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45)
ⓒ 애모르
백화점 앞에 도착한 하준은 일단 시간 정지를 풀고 백화점의 주위를 살폈다.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는 백화점.
그러나 백화점 안으로 오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백화점을 피해 가는 느낌이었다.
하준은 일단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홀 중앙에 새워진 거대한 분수대와 가운데가 뻥 뚫린 내부 구조를 한 넓은 백화점이었다. 그리고 백화점 안의 손님들이 바쁘게 갈 길을 오가는 것이 보였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광경이었지만 하준은 이 백화점의 이상을 눈치챌 수 있었다.
백화점은 기이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저 사람들이 오가는 발소리만이 울릴 뿐.
그 점을 눈치챈 순간, 사람들의 발소리가 뚝- 멈춰 섰다.
1층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하준을 향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2층 3층 4층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유리로 된 난간을 향해 다가와 1층에 있는 하준을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이 초점 없는 부릅뜬 눈으로 하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왔는가.”
곧이어 제하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준은 제하르의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들었다.
제하르는 백화점의 홀 중심에서 비행 마법으로 날아 하준을 오만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네를 기다리고 있었네.”
곧이어 1층에 있던 사람들이 조금 여유로운 공간을 남긴 채 하준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하준은 그 모습을 그저 멍하니 지켜봤다.
완전히 원작 게임의 에피소드에 벗어난 상황.
그러나 하준의 반응은 초연했다.
애초에 페널티가 두려웠다면 제하르의 첫 등장에서 녀석을 죽이려고 시도하지 않았을 테니까.
차원 던전 사건 이후로 깨달았다.
결국 나라는 존재가 이 게임 속 세상에 있는 이상 미래는 무조건 변할 거라고.
‘확실히 처리 못해서 일이 좀 크게 벌어지긴 했는데··········.’
그러나 하준은 여유로웠다.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사람들 사이로 한 여인과 소녀가 하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진아한과 단예슬이었다.
“혹시 몰라 잡아뒀지. 허튼짓은 하지 말게.”
단예슬은 그렇다 쳐도 진아한까지 잡혔을 줄은 몰랐다.
뭐, 하긴 여기 있는 사람 전부가 인질인데 그녀가 뭘 할 수 있겠는가.
아마 세뇌된 사람들을 빌미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뒤 세뇌했겠지.
일단 눈으로 봤을 때 단예슬은 멀쩡해 보였다.
그저 눈에 초점이 없을 뿐 몸에 큰 이상은 없어 보였다.
문제는 진아한이었다.
그녀는 세뇌가 덜 된 것인지 혹은 세뇌에 계속 저항한 것인지 몸이 만신창이었다.
이미 너덜너덜한 몸과 연신 입에서 피를 토하는 입. 그리고 세뇌에 저항하기 위해 지금도 여전히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때 하준과 진아한의 눈이 마주쳤다.
진아한의 눈동자가 당황으로 크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진아한은 하준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전달하고자 입을 뻐금거리기 시작했다.
하준은 그녀의 입 모양으로 그녀가 전달하고자 하는 말을 알 수 있었다.
‘도, 도망, 쳐.’
그러나 그녀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준은 일단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제하르는 미간을 좁히며 하준을 향해 경고했다.
“움직이지 말거라. 그렇지 않다면-”
제하르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1층, 2층, 3층, 4층의 사람들 일부가 손에 식칼을 든 채 자신의 목에 갖다 대기 시작했다.
제하르의 목소리가 무서우리만치 서늘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들 모두가 죽을··········?”
막상 하준은 제하르의 말을 무시한 채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곧이어 4층 난간에 망토를 뒤집어쓴 괴상한 놈들을 확인했고 하준은 놈들의 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딱 세 명이네.’
일단 제하르의 권사는 다 모인 건가?
물론 조금 아쉬웠다.
솔직히 쟤들을 포함해 다른 권사나 혹은 기둥도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뭐, 예상대로 일단 당첨이었다.
‘나쁘지 않네.’
하준의 입꼬리가 만족스럽게 올라간 순간.
‘뭐냐··········?’
하준의 표정을 본 제하르의 표정이 점차 심각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대체 무엇을 믿고 저리 여유롭게 웃고 있단 말인가?
설마 사람들의 죽음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가?
“네놈··········.”
제하르가 하준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고요했던 백화점에 한 여인의 외침이 들린 것은.
“도, 도, 망쳐!!”
진아한의 목소리였다.
진아한은 피를 토하며 하준을 향해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준이 도망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제, 제발! 빨리!”
이곳에 있으면 하준도 당할 것이 분명했다.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하준을 대피시켜야 한다.
진아한은 마지막 힘을 끌어내 세뇌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극한까지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녀의 온몸에 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과 살을 뚫고 피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 모습에 미간을 좁히며 혀를 차는 제하르였다.
“쯧- 역시 마력이 부족하니 최상급 영웅의 몸을 전부 조종할 수 없군··········.”
하지만 그 저항이 무색하게도 세뇌는 풀리지 않았다.
“크윽!”
진아한은 분함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으득- 이를 물 때였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하준의 여유로움이 묻어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아한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준을 바라봤다.
그 순간.
진아한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리기 시작했다.
“어··········?”
그녀의 눈동자에는 그 무엇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의 망치가 보였다.
하준의 손에 쥐어진 망치.
‘이레귤러’를 상징하는 망치가 하준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어차피 금방 끝날 테니까.”
곧이어 망치를 든 하준의 시선이 제하르를 향하기 시작했다.
스윽- 올라가는 입꼬리.
그 모습에 제하르는 눈동자가 지진이 난 듯 떨려오기 시작했다.
‘설마?!’
제하르의 심장이 가쁘게 뛰기 시작했다.
소년이 망치를 든 순간 제하르는 깨달은 것이다.
놈은 인질을 아랑곳하지 않고 움직일 것이라는 사실을.
“죽여라!!”
제하르는 다급하게 명령했다.
그 말을 시작으로 인질이었던 1층에 사람들 모두가 하준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진아한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떨리기 시작했을 때.
털썩- 툭- 털썩- 풀썩-
하준을 향해 달려오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기절하듯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어?”
그 믿기지 않는 상황에 진아한의 표정이 멍해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녀의 바로 옆에서 하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주무시고 계세요.”
그것을 마지막으로 진아한의 기억은 거기서 끊겼다.
털썩-
* * *
큰 덩치를 자랑하는 제단의 권사 중 한 명, 6권사 도르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가 안 되는군. 고작 소년 하나에 이 정도까지 일을 벌이시다니.”
아무리 그래도 고작 소년 한 명이지 않은가?
세간에서는 이레귤러라 불리는 소년이라 했나?
소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강함을 가졌다는 건 알고 있다.
그렇다 하여도 이것은 너무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대체 그놈이 뭐길래, 제하르님이 이토록 두려움에 떠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는군.”
“우리는 이해할 필요는 없다, 도르제. 제하르님도 분명 큰 뜻이 있을 거다.”
제단의 3권사 로엘의 말이었다.
그 말에 도르제는 그저 피식- 웃으며 반문할 뿐이었다.
“이번 일로 제단의 존재가 세간에 드러날 수도 있다. 그저 우리를 시키면 될 간단한 일을 이렇게 부풀려서 일으키는 것이 나는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이었다, 로엘.”
그의 말에 로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또한 도르제의 말에 반은 동감하기 때문이었다.
‘흠··········.’
로엘은 난간 앞에 서서 소년을 바라봤다.
눈으로만 본 소년의 외관은 그리 강해 보이지 않았다.
“저 소년이 그 이레귤러라··········응? 저놈.”
그때였다.
순간 로엘과 하준의 눈이 마주친 것은.
그리고 눈이 마주친 순간, 소년은 왠지 모르게 기분 좋게 미소 짓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알 수 없는 소름이 돋기 시작한 로엘이었다.
‘허··········.’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로엘이었다.
그는 혹시 몰라 도르제와 또 한 명의 권사 질리안에게 언질을 했다.
“혹시 모르니 조심해라. 우리가 나설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로엘의 말에 질리안은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질리안은 불만스럽게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소년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였다.
소년의 손에 황금의 망치가 쥐어진 것은.
“설마 저놈·········.”
그 모습에 로엘의 미간이 서서히 좁혀졌고 도르제의 입꼬리가 호쾌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크흐흐! 움직일 생각이군. 설마 만용을 부릴 생각인가?”
도르제는 언제라도 움직일 생각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때 다급함을 느낀 제하르가 하준을 향해 소리쳤다.
“죽여라!!”
그와 동시에 식칼을 든 수많은 사람이 고작 소년 한 명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은 한순간이었다.
“?!”
소년이 사라졌다.
동시에.
투투툭- 털썩- 털썩- 툭- 털썩-
제하르에 의해 세뇌당했던 모든 사람이 기절하듯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1층을 포함한 2층, 그리고 3층과 4층.
그 모두가 몇 초라는 시간도 아까운 순간에 동시에 쓰러진 것이다.
“이건··········.”
곧바로 상황을 파악한 로엘이 다급히 검을 뽑으려 했을 때.
쿵!! 콰쾅!!
로엘의 바로 옆에서 몸을 풀고 있던 도르제가 순식간에 무언가를 얻어맞고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로엘과 질리안은 반응도 하지 못한 채 천천히 고개를 돌려 도르제를 바라봤다.
“일어나라. 도르제.”
권사 중 가장 튼튼한 육체를 자랑하는 사내이다.
그렇기에 로엘은 그가 살아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도르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믿기지 못할 상황에 순간 조용한 정적이 일었을 때.
정적을 깨듯 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엘과 질리안이었나?”
그 목소리가 들린 순간, 로엘과 질리안은 흠칫- 놀라며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렸다.
로엘은 곧바로 검을 뽑아들려 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자신의 손에 검이 잡히지 않았다.
“혹시 이거 찾냐?”
그 말과 동시에 소년의 손에는 로엘의 검집이 들려 있었다.
그 검집을 본 순간 로엘의 표정이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다.
“내 검을··········.”
“네 검은 네 친구한테 맡겨 놨지.”
하준의 시선이 벽에 처박힌 도르제를 향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로엘과 질리안의 시선 또한 하준을 따라 도르제를 향했을 때, 로엘은 무어라 형용하기 힘든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온몸에 소름이 끼쳐 돌았고 몸은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의 검이 도르제의 심장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언제··········.’
그의 표정이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을 때.
“로엘! 질리안! 그놈을 빨리 죽여라!!”
허공에 떠있는 제하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제하르의 말에도 로엘과 질리안은 움직일 수 없었다.
소년의 움직임을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무언가 지나갔다는 감각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소년에게 거슬리는 움직임을 보일 시 곧바로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그 모습에 하준은 만족스럽게 그들을 바라보다 담담히 입을 열었다.
“여기서.”
하준의 목소리가 고요한 백화점에 울리듯 퍼지기 시작했다.
하준은 이곳에 멀쩡히 서 있는 단, 세 사람.
로엘과 질리안 그리고 제하르.
그 세 사람을 향해 말을 되돌려주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