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205)
제205화
#에필로그 (4) 후일담
감옥에 갇혀있던 사람들을 풀어준 뒤, 한아리는 잠시 주위를 살폈다.
뭔가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이곳이 자신을 납치한 본거지라고 생각해도 경계가 그리 삼엄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로키아 아카데미의 생도 한아리입니다. 잠시 이곳에 갇힌 척 대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한아리는 일단 이곳에 갇혔던 12명의 사람들을 향해 말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향해 다가갔다.
문 앞에 달라붙어 귀를 기울인 뒤,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경계를 서고 있는 빌런은 없다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꺼림칙한 기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한아리의 앞에서 얘기를 나누던 빌런의 말이 떠올랐다.
-여긴 누구도 눈치 못 챌 장소거든.
그때 말한 빌런의 말대로 자신이 있다는 건가?
탈출을 감행해도 절대로 도망 못 치게 할 자신이 그들에게 있다는 걸까?
일단 길도 모르는 상태에서 감옥에 갇혔던 사람들을 데리고 갈 수는 없으니 한아리는 먼저 이곳을 탈출할 길을 찾기 위해 조심스럽게 소리를 죽이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10분 정도 길을 찾아 걸으며 깨달은 것에 한아리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길이…….”
주변에 회색 벽으로 이루어진 넓은 통로 같은 길이었다.
그러한 길은 10분 정도 걷고 나서 눈치챈 것은 이 길이 미로 형태로 되어있다는 점이었다.
“대체 어떻게…….”
거기다 이곳에 대기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빌런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분명 이곳이 놈들의 아지트라면 몇 명은 대기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설마?!”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에 맴도는 와중, 한 가지 확신이 든 생각에 한아리는 곧바로 망치를 가로로 세워 벽에 갖다 댔다.
“길어져.”
그 말과 함께 좁은 통로에서 서서히 손잡이가 길어지는 망치는 그대로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벽을 뚫고 쭈욱- 길어졌다.
곧이어 쭈욱- 벽을 뚫고 길어지던 망치가 이 공간에 끝에 도달했을 때 한아리는 그대로 벽을 뚫고 공간의 끝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예상대로일까.
“…….”
끝이라고 도달한 바깥을 확인한 한아리는 심각하게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이 공간의 바깥.
말 그대로 바깥 주변에는 온통 검은색의 무저갱으로 이루어진 공간이었으니.
한아리는 이러한 공간을 알고 있었다.
차원 공간.
대마법사 수준의 마법사가 만들 수 있는 개인의 공간이었다.
“윽!”
이 공간의 정체를 파악한 순간, 한아리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첫 번째로 허망함이었고 두 번째로 공포였다.
이곳에 누군가가 만들어낸 차원 공간인 이상, 공간 주인의 허락 없이는 이곳을 나갈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말 그대로 완전히 갇혔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이 든 순간.
쿵! 쿵!
한아리의 등 뒤로 지축을 울리는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한 소리에 한아리가 고개를 돌린 순간.
“크르르!”
“…….”
웬 거대한 형태의 검은 털의 짐승이 침을 흘리며 한아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 *
“해방군이라고 아십니까? 영웅님.”
“그게 뭔데요?”
한편 하준은 한아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곧장 정보를 얻기 위해 영웅 협회를 찾아왔다. 협회장 김정용은 자신이 조사한 발론트의 정보를 하준에게 말하고 있었다.
“빌런 연합과 비슷한 사상을 가졌으며 연합보다 더욱 오래된 집단입니다. 초인의 힘, 어빌리티를 자유롭게 사용하고자 하는 집단이지요. 대혼란 시기가 끝나고 사회가 안정화되며 초인의 힘을 제한하고자 하는 법률이 통과된 이후 생긴 과격파 집단입니다. 물론 30년 전에 생겼던 집단이기에 현재는 소문으로만 무성한 집단이었지만……, 몇몇 전문가들의 추측으로는 차원 공간 너머를 아지트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그거랑 발론트랑 무슨 상관인데요?”
“아직 추측에 불과하나 저희 협회는 발론트가 해방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심각한 얼굴을 지으며 하준을 향해 말했다.
하준은 볼을 긁적이며 김정용에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놈들이 숨어 있을 곳은 차원 공간 너머라 찾기 힘들다고요?”
협회장 김정용은 곤란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30년이나 숨어 지낸 집단입니다. 이제 와서 다시 활동하려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결국 놈들이 차원 공간 너머에 있는 이상, 저희로서는 찾을 방도가 없을 거 같습니다.”
“신생인 줄 알았는데 고인 놈들이었네. 그런 놈들이 도둑질 따위나 할 줄은 몰랐네요.”
“원래는 한국에서만 활동하는 집단이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집단인 해방군이 하필 한국에서 그런 소극적인 범죄를 저지르기에 저희도 이상하다 싶어 조사해보니 이유가 조금 어처구니없었습니다.”
“뭔데요?”
하준이 의아한 얼굴로 김정용을 향해 질문하니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집에 계셨던 하준 영웅님은 잘 모르겠지만 놈들이 범죄를 저지른 장소가 하준 영웅님의 집과 가까웠습니다.”
“……?”
“놈들의 말을 종합해보자면……, 그게……, 입단 테스트였다고.”
그러니까 내 집 근처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놈들의 입단 테스트란 말이었다.
하준은 조금 어처구니없는 와중에 한 가지 떠오른 기억이 있었다.
그것은 일주일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다지 별 대단한 사건은 아니었다.
일주일 전에 하도 집을 안 나가는 하준을 보고 일레인이 밖을 좀 나가라며 자전거를 선물했고 그게 하루 만에 도둑질당했던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넘치는 게 돈이었고 하준도 밖에 나가기 싫었고 해서 그냥 넘어간 사건인데, 다시 생각해보니 왠지 모르게 그놈들이 저지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그런 게 어떤 겁대가리 상실한 놈이 자신의 집에 들어와 도둑질을 할 거라 생각했겠는가?
어쨌든 그건 그거대로 넘어가고.
“어이가 없네.”
하준은 왠지 어처구니없어서 웃음만 나왔다.
“협회장님.”
“예, 예?”
“이번 사건은 저한테 맡기세요.”
“아! 움직이시는 겁니까?”
“도발을 했는데 넘어가 줘야죠.”
그 말과 함께 하준은 오랜만에 주머니를 뒤적였다.
동시에 협회장실을 나오기 위해 뒤돌아선 하준이었다.
그런 하준을 향해 협회장 김정용이 다급히 물었다.
“방법이 있습니까?”
협회장 김정용의 그러한 물음과 동시에.
후웅!
어느 순간 하준의 손에는 찬란한 빛을 내뿜는 망치가 쥐어져 있었다.
마하라즈.
요 몇 년간 쉬면서 망치를 쥐어본 것은 오랜만이지만 여전히 익숙한 그립감이었다.
하준은 그대로 시선을 마하라즈에 둔 채 협회장 김정용의 질문에 대답했다.
“오랜만에 제 친구의 도움 좀 받으려고요.”
* * *
어릴 적, 10살이었을 때일까?
한아리는 그때 당시 한 영웅의 기억이 떠올랐다.
현재는 세계 최강이라고 불리는 영웅.
그 어떤 빌런도 그를 쓰러트릴 수 없어 존재 자체가 평화의 상징이 된 영웅.
그리고 과거 차원 던전에 갇혔을 때 자신을 구해줬던 영웅.
누군가 찍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홀로 황금의 망치를 쥐고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서 나와 차원 던전 안으로 망설임 없이 들어가는 그 모습을.
모니터 앞에서 그 영상을 보고 있던 한아리는 처음으로 가슴이 뛰고 벅차오르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자신을 구해준 위대한 영웅.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자신이 영웅의 꿈을 키운 것은.
“하아! 하아!”
한아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리고 있었다.
등장하는 마수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치며 달리고 다시 내리치고 달리고 상황이 반복됐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아마 지금쯤 자신이 사라진 것을 아카데미에서 파악했을 테니 조금만 버티면 아카데미의 누구든 구하러 올 것이라고 희망을 가졌으니 말이다.
더구나 이러한 미로도 어릴 적 경험으로 익숙하니 말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 있다면 분명 누군가 구하러 올 테니까.
“하아! 하아!”
1마리, 2마리, 3마리.
그리고 어느 순간 20마리 정도의 마수를 쓰러트렸을까?
마수를 쓰러트리고 달리기만을 반복했다.
다시 쓰러져가는 마수의 수는 늘어나고 시간만 흐를 뿐이었다.
고갈되는 체력과 찰나의 방심으로 인해 팔이 베였지만 한아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왼팔을 타고 피가 뚝- 뚝- 흘러내렸지만 아직 다리는 멀쩡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끝없이 마수를 쓰러트리고 40마리 정도 쓰러트렸다고 생각했을 때.
한아리는 결국 체력이 고갈돼 벽에 기대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시 몸을 일으킬 준비를 했다.
이렇게 많은 마수를 쓰러트려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마 이번 경험이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주겠지.
한아리는 일부러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있다면 피 냄새를 맡고 다시 마수들이 몰려들 수 있으니 다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이 장소를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나 그때였다
한아리의 뒤쪽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허……, 홀로 40마리의 흑견을 죽일 줄이야.”
그 목소리가 들린 순간, 한아리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지며 천천히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미로에 들어오고 처음으로 마주치는 사람.
그러나 그다지 좋은 경우가 아니었다.
이곳은 빌런들의 소굴이었으니.
한아리는 고개를 들려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봤다.
흰색의 기다란 수염과 자색의 망토를 두른 노인.
나무로 이루어진 지팡이를 쥔 노인의 양옆에는 건장한 체격의 사내들이 한아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역시 아카데미의 수석이라 이건가? 예상외 군. 요즘 아카데미에서는 뭘 가르치는 건지 원…….”
“누구야!”
한아리는 노인을 경계하며 소리쳤다.
노인은 그러한 한아리의 말에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공간의 주인이지. 감옥을 탈출해서 어떻게 죽나 구경하려 했더니, 미로의 마수들 씨가 마르겠군. 마수를 다시 보충하려면 성가시니 내가 찾아왔다.”
그 말에 한아리는 자세를 잡으며 노인을 향해 달려들 준비를 했다.
그러나 노인이 나서기도 전에 노인의 양옆에 선 사내들이 한아리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한 상황 속 노인이 한아리를 바라보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뭐, 더 이상 시체에게 남겨줄 말은 없으니 편히 죽거라. 운이 좋은 녀석이야. 흑견에게 고통스럽게 죽는 거보다 사람의 손에서 편히 죽을 수 있을 테니 말이야.”
한아리는 으득- 이를 갈았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내들도 그렇게 노인도 평범한 초인이 아니었다.
애초에 이 차원 공간의 주인이라면 대마법사 수준의 마법사라는 말일 테니.
‘도망쳐야 해.’
맞설 수는 없었다.
도망쳐야 한다.
어떻게든 구조가 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
그러한 생각을 한 순간.
후웅!
자신을 향해 다가오던 두 사내는 어느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빠르게 움직여 자신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그대로 자신을 향해 우악스러운 두 주먹을 휘두르는 사내들이었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한아리의 머릿속으로 하나의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죽는다.’
분명 남자의 두 주먹이 몸에 닿는 순간, 자신은 죽을 것이다.
그러나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결국 한아리는 다가오는 두 주먹을 피할 생각을 못 한 채 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쿠쿵! 쾅!!
“크악!!”
“크헉!!”
무언가가 부서져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두 남자의 비명 소리가 한아리의 귓가에서 들려왔다.
그 소리가 들린 순간, 한아리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며 상황을 확인했다.
그리고 확인한 순간, 한아리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망치…….”
한아리의 눈앞에 보인 것은 황금빛의 망치였다.
옆 벽을 부수고 튀어나와 두 사내를 휩쓸어버린 망치.
자신의 망치보다 더욱 거대했고 더욱 찬란한 황금빛을 뿜어내는 망치였다.
곧이어 부서진 벽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히, 여기가 맞나 보네, 필라텐.”
터벅- 터벅-
벽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이 점차 가까워지고 모습을 드러냈을 때, 순간 한아리는 멍해졌고 다음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저씨…….”
“오! 찾았다. 그래도 멀쩡해서 다행이네.”
그 부서진 벽 너머에는 너무도 익숙한 아저씨가 피식- 웃으며 서 있었으니 말이다.
한아리는 저도 모르게 하준에게 달려가 안기려 했다.
그러나 하준은 한아리를 향해 손을 뻗으며 멈춰 세웠다.
“잠깐, 멈춰봐.”
“흐아앙!! 아저씨!!”
“오지 마, 피 묻어.”
“……이익!”
그 말에 한아리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쏘옥- 들어갔다.
한아리는 흘렀던 눈물을 소매로 닦으며 삐진 듯이 하준을 노려보았다.
그런 한아리를 향해 하준은 피식- 웃으며 다가가 텁- 하고 정수리에 손을 얹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고생했다, 이제 쉬고 있어.”
그 말에 한아리는 마음이 안심되어 저도 모르게 울컥해 또다시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곧이어 뒤돌아선 하준이 마하라즈에 손을 뻗었다.
한순간에 본래의 크기로 돌아온 마하라즈가 날아와 하준의 손에 안착하였고, 그것을 본 한아리는 멍한 얼굴로 하준을 바라볼 뿐이었다.
‘설마 아저씨가…….’
설마 이 아저씨가 이레귤러였다니…….
그러한 생각이 든 순간 지금까지 아저씨에게 했던 행동에 부끄러워져 얼굴을 붉히는 한아리였다.
“자, 그럼.”
하준은 마하라즈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노인을 바라봤다.
노인은 경악한 얼굴로 하준을 바라보며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이레귤러?!”
어떻게 그가 이곳에…….
이곳은 자신의 차원 공간이었다.
그 공간을 찢고 넘어오는 것은 그 누구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노인의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준은 노인이 생각하는 것을 기다려줄 생각은 없었다.
“투항할래? 뒤지게 처맞을래?”
하준은 마하라즈를 어깨에 걸치며 노인을 향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