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204)
제204화
#에필로그 (3) 후일담
늦은 밤 공원.
밤이라 그런지 낮에 비해 사람 몇 명이 가벼운 산책을 하는 공원이었으나 그러한 장소에서도 범죄가 일어나긴 하나 보다.
하준은 한아리를 따라 바닥에 쓰러진 여인을 향해 다가갔다.
한아리는 바닥에 쓰러진 채 당황하고 있는 여인을 향해 다가가 무슨 상황인지 여인에게 자초지종을 묻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세요?”
“저기! 제 가방이!”
“알겠어요! 일단 여기서 기다리세요!”
곧바로 상황을 이해한 한아리는 저 멀리 가방을 들고 냅다 달리고 있는 남자를 확인했고 남자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옆에 서 있던 하준 또한 상황을 이해하고 잠시 가만히 서서 멍하니 생각하다 한아리의 뒤를 따라 달렸다.
이러한 간단한 사건 정도야 하준의 힘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간단한 사건이니 이번에는 한아리에게 맡겨 보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거기 서!”
“하아! 하아!”
한편, 도주하는 남자의 속도는 빨랐다.
초인인 한아리가 있는 힘껏 달려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건 결국 가방을 훔친 남자도 초인이라는 증거이니 말이다.
상황을 이해하니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한 한아리였다.
가방을 훔친 범인이 초인이라는 것을 안 이상, 도주 과정에서 민간인에게 피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빨리 잡아야 돼!’
한아리는 달리는 와중에 곧바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뒤적였다.
곧, 그녀가 손을 빼냈을 때, 어느 순간 그녀의 손아귀에는 은광으로 빛나는 망치가 쥐어져 있었다.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은광의 망치.
“오! 저거구나?”
뒤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하준은 감탄하였다.
아카데미의 교장 선생님부터 그 녀석들이 하준에게 한아리를 맡긴 이유가 저 망치였으니 말이다.
보다시피 그녀가 사용하는 보구는 하준과 똑같은 망치였다.
또한 망치를 사용하는 활용도가 비슷하다는 말도 있었다.
하준은 뒤에서 한아리가 어떻게 망치를 사용하는지 구경했다.
그때였다.
“하앗!”
그녀가 저 멀리 떨어진 빌런을 향해 망치를 휘두른 것은.
곧이어 휘둘러진 망치가 여의봉처럼 쭈욱- 늘어나 범인의 다리에 휘둘러졌다.
“으악!”
결국 휘둘러진 망치에 다리가 걸려 크게 뒹굴며 바닥에 쓰러진 빌런이었다.
그 틈에 빠르게 빌런을 향해 달려든 한아리는 빌런의 팔을 뒤로 돌려 바닥에 눌렀고 주위를 둘러보자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아저씨가 보여 소리쳤다.
“아저씨! 빌런을 잡았어요! 빨리 경찰한테 연락해 주세요!”
“망치를 잘 쓰는구나?”
“그런 태평한 소리 할 때예요? 빨리요!”
그 말에 하준은 여유롭게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그녀의 말대로 경찰에 연락해 신고했다. 뭐, 그녀의 말대로 일단 상황을 해결하는 게 먼저였으니 말이다.
그때였다.
한아리에게 잡힌 빌런이 갑자기 맛이 간 인간처럼 웃기 시작한 것은.
“헤헤헤! 됐어, 됐다고!”
“?! 우, 움직이지 마!”
“나, 나도 이제! 거기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
너무도 갑작스러운 웃음소리와 원인 불명의 말을 내뱉는 남자였다.
그렇게 미친 듯이 웃고 있던 범인이 갑작스럽게 미소를 거두고 한아리를 원수를 보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러한 범인의 얼굴에 아주 잠깐 움츠러든 한아리였다. 광기마저 묻어 나오는 듯한 범인의 표정에 압도됐기 때문이었다.
한아리는 당황하며 범인을 향해 소리쳤다.
“조, 조용히 해!”
“너.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지?”
“조용히 하라고!”
그러한 상황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하준은 범인을 향해 다가가 쫙 편 손으로 머리를 후려쳤다.
짝! 쿵!
동시에 엑!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바닥에 푹- 늘어져 기절한 범인이었다.
그러한 상황에 잠시 벙찐 얼굴로 범인을 바라보던 한아리는 고개를 들어 범인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후려친 하준을 바라봤다.
하준은 덤덤한 표정으로 한아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조용히 안 하면 조용히 시켜야지, 그걸 전부 듣고 있니?”
“…….”
좀 어처구니없지만 맞는 말이었다.
내가 왜 그걸 전부 듣고 있었지?
“기절은 했지만 경찰이 올 때까지 계속 잡고 있어.”
“아, 네!”
상황을 이해한 한아리는 번뜩- 정신을 차리며 다시 범인을 꽉 붙잡았다.
그러한 한아리를 바라보고 있던 하준의 시선이 범인에게로 향했다.
‘저건…….’
하준의 시선이 범인의 팔로 향했다.
범인의 팔에 새겨진 사자 머리 모양의 문신.
‘어디서 한 번 본 거 같은데…….’
뭔가 어디서 본 문신 같기에 하준은 범인의 팔에 새겨진 문신을 폰 카메라로 찍은 뒤, 경찰이 올 동안 기다렸다.
그때 도둑을 잡고 있던 한아리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하준을 불렀다.
“아저씨.”
“응?”
“그…….”
그 말과 함께 도둑이 훔친 가방을 열어 보여 주는 한아리였다.
가방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 * *
다음 날 아침.
로키아 아카데미의 교장실에서 하준은 리엘라와 마주 보며 앉아 사정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정을 다 들은 리엘라는 도끼눈을 뜨고 시큰둥한 표정으로 하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 애를 다른 영웅 쪽으로 보내 달라고?”
“네.”
“야, 이놈아! 너는 어떻게 몇 년이 지나도 하나도 변한 게 없냐!”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하준을 향해 호통을 치는 리엘라였다.
하준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리엘라로서 상황을 이해했고 이놈이 귀찮아서 그 아이에게 그딴 제안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너는 참 어이가 없어서. 이제 그만 쉬고 일 좀 해라, 이놈아! 5년 동안 쉬었으면 됐잖아!”
“리엘라 님도 몇 년 전만 해도 차원 공간에 틀어박혀 있었잖아요.”
“나랑 너랑 같냐, 젊은 놈이 말이야! 어째 한 마디도 안 지려고 해!”
그렇게 호통을 내지르던 리엘라는 소파에 몸을 기대며 푸욱-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이놈아. 어떻게 사람이 5년 동안 집에 틀어박혀 지낼 수 있냐? 네가 무슨 버섯이야?”
“제 동생도 비슷한 소리를 하던데…….”
“말 한번 잘했다. 또 머리 굴려서 도망치려고 하면 일레인한테 바로 일러바쳐 주마.”
그 말에 한숨을 내쉬는 하준이었다.
결국에는 일을 다 끝내고 가야 한다는 말이니.
“한아리, 그 아이가 오면 네 정체를 제대로 밝혀라. 아니, 그냥 내가 말해야겠다.”
“아유, 알겠어요. 제대로 할게요. 그것보다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응?”
그 말과 함께 하준은 어제 사진으로 찍은 문신을 리엘라에게 보여 줬다.
“이게 좀 익숙한데 기억이 안 나서요. 혹시 아세요?”
“이건…… 그거잖냐? 요즘 신생 빌런 집단 발론트.”
“아!”
그 말을 들은 순간, 하준은 갑작스럽게 기억이 떠올랐다.
TV 뉴스에서 한 번 본 적이 있던 거 같다.
한국에 새로 생긴 신생 빌런 집단 마크.
그 집단 소속 빌런들이 이러한 마크를 문신으로 새기고 활동한다고 들었으니 말이다.
“어쩐지 익숙하더라.”
“그래서 왜? 아! 혹시 이놈들 소탕하려고?”
“어제 한아리가 잡은 도둑이 여기 집단 소속인 거 같은데요?”
“어이구, 그 녀석인가 보구나, 발론트 소속의 가방 도둑들.”
“빌런 조직이 도둑질 따위를 한다고요?”
하준은 조금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리엘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리엘라는 그러한 하준의 표정에 덤덤히 얘기할 뿐이었다.
“그놈이 훔친 가방, 비어 있었지?”
“네, 비어 있었긴 하죠?”
“무슨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방 도둑들이 훔친 가방의 내부 물품들이 사라져 있더구나. 내가 보기에는 어느 한 곳으로 이동된 거 같지만 말이다. 마법 아니면 어빌리티겠지.”
“조직을 이룬 놈들 주제에 쫌생이 같은 짓을 하네요.”
다수가 모여 이루어진 조직들 주제에 도둑질이라니.
신생이라서 그런가 조금 어처구니가 없는 하준이었다.
그러한 말에 리엘라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마 새로 생긴 빌런 조직들 중에 그놈들이 제일 규모가 클 거다.”
“근데 도둑질을 해요?”
“도둑질을 포함해서 다른 것도 하는 거지. 도둑질하는 소속 빌런은 제일 밑에 있는 애들일 거고. 그래도 한아리한테 조심하라고 해야겠구나. 그놈들 결속력이 장난 아니거든. 제일 밑에 있는 놈들이라고 해도 보복이 있던 적이 있으니까.”
“음…… 그래요?”
뭐, 그렇다면 조심해야 하긴 하겠네.
한아리를 다른 영웅에게 넘기는 것이 물 건너갔으니 결국 2주 동안 그녀의 곁에 있을 테니 말이다.
“그것보다 얘는 언제 온대요?”
“……응? 그러게 말이다. 원래 이렇게 늦게 오는 애가 아닌데…….”
그때였다.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아니, 설마 아니겠지?”
“에이, 아니겠죠.”
그녀가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한 하준은 너스레를 떨었지만 다음으로 이어진 리엘라의 말에 하준은 표정을 찌푸리며 입을 삐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 아이는 시간 약속 하나만큼은 철저하게 지키는 아이인데…….”
“…….”
그 말을 들은 하준은 곧바로 폰을 꺼내 한아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일까?
통화 연결음만이 울릴 뿐이었다.
결국 상황을 이해한 하준은 귀찮은 표정으로 소파에서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하…… 다녀올게요.”
“그래, 잘 처리하고 와라.”
* * *
한아리는 몽롱한 정신으로 눈을 떴다.
어떤 미친 인간이 등굣길에 자신의 뒤통수를 가격하여 그대로 정신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눈을 뜨니 양팔과 다리에 검은색 쇠사슬에 묶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납치당했다는 말이었다.
그때 쇠창살 너머의 남자들이 한아리를 가리키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 녀석이지? 우리 막내 잡은 놈.”
“너 같은 녀석이 어쭙잖게 행동하니까 우리 막내가 계속 바뀌는 거 아니야.”
“쯧- 이번이 몇 번째인지 이번 막내는 좀 괜찮은 놈 같았는데.”
“마지막 20번째에서 잡혔지만 말이야. 쓸모 있는 녀석이었지.”
한아리는 남자들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이들이 빌런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한아리는 눈앞의 남자들을 노려보았고 그러한 눈초리가 우스운지 그들은 한아리를 바라보며 피식- 비웃기 시작했다.
“뭐, 그래도 아카데미 소속이라 이건가?”
“근데 어쩌냐? 여긴 누구도 눈치 못 챌 장소거든.”
“그래서 얘는 어쩐대?”
“보스가 죽인다고 했으니까 손대지는 마.”
“크흐흐, 불쌍한 녀석이네. 그래도 다른 녀석들도 있으니까 얘가 제일 마지막인가?”
그러한 대화를 나누며 한아리를 쇠창살 안에 놔둔 채 방을 떠나는 남자들이었다.
그렇게 고요해진 공간 속.
한아리는 지금이 기회라는 것을 눈치채고 신중하게 주변을 살피며 빠져나갈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성인 영웅들조차 부수기 힘들다고 알려진 흑철.
아마 자신의 양팔과 다리를 묶고 있는 것은 흑철이 분명하나, 한아리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 손으로 와, 할라즈.”
그 말과 함께 한순간에 은광을 내며 한아리의 주머니에서 빠져나온 망치였다.
망치를 쥔 한아리는 곧바로 망치를 작게 만들어 쇠사슬 틈새에 끼워 넣은 뒤, 곧바로 망치의 크기를 키워 흑철을 부서트렸다.
캉!
경쾌한 울림과 함께 한순간에 부서진 흑철.
남은 손과 다리를 묶은 흑철 또한 같은 방식으로 부순 한아리는 다시 방을 둘러보며 도주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한아리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과 같은 처지로 납치당해 감금된 사람들이었다.
그대로 그들을 두고 떠날 수 없던 한아리는 신중하게 방법을 모색하다 감금된 사람들을 향해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