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62)
하준은 피곤하고 허탈한 마음과 함께 돌아갈 준비를 했다.
눈앞에서 최종 보스를 놓친 것을 포함해, 한 달이라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한 달을 더 썼음에도 놈의 보호막을 부술 수 없었으니 뭔가 기분이 여러모로 초연했다.
“하··········, 돌아가자.”
어차피 퀘스트도 다 해결했고 여기 계속 있어봤자 할 것도 없으니.
하준은 그대로 시간 정지를 발동해 리암에게 향했다.
그렇게 리암의 앞에 도착하여 다시 시간 정지를 풀었을 때.
그때였다.
쩌저적-
하준의 앞을 가로막듯 허공이 갈라지며 거대한 황금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기하구나···········.]놈이 말했다.
공간 전체를 울리는 듯한 무겁게 가라앉은 중저음.
놈의 용언 자체에 힘이 깃들어 던전 전체를 미세하게 흔들고 있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도태된 세계에··········]놈의 눈동자가 낮게 가라앉았다.
당연하지만 하준은 놈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레인의 힘의 원천이자 용언의 주인이며 마법의 기원이라 불리는 생물.
지금은 그저 공간의 저편에 갇혀 레인에게 힘을 줄 수밖에 없는 존재.
놈이 하준을 주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설마 그 망치를 든 초월자가 다시 나타날 줄이야··········.]“··········.”
하준은 아무 말 없이 놈을 바라봤다.
그러다 인상을 꾸기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까부터 뭐라는 거야?’
놈이 뭐라고 짓거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당연히 놈이 내뱉는 언어가 ‘용언’이니 하준이 알아들을 리가 있나.
하준은 마하라즈를 꽉 쥐며 놈을 노려봤다.
안 그래도 빡치는데 개소리를 지껄이는 놈에게 그대로 한 마디로 일축하여 대답했다.
“네 주인 곁으로 꺼져라. 네 주인을 다시 패로 가기 전에.”
[··········.]그 말에 레아논은 아무런 대답과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
하준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은 것인지 놈은 그저 하준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다 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음에 만나지·········, 초월자여··········.]그 말을 마지막으로 놈은 사라졌다.
하준은 잠시 놈이 사라진 허공을 바라보다 리암을 등에 업고 다시 시간 정지를 발동했다.
* * *
이후에 일은 빠르게 그리고 조용하게 정리되었다.
던전을 나온 하준과 리암은 곧바로 구급차에 이송 돼 병원으로 이동했고 리암은 병원에 입원했으며 하준은 굳이 입원할 필요 없이 간단한 검사를 받았다.
물론 검사를 끝내고 아카데미로 돌아가기 전에 사건의 정황에 관해서는 설명해야 했다.
“그러니까? 이레귤러가 너희들을 구하고 갑자기 사라졌다고?”
“예.”
당연하지만 이번 사건에 이레귤러가 관여했기에 이영하는 하준에게 정황을 물으러 왔다.
물론 하준은 대충 상황을 떠올려 변명했다.
내부에 있었던 일은 당연히 하준을 제외하고는 모를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레귤러가 이번 사건은 조용히 넘어가고 싶다는데요?”
“음··········, 하··········. 원래라면 길드에 보고해야 하지만 알겠어. 도움 받은 입장에서 그 정도는 해줘야겠지.”
그 말과 함께 은근한 눈으로 하준을 바라보는 이영하.
그녀는 뚫어져라 하준을 바라봤고 하준 또한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다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많이 피곤하네요.”
“아! 응, 알겠어. 이번 일은 정말 미안해. 길드에서도 충분히 보상할 거야.”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하준이었다.
하준은 곧바로 병원을 나와 아카데미로 돌아왔고 그대로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누웠다.
두 달간 딱딱한 땅바닥에 자서 부드러운 침대에 누우니 곧바로 솔솔 잠이 오려 했다.
물론 자기 전에 일단 확인할 건 하고 잘 생각이었다.
하준은 곧바로 퀘스트창과 상태창을 열었다.
곧이어 무수한 알림창이 떠올랐다.
[서브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마물 혹은 마수를 처치하십시오. (101/100)
보상 : 2000 경험치
[성공!] [보상이 주어집니다.] [한정된 수 이상을 처치하였습니다.] [보상이 추가됩니다!] [추가 보상 : 경험치 +500]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전직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마수를 처치하십시오. (53/100)
보상 : 과거 마하라즈의 주인, 드워프의 왕 호스톤의 칭호가 주어집니다.
칭호 : 파쇄자
이름 : 김하준
레벨 : 8 (+3)
직업 : 생도 칭호 : 없음 명성 : 300
생명력 : 23(+6) 마력 : 0 힘 : 25 (+11) 민첩 : 15(+6)
체력 : 28(+7) 방어력 : 0 마법 저항 : 999(Max) 정신력 : 999(Max)
나름 성장한 스탯들.
그러나 두 달이라는 시간을 노력했기에 성장한 스탯이었다.
그리고 아마 스탯이 더욱 높아질수록 스탯의 성장은 점차 느려질 것이다.
물론 그렇기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 영약이지만.
‘이번 주말에 델 헤르에 가봐야겠네.’
언제까지 이렇게 개고생을 하며 시간을 소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최소한 스탯을 100이라도 올려놔야 몸이 편해지지 않겠는가.
물론 델 헤르에 가기 전에 집에도 한 번 들러야겠지만.
“자, 그럼··········.”
하준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대로 코를 골며 한 달의 피로를 편안한 침대에서 풀었다.
* * *
한편.
“허억! 허억!”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레인은 꿈에서 일어나 식은땀을 흘리며 부릅뜬 눈으로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일전에 있었던 상황이 되감긴다.
이 힘을 가지고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단순히 보호막 안에서 놈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상황.
그 순간 놈의 황금색 망치가 자신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진다.
“크윽!!”
그 순간 엄청난 두통이 그녀의 머리를 강타했다.
레인은 고통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매만졌고 그때.
[일어났나··········.]놈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패배를 확신한 놈.
레아논.
놈이 말을 이었다.
[패배했구나 레인.] [방심한 거다. 다음에는 놈을 죽인다.] [아니, 지금의 너는 놈을 죽이지 못한다.]그 말에 레인의 표정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럼에도 레아논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졌구나, 너는 그를 두려워하고 있다.] [개소리 할 거면 꺼져라.] [··········경고하지 레인.]레인의 바로 앞에 균열이 생기며 거대한 눈동자가 나타났다.
그 거대한 눈동자는 레인을 바라보며 경고했다.
[그에게 다가가지 마라. 복수는 포기해라. 네 운명만 달리할 것이다.] [나보고 도망치라는 거냐?] [그렇다.]레인은 분노에 주먹을 꽉 쥐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놈에게 당한 치욕이 점차 분노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런 레인을 바라보는 레아논.
레아논은 레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의 너는 그를 이길 수 없다.] [··········.]그 말에 레인의 눈동자가 점차 좁혀진다.
레아논.
단언컨대 놈은 자신에게 거짓을 말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반대로 레인은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레아논, 반대로 묻지. 너는 왜 그놈을 두려워하는 거냐.] [··········.] [놈은 대체 뭐냐?]그 말에 레아논은 말없이 침묵하며 레인을 바라봤다.
그러다 과거, 이제는 시간조차 헤아릴 수 없는 오래 전의 기억을 회상하며 레아논은 말했다.
레아논이 말했다.
그는 레인을 바라보며 진중하게 입을 열었다.
[단언하마. 지금의 놈은 이 세계에서 절대적인 존재다.]* * *
“호오··········, 그렇군. 다행이구나.”
다음날 금요일 아침.
하준은 곧바로 교실이 아닌 교장실을 향했다.
최중원 교장에게 부탁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부탁하기 전에 최중원 교장이 먼저 어제 있었던 사건의 정황에 대해 물었기에 하준은 모든 상황을 간략히 설명했다.
“그렇군. 그런 일이 있었구만··········. 리암 생도가 무사해서 참 다행이야··········. 자네는 괜찮나?”
“딱히 크게 다친 곳은 없습니다.”
“그런가··········, 후훗, 하긴, 자네가 크게 다치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 괜한 걱정이었군. 그래서 오늘 잠시 집에 갔다 오고 싶다고?”
“예. 다녀와도 되나요?”
하준의 물음에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최중원이었다.
“못 다녀올 건 또 뭔가? 편하게 다녀오게. 그럼 오늘 하루는 쉬는 걸로 알고 미리 이 한 교관에게 말해두겠네.”
“예. 감사합니다.”
하준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소파에서 일어나 교장실로 나온 뒤, 곧바로 집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물론 준비라고 해봤자 챙길 건 별로 없었지만.
“자, 가볼까?”
숙소에서 간단한 평상복을 차려입은 하준은 곧바로 아카데미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 * *
“여기도 참 오랜만이네.”
이른 아침.
하준은 익숙한 풍경의 집에 도착했다.
과거 이 게임 속 세계에 떨어졌을 때 보았던 장소
정확히는 리베르가 살고 있던 아파트였다.
‘그것보다 다시 봐도 참 넓네.’
여기가 진짜 그놈이 혼자 살았던 집이라고 생각하니 새삼 참 신기했다.
혼자 살기에는 여전히 더럽게 넓었으니 말이다.
“음··········, 그것보다.”
하준의 시선이 현관문을 향했다.
사실 비밀번호를 몰라서 그냥 문을 살짝 부수고 들어왔다.
물론 보는 사람이 없어서 빠르게 시간 정지를 하고 처리했지만 조금 찝찝했다.
뭐, 수동으로 문을 잠글 수 있으니 괜찮겠지?
“자, 그럼··········.”
하준은 곧바로 본래의 계획대로 집을 뒤지기 시작했다.
안방을 포함해 작은 방의 서랍과 옷장을 모조리 열고 리베르에 대한 단서를 찾기 시작했다.
곧이어 티비 서랍 아래에 흰색의 종이 상자를 찾은 하준이었다.
하준은 곧바로 상자를 열었고 잠시 멍한 얼굴로 상자 안의 내용물을 바라봤다.
“··········이거 게임기네?”
상자 안에 든 그것은 무려 콘솔 게임기였다.
조금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게임의 수를 확인해보니 적어도 리베르는 우등생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게임기 상자를 잠시 옆으로 치워두고 다시 방을 뒤지기를 30분.
“응?”
왠지 모르게 수상해 보이는 상자 하나를 찾은 하준이었다.
상자는 검은색 가죽으로 장식된 고급스러운 상자였다.
하준은 곧바로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이건?”
상자의 내용물은 특이하게도 오래된 단검 하나와 낡은 편지 한 장이었다.
아니, 이걸 단검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묘한 형태였다.
단검이 아닌 마치 송곳이라고 해야 하나?
굳이 형태를 설명하자면 단검 크기의 라이트 랜스 같은 느낌이었다.
곧이어 하준의 눈동자에 보구창이 떠올랐다.
[봉인된 에테르기아.]등급 : ???
특성 : ???
설명 : ???
“··········?”
일단 보구창이 떠오른 걸 보면 이게 보구라는 건데 문제가 있다면 등급이나 특성이 모두 안 보였다.
참··········, 뭐라고 해야 할까··········.
어처구니가 없어서 할 말이 안 나왔다.
이렇게 상태창 자체가 전부 숨겨진 보구는 게임에서도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음··········.”
그래도 일단 이 보구가 리베르의 흔적이라는 건 알 거 같았다.
하준은 도로 보구를 상자 안에 집어넣은 뒤, 이번에는 편지를 확인하기 위해 편지 보통을 열었다.
그때였다.
똑- 똑- 똑-
“··········뭐야?”
누군가 이 집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누구지?’
하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대로 문 앞에 선 뒤, 입을 열었다.
“누구세요?”
-아! 혹시 김하준 생도님 되십니까?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하준의 표정이 구겨졌다.
왠지 모르게 문 너머의 사람이 누군지 예상이 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하준의 예상대로였다.
-미국 히어로 협회에서 왔습니다. 실례지만 얘기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