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27)
ⓒ 애모르
“쯧-”
상황이 끝난 뒤, 하준은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정말로 큰일 날 뻔했다.
시간 정지를 조금이라도 늦게 발동했다면 아마 가차 없이 [GAME OVER]가 됐을 것이다.
“이 녀석이 왜 여기 있는 거야?”
생김새를 보아하니 분명 마경에 있을 법한 마수 개미의 왕 ‘앤트리아’가 분명했다.
마수에 따라 각각 위험도 레벨이라는 것으로 분류되는데 눈앞의 마수는 적어도 50 레벨 정도의 위험도를 자랑하는 말 그대로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마수였다.
50 레벨 정도의 위험도면 적어도 상급 영웅 2명이 달라붙어야 간신히 쓰러트릴 수 있는 정도의 레벨이니 말이다.
다행인 점은 앤트리아가 덜 성장한 어린 개체라는 점이었다.
만약 어린 개체의 호기심이 없었다면 아마 리암을 포함한 아이들은 순삭을 당했을 게 분명했다.
“하··········, 진짜 좆될 뻔했네.”
다행히 일어나자마자 시간 정지를 발동한 게 타이밍이 딱 맞은 모양이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죽은 사람이 없으니 다행이지 않은가.
“야. 살아있지?”
톡톡- 나는 리암의 뺨을 쳐봤다.
다행히 숨을 쉬는 걸 보니 기절한 모양이다.
나는 리암이 살아있는 걸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역시 퀘스트의 난이도가 올라가서 그런지 마수의 수도 급격하게 상승한 모양이다.
원래 정사대로라면 리암은 마수 웨이브를 막아낸 뒤 다시 이 땅굴을 빠져나오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얘가 기절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주변을 둘러보니 원래 스토리에서 나오는 마수의 수가 몇 배는 증가해 있었다.
몇 배나 증가한 마수를 포함해 잠정 7시간의 사투를 벌였으니 기절하는 것도 당연했다.
뭐, 그래도 나쁘지 않게 끝났으니 다행이다.
이 정도의 전투를 벌였으니 일단 확인은 해봐야겠지만 리암이 성장한 것이 분명할 테니.
“자, 그럼··········.”
하준은 돌아갈 준비를 하기 위해 시간 정지를 발동하려 했다.
그때였다.
앤트리아의 시체가 갑자기 검은 재가 되어 사라지는 동시에 자줏빛의 반짝이는 수정이 나온 것은.
그것을 본 순간 하준 눈동자에 이채가 떠올랐다.
“설마··········?”
주먹만 한 크기의 짙은 자줏빛의 수정.
내 기억이 맞는다면 분명 이건 ‘마수정’이 틀림없었다.
이 게임 속 세계에 석유를 대처하는 대표적인 자원.
그것도 진한 수정색을 보니 어마어마한 마력을 품은 수정이다.
“나쁘지 않네.”
하준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마수정.
연금술사의 재료나, 마법사의 마력 증량, 혹은 석유를 대처하는 천연자원인 만큼 쓰이는 곳이 많지만, 이 정도 마력을 머금은 마수정은 구하기 힘들다.
시중에서는 수정이 품은 마력의 질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이니 좋은 돈벌이가 될 것이다.
일단 이건 어떻게 사용할지는 나중에 생각하고 나는 마수정을 주머니에 넣은 뒤, 아이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럼 얘들은··········.”
일단 이 4명을 옮기는 방법은 이미 생각해뒀다.
리암을 이곳에 옮겼을 때와 똑같이 시간 정지를 한 뒤에 정지 해제로 아이들을 들어 올리고 풍선처럼 데려갈 생각이었다.
나는 그 방법대로 하기 위해 시간 정지를 발동하려 했다.
그때 한참 조용히 말이 없던 필라텐이 갑작스럽게 말을 걸었다.
-주인이여, 한 마리다.
“응? 뭐가.”
-저 녀석을 시련의 한 마리로 추가하지.
그 말과 동시에.
[전직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마수를 처치하십시오. (51/100)
보상 : 과거 마하라즈의 주인, 드워프의 왕 호스톤의 칭호가 주어집니다.
칭호 : 파쇄자
전직 퀘스트의 숫자가 한 마리 올랐다.
올라간 숫자를 보고 하준은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
‘염병··········, 더럽게 짜네.’
* * *
그로부터 2일 뒤.
훈련의 마지막 날.
“여긴··········.”
2일 내리 잠을 잔 리암은 천천히 눈을 떴다.
리암의 눈에 보인 것은 익숙지 않은 천장이었다.
리암은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곧이어 보인 것은 익숙한 장소.
분명 김하준이 있었던 동굴이었다.
“일어나셨어요?”
한 소녀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린 리암이었다.
유설아.
그녀는 차분한 자세로 앉은 채 리암을 바라보고 있었다.
“응? 설마 네가 치료해준 거야?”
“네. 뭐, 크게 치료할 곳은 없었어요. 있다고 하면 피로가 너무 쌓여서 온종일 주무신 거 정도?”
“··········그 녀석은?”
“하준씨요? 아마 동굴 입구에 있을 거에··········, 아 잠깐! 잠깐만요!”
그 말에 리암은 곧바로 일어서 동굴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왠지 모르게 유설아가 말리고 있었지만 리암은 묵묵히 걸을 뿐이었다.
곧이어 동굴 입구 앞에서는 지글지글 무언가가 익는 소리와 함께 고기 냄새가 동굴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굴 입구에 도착했을 때, 리암의 눈에 보인 것은 자신의 보구인 창에 고기를 꽂아 모닥불에 고기를 굽고 있는 김하준이었다.
“어? 일어났냐? 이거 좀 빌렸다.”
그러면서 반갑게 손을 흔드는 하준이었다.
차마 못 볼 꼴은 보여준 유설아는 낭패 어린 표정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결국 봐버렸네··········.’
솔직히 유설아는 분명 말렸었다.
어떤 인간이 자신의 보구가 고기 꼬챙이 대용으로 쓰이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그러니까 그건 좀 아니라고 했잖아요!!’
유설아는 억울한 표정으로 속으로 아우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왠지 이렇게 보면 자신도 동조한 거처럼 보이지 않은가.
그냥 아까 하준이 한 말을 무시했어야 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괜찮아, 그놈은··········.
-아니, 뭐가 괜찮아요!
“하··········, 그때 말렸어야 했는데.”
물론 그런 궤변 축에도 못 들어가는 궤변을 들으면서도 말리기는 했지만 하준의 고집은 꺾을 수 없었다.
이 주변에 이만한 꼬챙이가 없다나 뭐라나.
싫다면 자신의 보구인 레이피어라도 내놓으라는 말에 결국 말 문이 막힌 유설아였다.
유설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슬쩍- 리암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응?”
“하하하!”
그러나 막상 당사자인 리암은 그 광경을 보고 재밌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 뒤, 터벅터벅 모닥불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 그대로 하준의 맞은편에 앉을 뿐이었다.
잠시 모닥불을 멍한 눈동자로 바라보던 리암이 하준에게 물었다.
“그 애들은?”
“어제 돌려보냈어. 걔들이 내 식량을 축내서 내가 이러고 있잖냐.”
하준은 한숨을 내쉬며 고기를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렇게 우물우물 고기를 씹고 있으니 리암이 하준의 이름을 불렀다.
“··········김하준.”
“응? 왜?”
“다시 한 번 대련을 부탁해도 될까?”
그 말에 괜히 구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지만 하준은 곧바로 인상을 찡그리며 리암을 바라봤다.
그러나 리암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했고 진중했다.
아무리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 있는 뻔뻔함을 가진 하준이라도 저런 얼굴에 침을 뱉는 건 무리였다.
“하··········, 그냥 준다니까. 뭔 대련이야 자꾸.”
“··········부탁할게.”
분위기를 보아하니 거절해도 끝까지 밀어붙일 거 같고··········.
“그래. 알겠다.”
차라리 깔끔하게 후드려 패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준은 창에 꽂힌 고기를 입안으로 쑤셔 넣은 뒤, 리암에게 창을 건넸다.
곧이어 하준에게 창을 받은 리암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하준 또한 리암을 따라 일어서며 마하라즈를 꺼내 들었다.
“자 ,잠깐 아직 무리하시면··········.”
그러나 유설아의 말에도 리암은 대답 없이 자세를 잡을 뿐이었다.
애초에 지금의 리암은 그 누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분명··········, 한 번 더 그걸 할 수 있다면··········.’
집중력과 감각에 온몸을 맡긴 순간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
그 감각을 리암은 다시 한 번 더 재현해볼 생각이었다.
곧이어 리암은 모든 신경을 김하준의 움직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생각을 멈추고 몸에 맡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느려진 세상 속.
리암은 천천히 몸을 움직여 김하준에게 다가갔다.
그 움직임은 처음에는 한없이 느렸지만, 점차 가속하며 빨라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창이 닿는 거리에 도착했을 때, 리암의 창날이 하준의 목을 향했다.
그 순간.
깡!!
웬 둔탁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충격을 받은 리암.
생각할 새도 없이 저 멀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도는 멈추지 않은 채 땅을 뒹굴고 날아가.
쿵! 파삭!!
그대로 나무에 처박혔다.
곧이어 충격을 받은 나무가 쿠쿵! 소리와 함께 옆으로 기울여졌고.
“꺄아악!! 뭐 하는 거에요!!”
그 광경을 보고 크게 놀란 유설아가 다급히 리암에게 달려갔다.
하준 또한 일어난 광경을 보고 조금 심했나? 라는 생각을 하며 무안하게 머리를 긁적이고 리암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곧이어 보인 광경에 할 말을 잃은 하준이었다.
“하하하!”
리암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전신이 만신창이가 됐음에도 이마에서 주르륵- 피가 흐르고 있음에도 보는 사람의 가슴이 확 뚫릴 정도로 밝게 웃고 있었다.
순간 하준과 유설아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유설아는 슬쩍- 하준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어디 잘못 때리신 거 아니에요? 제 능력으로 머리는 못 고친단 말이에요.
-·········그러게 얘가 어디 잘못 맞았나?
분명 때린 곳은 복부이기는 한데 아무래도 구르면서 머리를 다친 모양이다.
이마에도 주르륵- 피가 흐르는 걸 보니 확실했다.
하준은 더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리암이 멀쩡하게 벌떡 일어나 하준에게 다가온 것은.
리암은 방긋 미소 지으며 하준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요청했다.
“고마워, 진심으로 상대해줘서.”
“··········?”
하준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일단 손을 맞잡아주었다.
곧이어 뒤돌아서는 리암.
리암은 그대로 하준과 유설아를 남겨둔 채 자리를 떠났다.
왠지 마음속 근심이 사라진 듯한 편안한 미소와 함께.
“멍청한 고민이었어.”
손 쓸 겨를 없이 너무도 쉽게 패배해서 그런가?
유물을 사용하지 않고 그저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졌다.
지금까지 한 노력이 전부 쓸데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이 노력 또한 좋은 경험이었으니.
그리고 왠지 지금까지 한 노력의 답을 알 거 같았다.
자신을 지금까지 노력하게 한 고민.
‘만약 신화급 보구를 쓸 수 없는 자신은 특별할까?’
어찌 보면 그건 자신을 인정 못 한 고집이었을 것이다.
그 고민에 대한 정답은 애초부터 없었으니까.
그 보구를 사용할 수 있는 거 자체가 자신의 재능이니.
* * *
리암 마르텔.
신화급 보구의 선택을 받았음에도 그것이 자신의 힘인지 의심하는 복잡한 심경을 가진 소년.
아이들과 있을 때는 가벼우며 유쾌한 모습을 많이 보이지만, 속으로는 많이 고뇌했을 것이다.
자신이 그 아이들과 동일 선상에 있는지 말이다.
근데 뭐··········그놈의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고민은 해결된 모양이다.
‘일단 잘 해결된 건가요?’
솔직히 좀 과하게 때려서 머리가 어떻게 됐나 싶었는데 모습을 보아하니 괜찮은 모양이다.
일단 잘 해결된 거 같으니 나는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가 들고 온 생필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나를 따라 동굴로 들어온 유설아는 지금 뭐 하는 걸까? 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뭐하세요?”
그녀의 질문에 하준은 반대로 의문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하준은 별 말없이 손가락으로 손목을 톡톡 치는 시늉을 보였고 그 모습을 본 유설아는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천천히 시선을 옮겨 자신의 손목에 찬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그리고 확인한 시간은 오후 12시 00분.
“아!”
훈련의 종료를 알리는 시간이었다.
천천히 고장이 난 듯 꺾이는 유설아의 고개.
유설아는 억울한 표정으로 하준을 바라봤다.
“뭐? 왜?”
“당신이 걔들 세 명하고 리암을 치료해달라 해서 시간이 없던 거잖아요!”
“아, 음··········.”
하준은 할 말이 없어 입을 꾹 다물고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평균 점수에 못 미치는 사람은 벌충 훈련이 있다 했나?
“어, 음··········, 고생해라. 시간나면 응원하러 갈게.”
“··········.”
막상 하준의 말에 어이가 없는지 유설아는 지그시 뚫어져라 노려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