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57)
ⓒ 애모르
그때 당시 처음 이 게임 속 세계에 왔을 때 집안을 제대로 살피지도 못하고 곧바로 아카데미로 온 하준이었다.
그렇다면 리베르와 관련된 무언가가 집에 있지 않을까?
‘일단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렇기는 한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준이 리베르의 몸에 빙의하기 전부터 그놈은 거기서 살고 있었으니 아마 찾아가서 조사하면 뭐라도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당장 갈 생각은 없었다.
오늘이 월요일인 것을 포함해 내일 마지막 실기 시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번 주에 있을 에피소드도 신경 써야 하고 말이다.
하준은 잠시 팔짱을 끼고 생각한 뒤, 로엘리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저도 조사해봐야 알겠으니까 당장은 말 못하고 이번 주 주말에 한 번 찾아갈게요. 뭐, 너무 기대하지는 마시고요.”
-후훗, 알겠어. 그럼 천천히 기다릴 게~ 이번 주 토요일이면 괜찮을까?
“네. 그때 찾아갈게요.”
-그래, 나중에 봐~
* * *
시간은 흘러 화요일 마지막 실기 시험을 치르고 수요일이 되었다.
일단 화요일에 치렀던 실기 시험은 넉넉히 잡아 만점은 맞았을 것이라 예상이 되었다. 당연히 시험 내용을 치르기 전부터 알고 있었고 애초에 시간 정지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시험이었으니 말이다.
참고로 화요일에 친 실기 시험 내용은 ‘빌런의 대응’이었다.
단순히 빌런역을 맡은 교관이 시민을 인질로 잡고 있고 시험을 보는 생도가 인질을 구출해내는 것이 시험의 목표였다.
일단 보다시피 시험 내용이 이러니 내가 높은 점수를 안 맞을래야 안 맞을 수가 없었다.
‘하··········, 이제 좀 쉬어도 되겠네··········.’
그렇게 시험이 끝난 수요일 아침 특급반의 교실.
아이들 중 일부는 자리에 앉아 연신 침울한 표정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으며 나머지 아이들은 활기차게 떠들고 있었다.
일단 보다시피 극명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당연히 시험 결과 때문이었다.
아마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대부분의 애들이 원하는 등급을 못 받았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 사이에서 안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슬쩍 하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이어 안나를 시작으로 리암과 유설아, 이주아까지 하준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안나는 하준을 쳐다보는 아이들의 심정을 대표하듯이 조심스럽게 하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 하준씨는 필기 순위가 어떻게 되세요?”
“응?”
그 말에 나는 별말 없이 그대로 성적표를 꺼내 안나에게 보여줬다.
곧이어 안나의 곁으로 다른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적표를 보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점차 휘둥그레지기 시작했다.
필기 시험 순위 4위 김하준.
실기 시험 순위 1위 김하준.
총 평균 등급 영웅 예상 등급 : 최상급.
“··········이게 하준씨 성적표라고요?”
“그게··········, 좀 뭐라고 해야 할지. 의외네요.”
“아, 아니. 마, 말도 안 돼··········.”
참고로 마지막 오바를 떠는 말은 리암의 말이었다.
리암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얘는 진심으로 내 성적에 당황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리암을 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얘는 뭐, 나보다 잘 쳤을 거면서 뭐 이리 호들갑을 떠는 건지··········,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일단 내 바로 위에 애들이 누군지 대충 예상이 갔다.
아마 유설아와 안나 그리고 리암이겠지.
얘들은 게임 속에서도 설정상 궤를 달리할 정도로 공부를 잘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근데 막상 리암은 내 예상과 다른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내가 김하준보다 공부를 못한다니··········.”
“··········? 몇 등인데?”
“5등··········.”
“너가 5등이라고?”
잠깐? 그럼 3등은 누구지?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순간 하준의 시선에 이주아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얘가 있었네.’
왠지 굳이 알아보지 않아도 3등이 누군지 예상됐다.
그때 드르륵- 교실의 문이 열리며 이 한 교관이 들어왔다.
자연스레 시끌벅적 떠들던 아이들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교탁 앞에 선 이 한 교관은 그런 아이들을 스윽- 휘둘러보다 간단히 출석은 부른 뒤 아침 조회를 시작했다.
“자, 그럼 중간고사는 수고했다. 일단 이번 중간고사로 너희의 생도 등급이 정해졌으니 앞으로 생도 의뢰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을 거다. 굳이 이 시스템에 대한 설명은 필요 없겠지?”
생도 의뢰는 생도의 실전 경험을 늘리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교육 시스템이었다.
하준은 이번 에피소드에 있을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퀘스트를 떠올렸다.
아마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분명 이번 에피소드에서 리암의 붉은 퀘스트가 있었으니 말이다. 하준이 굳이 귀찮게 공부를 해서 최상급 등급을 받은 이유가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하준은 살짝 고개를 돌려 리암을 바라봤다.
막상 리암은 충격을 먹은 얼굴로 ‘내가 김하준보다··········’ 따위의 말을 반복하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하준은 그런 리암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내버려 둘까?’
* * *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아카데미의 앱을 열어 생도 의뢰 게시판을 확인한 하준이었다.
곧이어 생도 의뢰 게시판에서 리암이 생도 의뢰를 수락한 것을 확인한 뒤, 하준은 곧바로 그 의뢰를 지원하겠다고 신청했다.
이렇듯 생도 의뢰에는 지원이라는 시스템이 있었는데 굳이 자신에게 지명된 의뢰가 아니더라고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다른 의뢰를 신청할 수 있는 편한 시스템이 있었다.
물론 지원을 허락하나 안 하나는 의뢰자의 마음이지만 하준은 딱히 걱정이 없었다.
등급도 등급이지만 일단 내 이름 자체가 세간에 좀 유명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목요일 오후 3시.
하준과 리암은 의뢰 장소에 나와 있었다.
의뢰 장소는 다름 아닌 한국의 북한산 인근의 통문소 앞이었다.
“와우~ 사람 많네. 역시 북한산이라 이건가?”
리암은 북한산 통문소 앞에 모여든 영웅들을 바라보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일단 이 로아영 속 북한산은 던전과 보구의 성지로 유명하기에 길드의 영웅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였으니 말이다.
곧이어 잠시 북한산 주위를 둘러보던 리암은 의아한 얼굴로 시선을 돌려 하준을 바라봤다.
“근데 하준. 설마 네가 이 의뢰에 지원할 줄은 몰랐네?”
솔직히 조금 의외라고 할까?
설마 김하준이 이 의뢰를 지원할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물론 하준도 이런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 오기는 싫었지만 너 살리러 왔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대충 둘러댔다.
“그냥 북한산 경치 구경 좀 하려고.”
“하핫! 너는 움직이는 걸 싫어해서 이런 의뢰는 싫어할 줄 알았는데.”
리암은 어제와 다르게 하이텐션이었다.
하긴, 얘 취미 중 하나가 보구를 구경하는 거니 이러는 것도 이해가 됐다.
오늘 의뢰는 다름 아닌 던전 내부로 들어가 보구 수급을 돕는 의뢰였으니 말이다.
“음··········, 아! 저기 있네.”
그때 저 멀리서 하준과 리암을 향해 다가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리암의 앞으로 다가와 잠시 얼굴을 살핀 뒤 입을 열었다.
“너희가 리암 마르텔하고 김하준이지?”
훤칠한 얼굴의 갈색 머리의 남성. 그는 리암과 하준을 바라보며 싱긋 웃은 뒤,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가워, 한월 길드 보구 수급팀의 한승훈이라고 해.”
한월 길드.
국내 길드 순위 10위의 던전 공략 길드로 대체로 던전을 찾아내 공략하는 던전 공략 전문 길드였다.
참고로 이번 의뢰 내용은 하급 던전 공략의 짐꾼 역할을 하는 거였다.
일단 하급 던전에서 짐꾼 역할을 하는 의뢰였지만 의뢰의 난이도는 최상급이었다.
이유는 하급이라는 것이 던전 내부의 마력을 기계로 측정하여 확인한 예상 등급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아직 들어가 보지 않은 던전은 미지에 가까우니 그 위험성을 생각하여 의뢰 등급을 최상급으로 올린 모양이었다. 아무리 측정 예상 등급이 낮은 하급 던전이라도 아직 정확한 파악이 안 된 던전이니 생도에게 전투를 시킬 수는 없으니 말이다.
“와··········, 그래도 설마 이 의뢰를 받을 줄은 몰랐는데. 그것도 그 리암하고 김하준이라니.”
미국의 국보 중 하나인 신화급 보구의 사용자 리암 마르텔.
그리고 최상급 영웅인 진아한을 도와 XX백화점의 테러를 막은 생도 김하준.
물론 리암이야 우리가 지명했으니 그렇다 쳐도 설마 김하준이 이 의뢰에 지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소문으로는 굉장한 완력의 소유자라고 하는데··········.’
김하준에 대한 소문은 하나같이 사실무근의 소문이었지만 일단 여러가지로 다양했다. 먼저 괴물 같은 괴력과 빠른 스피드를 가졌다는 소문부터 그가 가진 어빌리티가 공간 이동이라는 소문도 있으며 마지막으로 세간에서 가장 유명한 ‘이레귤러’가 김하준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뭐, 그것보다 좀 신기하네. 얘는 전혀 긴장을 안 하고 있잖아?’
아무리 기계로 파악한 던전의 등급이 하급이라지만 파악이 안 된 던전의 등급은 그 바로 한 단계 위인 중급으로 규정한다.
아마 생도로서 중급 수준의 던전은 처음일 지인데 이건 뭐, 긴장감이 없는 것을 넘어 지루해하고 있는 것이 눈에 선하게 보였다.
그것이 단순히 던전을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인지 혹은 여유로운 것인지 알 도리는 없지만 적어도 평범한 생도가 아니라는 것은 알 거 같았다.
“자, 그럼··········.”
한승훈은 잠시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뒤 다시 리암과 하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도 왔으니 곧바로 출발할까? 팀장님은 던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따라와.”
* * *
통문소를 통해 북한산 내부로 들어가 10분 정도 한승훈을 따라 걸은 하준과 리암이었다. 곧이어 통문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동굴이 보였고 그 동굴의 입구 앞에서 5명 정도의 무장을 한 초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팀장님 저 왔어요.”
그리고 그 5명 중 붉은 적발의 날카로운 인상의 여인이 한승훈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잠시 한승훈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려 하준과 리암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아이들은?”
“이번에 생도 의뢰로 지명한 1학년 애들이에요.”
“아, 네가 리암이구나? 만나서 반가워, 이번 공략대의 팀장인 이영하라고 해.”
“리암 마르텔입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후훗, 나야말로 잘 부탁해. 근데 다른 한 명은 누구지? 승훈이의 말로는 분명 한 명만 지명했다고 들었는데?”
그 말에 한승훈은 조용히 귓속말로 무어라 그녀에게 전하며 상황을 설명했고 곧이어 이영하의 눈동자가 똥그랗게 커지며 하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네가 김하준이구나?”
“예, 그렇습니다.”
그 말과 함께 마치 신기한 동물을 보듯 관찰하기 시작한 이영하였다.
그녀는 잠시 흥미롭게 하준을 바라보다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 잘 부탁해. 이번 의뢰는 짐만 들어주면 되는 쉬운 의뢰이니 별로 힘든 일은 없을 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긴장은 늦추지 말고. 자, 그럼 이제··········.”
그 말과 함께 고개를 돌려 팀원을 바라보는 이영하였다.
그녀는 팀원을 바라보며 힘차게 소리쳤다.
“자! 모두 준비해! 던전 공략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