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70)
ⓒ 애모르
하준은 피곤해지기 싫었다.
단순히 이딴 시험으로 몸을 낭비해 피곤해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무엇보다 아직 제대로 놀지도 못했는데 몸을 고생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는 남자로서 미안하지만 생각한 방법이 이 방법이었다.
‘죄송합니다.’
시간 정지를 한 공간 속.
하준은 그에 대해 생각했다.
대영웅 중 가장 호전적인 성격을 가진 폭군.
단순히 고정 해제로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그가 바라는 것이 그런 방법은 아닐 거다.
하준은 속으로 조용히 그에게 사과하며 그의 고간을 한 대 후려쳤다.
어차피 자신의 나약한 힘이 과거 무력의 상징이었던 그에게 얼마나 타격을 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거기라면 조금이라도 움찔거리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그의 그곳을 한 대 후려치고 다시 시간 정지를 풀었을 때.
“흠··········.”
“와··········.”
솔직히 말해 아무리 하준이라도 지금 상황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지? 고자인가?
어떻게 그걸 맞고 저리 멀쩡할 수 있지?
그의 표정은 마치 때리기 전과 후와 다르지 않은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아주 조금의 고통도 못 느낀다는 듯이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말했다.
“신기하군. 언제 움직인 거지?”
“맞았다는 감각은 있으시네요?”
“빠르기는 하나, 너무 약하구나. 정말로 초인의 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
약하게 맞아도 아픈 곳이 거긴데 전혀 데미지가 없다니··········.
물론 하준은 그의 능력과 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약간의 희망을 품은 이유는 그가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의 반응을 보니 틀려먹은 거 같지만.
“이따위 장난질을 했으니 나도 경고해야겠군.”
그래도 기분은 나쁜 모양이다.
그의 몸에서 붉은색 마력 솟아나와 하준의 몸을 감싸 위협한다.
그는 사나운 눈동자로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와 함께 하준에게 경고했다.
“세 번의 기회를 주마. 그럼에도 나를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냥 넘어갈 생각은 하지 말거라. 그 누구도 아닌 내게 장난질을 한 것이니.”
“음··········, 하··········.”
그 말에 하준은 피곤한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해결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나?
뿌드득- 뿌드득-
하준은 목, 손목, 어깨를 돌리며 몸을 풀었다.
“예, 그럼 뭐··········.”
터트릴 각오로 후려친다면 칠 수 있겠지만··········, 빌런도 아니고 그럴 수는 없으니··········.
피곤하겠지만, 정공법을 쓰는 수밖에.
하준은 시간 정지를 발동했다.
* * *
‘기묘하구나··········.’
드리안 하이츠.
그는 소년의 공격을 막을 생각은 없었지만, 자신이 반응을 하지 못한 것이 신기했다.
그렇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저 나약한 신체로 자신에게 무엇을 한 것인지.
‘궁금하군·········.’
그는 소년을 바라본다.
그때 무언가를 느낀 드리안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동시에 그의 입꼬리가 차분히 그리고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저 뿌드득- 소년이 몸을 푸는 행위에서 그는 과거에 느꼈던 감각을 되새긴다.
“허허허, 그렇군.”
그리고 처음 타격이 소년이 한 나름의 자비라는 것을 깨닫는다.
‘전투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은퇴했건만··········.’
잠잠했던 그의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고 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고양감.
이미 초인으로서의 영역을 뛰어넘은 육체와 감각이 소년의 실체를 보여준다.
저 작은 망치가 그리고 저 나약한 몸이 어느 순간 자신과 동등하게 아니 그보다 거대하게 그리고 망치가 자신의 거대한 육신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하게 보였다.
팍!
그것을 본 순간, 드리안은 단순히 온몸에 힘을 주었다.
그저 순수하게 온몸의 근육에 힘을 준 것이다.
이미 힘 자체가 초인의 영역을 벗어난 몸.
경계의 극치를 아득히 뛰어넘은 몸에 힘을 줬을 뿐이지만 그 누구도 뚫지 못할 방패가 되었을 것이다.
“자, 그럼··········.”
드리안의 기세가 사납게 일변한다.
그는 온몸에 힘을 준 상태에서 소년에게 말했다.
“와 보거라, 애송아.”
그 순간.
파아앙!!!
정확히 드리안의 가슴을 향해 강한 충격이 날아온다.
그대로 몸을 굽혀 배를 감싸 안은 드리안.
콰콰쾅!!
그럼에도 충격은 끝없이 이어져 바닥을 미끄러지듯 뒤로 밀려 나가기 시작했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등이 벽에 닿는다.
그러나 충격은 이어졌다.
쩌저적-
그대로 벽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결국에는 파사삭- 하는 굉음과 함께 벽이 뚫리고 그는 그대로 와르르- 벽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대짜로 누웠다.
쿵!
상황이 일어난 이후 몇 초간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서브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드리안 하이츠를 움직이게 만드십시오.
보상 : 3000 경험치
[성공!] [보상이 주어집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일단 퀘스트는 통과한 거 같지만.
하준은 다시 시선을 돌려 드리안을 바라봤고 곧이어 상황을 이해한 이사벨라가 드리안을 향해 달려나갔다.
“하, 할아버지!”
그와 동시에 숙소의 문이 벌컥 열렸으며 그곳에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요원들이 상황을 확인하고 경악하며 급하게 드리안을 향해 달려나갔다.
몇 명은 하준을 둘러싸는 건 덤이고.
일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 거 같은데··········.
하준은 피곤한 한숨을 내쉬었다.
“흠··········.”
그때 드리안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상황을 확인한 드리안이 곧바로 요원들을 향해 크게 호통치기 시작했다.
“전부 다 나가거라! 별일 아니니.”
“하, 하지만!”
“나는 괜찮으니 나가거라.”
그 말에 요원들은 서로를 마주보다 그대로 다시 숙소를 나갔고 드리안은 멀쩡히 몸을 일으키더니 하준을 바라본다.
그대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 온몸에 묻은 먼지를 털고 다시 소파에 앉는 드리안.
하준 또한 그런 그를 바라보다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고는 그를 마주 보며 소파에 앉았다.
드리안이 물었다.
“이 늙은이를 많이 봐주었구나. 얘야.”
그러나 아까와는 다르게 그의 말투는 온화했다.
마치 자기 손자를 대하는 듯한 말투로 하준에게 입을 열었다.
“사실 이미 알고 있었는데··········, 호기심으로 시험해보려다 죽을 뻔했어. 하하하!”
그 말과 함께 호탕하게 웃는 드리안.
그리고 드리안의 말에 하준의 미간이 좁혀진다.
“이미 알고 계셨다고요?”
“그럼. 내 마력을 앞에 두고 멀쩡한 녀석이 보통놈이겠느냐?”
그 말에 하준의 표정이 구겨진다.
그 표정을 본 드리안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하준에게 사과했다.
“미안하구나. 너 같은 아이는 처음이라 문득 호기심이 생긴 모양이구나.”
꾸벅-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드리안.
하준은 별 말없이 그를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소파에 몸을 묻었다.
일단 단순히 자리에서 움직이게만 하면 되니 3일 정도만 소비했지만 그럼에도 지나간 시간이 무척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래, 일단 약속은 약속이니 소원을 하나 들어주마. 원하는 것을 하나 말해 보거라.”
“예, 그럼··········.”
그 말에 하준은 조용히 고민하다 시선을 돌려 이사벨라를 바라봤다.
막상 소원을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것도 없고··········.
일단 하준은 피곤했다.
바로 침대에 누워서 자고 싶을 정도로.
하준이 말했다.
“일단 둘이 먼저 대화 나누세요.”
그 말과 함께 하준은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섰다.
그대로 숙소의 2층 침대방으로 향했고 하준의 말에 드리안은 고개를 돌려 이사벨라를 바라봤다.
“그렇군··········, 얘야. 여기 앉아 보거라.”
그 말에 이사벨라는 당혹스러운 눈으로 드리안에게 다가갔다.
그대로 맞은편 소파에 앉았고 드리안은 온화한 표정으로 이사벨라를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드리안이 말했다.
“그래, 그 선택에는 변함이 없고?”
“··········네.”
그 물음에 이사벨라는 확고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선명한 눈동자로 드리안을 바라봤다.
“흠··········.”
잠시 생각에 잠긴 드리안.
그는 슬픔에 잠긴 눈으로 이사벨라를 바라보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걱정스러운 눈을 하고 있었다.
“내가 너를 가르칠 수는 있단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을 테지. 그러나, 많은 노력에 비해 성과가 뒤따라오지 못할 수도 있단다. 그럼에도 괜찮겠느냐?”
드리안은 걱정스러웠다.
저 소년이 이 아이에게 무슨 영향을 끼쳤든 간에 그것이 좋은 영향인지 혹은 안 좋은 영향인지 이 아이의 성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만약 노력에 비해 성과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자신의 손녀가 많이 슬퍼할 테니.
“네.”
그럼에도 자신의 손녀는 확고하게 대답했다.
재능과 상관없이 일단 해보겠다는 신념으로.
이사벨라는 과거 할아버지의 말을 떠올린다.
자신은 영웅으로서의 재능이 없다고.
그러나 그 말만 믿고 가만히 있기보다는 일단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기는 싫어요.”
“흠··········, 알겠다.”
그 말과 함께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는 드리안.
드리안이 말했다.
“한국에서의 일이 끝나면 나를 찾아오거라.”
그 말의 이사벨라의 표정이 밝아진다.
드리안은 자신의 손녀를 내려다보며 소년을 생각한다.
드리안이 물었다.
“그래서 한국에는 언제 다시 갈 생각이더냐?”
“아, 모레에 갈 생각이에요.”
“흠··········,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 말에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긴 드리안.
드리안은 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며 피식- 미소 지었다.
“그래, 오랜만에 나를 즐겁게 해줬으니 보답을 해야겠지.”
“네?”
“나로 인해 시간을 낭비했으니 그만큼 즐기게 해줘야 하지 않겠더냐.”
* * *
늦은 밤.
시간이 밤 8시를 알리고 있을 때 하준은 구겨진 표정으로 잠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한숨을 내쉬며 후회했다.
‘그냥 시간 정지를 하고 잘걸··········.’
다만, 딱딱해진 침대에서 자기에는 좀 그렇고··········.
그래도 후회가 막연히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준은 그대로 기지개를 피며 침대에서 벗어나 1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뚫린 벽이 복원돼 있었다.
뭐지, 마법으로 복원한 건가?
하준은 주변을 둘러보았고 그때 소파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는 이사벨라를 발견했다.
하준이 물었다.
“그 할아버지는?”
“돌아갔어.”
“근데 너는 왜 아직도 여기 있냐?”
그 말에 입술을 삐죽이는 이사벨라.
이사벨라가 말했다.
“할아버지가 부탁했거든.”
“부탁?”
그 말과 함께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는 이사벨라.
이사벨라는 피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소원은 나중에 천천히 생각하고 말해 달래. 그리고 이건 즐겁게 한 보답이고.”
“응?”
곧이어 똑- 똑- 노크 소리가 들려 하준은 곧바로 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주었다.
문 앞에는 정장을 입은 협회의 요원처럼 보이는 여인이 서 있었다.
하준이 물었다.
“누구세요?”
“드리안 하이츠 대영웅님께서 부탁하셨습니다. 어디로 모시면 되겠습니까?”
그 말에 의아한 얼굴로 다시 시선을 돌려 이사벨라를 바라보는 하준.
이사벨라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맛집 탐방하고 싶다며.”
“응?”
“가고 싶은데 말해. 어디든 저분이 데려다 줄 테니까.”
그 말에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하준이 피식- 미소 지었다.
“이런 일로 게이트를 이용해도 돼?”
게이트는 나름 위급 시에만 사용되는데 말이지··········.
그 말에 이사벨라 또한 자신 있게 미소 지으며 하준에게 말했다.
“우리 할아버지가 부탁하셨거든.”
“그래? 그럼··········.”
마침 먹고 싶은 것도 많았고 저녁도 안 먹었으니.
“그럼 스테이크 맛집 좀 추천해줘.”
그 말에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는 이사벨라.
“맡겨줘. 못 먹어본 거 다 먹게 해줄 테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