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84)
ⓒ 애모르
안나는 당시 생도 훈련 때 상황을 떠올렸다.
당시의 하준은 그 누구도 당해낼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마치 자신의 재능이 힘이 능력이 하잘것없는 능력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그 무엇보다 지고하다고 알려진 ‘현자’라는 재능을 가졌음에도 하준의 앞에서는 무력함을 느꼈다.
당시에 그가 손쉽게 건물의 잔해를 멈춰 없애버리는 경이로운 현상을 보았을 때는 더더욱 자신감이 사라져버렸다.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
안나는 자신에 대한 무력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연스레 시무룩해지고 의욕도 안 생길 정도로.
“··········.”
안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당시 훈련 때 하준이 말한 도발에 욱하기는 했지만, 자신을 생각해서 전한 말이라는 걸. 그렇기에 이 남자라면 분명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무력감을 느끼게 한 남자인 동시에 자신을 성장시킨 남자니까.
다만, 그런 간단한 물음조차 지금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훈련 때 이후, 일주일간 조금 서먹한 관계를 유지해서 그런가?
안나는 그저 무안하게 볼을 긁적였고 하준은 덤덤한 표정으로 안나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
그렇게 계속 걸었을까?
후우웅~
시원한 바람이 나부끼는 건물의 옥상에 도착했을 때 안나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와··········, 여기 경치 좋네요.”
산 근처 지어진 건물이라 그럴까?
산의 풍경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안나는 슬며시 미소 지었다.
막상 옆에 그 풍경을 덤덤한 눈으로 바라보는 하준에게는 그리 큰 표정의 변화는 없었지만.
“하준씨는 어때요?”
“··········.”
그리고 안나는 분위기에 흐름을 타 자연스럽게 하준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하준은 잠시 안나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하준 또한 저 풍경을 바라볼 뿐.
그러다가 하준은 갑자기 천천히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안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 하고 싶은 말 있어?”
“··········.”
그 물음에 안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
입은 우물쭈물하며 하고 싶은 말을 고르는 느낌이었다.
“에휴··········.”
그렇게 고민하는 얼굴을 하다 갑자기 하준과 피곤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는 그녀.
그제야 그녀의 솔직한 감정이 얼굴로 드러나고 있었다.
안나는 그런 피곤한 얼굴을 하며 잠시 말을 고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준씨.”
“응?”
“저번에 말하셨죠? 카르톤 앞에서도 그렇게 행동할 거냐고.”
“어, 그랬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안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그저 다음 말을 침묵하고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다 다시 천천히 말을 꺼낼 뿐이었다.
“하준씨는 그때 호텔에서 카르톤을 죽일 수 있었나요?”
“··········.”
그 물음에 하준의 머릿속에 여러가지가 떠올랐다.
현재 안나의 감정이나 이 물음에 의도 등등, 여튼, 한 가지 왜 안나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하는지 왠지 알 거 같았다.
하준이 말했다.
“자신 없냐?”
“··········.”
“카르톤을 죽이는 거.”
그 말에 안나는 침묵으로 대답을 긍정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하준의 입에서 나지막이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런 하준을 바라보다 안나가 입을 열었다.
“훈련 때 그런 걸 보면 자신이 없어지는 게 당연하죠··········.”
그 말과 함께 씁쓸한 미소를 보이는 그녀.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하준이 보여준 능력에 비하면 초라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안나를 바라보며 하준은 특유의 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 속으로 생각했다.
당연하지만 안나 에피소드의 끝을 본 하준은 미래의 완성형인 안나를 알고 있었다.
마법의 극치.
무한의 현자 안나 엘리자베스 하르텔.
이것이 후에 불릴 그녀의 이명이었다.
그것도 약관도 안 된 19살에 불릴 이명.
그리고 최후에는 결국 게임의 최종 보스 카르톤을 홀로 쓰러트려 복수를 끝내는 것이 그녀의 스토리였다.
‘음··········.’
물론 그 과정에서 현자라는 운명을 타고났기에 수많은 고난을 겪는다.
빌런들은 후세의 현자를 없애기 위해 수없이 그녀를 노릴 것이다.
이번에 나타나는 ‘도플갱어’라는 놈도 그러한 이유로 그녀를 노리는 거니까.
‘··········.’
동시에 하준은 그녀의 고민이 쓸데없는 고민이라고 생각했다.
안나가 겪는 고난은 확실히 안나의 정신을 성숙하게 만들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현자의 운명을 타고난 그녀의 성장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녀의 힘에 대한 성장은 시간문제라는 말이었다.
다만, 지금의 그녀는.
“저··········, 자신이 없어졌어요··········.”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스스로의 미래에 확신이 없다는 듯이.
“제가 그를 죽일 수 있을까요?”
과거 자신감이 넘치던 그녀의 얼굴에는 암운이 드리우는 느낌이었다.
힘없이 풀이 죽은 얼굴에는 마치 의욕을 잃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나지막이 바라본 하준은 그저 한숨을 내쉬었고 곧이어 당당히 말할 뿐이었다.
“죽일 수 있어. 충분히.”
“하지만 하준씨도 그를 죽일 수 없었잖아요.”
그 말에 하준은 피식- 웃을 뿐이었다.
당시에는 많이 휘둘렀다.
시스템이라는 개 같은 존재로 인해, 그리고 안나의 미래 때문에.
물론 그것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하준이 말했다.
“그래서 복수를 나한테 맡길 거냐?”
그 말을 들은 순간.
안나의 머릿속에 무언가 하나의 생각이 자리 잡는다.
그리고 그것을 떠올랐을 때 안나는 경악에 찬 눈동자로 하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이 남자··········.
“제가 죽이길 원해서 그때 죽이지 않은 거에요?”
물론 그런 이유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하준은 일단 긍정했다.
그리고 그 말에 순간 어이없어진 안나.
자신이 그놈을 죽이길 원해서 살려뒀다니··········.
잠시 할 말이 안 나왔다.
보통 사람이 생각할 방법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S급 빌런이란 순수한 초인의 힘이 국가에 넘어섰을 때 주어지는 등급이며 그 남자 카르톤은 역대 최악의 빌런으로 불리는 남자다.
당연히 죽일 수 있다면 당장 죽여야 하는 빌런.
하지만··········, 그럼에도 안나는 하준이 그 방법을 선택한 이유를 알 거 같았다.
“그럼 이렇게 하자.”
그리고 그 이유는 하준의 입에서 들을 수 있었다.
순간 하준의 표정이 진지하게 굳어진다.
하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안나를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먼저 찾는 놈이 그놈을 죽이는 걸로.”
“··········그게 무슨.”
“먼저 찾는 사람이 선택권을 가지는 거지.”
안나의 예상대로였다.
지금 눈앞의 있는 소년은 자신의 예상보다 더욱 강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소년은 손쉽게 카르톤을 죽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살려둔 이유는 자신의 복수 때문이라는 것 또한··········.
하준의 말이 이어졌다.
“단, 만약 내가 먼저 그놈을 찾으면 너는 손도 쓰지 말고 뒤에서 구경하고 있어.”
“··········.”
“뭐, 어차피 뭘 하기도 전에 죽겠지만.”
“제 복수를 대신 해준다는 말인가요?”
“아니.”
그 말에 하준은 진지하게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준이 말했다.
“나는 딱히 그놈한테 원망할 게 없거든.”
“··········.”
“살려둘 생각은 없지만, 고통스럽게 죽일 생각도 없어. 그냥 죽일 거야.”
곧이어 안나의 표정이 당황스럽게 굳어진다.
그 말 그대로였다.
카르톤의 강함과 위험성 그리고 지금까지 행한 악행과 상관없이 하준에게는 그저 카르톤이 흔히 널려있는 빌런과 다를 바 없을 테니 말이다.
복수의 대상도 아니며 그냥 죽여야 할 빌런.
하준에게 카르톤은 그 뿐일 존재였다.
“··········.”
순간 안나의 표정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저 입을 다물고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을 바라보며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질 뿐이었다.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휘감았다.
그러나 한 가지.
“알겠어요.”
지금 당장 대답해야 할 말이 뭔지는 알 거 같았다.
안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하준을 똑바로 직시하기 시작했다.
그 얼굴의 눈동자에는 이채가 서렸으며 본래의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되돌아온 상태였다.
“단, 하나 약속하세요.”
그리고 그 모습에 하준의 입꼬리가 만족스럽게 올라갔다.
아무래도 크게 걱정할 필요 없이 원래대로 돌아온 거 같으니.
“당신도 제가 상대할 때는 절대 손대지 마세요.”
* * *
안나와의 대화를 끝낸 이후, 하준은 그대로 호텔 숙소로 돌아와 온천물에 몸을 녹이고 있었다.
“시원하네.”
멍하니 고개를 들어 노을진 풍경을 바라봤다.
나름의 인기 있을 온천일 만 하네.
개인 숙소 베란다에 노천온천이 설치돼 있으니 말이다.
“후··········.”
그렇게 하준은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다 안나에 대해 생각했다.
일단 의도한 거긴 하지만 다행히 그녀의 복수에 다시 불을 붙이는 것에 성공한 거 같다.
하준은 그녀가 복수를 갈망하기를 원했다.
게임 속에서 보았던 그녀의 복수는 성장의 원동력이었으니 말이다.
그녀의 복수는 어떻게 보면 이곳 현자 최중원이 있는 로키아 아카데미에 온 이유이기도 했다.
만약 그녀가 복수를 잃는다면 앞으로 흘러갈 전개는 하준의 예상보다 더욱 크게 틀어질 가능성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 예시로 심할 경우 그녀가 아카데미를 퇴학한다든가 말이다.
뭐, 잘 해결된 거 같아 다행이지만.
“하··········, 좋다.”
하준은 푸욱- 온몸에 물을 담그고 눈을 감았다.
왠지 솔솔 졸려오는 느낌이었지만 1시간 뒤에 밥 먹으러 가야 하니 몇 분만 있다가 나가서 안마 의자에 앉아야지.
그렇게 온몸의 피곤을 녹이며 잠시 가만히 몸을 녹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된 것을 확인하고 그대로 온천에서 나왔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그대로 옷을 갈아입으려 할 때.
“꺄아악!”
갑작스럽게 들려온 비명 소리에 하준은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손으로 눈을 가린 이주아가 볼을 붉히며 서 있었다.
동시에 손가락 사이를 살포시 열어 하준을 바라보는 건 덤이고.
참고로 하준은 하의는 다 갈아입고 상의를 입고 있을 때였다.
“뭐해?”
“아, 아하하!”
곧이어 무안하게 뒷머리를 긁적이는 그녀.
이주아가 말했다.
“아, 그냥 뭐 하고 있나 궁금해서··········, 아! 혹시 방금 나온 거지?”
“어.”
“어··········, 그럼 나도 온천 좀 써도 돼?”
하준은 조금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쓸 거면 자기 방에 있는 걸 쓰지 왜 굳이 여기 와서 이러지?
그 표정을 본 이주아가 무안한 표정으로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하하, 그냥 여기 온 김에 그냥 들어가 보고 싶어서. 그리고 다른 숙소 온천탕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 뭐 그래.”
뭐, 딱히 상관은 없어서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준은 그대로 옷 갈아입는 옷실을 나와 거실을 향했고 근처 안마 의자에 풀썩- 몸을 맡겼다.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설마 숙소 내부에 안마 의자가 설치돼 있다니.
그렇게 하준이 편하게 안마를 받고 있을 때.
그때였다.
-주인이여.
필라텐이 자신에게 말을 건 것은.
* * *
10분 뒤.
“하아아~”
이주아는 뽀송뽀송한 얼굴로 녹아내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온천실을 나왔다.
만족스러운 미소로 거실의 문을 열었고 그대로 이곳 저곳을 두리번거리다 냉장고를 발견해 그대로 안마 의자에 여전히 몸을 맡기고 있는 하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 혹시 바나나 우유 먹어도 돼?”
“뭐, 그래라.”
하준은 그저 태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손을 위로 쭈욱- 피며 기지개를 폈고 안마 의자에서 일어섰다.
하준이 말했다.
“8시까지 모여서 저녁 먹는 건 알고 있지?”
“응. 알고 있어.”
그 말에 태평하게 우유를 꺼내 마시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주아.
그리고 하준은 만족스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준이 말했다.
“자, 그럼.”
하준은 그대로 숙소의 현관문을 향했다.
이주아 또한 방금 온천을 들어갔다 나와서 그런지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하준의 뒤를 따랐다.
그때였다.
찰칵-
하준은 그대로 숙소의 문을 잠갔고 하준의 바로 뒤에 서 있던 이주아는 의아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곧이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주아를 바라보는 하준.
하준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분노한 듯 험상궂게 일그러져 있었다.
“어? 왜 그래?”
“너··········.”
그리고 하준은 바로 뒤에 서 있는 이주아를 노려보며 말했다.
“누구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