재 하준의 집에서는 조용하나 어딘가 불편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집에 모인 이들은 각 국가의 영웅 협회의 협회장을 맡고 있는 거물들이었으나, 한 소년을 앞에 두고 공손히 무릎을 꿇은 채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다름 아닌 눈앞의 영웅.
“저 은퇴합니다.”
“…….”
“…….”
“…….”
현존하는 최강의 영웅이 내뱉은 발언 때문이었다.
미국, 한국, 영국 협회장 모두가 입을 벌리면 경악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이제 막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25세, 영웅으로서 꽃을 피울 나이이지 않은가.
물론 이전부터 상상도 못 할 활약을 해왔고 요즘 활동이 뜸해지기는 했지만 설마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제부터 그의 신화가 쓰여진다고 생각했던 영웅 협회장들은 멍하니 입을 벌리다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대체 왜…….”
“이유가 뭡니까?”
“영웅님, 혹시 저희가 뭐 잘못한 게 있습니까?”
모두가 어처구니없는 그의 은퇴 발언에 기가 막히고 있을 때.
하준은 김정용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담담히 엄청난 발언을 내뱉을 뿐이었다.
“에이, 협회장님들께서 뭘 잘못했겠어요.”
“그럼 왜…….”
“애초에 처음부터 영웅이 될 생각이 없었는데요?”
“““?!”””
그건 또 뭔 뚱딴지같은 소리지?
그들로서는 솔직히 그냥 자신들이 무언가 잘못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뭘 사과하고 고치든 말든 할 것인데 애초부터 영웅이 될 생각이 없었다니…….
“아니, 대체 왜 이러십니까?”
“그냥 저희가 뭘 잘못했다고 말해주십쇼.”
한국 협회장 김정용에게 하준의 은퇴 선언을 전달받아 급하게 한국으로 온 미국, 영국, 협회장 역시 김정용과 마찬가지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하준에게 큰 협력을 받아온 만큼 하준의 은퇴라는 거대한 전력 손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상 갔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분명 그라면…….’
눈앞의 하준을 많이 봐와 눈치챘지만, 그가 말하는 은퇴란 말 그대로 이 업계에 손을 떼겠다는 말이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어떤 위대한 영웅이 은퇴를 하더라도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협력이라는 형태로 도움을 청할 수 있겠지만, 소년을 많이 봐온 안드로 협회장으로서 아마 소년이 내뱉은 은퇴는 말 그대로 그냥 영웅 관련된 모든 일에 손을 떼겠다는 말처럼 들려왔다.
더구나 큼지막한 빌런 조직이 사라진 상황 속, 새로운 빌런 혹은 신생 조직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마당에 그의 은퇴 소식이 알려지면 이러한 신생 빌런 조직이 수면 위로 기어오를 준비를 하지 않을까?
억제력의 상실은 그만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드로는 다급히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다시 생각해보시면 안 되겠습니까?”
안드로는 곤란한 표정으로 하준을 향해 간곡히 물었다.
물론 하준 또한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이 이렇게 자신의 은퇴를 말리는 이유도.
그런데 솔직히 말해 굳이 큰 걱정이 들지 않았다.
하준이 말했다.
“제가 없어도 크게 문제 될 건 없지 않아요?”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아니, 보세요. 한국에 새로운 검왕이 있고. 영국에는 현자, 미국에는 신화급 보구 사용자가 있는데 뭐가 문제에요?”
“““…….”””
하준의 말에 모두가 할 말을 잃은 채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그 세 명은 각국에서 각광 받고 있는 미래의 평화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졌으니 말이다.
하준의 활동이 줄었음에도 빌런 범죄율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이유가 그 세 명 덕분이기도 했다.
“걔들 덕분에 제가 굳이 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근데 오빠.”
“응?”
그때였다.
뒤에서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던 일레인이 한심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고 있던 건.
일레인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냥 일하기 귀찮아서 그만두는 거잖아.”
“…….”
정곡이었다.
“분명 평생 먹고 놀 만큼 돈도 있으니까 그만둬도 되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지?”
“…….”
정답이었다.
솔직히 굳이 일 안 해도 모아둔 돈이 많아서 일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근데 그걸 협회장님들 앞에서 말하니 상황이 곤란해졌다.
하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다시 협회장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하준을 못마땅한 도끼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불평)은 많은데 하준이라서 참는 느낌?
일단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하준은 뻔뻔하게 변명하였다.
“동생아, 그럴 리가 있겠니? 다 걔들 믿고 맡긴다는 마음으로 그만두는 거지.”
“거짓말! 저번에 1년 동안 놀 계획을 짜고 있었으면서!”
“음……, 어차피 5년 동안 쉬었으니까 계속 쉬어도 되지 않을까?”
“야!”
그 말에 호통을 치는 일레인이었다.
사실 하준은 요 5년 동안 이렇다 할 활동도 하지 않은 채 계속 쉬었다.
요 5년간 방구석에서 맨날 게임이나 TV를 보며 놀았다고 할까?
그러한 하준의 행동에 일레인은 이미 질린 상태였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5년 동안 집에서 빈둥거릴 수 있지?
버섯인가?
“어쨌든 좀 나가, 오빠! 몸에서 곰팡이 피겠어!”
그러한 일레인의 호통에 앞에 앉아 있던 협회장들이 눈을 빛내며 일레인을 응원하고 있었다.
하준은 별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보면 5년간 빈둥거리면서 놀기만 했으니 쟤가 저렇게 호통치는 것도 이해가 된다. 라는 마음으로 몸을 일으켰다.
“에휴……, 그래서 뭐 할 일이라도 있어요?”
“그렇다면 은퇴는……?”
“미루죠, 뭐.”
그 말에 한시름 놓았는지 협회장들 모두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협회장 김정용은 다시 하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은 큰일이 없습니다만……, 아! 로키아 아카데미에서 하준 생도님을 찾더군요.”
“그거 어제 제가 거절했던 거 같은데요?”
뭐였더라? 무슨 강사 비슷한 거 부탁한 거 같은데?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한 대답에 협회장 김정용이 말을 이었다.
“거절했지만 최중원 현자님께서 안타까워하시더군요.”
“음……, 저는 딱히 상관없는데 괜찮아요?”
뭐 따로 더 급한 일이 없냐 물어보는 말이었다.
그러한 하준의 대답에 김정용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은 영웅님의 부재니까요. 이따금 활동하시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주시는 것만으로도 괜찮습니다.”
대충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그러니까 요 5년간 잠적 비슷하게 활동을 안 하여 불안해하는 시민들이 있으니, 아직 멀쩡히 활동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말이었다.
뭐, 그럼 산책하는 느낌으로 활동하면 되려나?
“그래서 아카데미에 가서 강사 비스무리한 것만 하면 되죠?”
“강사 말입니까?”
“그런 걸 부탁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아! 아무래도 헷갈리신 모양이군요.”
그 말과 함께 김정용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카데미에서 부탁한 건 생도들의 사이드킥 현장 학습이었습니다.”
“사이드킥이요?”
기억이 난다.
분명 자신이 1학년 때 했던 현장 학습을 말하는 것일 거다.
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아카데미를 갈 준비를 했다.
그때 하준을 따라 집 밖으로 나온 협회장들이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저희도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분들이 나 하나 은퇴한다고 찾아왔다니…….
아니, 정확히는 협회장 김정용이 도움을 요청해서 찾아온 거지만.
어쨌든 하준은 미국과 영국 두 영웅 협회장을 보낸 뒤, 김정용을 바라봤다.
그가 하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태워드리겠습니다, 타시죠.”
“그러죠.”
게이트를 타고 단숨에 갈 수도 있지만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거니 주변 구경하는 셈 치고 하준은 협회장 김정용의 차를 타기로 했다.
“오빠 잘 다녀와!”
그렇게 일레인의 배웅을 받으며 협회장 김정용의 차를 타고 아카데미로 향하는 중.
협회장 김정용이 하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거 아십니까, 하준 영웅님?”
“예? 뭐 말이에요?”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한 모양이군요.”
그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 사이드킥 현장 학습에 초청된 영웅분들은 하준 영웅님이 잘 아시는 분들입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이라고요?”
“예, 이번 사이드킥 현장 실습은 좀 특별하니 말입니다.”
* * *
로키아 아카데미 특급 반.
모든 아이들이 사이드킥 현장 실습을 준비하며 떠날 준비를 하는 사이.
한 소녀가 교무실에 찾아왔다.
그 소녀의 이름은 한아리.
로키아 아카데미의 수석 입학생으로 이번 사이드킥 현장 실습에 지명 순위 1위의 생도였다.
한아리는 자신의 담임 교관인 이 한 교관을 마주 보며 기대감이 물씬 풍기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교관님, 혹시 그……, 왔나요?”
그 말에 조금 미안한 얼굴로 뜸을 들이던 이 한 교관이 입을 열었다.
“분명 너는 검성의 사이드킥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지?”
“네!”
“근데 안타깝게도, 검성 그 녀석한테서 지명이 안 왔구나.”
“……정말요?”
그 말에 너무 눈에 띄게 풀이 죽은 한아리였다.
크게 기대하고 있었는데 설마 지명조차 오지 않았다니…….
지명 기간인 일주일 동안 다른 길드를 포함하여 수많은 영웅들에게서 지명이 왔지만, 자신이 원했던 검성의 지명이 오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해서 마지막 날까지 기다려본 건데…….
그러한 실망감이 가득한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이 한이 한아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참 이상하단 말이지……, 이번 사이드킥에서 아무도 너를 지명 안 한 게 말이다.”
그 ‘아무도’란 다른 누구도 아닌 로키아 아카데미의 황금의 세대에 활약한 4명의 영웅들을 말하는 거였다.
검성, 현자, 신창, 룬어의 마법사.
그만큼 이번 로키아 아카데미의 사이드킥 현장 실습은 특별했다.
몇 년 전 초대형 차원 던전을 겪은, 지금은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영웅들이 어떤 연유인지 한마음으로 지원하여 사이드킥을 받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설마 그 애들한테서도 지명이 안 올 줄은 몰랐는데…….’
현재 신수사의 제자인 이주아.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주희.
그런 아이들한테서조차 지명이 오지 않았다.
이쯤 되니 이 한은 뭔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너 혹시 옛날에 걔들한테 미움받을 짓을 했니?”
“네?! 그럴 리가요! 만나보지도 못했는데!”
“크흠- 아무튼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어쩔 수 없다, 지명 온 길드는 많으니 이 중에서 선택하는 수밖에.”
그 말에 울망거리는 눈으로 크게 풀이 죽은 한아리였다.
이 한 또한 우수한 자신의 생도가 이런 취급을 받으니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드르륵-
교무실이 문이 열리고 한 청년이 들어왔다.
흰색 반팔 티에 검은 반바지를 입은 청년.
언뜻 보면 참으로 초라한 옷차림의 청년이었지만 이 한 교관은 그 청년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다.
“너……?!”
“어휴, 오랜만이네요, 교관님. 잘 지내셨어요?”
그 담담하기로 유명한 이 한이 눈에 띄게 크게 놀라는 모습에 한아리의 숙여진 고개가 천천히 위로 들어 올려졌다.
그리고 한아리는 청년을 본 순간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누구지?
“네가 여기는 웬일이냐?”
“교장 선생님이 이번 사이드킥 현장 실습을 부탁해서요.”
“허 참, 5년 동안 집에 짱박혀 있더니 이제야 움직일 생각이 든 거냐?”
이 한은 오랜만에 보는 자신의 학생에 반가움을 느끼며 피식- 미소 지었다.
청년 또한 이 한과 같이 미소 지으며 눈앞의 소년을 바라보았다.
“쟤죠? 아카데미 수석이?”
“그래.”
“이상하네, 수석인데 그 4명 중 아무도 지명을 안 했어요?”
“그러게 말이다…… 응?”
그때 이 한이 그제야 한아리에게 그 4명의 지명이 오지 않은 이유를 눈치챌 수 있었다.
이유를 눈치챈 이 한은 피식-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거였군.’
하긴, 이 녀석만큼 한아리를 교육하기에는 알맞은 영웅은 없을 테니 말이다.
“없으면 제가 데려가도 되죠?”
“그래.”
이 한 교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아직까지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한아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앞의 청년을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