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86)
-저는 하준 생도님이 걱정입니다. 놈들의 아지트 중 한 곳을 궤멸시켰으니 아마 놈들이 이대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아무래도 보복이 들어올 지도··········.
협회장 김정용은 하준이 걱정스러웠다.
그 또한 한국의 영웅 협회장이라는 지위에 있으니 현재 빌런 연합의 전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오히려 하준은 협회장의 걱정이 괜한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준이 말했다.
“저도 경고하면 되죠.”
-예? 그게 무슨··········.
“그 도플갱어가 가지고 있던 소형 카메라 있죠?”
도플갱어.
과거 죽었다고 알려진 A급 빌런.
솔직히 이 부분에도 놀랄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이번에 하준이 일으킨 행동에 더욱 놀라 신경 쓰고 있지 않은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가 품에 소형 카메라를 숨겨두고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고.
협회장 김정용이 말했다.
-소형 카메라라면··········, 예. 일단 저희 협회가 수거 했습니다만.
“협회장님이 가지고 계세요. 제 얼굴이 찍혔을 수도 있으니까.”
-··········?! 아! 거, 거기 잠깐!!
하준의 말에 전화 너머에서 협회장의 긴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내 얼굴이 찍혀있었다는 말에 다급히 챙기려는 거겠지.
곧이어 그는 카메라를 챙겼는지 안심하듯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하··········, 일단 제가 챙겼습니다만, 그 어떻게 하실 생각인지?
“혹시 이번 일도 기사로 퍼질까요?”
-그럴 경우는 없을 거 같습니다. 협회의 요원도 제가 믿을 수 있는 인원만 데려온데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워낙 외진 곳이니 말입니다. 원하신다면 비밀로 붙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 말에 하준은 잠시 생각했다.
이전이라면 방송국이나 TV 그리고 인터넷 같은 곳에 나와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조금 성가시고 짜증 났지만, 지금은 그리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단순히 기사에 나오는 이야기가 이레귤러에 대한 이야기뿐이라는 이유도 있었고 요즘에는 김하준이라는 이름이 언급되는 경우는 별로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결심이 선 하준은 그저 태연히 대답할 뿐이었다.
“아니요, 기사 뿌리죠.”
-··········예?
“그 카메라에 든 영상은 아직 안 보셨죠?”
-예. USB 형태라 지금 당장은 볼 수 없을 거 같습니다만··········.
“아마 그 영상 하나로 연합에 경고가 될 거에요. 일단 보시고 연락해주세요.”
-허··········, 예. 일단 알겠습니다.
그는 하준의 말이 살짝 아리송한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대체 이 영상 안에 무엇이 찍혀 있길래 저리 대답하는 건지··········.
다만, 의아해하는 협회장에게 하준은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굳이 설명 안 해도 영상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저··········, 그것보다 지금 어디에 계시는지?
“근처에 있는 호텔로 가는 중인데요?”
-이 근처라면··········아! 후훗, 그렇군요··········. 그럼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저희 협회에서 알아서 뒷정리를 해두겠습니다.
“예. 그럼 수고하세요.”
그 말에 하준은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가 맡겨 달라 했으니 안심하고 맡기면 되겠지.
그렇게 하준은 다시 호텔로 향했다.
이번 일로 다시 싸인 피로를 이번 주말 동안 호텔에서 편안히 풀 생각이었다.
* * *
몇 시간 뒤, 현장을 마무리한 협회장 김정용은 다시 게이트를 타고 협회장실로 향했다. 퇴근하기 전 그는 하준이 맡긴 영상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컴퓨터를 켜고 소형 카메라의 USB를 꺼내 곧바로 컴퓨터에 연결한 뒤 영상을 확인하고 있을 때였다.
“허··········, 확실히 큰일 날 뻔했군.”
처음으로 영상이 흘러나왔을 때 그는 안심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하준의 말대로 그의 얼굴이 적나라하게 영상에 찍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사 차원으로 그대로 요원에게 맡겼으면 대형 사고가 터질 뻔했다.
“흠··········, 그것보다 이게 연합에게 경고가 되는 영상이라··········.”
이레귤러의 강함은 단연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황이다.
당연히 빌런 연합 또한 이레귤러의 강함이 궤를 달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고.
그럼에도 협회장은 연합의 보복이 멈출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증거로 홀로 S급 카르톤의 습격을 막았으며 차원 던전을 공략한 소년의 집에 불을 질러 화재를 일으키지 않았는가.
그렇기에 김정용은 하준의 말에 초연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대단한 영상이라도 그들에게 경고가 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
고작 몇 초가 지났을 때 협회장의 눈이 당황으로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영상을 향한 눈동자가 크게 떠지며 이마에서 주르륵-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 이럴 수가··········.”
꿀꺽-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다시 한 번 영상을 돌려서 확인했고 믿기지 않은 영상 속 상황에 침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허··········, 이게 한 초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그러다가 무심코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는 잠시 고개를 들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조용히 혼잣말을 흘릴 뿐이었다.
“설명이 너무 생략되지 않았습니까.”
영상 속 상황은 빌런 연합의 본거지 중 한 곳을 궤멸시켰다는 단순한 한마디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영상이었다.
이 영상은 하준 생도의 말 그대로 빌런 연합을 향한 경고가 될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 * *
한편 다음 날 아침.
“허··········, 이게 말이 안 되는데 말이죠.”
한 방송국의 뉴스 앵커가 말했다.
그는 화면에 놓인 영상을 바라보며 당황을 숨길 수 없는 듯이 멍하니 입을 열 뿐이었다.
“그러니까 이게 조작된 영상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거죠?”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보도한 영상이니 아마 사실이라고 보는 게 좋겠죠.”
남자 앵커의 말에 여자 앵커가 대답했다.
그녀 또한 그 믿을 수 없는 영상에 그저 멍하니 입을 열고 놀라워할 뿐이었다.
영상의 내용은 짧고 단순했다.
5년 전 사망했다고 알려진 도플갱어를 한 소년이 홀로 쓰러트리는 영상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 영상의 후반부였다.
“그 정확히 시간이··········.”
“이레귤러가 게이트를 넘어가서 나온 시간이 정확히 21초입니다. 솔직히 언제 들어간 지도 확인이 안 되네요.”
“그러니까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연합의 아지트 하나를 궤멸시켰다는 말이군요.”
영상에는 단순히 21초 만에 게이트를 나온 한 소년이 찍혔을 뿐인 영상.
그러나 그 단순한 영상 속 의미는 A급 빌런 사망자 13명 B급 빌런 사망자 30명 C~D급 빌런 사망자 20명 외에 부상자 32명이라는 범죄자 박멸이 일어난 상황이었다.
“영상 전문가의 말로는 얼굴을 가린 모자이크와 목소리 변조 외에는 전혀 조작이 없는 실제 상황이라고 하는데 말이죠.”
“솔직히 저로서는 믿을 수 없네요.”
당연하지만 그 이레귤러가 홀로 빌런을 처치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무리 밝혀진 사실이라도 쉽사리 믿는 사람은 없었다.
그도 그럴게, 어떻게 고작 21초 만에 90명이 넘는 빌런을 잡는단 말인가.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겠죠. 협회에서 공식 인증한 영상이니 말이죠.”
“아마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상황을 일으킨 이레귤러와 피해를 받은 빌런 연합 뿐이겠죠.”
대체적으로 보면 그러한 상황이었다.
다만, 어떻게 보면 하준이 의도한 빌런 연합을 향한 경고가 됐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편 미국의 어느 호텔 숙소에서.
“찾았네요.”
소파에 앉아 은은하게 빛나는 은발의 여인이 차분한 표정과 함께 미소 지었다.
그녀는 TV에 보도되고 있는 영상을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 짓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녀는 자신의 바로 뒤에 서 있는 경호복 차림의 남성에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한국의 현자님께 말씀해주시겠어요. 저 소년을 보고 싶다고.”
“알겠습니다.”
그녀의 뒤에 서 있던 경호복 차림의 남성.
정확히 미국 히어로 협회의 요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급하게 어딘가로 연락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여인은 흐뭇한 미소를 멍하니 TV에 나오는 얼굴이 가려진 소년을 바라볼 뿐이었다.
“저 아이군요.”
* * *
한편 그 시각 하준은 호텔 3층에 구비된 사우나 근처의 안마 의자에 몸을 풀고 있었다.
“어우, 좋다.”
어제 무리를 해서 그런가?
나름 기회라고 생각해 일단 전부 정리하기는 했는데 몸이 피곤한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이번 기회에 몸도 풀고 숙소에서 계속 뒹굴거려야지.
“어? 하준씨.”
그때 그런 하준의 앞에 한 소녀가 다가왔다.
백금발 머리의 푸른 눈의 소녀 안나였다.
안나는 자연스럽게 하준의 바로 옆 안마 의자에 앉아 하준에게 입을 열었다.
“이거 보셨어요?”
“··········응?”
“하··········, 어제 저녁 시간에 늦게 온 이유가 있었군요.”
안나는 하준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이밀며 거기에 나온 기사를 보여줬다.
정확히 하준이 어제 저녁에 일으킨 사건에 관한 기사와 영상이었다.
그리고 하준은 그 영상을 바라보다 혹시 몰라 안나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왜? 또 자신 없어졌어?”
“아니요.”
그 말에 완강히 고개를 저으며 당당한 표정으로 싱긋 미소 짓는 안나.
안나가 말했다.
“저도 언젠가는 하준씨처럼 아니 하준씨보다 강해질 거에요.”
그녀의 확신이 담긴 말에 하준은 씨익- 미소 지었다.
그녀의 태도를 보니 다행히 안심이 들었으니.
“그것보다 국제 히어로 랭킹에 하준씨가 기재된 건 아세요?”
“내 이름이?”
그 말에 순간 하준의 미간이 좁혀졌다.
뭔, 갑자기 내 이름이 기재됐다는 거지?
그러나 막상 하준의 말에 고개를 젓는 그녀였다.
“하준씨 이름이 아니라 이레귤러가요.”
“어, 그래?”
“하··········, 여기 보세요.”
그 말과 함께 다시 스마트폰을 톡- 톡- 치며 어느 사이트를 보여주는 안나.
그 사이트에 갱신된 랭킹을 나지막이 바라보다 하준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오우~ 이레귤러 대단하네.”
“··········.”
그 이레귤러가 당신인데 말이죠··········.
마치 남의 얘기를 하는 듯한 하준의 반응에 조금 어처구니가 없는 안나였다.
이 사람은 참 대단한 일을 일으키고도 여전히 태연하네··········.
“하··········, 그것보다 세계 랭킹 6위라니··········, 거의 1위나 다름 없네요.”
“그러게.”
세계 랭킹 6위는 어떻게 보면 현 신생 영웅들 사이에서 1위나 다름없는 순위였다.
일단 5위부터는 6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순위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전세계 사람들도 그 이유를 인정하는 셈이었고.
“저는 뭐, 하준씨가 이 5위 위에 있는 사람들이랑 동급으로 보고 있는데 말이죠.”
“각국의 평화의 상징들이랑?”
말 그대로 5위부터는 은퇴한 대영웅들을 대신한 각국의 새로운 평화의 상징들이었다.
존재 자체만으로 범죄율의 억제력을 가진 이들.
그 일부는 과거 대영웅들도 인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고작 3년 후 이 순위에 큰 변동이 오겠지만.
하준은 고개를 돌려 안나를 바라봤다.
그녀는 여전히 세계 히어로 랭킹의 순위를 보며 왠지 모를 부러움이 담긴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막상 그 순위 변동에 큰 영향을 끼칠 인물이 그녀인데도 말이다.
“하··········, 그것보다 이제 곧 방학이네요. 어디 가시고 싶은 곳 있어요?”
방학이라··········, 2주 뒤에 있을 기말고사와 아카데미의 명물이라 불리는 투기 축제가 끝난 뒤, 하준이 그토록 원하는 방학이 시작된다.
물론 딱히 방학 때 뭘 할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다.
그때 안나가 그런 하준을 바라보며 다정히 물었다.
“그럼 혹시 저희 영국에 놀러 오실래요? 아이들도 같이 데려가서 훈련할 생각이거든요.”
그 말에 하준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똥을 씹은 듯한 찡그린 표정으로 마치 미쳤냐고 대답하는 거 같은 표정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