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78)
ⓒ 애모르
하준은 속으로 생각했다.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확실히 아이들의 성장이 조금 더딘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여기서 그나마 괜찮게 성장한 건 리암 뿐이라고 해야 하나?
‘음··········, 빨리 끝내고 싶기는 한데··········.’
하준의 머릿속에 훈련을 빨리 끝내고 싶다는 지루함과 애들을 어느 정도 가르쳐서 성장시켜야 한다는 나름의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솔직히 말해 마음은 전자가 더 끌렸지만.
일단 그대로 훈련을 끝내면 아이들의 성장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갈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고생하는 건 나일 게 분명하고.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냥 단순하게 두 가지를 한 번에 하면 되니 말이다.
‘그럼 빠르게 가르치고 끝내볼까?’
어차피 이번 훈련은 승패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니 하준은 너그럽게 버튼을 내줄 생각이었다.
이번 훈련은 어디까지나 빌런 테러라는 가상의 상황에서 아이들의 판단과 부족한 점을 가르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그 증거로 시간이 내일 아침 9시까지라는 점과 탈락이라는 규칙이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 전투 불능이 되면 별 수 없이 훈련에서 제외되겠지만.
뭐, 상황 그대로 시간도 넉넉하고 탈락도 없으니 아이들은 마음껏 도전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하준이 이 훈련을 오래 끌고 가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미쳤다고 내일 오전 9시까지 여기 있겠는가.
하준은 푹신한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쉬고 싶었다.
‘상황을 보고 대충 버튼을 누를 수 있게 유도하면 되겠지.’
하준은 망치를 어깨에 걸치며 천천히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자세를 잡고 하준을 경계하고 있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향해 하준이 말했다.
“원 안으로 전부 들어와. 빨리 끝내게.”
물론 내 밥 시간을 방해하였으니 교육 과정에 조금 사심이 들어가겠지만.
요는 일단 교육이니 적당히 패며 빠르게 가르칠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상 하준이 원하는 반응과 달리 아이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하준의 바람과 달리 다른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었다.
“큭!”
안나는 분한 듯이 이를 악물며 아까와 똑같이 큰 소리를 내는 마법을 발동했다.
정확히 공기포를 만들어 풍선이 터지는 듯한 소리를 만드는 단순한 초급 마법.
팡!! 팡!!
“도망쳐!”
“어? 얘들아?”
탁! 탁! 탁!
그리고 이어지는 아이들의 도주.
아이들은 아까와 똑같이 다시 창문을 뛰어넘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준은 도망치는 아이들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와··········.”
어이가 없네··········.
규칙 때문에 이 원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동시에 하준은 이 원 안으로 들어온 공격만 반응하여 막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도망치는 아이들을 어찌할 수 없는 하준이었다.
“··········.”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저 멀리 도주하는 아이들을 몇 초간 바라봤을까?
또다시 계단을 통해 누군가 최상층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나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이 한 교관이었다.
“습격한 지 10분도 안 돼서 도망치더군. 여기서 또 무슨 일이 있었나?”
하준은 잠시 이 한 교관을 바라보다 뻔뻔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물론 무슨 일이 있었기는 한데, 오히려 수긍하면 하준이 억울할 지경이었다.
* * *
한편 다시 신호를 들은 아이들은 무사히 건물 밖으로 빠져나와 도주에 성공했고 아이들 모두가 다시 모여 작전을 짜고 있었다.
“하··········, 무력만 강한 게 아니었냐고.”
그리고 정예조는 방금 전, 일어난 상황에 몹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하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 아이들이지만 큰 오산이었다.
애초에 방금 전에 보았던 말도 안 되는 능력은 지금까지 보았던 능력 중에서 생소했으니 말이다.
“설마 염력인가?”
“염력이라고 하기에는 미세한 움직임도 없었어.”
“하··········, 걔 능력은 대체 몇 개야?”
“마력의 흐름도 느껴지지 않았어. 확실한 건 마법은 아니야.”
그렇게 아이들 서로가 의견을 내놓으며 다시 고민하고 있을 때.
“역시··········, 이 방법밖에 없을 거 같아.”
먼저 제안을 내놓은 건 안나였다.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안나를 향했고 안나는 차분히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수가 부족해.”
“무슨 수?”
“우리 5명으로는 하준씨를 공략할 수 없을 거 같아.”
“인원을 더 늘리자고?”
리암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안나.
그리고 안나의 대답에 유설아가 질문했다.
“인원을 더 늘리면 교관님을 막을 인원수가 부족해요.”
“막을 필요가 없어요.”
“네?”
“어쩔 수 없지만, 천천히 차근차근 공략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 말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향해 안나는 진중한 표정과 함께 작전을 설명했다.
* * *
시간은 늦은 오후 11시.
가상 훈련장 또한 현재 시간에 맞춰 날이 저물고 어두워진 상태였다.
“음··········.”
1층을 지키는 여교관 한이슬은 쩌억- 입을 벌리고 하품을 하며 1층의 계단을 지키고 있었다.
“하··········, 얘들은 또 언제 온담··········.”
벌써 두 번째 습격으로부터 12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동안 한 번도 습격을 안 하니 아무리 교관이라도 지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제대로 가르치기도 전에 도주하니··········.’
상황에 따라 적절한 교육을 할 생각이었지만 자꾸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도주하니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 리가 있나.
더구나 대체 밖에서 뭘 하고 있는지 이런 늦은 시간이 돼서도 찾아오지를 않는다.
이쯤 되니 슬슬 지루해진 한이슬이었다.
‘아··········,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태평하게 입을 벌리며 하품을 하고 있을 때였다.
탁! 탁! 탁!
문 너머로 아이들이 건물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 왔다!··········응?”
한데 이상한 점은 아이들의 수였다.
아까 작전과 다르게 전원 1층으로 돌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 작전을 변경했나 보네.”
물론, 이런 상황을 예상 못 한 건 아니었다. 한이슬은 곧바로 2층, 3층을 지키고 있는 교관들을 향해 무전으로 연락할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찰칵-
“··········응?”
자신의 바닥 아래의 그림자에서 손이 튀어나와 푸른색으로 일렁이는 수갑을 다리에 채운 것은.
뭐지? 이건?
설마 마법으로 만들어진 수갑인가?
형태를 보았을 때는 분명 방어막으로 이루어진 수갑이 분명했다.
그것보다 언제 한 명이 숨어서 여기까지 온 거지?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아··········, 망했네.”
물론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결과는 정해졌다.
한이슬은 건물을 향해 달려오는 아이들을 향해 두 손을 들었다.
항복하겠다는 의사였다.
“하··········, 생각보다 작전을 잘 짰네.”
12시간이라는 오랜 시간을 기다리게 만들어 방심하게 만든 뒤, 그 틈을 타 몰래 한 명을 잠입시켜 방어막으로 이루어진 수갑을 채운 다라··········.
더구나 이 방어막으로 이루어진 수갑 자체가 미래의 현자인 안나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마법이니 쉽게 풀릴지가 않았다.
어찌 보면 방어막 마법으로 수갑을 만든다는 것이 참··········, 창의적이라고 할까나?
한이슬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1층에 모인 아이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나는 얌전히 여기 있을 테니까, 어서 올라가.”
“네. 감사합니다.”
그 말과 우르르- 2층으로 올라가는 아이들.
그리고 아까와 비슷한 방식으로 2층을 지키고 있던 교관을 무력화시킨 아이들이었다.
“스읍- 이거 이 한 교관님한테 한 소리 듣겠는걸. 뭐, 일단 올라 가봐. 나도 항복이니까.”
그렇게 2층을 지키고 있는 교관님까지 무력화시킨 뒤, 특급반 아이들 전원은 3층에 올라올 수 있었다.
그러나 3층은 예상대로라고 할까?
아까의 방식으로는 무리였다.
“작전은 훌륭했다. 그러나 이 다음에는 어떻게 할 거지?”
이 한 교관은 그림자에 숨어둔 이주아를 눈치챘으며 아이들의 작전을 간파하고 여유롭게 피해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대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
물론 이런 상황 또한 안나는 예상해 두고 있었다.
“부탁할게요!”
“어, 알겠어!”
아이들 중 반을 이 한 교관에게 맡긴 뒤, 정예조를 포함한 나머지 아이들 전부가 최상층으로 올라간다는 작전이었다.
적어도 10명이나 되니 패배할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이 한 교관을 잡아두는 역할을 맡은 10명을 제외하고 11명의 아이들이 다시 최상층으로 올라왔다.
* * *
“하··········, 너희가 하도 안 와서 내가 버튼을 누를 뻔했어.”
아이들이 최상층에 도착했을 때.
한데, 아이들은 최상층에 도착하자마자 알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현재 하준의 상태가 뭔가 많이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왠지 모르게 많이 화가 난 느낌이랄까?
“참 늦게도 온다.”
그리고 아이들의 생각대로 하준은 솔직하게 빡쳐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하준의 눈에는 저 아이들이 빌런으로 보였다.
어느 영웅이 행복하게 밥을 먹는 시간에 밥상을 엎고 도주한단 말인가.
그게 영웅이야? 빌런이지.
점심에 밥 시간을 방해하고 도주한 것도 그렇고 이렇게 오랜 시간 자신을 혼자 기다리고 만든 것도 그렇고 하여튼 여러가지 빡침의 요소가 차고 흘렀다.
“좋은 말할 때 전부 원 안으로 들어와라.”
왠지 모르게 아까보다 수가 더 늘어난 거 같지만 하준은 신경 쓰지 않고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시작으로.
“전부 몰아붙여!”
“가자!”
아이들 전원이 하준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 * *
한시영, 리암, 이주아 외에 5명.
합쳐서 총 8명의 육체파 생도가 원 안으로 들어와 하준을 향해 달려들었고 나머지 마법을 쓰는 안나와 하르나는 육체파 아이들을 보조하기 위해 마법을 준비 중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 유설아는 혹시 몰라 크게 다친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안나의 옆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 전원이 하준을 향해 달려들기를 30분.
“제발 죽어!!”
“뒤져라 좀!”
아이들 중 몇 명의 표정이 험상궂게 변해 있었다.
마치 진심으로 하준을 죽일 생각으로 있는 힘껏 칼을 휘두르고 주먹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아이들.
하긴, 30분 간 공격 하나 맞지도 않은 채 여유롭게 때리고만 있으니 약이 오르는 것도 당연했다.
그렇다고 그 공격에 맞아줄 생각은 없지만.
그렇게 2시간 정도가 더 이어졌을까?
“크헉!!”
“악!!”
“으악!!”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의 애들이 저 멀리 나가떨어지며 기절했다.
크게 다친 곳은 없지만 기절했으니 더 이상 달려들 수는 없겠지.
그리고 하준의 주위에는 한시영, 리암, 이주아만이 남아있었다.
그 세 명은 숨이 벅찬 듯 가쁜 숨을 내뱉으며 하준을 향해 자세를 잡고 있었다.
“자, 그럼··········.”
하준의 시선이 나가떨어져 기절한 아이들을 향했다.
솔직히 쟤들 앞에서 쉽사리 마하라즈를 꺼낼 수 없었기에 맨손으로 상대하고 있었다.
뭐, 이제 기절했으니까 상관없겠지.
하준은 마하라즈를 꺼냈다.
혹시 몰라 인식 저해 붕대로 마하라즈를 돌돌 말은 뒤,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끝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