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38)
ⓒ 애모르
매스컴들이 후끈 달아올랐다.
각종 언론의 기사들이 전세계에 특종으로 보도했으며 TV 프로그램 그리고 뮤튜브 영상까지 이번 차원 던전과 관련된 기사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그도 그럴게,과거 두려움의 상징인 차원 던전이 서울 도심에 발생한 것을 포함해 약관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 공략했다는 사실은 세계를 경악시키는 에 충분했다.
그리고 한편.
그 기사들을 찡그린 표정으로 바라보는 하준은 마른 세수를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
던전을 공략한 뒤, 하준은 미디어에 노출되기 전에 곧바로 자리를 떠 기숙사에 도착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분노가 식으며 점차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하준은 앞으로 있을 골치 아픈 상황들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후회가 막연히 들었다.
왜 나댔을까··········.
그 당시에 머리가 돌아서 깊게 생각을 못한 모양이다.
일단 하준은 마지막 희망인 최중원 교장에게 가보기로 했다.
하준은 자리에서 일어서 숙소를 나와 교장실을 향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인맥이지 않은가.
똑- 똑-
-들어오게.
드르륵-
하준은 문을 열고 교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막상 하준은 맞이한 최중원은 환한 미소와 함께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후후, 자네를 기다렸네. 여기 앉겠나.”
마치 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탁자 위에 차와 과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하준은 별 말없이 최중원의 맞은편에 앉아 연신 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하··········.”
“허허허, 신문을 봤네. 참 성대하게 저질렀구만.”
탁자 위에는 신문이 올려져 있었다.
그 1면에는 거대한 글씨로 희대의 영웅 ‘이레귤러’ 뭐시기 궁시렁궁시렁 오글거리는 문장에 더 이상 읽기 힘들었다.
하준은 신문에 적힌 제목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다 최중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안 되죠?”
“막기도 전에 이미 올라간 기사이니 그들의 기억을 지우지 않는 이상 무리일 거 같구나.”
“하··········.”
하준의 심정은 막막했다.
이번만큼은 하준도 할 말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다행이지 않나? 얼굴은 가려졌으니.”
불행 중 다행이랄까?
그나마 후드를 푹 눌러 써 신문 1면에 찍힌 사진의 얼굴이 가려져 있었다.
물론 내 얼굴을 봤다는 목격자 증언이 지금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었지만.
실제로 증언에 맞추어 얼굴을 그리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그 사진을 보고 비슷하게나마 얼굴이 닮아서 소름이 돋은 하준이었다.
진짜 이대로 가면 내 얼굴이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이지 않을까?
“협회장한테서 연락이 왔네. 자네를 보고 싶다더군.”
그리고 내 얼굴을 본 사람 중 한국 영웅 협회장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분명 내 얼굴을 봤을 거다.
실제로 눈이 마주친 상태에서 대화를 나누지 않았는가.
“거절해주실 수 있을까요?”
“자네가 그렇게 말할 거 같아 거절했지, 그놈은 참 나이에 맞지 않게 울어 대더구나. 일단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 달라더군. 허허허!”
최중원 교장은 뭐가 그리 웃긴 지 연신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하긴,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일단 안 된다는 거죠?”
“기억을 지우는 것은 신이 아닌 이상 무리이지 않겠나?”
“하··········.”
하준의 표정은 막막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가기 전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네.”
일어선 하준은 고개를 돌려 최중원을 바라봤다.
하준은 얌전히 최중원의 말을 기다렸다.
곧이어 최중원은 진중한 얼굴로 하준에게 물었다.
“이번에 나선 이유가 뭔가?”
“··········.”
“이번에는 말려든 것이 아니지 않은가? 어째서 그들을 구한 건가?”
하준은 담담한 얼굴로 최중원을 바라봤다.
솔직히 그의 앞에서는 거짓말을 통하지 않으니 솔직하게 대답했다.
“애들이 죽을 거 같아서요.”
“그 아이들이 말인가?”
“예.”
“··········그래, 그렇구나.”
대답을 들은 최중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자네가 말했지. 자신은 영웅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지금의 자네는 그 누구보다 영웅답네.”
“··········.”
최중원의 칭찬에 하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무심한 눈으로 꾸벅 고개를 숙이며 자리를 떠날 뿐.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려그려, 이만 가보게나. 자네도 피곤할 테니 말이네. 이번 사건으로 아카데미도 이틀 동안 휴일에 들어갈 테니.”
하준은 그대로 교장실을 나왔다.
혼자 남겨진 최중원은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차를 음미했으며 슬며시 올라간 입꼬리와 함께 허공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이번 내기도 내가 이긴 거 같군.”
그 말과 함께 허공이 일렁이며 색이 번지기 시작했다.
색이 번져나가며 어느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신수사 리엘라 하니스.
그녀는 최중원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허참, 저놈이 한 말은 사실이었나?”
“거짓 없는 진심일세.”
“허··········, 그래. 인정하지. 이번에는 내가 틀렸다는 걸.”
리엘라는 하준이 앉았던 소파로 가 털썩- 몸을 맡겼다.
곧이어 차분한 어조로 최중원에게 입을 열었다.
“그때의 내기 조건은 아직 바꿀 생각이 없나?”
“미안하네. 하지만 자네가 제격이라 생각하네··········.”
“쯧- 이럴 줄 알았으면 이곳으로 오는 게 아니었어.”
“리엘라여.”
최중원은 인자한 미소와 함께 리엘라를 지그시 바라봤다.
리엘라는 무심한 눈으로 최중원을 훑고 있었다.
최중원이 말했다.
“자네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맡기는구먼·········.”
“다음 대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라니··········, 내가 차원 공간에 머무는 이유를 아는데도 이러는 건가?”
최중원은 가라앉은 눈동자와 함께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가 뜨며 리엘라에게 말했다.
“그렇기에··········, 나는 자네가 고독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만.”
* * *
기숙사 숙소로 돌아온 하준은 일단 이틀간 뭐할지를 생각하기 전에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연락 온 문자들을 확인했다.
일단 부재중 전화만 10번 문자는 5개가 와 있었다.
아무래도 전화를 안 받으니 문자를 보낸 모양이다.
[안나 : 이거 하준씨 맞죠?] [안나 : https://www.ganson.co.kr/arti/society/health/10546485.html] [유설아 : 하준씨. 이번에 정말 고마웠어요. 다음에 제가 밥 사드리고 싶은데 언제 시간 되시나요?] [이주아 : 하준아, 정말 고마워.] [010-XXXX-XXXX : 와우 굉장한데! 기사 봤어, 친구. 이번에도 대단하던데?]참고로 맨 밑에 발신자는 리암이었다.
얘는 어떻게 내 번호를 알고 전화한 거지?
여튼 웬만한 문자는 다 넘기고 마지막으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문자를 확인했다.
[010-XXXX-XXXX : 이주희다. 지금 찾아가겠다.]생도회장 이주희의 문자였다.
솔직히 이게 가장 신경 쓰였다.
뭐, 허락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다짜고짜 찾아오겠다는 말이 뭔가 그녀답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분명 유설아에게 치료를 받았다고 했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고 있을 게 분명한데 어떻게 온다는 건지 참 의문일 따름이다.
하준은 일단 다른 아이들은 제치고 그녀에게 먼저 문자를 보냈다.
[나 : 일단 쉬세요. 많이 피곤하시잖아요.] [이주희 : 걱정 마라. 몸은 다 나았으니까.] [유설아 : 하준씨. 혹시 주희 선배가 그쪽으로 갔나요? 아직 내상이 완벽하게 치료되지 않았는데 병원을 뛰쳐나가서요. 적어도 일주일은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 만약 보시면 연락해주세요.]“··········.”
유설아의 말에 헛웃음이 나온 하준이었다.
하준은 곧바로 유설아의 문자 내용을 복사해 이주희에게 보냈다.
곧이어 또다시 문자가 떠올랐다.
[몸 아직 덜 나으셨네요?] [··········.] [돌아가세요. 몸도 아프신 분이 무리하지 마시고요. 오셔도 문 안 열어줄 겁니다.] [··········나중에 찾아가겠다.]“하··········.”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생각인 모양이다.
하준은 그대로 침대에 털썩- 누워 몸을 맡겼다.
침대에 늘어진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앞으로 있을 미래를 생각했다.
“3년인가··········.”
졸업까지 3년.
그리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내가 나서서 시간 정지를 한다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대충 어림잡아 5, 6년을 고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날 것이라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 일단 이거부터 어떻게 해야겠네.”
뭔가 세간에서 점점 상징적인 의미로 변하는 망치를 바라보며 하준은 복잡한 생각에 잠겼다.
현재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보구가 이 망치였다.
요란한 색 때문인지 쉽게 잊혀지기 힘든 망치이니 말이다.
‘얘를 어떻게 하지··········.’
일단 당연히 버릴 생각은 없었다.
이만큼 튼튼하고 가벼운 망치는 웬만해서는 찾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 황금빛을 조금 숨길 방법이 뭐 없을까?
‘보구점이라도 가볼까?’
말 그대로 현대의 보구를 사고 파는 상점이었다.
다만, 보구 하나의 가격이 천, 혹은 억 단위를 넘으니 일반인은 엄두도 못 낼 보구가 다반사일 것이다.
‘돈이 필요하겠네··········.’
일단 한국 최고의 영웅 육성 아카데미의 생도들에게는 돈을 벌 방법이 여러 가지 있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던전을 도는 거였다.
예를 들어 임실에 있던 던전처럼 생도들도 쉽게 이용이 가능한 던전에 들어가 마수를 사냥하고 부산물로 돈을 버는 방법이었다.
아마 아카데미의 생도 중 일부는 이 방법으로 돈을 버는 생도가 많을 것이다.
물론 그 외에도 다른 방법이 있지만 지금은 할 수가 없었다.
그 다른 방법이라는 게 바로 ‘생도 의뢰’라는 것인데 1학년은 중간고사를 치른 뒤에야 가능한 방법이었기에 하준은 빠르게 포기했따.
‘그럼 던전 밖에 없는데··········응?’
그 순간 하준의 머릿속에 까먹었던 기억이 번뜩였다.
하준은 곧바로 침대에 벗어나 책상 서랍을 열었다.
“이게 있었지?”
하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생각해보니 저번 전투 생존 훈련 때 얻은 부산물이 있었다.
마수정.
이걸 팔면 적어도 보구 하나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얼마쯤 되려나··········.’
하준은 마수정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일단 마수정으로 얻은 돈으로 보구를 하나 사고 남은 돈으로 밥이나 먹을까 생각 중이었다.
시간 정지로 차원 던전 안에서 석 달을 보냈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 배는 안 고프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먹고 싶은 음식은 많았다.
‘어디 보자.’
폰을 꺼내 아카데미 인근의 보구점을 검색했다.
그나마 가장 가까우며 생도들이 많이 다니는 곳을 찾았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거 판 돈으로 마수 고기라도 먹을까?’
이 게임 속 세계에서 한우보다 더욱 비싸게 팔리는 고기가 마수 고기였다.
물론 인공섬에서도 한 번 먹어보기는 했지만 잘 가공하여 잡내를 없앤 마수 고기 자체는 전에 먹은 마수 고기와 비교도 안 될 것이다.
여튼 오늘 할 일은 정해졌다.
하준은 곧바로 발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그렇게 숙소를 나와 교문에 도착했을 때.
“와우~”
교문 앞에 꽉 들어선 무수한 기자를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보구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