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56)
ⓒ 애모르
연선화의 간단한 설명과는 다르게 이번 마력 제어 시험은 아무래도 매우 어려운 난이도였던 모양이었다.
“흐아악!”
“하아아압!!!”
“흐랴! 흐랴!”
“움직여!! 제에발!!”
테이블 앞에 선 아이들은 무어라 기합을 내지르며 손을 뻗어 마력을 방사하고 있었다. 온몸에 힘을 주고 떨리는 손으로 연신 쇠 구슬을 노려보는 아이들.
얼마나 힘을 줬는지 얼굴은 시뻘겋게 물들었으며 팔에는 핏줄이 곤두서는 아이들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그런 아이들의 노력과는 별개로 조금 전 연선화가 보여줬던 기예를 재현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기껏해야 쇠 구슬을 조금 흔드는 정도?
이렇듯 대부분 생도들이 실패하는 가운데 하준의 옆에서 유심히 쇠 구슬을 주시하고 있던 안나는 무언가를 눈치챘고 곧바로 하준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연선화 교관님의 의도를 알 거 같아요. 그리고 쇠 구슬의 비밀도.”
“··········어. 그러냐.”
물론 하준의 반응은 초연했다.
딱히 들어도 하준에게는 별 쓸모없는 정보였으니 말이다.
근데 얘는 알아차린 건 둘째 치고 시험인데 나한테 알려주려고 하네?
“아무래도 연선화 교관님은 조형보다 쇠 구슬을 움직이는 쪽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게 분명해요.”
“쇠 구슬?”
“네. 제가 보기에는 쇠 구슬을 움직이는 방법이 따로 있는 거 같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쇠 구슬이 안 움직일 리는 없을 테니까요.”
무슨 말인지 알겠다만, 여전히 하준에게는 쓸모없는 정보였다.
뭐, 그래도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니 일단 계속 들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너는 방법을 알겠다고?”
그 물음에 자신 있는 미소로 대답하는 안나였다.
“네. 이번 시험 과목이 마력 제어잖아요? 언뜻 똑같아 보이는 쇠 구슬이지만 분명 하나하나가 마력을 품을 수 있는 용량이 다를 거에요. 그 용량에 맞춰 마력을 주입하면 쇠 구슬은 분명 움직일 거고요.”
그 말에 하준은 대충 안나가 뭘 말하고 싶은지 알 거 같았다.
아무래도 저 100개나 되는 쇠 구슬 전부가 각각 마력을 품을 수 있는 용량이 다르니 쇠 구슬을 움직이려면 각각 쇠 구슬 하나에 주입해야 하는 마력을 세밀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근데 너는 그런 걸 나한테 알려줘도 되냐?”
그 말에 안나는 오히려 여유로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상관없어요. 어차피 알아도 할 수 있냐 없냐는 다른 문제니까요. 그리고··········.”
곧이어 은근한 미소로 하준을 바라보는 안나였다.
“하준씨는 이미 알고 계셨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여유로우신 거겠죠.”
“··········.”
··········아니, 전혀 몰랐는데.
뭐, 그렇다고 몰랐다고 말하기도 뭐하니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렇게 내가 별말 없이 정면을 바라보자 안나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하준씨. 저 먼저 보고 올게요. 이제 슬슬 제 차례인 거 같거든요.”
그 말과 함께 테이블 앞으로 다가가는 안나였다.
그리고 테이블 앞에 선 안나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듯 지금까지 그 누구도 움직이지 못했던 쇠 구슬을 허공에 띄우기 시작했다.
물론 그 현상을 일으킨 안나는 엄청난 집중을 하고 있었다.
푸르게 일렁이는 눈동자는 오로지 쇠 구슬만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그녀의 이마에서는 주르륵-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총 100개 중 91개나 되는 쇠 구슬을 허공에 띄워 정육각형을 만든 안나였다.
곧이어 그 모습을 다정한 미소로 바라보던 연선화는 손뼉을 짝- 치며 입을 열었다.
“안나양. 그만 멈추셔도 됩니다. 안나양은 제가 시험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의도를 잘 파악하셨군요? 처음부터 이 정도 수의 구슬을 조작한 생도는 없었는데 굉장히 잘하셨어요.”
“아! 감사합니다.”
“후훗, 수고했어요. 자, 그럼 다음 생도 앞으로 나와주세요.”
그 말에 꾸벅- 고개를 숙인 안나는 피곤한 인상과 함께 다시 쇠 구슬을 유리 상자 안으로 도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준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긍정적인 고민이었다.
방금 안나가 보여준 단순한 조형으로 무언가 방법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 * *
몇 분 뒤, 차례대로 시험이 진행되어 드디어 하준의 차례가 왔을 때 하준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테이블 앞으로 다가갔다.
곧이어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연선화는 은은한 미소와 함께 하준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 아이구나? 그 이레귤러로 가장 많이 의심되는 생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갑작스럽게 등장한 괴물 신성.
현재 생도로서 가장 유명한 4명을 제치고 수석으로 입학한 생도 김하준.
연선화는 궁금했다.
과연 이 아이는 과연 무슨 재능을 소유하고 있을까?
혹은 어느 정도의 마력을 가지고 있을까?
일단 소년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는 평범하지가 않았다.
뭐라고 할까··········. 여유롭다고 해야 하나?
‘그만큼 실력에 자신 있다는 거겠지?’
이 시험을 앞두고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여유로운 모습에 왠지 모르게 기대가 되는 연선화였다.
“김하준 생도. 준비는 됐나요?”
“예. 준비됐습니다.”
그 말과 함께 하준은 여타 아이들이 했던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기 시작했다.
쇠 구슬을 향해 손을 뻗은 뒤, 그대로 얼굴을 찡그리며 몸 전체에 힘을 주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마치 온몸의 마력을 끄집어내 쇠 구슬에 담는 듯한 모습.
그러나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연선화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응? 얘는 왜 마력이 안 느껴질까?’
이상하다?
표정을 보면 엄청난 집중과 함께 마력을 쏟아붓는 걸로 보이는데?
얘는 왜 전혀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거지?
‘왜 이럴까?’
그렇게 연선화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흐랴!!”
갑작스럽게 눈을 부릅뜬 하준이 쇠 구슬을 노려보며 괴상한 기합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쿠쿠쿠쿠쿵!!! 까깡!! 깡!!
유리 상자 안에 들었던 쇠 구슬들이 크게 진동하며 기이한 굉음과 함께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입을 쩌억 벌리며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연선화와 아이들.
그리고 하준 또한 속으로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
* * *
연선화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일어나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응?”
솔직히 조금 많이 당혹스러웠다.
유리 상자 안에 들어있는 모든 쇠 구슬들이 팝콘 마냥 튀어 올라 천장에 통! 통! 하고 박히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하준의 시험을 구경하고 있던 아이들 또한 할 말을 잃고 벙찐 표정으로 일어나고 있는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당연히 아이들 중 일부는 이미 시험을 보았기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광경이 비상식적이라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저게 뭐지?”
“어··········, 그, 그러게?”
“원래 저게 저렇게 과격하게 튀어 오를 수 있는 거였어?”
그렇게 아이들이 하준이 쏘아 올린 쇠 구슬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번뜩 정신을 차린 연선화는 천천히 하준에게 고개를 돌리며 일단 차분히 질문했다.
“어··········, 하준 생도?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저게 하늘로 솟구쳐서 천장에 박히는 걸까요?”
“··········.”
그리고 막상 그녀의 질문에 하준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지금 일어나고 있는 광경은 하준 또한 의도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대충 허공에 살짝 띄울 생각이었는데··········.’
너무 많이 후려쳤나?
그냥 단순히 내가 힘 조절에 실패해서 일어난 광경이었다.
설마 저 쇠 구슬들이 총알처럼 솟아올라 천장에 박힐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 말이다.
솔직히 그녀가 조형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했을 때, 대충 쇠 구슬 전부를 허공에 살짝 띄울 생각으로 후려쳤는데 아무래도 너무 많이 후려친 모양이었다.
“일단 그··········, 하준 생도가 하신 거 맞죠?”
“어··········, 네.”
“그게········, 솔직히 조금 예상은 못 했지만 그 대단하네요. 하준 생도는.”
그리고 그녀의 말과 동시에 하준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서브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실기 시험 ‘마력 제어’에서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으십시오.
보상 : 1500 경험치
[성공!] [보상이 주어집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어, 음··········.’
일단 잘 해결된 건가?
* * *
시간은 오후 1시.
조금 소란이 있었던 마력 제어 실기 시험을 무사히 끝낸 하준은 기숙사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일단 내일도 실기 시험이 있기는 했지만, 오늘과 다르게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시험 내용이 뭔지 알뿐더러 그 실기 시험에서는 만점을 맞을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자, 그럼··········.”
하준은 그대로 침대에 몸을 맡긴 뒤, 눈을 감았다.
어차피 이다음으로 할 것도 없었으니 잠으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때 위이잉- 하는 진동 소리에 하준은 인상을 꾸기며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쯧- 참, 타이밍하고는.”
좀 편히 있으려 해도 있을 수가 없네.
하준은 투덜거리며 그대로 문자를 보낸 사람이 누군지 확인했다.
곧이어 문자를 보낸 사람을 확인한 하준은 의아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하준에게 문자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세계 최고의 정보 길드의 길드장 로엘리 힐스였다.
[혹시 지금 통화 가능해?]“··········응?”
그녀의 문자를 확인한 하준은 설마하는 생각으로 급하게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이어 삑- 소리와 함께 전화를 받은 그녀가 요염한 웃음소리를 내며 하준에게 입을 열었다.
-후훗, 오랜만이야. 잘 지냈니?
“예, 뭐··········. 그래서 무슨 일로 전화 주셨어요?”
-어머, 바로 본론부터 들어가려니 조금 섭섭하네? 뭐, 나도 할 일이 많으니까 바로 본론에 들어갈게. 일단 저번에 네가 부탁한 의뢰 있지?
“예.”
-그거 말이지. 조금 찾기 힘들어서 말이야.
그 말에 하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헤르메스 길드조차 찾기 힘든 정보라고요?”
-응, 맞아. 네가 의뢰하고 2주 동안이나 조사했지만, 전혀 단서가 나오지 않았거든. 그래서 그런데 미안하지만, 혹시 이름 말고 다른 단서는 없니? 내가 보기에는 너는 알고 있을 거 같은데?
그녀의 말에 하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단 몇 가지 설정으로 알고 있는 정보가 있기는 하지만 그게 리베르의 정체를 찾는 데 큰 도움을 줄 거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음··········, 정보라··········.’
뭔가 다른 정보가 있을 거 같기도 하고··········.
‘아!’
그 순간.
하준의 머리에 스윽- 지나가는 한 가지 까먹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 그러고 보니 집이 있었네?’
정확히는 이 몸속에 빙의하기 전 리베르가 생활하던 집.
그 당시 상황이 복잡하여 제대로 살핀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뭐라도 살펴보면 이놈에 관한 정보가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