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92)
시간은 흘러 저녁 6시.
슬슬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투기 대회가 결승전을 시작했을 때였다.
하준은 그 결승전의 관중석 아무 곳이나 앉아 구운 오징어와 콜라를 마시며 축제를 구경하고 있었다.
“오, 괜찮게 성장했네.”
참고로 결승전에 오른 생도는 한시영과 리암 마르텔이었다.
2, 3학년의 출전은 축제의 둘째 날에 시작하니 오늘은 1학년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하준은 둘의 대전을 흥미로운 눈으로 구경했다.
당연히 둘은 에피소드에 비해 생각보다 빠른 성장을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검에 대해 초짜인 하준의 눈으로 보아도 한시영의 검이 유독 도드라지게 달라진 것을 알 수 있었으니.
“허허허, 한시영 생도의 검이 묘하게 달라졌구나.”
그때 경기를 구경하던 하준의 옆으로 한 노인이 차분한 미소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고급스러운 검은색 페도라와 깔끔한 검은색 정장 차림의 노인.
그의 한 손에는 고목으로 된 지팡이가 들려져 있었다.
하준은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노인을 바라봤고 의아한 얼굴로 노인에게 입을 열었다.
“오늘은 멋지게 차려 입으셨네요?”
그 말에 노인 아니, 현자 최중원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자네는 바로 알아보는구만, 인식 저해 마법을 걸었는데 말이지.”
“그래요?”
물론 대답과 달리 하준은 그리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현자나 되는 분이 이렇게 대놓고 돌아다녀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사람들을 보니 대충 예상이 됐으니 말이다.
그것보다 왜 자신은 인식 저해 마법이 통하지 않는지 의아했다.
일단 이것도 상대방의 정신을 조작하는 마법이라서 그런가?
아무래도 ‘지고한 불굴’의 정신 계열 마법 면역이 발동한 모양이다.
“근데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들었네. 이번에 축제에 잠입한 빌런을 잡았다고 말일세.”
그 말과 함께 다정한 미소를 하준을 바라보는 최중원이었다.
그리고 하준은 최중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운 좋게 찾아서 잡았죠.”
“후훗, 자네도 축제를 즐겨야 하는데 고생하게 만들었구만.”
“그래서 이제 좀 쉬려고요.”
“뭐, 축제는 내일까지니 충분히 쉬어두게.”
그 말에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에피소드는 조용히 해결했으니 이후에 큰 사건은 벌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예, 이제 저도 쉬어야죠.”
그렇게 한탄하듯 나지막이 말을 내뱉었을 때.
띵-
웬 불안한 알림음이 하준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동시에 하준의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창.
그리고 내용을 본 순간 하준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찡그려지기 시작했다.
[변화된 미래로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1-3 공동 에피소드 ‘축제’가 커다란 변화를 맞이합니다.] [1-3 공동 에피소드 ‘전조’가 시작됩니다.]“와··········.”
그것을 본 순간 하준의 입에서 저도 모를 감탄이 나왔다.
정확히 감탄보다는 너무 어이가 없어 나온 한탄과 비슷했지만.
여튼 간에 한 에피소드에서 두 번이나 페널티가 주어진 것은 처음이니 말이다.
더구나 에피소드 자체가 변했다.
그것도 하준이 게임 속에서 본 적도 없는 에피소드로 말이다.
“무슨 일인가?”
그리고 하준의 표정을 본 최중원이 하준을 향해 의아하게 물었을 때.
띠리링- 띵! 지이잉!
관중석에 있던 기자들을 포함해 이곳에 모인 영웅들의 휴대폰이 크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하준의 휴대폰 또한 진동이 왔고 하준은 왠지 모를 불안에 미간을 좁히며 휴대폰을 꺼냈다.
알림의 주인은 협회장 김정용의 전화였다.
하준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고.
-큰일입니다! 하준 생도님!
협회장의 다급함 외침이 들려왔다.
* * *
아카데미의 교장실.
그 교장실 소파에는 하준과 최중원 그리고 협회장 김정용이 서로를 마주 보며 앉아 있었다.
“그러니까··········, 세 곳이요?”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하준은 협회장이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전화로 전한 소식에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세 장소에서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죠?”
“예.”
협회장은 무어라 할 말이 없다는 듯이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하준은 그런 협회장을 향해 물었다.
“상황은요?”
“세 곳 전부 인질의 몸에 폭탄을 채우고 농성 중입니다. 일단 국내 1위 영웅 진서연 영웅님과 나머지 다른 두 곳은 3위인 장한중 영웅님과 진아한 영웅님이 맡고 있습니다. 국내 2위 영웅이신 장 환 영웅님께도 연락을 해봤지만, 연락이 안 되서··········. 그리고 하나 더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요?”
“농성 중인 빌런들이 이레귤러를 지목했습니다.”
“저요?”
“허··········, 그렇군. 놈들이 경고를 보복으로 돌려줬구나.”
그 말에 협회장의 표정이 어두워졌으며 최중원의 입에서 걱정스러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한편 하준의 표정은 그들의 표정과 상반되게 덤덤했다.
오히려 그들이 생각하는 걱정보다는 다른 걱정을 하고 있었다.
‘쉬기는 글렀네.’
다른 건 몰라도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영웅이라도 인질극을 벌이는 빌런들을 쉽사리 제압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인질로 잡힌 시민들은 몇 명인가?”
최중원의 질문이었다.
협회장은 그 질문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정확하게 파악은 안 됐지만 적어도 한 장소당 50명은 될 겁니다. 놈들이 농성 중인 장소가 백화점이기에··········.”
“흠··········, 골치 아픈 상황이로군.”
“정말 무어라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닐세, 자네의 탓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 말일세. 그것보다 이번만큼은 나도 움직여야겠구만.”
“현자님께서 말입니까?”
그 말에 협회장은 당황했고 하준 또한 잠깐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하준이 말했다.
“아니요, 교장 선생님께서는 여기 계세요. 빌런들이 아카데미를 습격할 수도 있잖아요.”
“흠··········, 그렇다면 자네 혼자서 가겠다는 말인가?”
“예.”
“하지만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하준 생도님. 명백히 하준 생도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벌인 일이지 않습니까.”
협회장 김정용은 하준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그의 힘이 궤를 달리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적어도 인질극에 한해서는 전혀 다른 얘기니 말이다.
그러나 협회장의 걱정에도 하준은 그저 소파에서 일어나 준비를 할 뿐이었다.
주머니에서 인식 저해 붕대를 꺼내 팔에 휘감은 뒤, 마하라즈를 꺼냈다.
그리고 하준은 협회장을 바라보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저도 계획이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 정지를 하고 전부 때려 부순다.
게획이라고 말할 수 없는 계획이지만 그 어떤 방법보다 가장 효과적인 진압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협회장 김정용은 그런 하준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이 소년은 한국의 희망이었으니 말이다.
“하, 하지만··········”
그렇게 하준을 바라보며 무어라 입을 열려는 순간.
김정용의 입에서 그 이상의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가 순간 하준의 표정을 본 것이다.
망치를 들고 있는 소년의 표정은 담담했다.
이 위급한 상황에서 긴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표정.
그 표정 속에서 김정용은 무언가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믿음.
이레귤러라 불리는 소년의 표정은 더없이 믿음이 가는 표정이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부탁 드립니다.”
결국 협회장은 하준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고 곧이어 협회장의 옆에 서 있던 요원이 손을 펼쳐 게이트를 열었다. 그는 협회장을 따라 정중히 고개를 숙였고 하준은 그런 협회장과 요원을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게이트를 넘어왔을 때.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백화점 전체를 둘러싼 영웅들.
확성기를 들고 백화점의 빌런들을 향해 경고하는 진아한 영웅과 폴리스 라인 너머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방송국 기자들과 시민들. 그리고 그런 시민들의 진입을 막고 있는 협회의 요원들.
“참, 많이 난리도 났네.”
하준은 그곳을 한 번 둘러보다 시간 정지를 발동했고 유유히 백화점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백화점의 1층 중앙 홀.
그곳에 10명과 40명이 나누어진 인질들이 바닥에 앉아 손을 머리 위로 얹어 투항하고 있었다. 50명의 인질 중 제외된 10명의 가슴팍에는 폭탄이 채워져 있었고 그렇기에 인질이 된 40명의 사람 중 몇몇의 영웅은 쉽사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만, 그렇다고 저항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10명의 인질 가슴팍에 채워진 폭탄이 시간이 지나면 터지는 폭탄이기에 밖에서 진입을 포기한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간은?”
“10분 정도 남았습니다.”
“하··········, 그분께서는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라는지 모르겠군. 그냥 전부 죽여버리면 안 되나?”
그 말에 인질로 잡힌 시민들이 움찔 몸을 떨며 두려워했으며 영웅들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밖에 있는 영웅들은 인질의 몸에 채워진 폭탄이 시간 폭탄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러니 회의를 하든 계획을 세우든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이런 젠장··········.”
폭탄이 터지기 직전 이놈들은 분명 게이트를 타고 도주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한다.
중급 영웅 최만철은 고개를 힐끗 돌려 자신의 동료 영웅들을 바라봤다.
동시에 8명 정도 되는 동료 영웅들의 시선이 맞추어졌다.
적어도 지금 보이는 빌런들 중에 네임드 빌런은 보이지 않았다.
놈들이 들고 있는 총이 문제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렇게 최만철이 기회를 엿봐 움직이려고 한 순간.
탕!!
총성이 울렸다.
순간 움직이려던 최만철의 몸이 그대로 굳어졌으며 고개를 돌려 총성이 울린 곳을 바라봤다. 다행히 빌런 한 명이 천장을 향해 총을 쏜 것이긴 하지만.
“야! 처음에 말했지. 허튼수작 부리지 말라고.”
빌런의 말에 계획이 들켰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순간 최만철의 얼굴을 포함해 그곳에 영웅들의 표정이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빌런이 이곳을 장악하고 인질을 잡았을 때 처음으로 한 말이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내가 허튼수작 부리면 한 명씩 죽인다 했지?”
그는 사납게 일그러진 얼굴로 인질 중 한 명인 한 여인의 머리채를 잡아 홀 중앙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가만히 있어!!”
“어, 엄마!!”
“자, 잠깐! 나를 데려가!!”
여인이 머리채를 잡혀 끌려나가자 최만철이 곧바로 일어서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빌런이 쏜 총알일 뿐이었다.
탕!!
“끄악!”
“이새X들이 가만히 있으라니까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야!! 그냥 나대는 새X 있으면 그냥 싹 다 쏴버려!”
그렇게 홀 중앙으로 머리채가 잡힌 채 끌려가는 여인.
그 여인이 끌려나가자 10살 정도 되는 한 소년이 그대로 따라나와 여인의 머리채를 잡은 빌런을 자그마한 주먹으로 툭! 툭! 치기 시작했다.
“엄마를 놔줘!!”
“허, 참.”
그 행동에 어이없어하는 빌런.
순간 빌런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나며 얼굴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그는 꼬맹이를 내려다보며 꽉 쥐어진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 피도 안 마른 꼬맹이가.”
후웅!!
그때였다.
우뚝-
“?!”
그의 주먹이 우뚝- 허공에 멈춰 섰다.
정확히는 그가 입고 있던 옷이 딱딱하게 굳어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대장 저기··········.”
한 부하의 말에 그는 고개를 돌려 부하가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터벅- 터벅- 걸어오는 여유로운 발걸음 소리.
그와 동시에 인질들의 몸에 채워진 폭탄들이 스르륵- 풀리며 빨려나가듯이 어느 구멍 안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이건 대체··········.”
“뭐, 뭐야?!”
순간 일어난 현상에 그들 모두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발소리의 주인이 여유롭게 걸어와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은 모자이크로 가려진 황금의 망치를 든 소년.
소년이 들고 있는 황금의 망치를 보자마자 빌런들의 시선이 경악이 감돌며 곧바로 총구를 그 소년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격발!”
곧이어 대장으로 보이는 빌런의 명령.
그들 모두가 소년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지만, 이후에 이어지는 기현상에 빌런들은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격발하려던 방아쇠가 안 당겨진다.
더구나 입고 있는 옷이 굳어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상황 속에서 소년은 여유롭게 걸어와 대장으로 보이는 빌런을 향해 다가갈 뿐이었다.
“요즘 애들은 당차네.”
하준은 10살 아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뒤, 여유롭게 망치를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쓰다듬어진 아이는 고개를 들어 올려 하준을 바라보고는 해맑게 미소 짓고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황금색의 망치를 들고 있는 영웅.
그 영웅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기에.
뿌드득- 뿌드득-
“모두 나가세요.”
하준은 어깨와 목을 풀며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그 말과 동시에 인질로 잡혔던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나 하준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하며 건물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와중에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이 하준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하며 밖으로 나왔고.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이 공간 안에 하준과 테러를 저지른 빌런만이 남아 있을 때.
하준의 표정이 사납게 구겨지기 시작했다.
“이 버러지들이··········.”
하준은 놈들을 바라보며 자신을 귀찮게 한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하준은 시간 정지를 발동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