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53)
ⓒ 애모르
시간은 오후 7시.
다시 아카데미로 돌아온 하준과 한시영은 곧바로 교장실을 향했다.
“호오~ 이게 그 영약이라··········?”
최중원은 흥미로운 눈으로 영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는 영약을 보자마자 이것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한눈에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군, 특성 마력이라··········. 마력 자체를 물에 희석해 판매하고 있었군. 확실히 이 마력의 특성이 초인의 성장에 촉진제 역할을 한다면 영약이라 불릴 만 하군. 허나··········”
순간 최중원의 눈이 서서히 좁혀지기 시작했다.
“부작용이 있는지 없는지는 확인해봐야 알겠구나··········, 내 눈에는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다만.”
그는 이내 영약에 시선을 거둔 뒤, 하준과 한시영을 바라봤다.
최중원은 둘을 바라보며 인자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고맙구나. 내 부탁을 들어줘서.”
“아닙니다.”
“예. 괜찮아요.”
“후훗, 그래도 내 부탁을 들어주었으니 나도 자네들의 부탁을 하나 들어줘야겠지. 원하는 것을 편히 말해보게.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전부 들어줄 테니.”
그 말에 한시영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침묵했고 하준은 팔짱을 낀 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들은 차분히 바라보던 최중원은 아이들을 배려한다는 듯 입을 열었다.
“굳이 지금 말할 필요는 없네. 후에 천천히 고민하고 생각나면 나한테 말해도 되니 말이네.”
곧이어 그의 시선이 창문 밖을 바라봤다.
이미 해가 진 어둑한 밤이었다.
“이런, 안 그래도 시험 기간인데 내가 자네들의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 먹어버렸군. 오늘은 가서 쉬게나. 시간도 늦었으니.”
“알겠습니다.”
그 말에 한시영은 꾸벅- 고개를 숙인 뒤,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섰다.
다만, 하준은 그 최중원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팔짱을 낀 채 고민 중이었다.
“음··········.”
그리고 이내 고민을 끝낸 하준의 시선이 최중원을 향하기 시작했다.
하준은 최중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할 얘기가 있습니다.”
그 말에 살짝 놀란 최중원이었지만 이내 흥미로운 눈으로 하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구먼, 그럼 시영 생도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따로 할 얘기일 거 같으니.”
“후훗, 알겠네. 편히 쉬게나.”
곧이어 한시영이 하준을 배려하듯 먼저 교장실을 나온 뒤.
최중원과 독대하게 된 하준은 잠시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약 이 영약의 부작용이 심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내 선에서 처리할 생각이었다네. 단순히 그를 잡아 판매를 금지 시킬 생각이었네.”
“그럼 이 건에 관해서는 그냥 저한테 맡겨주시겠어요?”
그 말에 살짝 놀란 눈으로 하준을 바라보는 최중원이었다.
“자네에게 말인가?”
“예.”
“호오··········, 그것 참 흥미롭구먼. 이유가 뭔가?”
그 물음 하준은 살짝 고민하다 이내 이유를 설명했다.
“아무래도 영약이 초인의 힘을 성장시키는 건 사실인 거 같아서요. 물론 그만큼 부작용도 심하지만.”
“그렇군. 자네는 이미 이 영약의 부작용을 알고 있었구먼.”
“예.”
“그래서 자네는 이 영약을 어떻게 하고 싶나?”
“부작용을 없애고 사용할 생각입니다.”
그 말에 최중원은 놀라움이 담긴 눈동자로 하준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최중원 또한 생각해본 방법이기는 하나, 애초에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이유는 그 부작용 또한 마력의 특성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알기로는 마력의 특성을 없애는 방법은 아직 세간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것을 간단히 하겠다고 말하니 최중원은 의아한 느낌이 들면서도 하준의 방법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진중한 얼굴로 하준에게 물어보았다.
“이 특성 마력 자체의 부작용이 있다면 그것 또한 마력의 특성일세. 자네는 그 특성을 없앨 방법을 알고 있다는 말인가?”
곧이어 그 물음에 대한 하준의 대답은 짧으면서도 확신에 차 있었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최중원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띨 수밖에 없었다.
현자의 눈으로 확인해본 결과.
하준의 대답이 거짓 한 톨 없는 사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으니.
* * *
최중원과의 이야기를 끝낸 뒤, 하준은 숙소로 돌아왔다.
일단 숙소로 돌아와 곧바로 침대에 눕고 싶은 하준이었지만 할 일은 하고 누울 생각이었다. 하준은 오랜만에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교과서를 펼쳤다.
“자, 그럼··········.”
뿌드득- 몸을 푼 하준은 곧바로 공부를 시작했다.
참 오랜만에 시작한 공부이기는 하지만 방법까지 잊어버린 건 아니었다.
그래도 학창 시절 전교 10등의 전적이 있는데 그 노하우까지 잊어버렸을까?
하준은 당시에 공부 방법을 생각하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그락- 사그락-
오직 하준의 숙소 안에서 필기 소리만이 울리기 시작했을 때.
순간 사그락- 거리던 필기 소리조차 하준의 귀에 들리지 않게 되었으며 확장된 두 동공이 오로지 교과서에만 향하기 시작했다.
지고한 불굴의 끈기와 집중력.
그것이 하준의 집중력을 극한까지 발휘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어느 순간 여유롭게 움직이던 손이 뚝- 멈춘 하준이었다.
하준은 천천히 책을 내려놓고 팔짱을 낀 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음··········, 그래도 계산 문제는 무리인가 보네?”
지고한 불굴을 이용한 집중력으로 공부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집중력 자체가 극한까지 발휘되어 1시간은 외워야 할 내용을 30분이라는 시간 만에 외울 수 있을 정도로 단축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암기 과목 자체는 여유롭게 일주일 안에 끝낼 수 있을 거 같았지만, 문제는 이해도가 필요한 계산 과목이었다.
더구나 문제 자체도 뭔 개소리인지 모르겠고.
[임의의 던전의 마물이 위험도 3의 하급 마수라 가정했을 때 던전의 예상 위험도 등급을 특정하여 던전의 마력 농도를 알아내시오.(던전 내부 하급 마수의 수는 53마리 입니다.)]참고로 그나마 쉬운 문제가 이 문제인 모양이다.
던전의 해석과 분석이라는 과목인데 애초에 이런 과목을 현실에서 공부했을 리가 있나·········.
단순한 암기면 모르겠으나 기본 계산식이 필요한 과목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집중력만 좋아진 거지 이해도가 높아지는 건 아니니 말이다.
“그럼··········.”
하준은 곧바로 방법을 생각했다.
혼자서 무리라면 둘이서.
모르는 문제는 공부 잘하는 애한테 물어보면 되지 않겠는가.
하준은 어려운 문제를 폰 사진으로 찍어 누구한테 보낼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위이잉-
갑작스럽게 들려온 알림음에 하준은 스마트폰을 켜 문자를 확인했다.
각각 안나와 유설아, 이주아 그리고 아직도 발신자 번호인 리암이었다.
[안나 : 시험 괜찮으시겠어요? 다른 건 아니고 혹시 모르는 게 있으면 알려드리려고요.] [유설아 : 하준씨. 혹시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제가 잘 알려드릴게요.] [이주아 : 하준아 그 시간되면 나중에 같이 공부할래?] [010-XXXX-XXXX : 하하! 학교생활 중 가장 큰 위기 아니야, 하준?]“허··········.”
내가 그렇게 공부를 못하는 이미지였나?
여튼 이렇게 답장을 보내니 자존심 때문이라도 물어보기가 싫었다.
특히나 리암의 깐죽거리는 말투가 짜증 났다.
얘는 그냥 차단할까?
‘하··········, 그럼 이건 어떡하냐·········.’
그때였다.
똑- 똑-
누군가의 노크 소리에 하준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누구지 하는 생각과 함께 벌컥- 문을 여니 익숙한 소녀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 모습에 하준이 어이가 없었다.
“입원하고 계신 거 아니었어요?”
그 말에 하준을 바라보며 은은히 미소 짓는 소녀.
생도 회장 이주희였다.
* * *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 찾아왔다.”
하준은 얼떨결에 그녀를 방 안으로 들여보냈다.
아직도 좀 어처구니가 없어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상처는요?”
“이미 치료했다.”
“그리고 오늘 퇴원했고요?”
하준의 말에 무안한지 시선을 돌리는 이주희였다.
그 모습에 하준은 짐작할 수 있었다.
‘도망쳤구나··········.’
원래 이주희가 이런 성격이었나 싶었다.
그래도 병원을 뛰쳐나올 정도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나 싶었지만, 별로 대수롭지도 않았다.
하준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입을 열었다.
“하··········, 몸도 덜 나으신 분이 그런 걸로 무리하지 마세요.”
“미안하다. 도움을 받은 적은 처음이라··········. 어떻게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할지 모르겠더군.”
그 말과 함께 슬며시 미소를 짓는 이주희였다.
“혹시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라. 충분히 내가 해줄 수 있는 한에서 도와줄 테니.”
“나중에 있으면 연락 드릴게요.”
“그렇게 말하고 너는 연락을 안 하더군. 생도회도 안 찾아오고 말이야.”
“음··········. 근데 딱히-”
없다고 말하려다 번뜩- 무언가 생각난 하준은 곧바로 책상 위에 올려진 책을 가져왔다.
“그럼 이참에 이것 좀 가르쳐 주실래요?”
그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이주희였다.
“고작 그런 걸로 괜찮나?”
“뭐 나중에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할게요. 지금은 이게 급해서.”
“알겠다. 궁금한 게 뭐지?”
하준은 계산식이 필요한 과목 책을 전부 꺼냈다.
그대로 이주희에게 내밀며 입을 열었다.
“전부요.”
이왕 기회가 생긴 김에 철저히 전부 외어둘 생각이었다.
* * *
그렇게 시간은 흘러 금요일이 되었을 때.
하준의 공부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일단 가르치는 양이 양이다 보니 매일 하준의 숙소로 찾아와 공부를 가르쳐준 이주희였다. 그리고 날마다 하준을 가르치면서 이주희는 의외라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너는 의외로 공부를 잘하는군.”
솔직히 조금 신기하다고 할까?
주아에게 들은 얘기도 있고 이미지를 봤을 때는 별로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그 대답에 하준은 피식- 웃으며 대답할 뿐이었다.
“회장님이 잘 가르쳐줘서 그렇죠.”
일단 빈말로 한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녀가 가르쳐주는 방식 자체가 편하다고 할까?
“뭐, 그렇다면 다행이군. 부탁을 제대로 들어줬다는 말이니까.”
“예, 뭐. 토, 일요일도 가르쳐주실 수 있죠?”
“그래, 다만, 내일은 숙소 말고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게 좋을 거 같군.”
그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이주희를 바라보는 하준이었다.
“왜요?”
하준의 물음에 이주희는 살짝 곤란한 표정으로 이유를 설명했다.
“아카데미에 조금 곤란한 소문이 흐르고 있어서 말이지.”
“무슨 소문이요.”
“그··········, 내가 계속 저녁마다 네 숙소에 찾아오니 다른 생도들이 이상한 착각을 하더군.”
“··········.”
그 말에 하준은 별 말없이 상황을 이해했다.
조금 상황이 어이없기도 하고 참 성실하게 공부 좀 하려니 아무래도 골치 아픈 소문이 흐른 모양이다.
“어, 예. 그러죠.”
뭐, 자신의 부탁으로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 하준은 알겠다고 말했다.
그때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스마트폰에 문제가 왔다.
하준은 주머니 안에 스마트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했다.
곧이어 문자를 확인한 하준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기 시작했다.
“회장님.”
“응?”
“아무래도 내일은 안 될 거 같네요. 일요일에 공부하죠.”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주희였다.
하준은 다시 시선을 돌려 문자를 확인했다.
그 문자의 주인은 다름 아닌 김정용 협회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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