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42)
ⓒ 애모르
한편 출근하기에는 늦은 시각 오후 3시.
피곤한 인상과 퀭한 눈의 여인 부길드장 한자율은 얼굴을 쓸어내리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사무실을 향했다.
바로 그저께 밤샘 작업으로 피곤한 그녀는 조금 늦게 출근하여 그대로 사무실에 들어가 털썩- 의자에 앉아 또다시 업무를 시작했다.
힘이나 무력 자체는 그리 강하지 않으나 사무에 특화된 어빌리티 능력으로 그녀는 길드의 전반적인 사무를 모두 맡고 있었다.
‘하··········, 그러고 보니까 오늘이었나?’
멍한 눈으로 모니터 화면만 바라보던 그녀는 오늘이 바로 사이드킥 현장 학습이 있는 날이라는 걸 떠올렸다.
아마 지금쯤이면 아한 언니랑 같이 순찰을 돌고 있으려나?
한자율을 곧바로 이번에 현장 학습을 온 생도의 명단을 확인했다.
그 순간 그녀는 두 눈이 놀란 듯 똥그래지기 시작했다.
“어, 어?!”
하르나 루엘, 단예슬, 김하준.
솔직히 지명한 세 명이 모두 이곳을 선택할 줄은 몰랐다.
지명은 했지만, 선택의 자유는 생도에게 있으니 말이다.
문제가 있다면 생도의 이름 중 예상치 못한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 잠깐만? 뭐야?!”
김하준.
그녀의 번뜩 뜨인 눈이 김하준을 향하고 있었다.
“아니, 진짜라고?”
‘김하준’.
그 이름은 현재 영웅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생도의 이름이었다.
생도들 사이에서 괴물이라 불리는 한시영을 제치고 수석을 차지한 소년.
그리고 현재 소년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무력을 가진 정체불명의 초인 ‘이레귤러’라고 가장 많이 언급되는 소년이었으니.
“진짜로 올 줄은 몰랐네?”
당연하지만 김하준이 이곳을 올 것을 예상해두고 지명한 것은 아니었다.
아마 김하준을 지명한 모든 영웅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저 요즘 떠오르는 신성의 얼굴과 실력을 보기 위해 그리고 혹은 길드의 영입을 제안하기 위해 지명한 영웅이 대부분일 것이다.
물론 대부분은 김하준이 국내 1위 영웅을 선택할 줄 알았겠지만··········.
“아! 이럴 때가 아니지!”
한자율은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진아한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뚜- 뚜- 울리는 통신음에 답답함만 더해지는 그녀였다.
“아이씨! 이 언니는 왜 또 전화를 안 받아!”
* * *
한편 진아한과 단예슬은 빌런을 쫓고 있었다.
빌런의 속도는 의외로 빨랐다.
진아한과 단예슬이 쫓고 있음에도 거리가 벌려지지 않을 정도였으니.
“속도에 특화된 초인인가 보네요.”
“··········.”
“진아한 영웅님?”
“응? 아 그러게.”
그러나 막상 진아한은 도주하는 빌런을 쫓으며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마치 자신을 피해 도망 다니기보다는 시간을 끄는 듯한 느낌 혹은 어딘가로 유도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도주 경로도 단순했다.
한 장소를 계속해서 도는 것은 물론이고 전혀 서두름 없이 여유로워 보였으니 말이다.
‘뭐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진아한이었지만, 일단 그들을 계속 쫓아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막다른 골목이었다.
막다른 길에 몰린 두 빌런은 그저 멍하니 뒤돌아선 채 막힌 벽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후··········, 참 귀찮게··········?!”
“어, 어?”
곧이어 진아한과 단예슬의 얼굴이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두 명의 빌런이 뒤돌아서 진아한과 단예슬을 바라봤기 때문이었다.
그 표정에는 조금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소름 돋을 정도로 크게 뜬 눈과 확장된 동공.
그리고 붉게 물든 얼굴.
“크헉!!”
“크아아악!!”
두 명의 빌런은 갑작스럽게 고통에 몸부림치며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그 둘은 피분수를 토하며 눈을 까뒤집은 채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그 경악스러운 광경에 진아한과 단예슬의 몸이 점차 굳어가기 시작했다.
“이, 이건 대체?!”
진아한 급하게 피를 토하는 빌런들에게 다가갔다.
얼굴의 온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으며 두 다리의 근육을 포함한 힘줄이 끊어졌는지 짙은 자색으로 물들어있었다.
곧이어 그 빌런들에게 이상을 눈치챈 진아한이었다.
“말도 안 돼··········.”
그 둘의 몸은 평범했다.
초인의 몸이라기에는 그리 특출난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마력이라고는 티끌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초인이 아닌 일반인에 가까운 몸··········.
진아한의 표정이 점차 심각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일반인이라니··········.”
* * *
한편 하르나는 하준이 사라진 뒤, 의아한 표정으로 천천히 벤치에 앉은 노인에게 다가갔다.
곧이어 노인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확인한 하르나의 얼굴은 기쁘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노인은 하르나를 보자마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하르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우리 귀여운 손녀가 여기 있을 줄은 몰랐구나. 잘 지냈니?”
“네!.”
하르나는 풀썩- 노인이 앉은 벤치의 바로 옆에 앉았다.
노인은 여전히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노인이 말했다.
“그래, 학교생활은 재밌고?”
“네!”
“후훗, 다행이구나.”
노인은 하르나의 유일한 가족이었다.
마침 우연히 공원을 산책하던 할아버지를 만났기에 하르나는 저도 모르게 이곳으로 빠르게 달려온 것이었다,
하르나는 지금까지 보여준 맹한 표정과 상반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감정을 드러내는 게 익숙하지 않은 그녀가 유일하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존재가 할아버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래. 친구는 많이 사귀었니?”
“··········어, 그게.”
하르나는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조금 뜸을 들이는 모습에 노인은 이유 모를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노인은 그 감정을 숨긴 채 하르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하기 시작했다.
“괜찮다, 괜찮아. 친구야 뭐,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생기는 것이니.”
“음··········, 네. 사실 잘 모르겠어요. 친구를 꼭 사귀어야 하는 지도요.”
노인은 여전히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었다.
그러나 하르나의 갑작스럽게 이어지는 말에 그대로 손이 뚝- 멈추며 굳은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아! 한 명! 소중한 친구가 있어요.”
“··········소중한 친구?”
그의 고개가 천천히 하르나를 향해 돌아갔다.
노인의 휘어져 있던 눈꼬리가 살며시 떠지며 하르나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네! 아까 제 옆에 있던 여자애가 저를 잘 챙겨줬어요.”
“··········여자 아이? 그 안경을 쓴 아이 말이니?”
“네!”
“호오, 그렇구나··········.”
그는 그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살며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곧이어 그가 눈을 뜨며 하르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다른 마음에 드는 친구는 더 없니?”
“음··········, 친구라기보다는 먹을 걸 나눠준 착한 애가 있어요.”
“그렇구나, 혹시 이름이··········?”
“김하준이요.”
“··········김하준?”
처음으로 그의 표정에 당혹감이 서리기 시작했다.
“혹시 남자아이니?”
“네! 아까 제 옆에 있던 애요.”
하르나의 밝은 대답과 달리 그는 턱을 매만지며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하르나를 바라보며 그는 진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르나야. 그 아이를 조심하는 게 좋겠구나.”
“네? 왜요?”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별할 수 없으니 말이야. 네게는 착하게 대해줘도 의외로 나쁜 심성을 가진 아이일 수 있단다.”
딱히 착하던가 나쁘다던가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저 먹을 것을 교환한 그저 그런 사이?
친하지도 안 친하지도 않은 평범한 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하준을 언급한 것은 그저 할아버지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점도 있지만, 솔직히 눈으로 본 김하준은 그리 나쁜 아이가 아니었다.
게으름이 너무 심할 뿐이지 그런 인상은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하르나는 솔직한 심정을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별로 그런 거 같지는 않아요. 할아버지.”
“하르나야?”
“그래도 저한테 먹을 걸 나눠줬거든요.”
잠시 당황한 얼굴로 하르나를 바라보는 노인이었다.
이후 계속되는 정적에 의문이 든 하르나가 고개를 갸웃거렸을 때.
이내 노인은 다시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그래, 그렇구나. 네가 그리 생각한다면 맞겠지.”
“네!”
“후훗.”
그는 천천히 하르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멍하니 할아버지를 바라보던 하르나는 이내 할아버지와 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시간이 됐구나. 체험 학습 중이었지?”
“어, 네.”
“이만 가보거라. 영웅님이 너를 찾겠구나.”
“아··········.”
아쉬운 듯한 얼굴을 하는 하르나였다.
그런 하르나를 바라보며 인자한 미소를 짓는 노인이 입을 열었다.
“이 할아버지도 할 일이 있어서 말이지. 다음에도 볼 수 있을 테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거라.”
“아! 네. 알겠어요.”
“그래. 조심히 가거라.”
“다음에 봐요. 할아버지!”
그녀는 손을 방방! 흔들며 밝게 미소 지은 채 할아버지의 곁을 떠났다.
그렇게 떠나는 하르나를 멍하니 바라보던 노인은 이내 조용히 공원의 호숫가를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 아이의 친구라···········.”
노인의 얼굴에 서서히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아까까지의 인자한 미소는 사악- 사라진 채 무덤덤한 표정을 지은 그는 잔잔한 호숫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역시··········, 아카데미로 보냈으면 안 됐나··········.”
어떻게 해야 할까··········.
노인은 고민했다.
그 아이가 자신 외에 소중한 존재를 만들려고 한다.
닫혀졌던 감정이 서서히 열리려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설마 자신의 말을 부정할 줄은 몰랐다.
역시 성장하면서 ‘신력’의 기운이 늘어났기 때문인가?
“김하준이라 했나··········.”
그 소년이 한 행동을 보아하니 하르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하르나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 남자아이의 감정을 눈치채지 못한 거 같지만.
다만, 혹시 모를 후환은 미리 없애두는 것이 좋겠지.
마침 상황이 딱 좋게 맞았으니.
“역시 죽여야겠군··········.”
혹은 세뇌시키거나.
아카데미 내부라면 모르겠으나 외부라면 상관없겠지.
노인은 천천히 호숫가를 바라보다 뒤돌아섰다.
그리고 뒤돌아선 순간 노인의 앞에는 한 소년이 서 있었다.
“너는··········.”
소년을 본 순간, 노인은 당황하며 눈을 깜빡였다.
소년의 얼굴을 노인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금까지 자신이 언급한 소년.
김하준.
그 소년은 자신의 앞에 서 담담히 노려보고 있었다.
곧바로 당황을 숨긴 노인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하준에게 다가갔다.
“너는 분명 하르나와 같이 있던 아이로구나. 하르나라면 이미 저쪽으로-”
“제하르.”
그리고 노인의 말을 끊고 소년이 노인의 이름을 부른 순간.
노인의 얼굴이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당황에 눈을 깜빡이는 노인이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뜨는 동시에.
후웅-
일순간 장소가 변해 있었다.
고작 0.1초도 안 되는 시간.
수두룩하게 사람들이 모여있던 공원이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좁은 골목길로 변해 있었다.
노인은 일어난 상황에 이해가 따라가지 못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점차 소년은 노인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그 손에는 황금빛의 망치를 쥔 채.
그리고 노인은 소년의 망치를 본 순간 눈동자가 당황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 그 망치는··········.”
황금의 망치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노인은 모를 수가 없었다.
세간에서 가장 유명한 소년.
그 젊은 나이에 초인의 격을 넘어섰다고 불리는 괴물.
‘이레귤러’.
그리고 그 망치를 든 소년의 표정은 난폭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소년은 노인의 앞에 가까이 다가간 뒤, 그 험악한 인상을 드러내며 노인에게 물었다.
“누굴 죽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