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93)
사상 초유의 인질극 테러 사건이 벌어진 지 10분이 흘렀다.
총 세 장소의 백화점이 현재 연합의 빌런들에 의해 테러를 당한 상황.
한 방송국의 기자가 현재 상황을 적나라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빌런들이 백화점을 점거한 지 10분이 흘렀습니다. 백화점을 점거한 빌런들은 현재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영웅, 이레귤러를 언급하고 있는데요. 과연 이레귤러가 등장할 지, 아직 상황은 지켜봐야 할-···········?”
그리고 상황은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저, 저길 보십시오! 인질로 잡혔던 시민들이 백화점 정문을 통해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우르르르-!
먼저 인질들이 구출되었다.
인질들이 우르르- 백화점 정문을 통해 빠져나온 것이다.
“사, 살았다! 살았어!”
“저, 정말로 살았어··········.”
“이레귤러가 나타났다!”
그리고 본래라면 인질이 구출되자마자 곧바로 영웅들이 진입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왠지 모르게 영웅들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크아아악!!
-제발!! 그만!!
-끄아아악!!
인질로 잡혔던 시민들이 나오자마자 백화점 안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
빌런으로 추정되는 놈들의 비명 소리가 백화점 밖을 통해 처절하게 울려 퍼졌기 때문이었다.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그리고 최상급 영웅 진아한은 잠시 벙찐 표정으로 백화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구출된 인질들의 증언으로 내부에 하준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데, 대체 안에서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쿵――――!! 콰쾅――――!! 쿠쿵――――!! 투쾅――――!!
무언가가 깨지고 부서지고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곧이어 쨍그랑!! 하는 창문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한 인영이 백화점 밖으로 튕겨 날라와 바닥을 구르고 영웅들의 앞에 쓰러진다.
놈은 고통에 끅끅 신음을 흘리며 내려다보는 영웅을 향해 손을 뻗고 도움을 요청할 뿐이었다.
“제, 제발 살려줘··········, 끄헉-”
턱-
그 한 마디를 내뱉고 뻗고 있던 손이 바닥에 털썩- 내려앉으며 결국 정신을 잃고 기절한 빌런.
“··········.”
“··········.”
그 모두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크게 떠진 눈으로 바라본다.
기자들도 시민들도 그저 할 말을 잃은 듯 일어나고 있는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곧이어.
-··········.
백화점 안에서 울려 지던 신음도 그리고 무언가가 부서지는 파열음도 조용히 멎는다. 그렇게 잠잠해진 백화점의 상황으로 이곳에 모인 모두가 상황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인질들이 구출되고 백화점 안에서 들려오던 파열음과 비명이 멈춘 시간은 고작 14분.
고작 14분 만에 모든 상황이 끝난 것이다.
* * *
“으윽··········.”
“커헉!”
오직 고통스러운 신음만이 가득한 백화점 안.
그들 모두가 온몸의 뼈 마디마디가 부러진 끔찍한 고통에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으며 기절도 하지 못한 채 그 고통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하준은 그런 놈들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며 무언가를 생각 중이었다.
‘이상하네··········.’
하준은 전신에서 전해져 오는 끔찍한 고통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는 녀석을 내려다봤다.
이놈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은 고통스러워하는 와중에도 마치 무언가 믿을 수 없는 듯한 표정으로 적나라하게 당황하고 있었다.
“어, 어째서··········, 그분께서 우리를··········.”
다만, 하준의 무력에 경악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기는 하나 그 절망이 향한 곳은 다른 데에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더구나 더 이해가 안 되는 점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놈들은 네임드 빌런이 아니었다.
그저 얼굴이 생소한 흔히 엑스트라라고 불리는 그런 놈들.
그렇기에 하준은 의아했다.
‘무슨 생각으로 날 부른 거지?’
적어도 자신을 도발하여 이곳에 불러냈으니 네임드 빌런이라도 있을 줄 알았다.
그렇다고 무언가 계획이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인질이 구출되자마자 무언가를 시도하려는 낌새도 없이 도주하려고 했으니 말이다.
“음··········.”
하준은 일단 스마트폰을 꺼내 협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든 간에 일단 사건을 해결하고 다시 생각해볼 생각이었다.
삑-
-하, 하준 생도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예, 일단 여기 상황은 끝났으니까 다른 장소로 게이트를 열어주세요.”
-곧바로 가실 생각입니까?
“빨리 끝내야 할 거 같아서요.”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게이트 요원을 그쪽으로 보내겠습니다. 아! 그리고 나머지 한 장소는 굳이 안 가셔도 될 거 같습니다. 국내 1위 진서연 영웅님께서 아무래도 해결하신 거 같습니다.
“그래요?”
그 소식이 하준에게는 나름 반가웠다.
뭐, 그래도 나름 국내 1위의 영웅인지라 무사히 테러를 해결한 모양이다.
덕분에 고생할 일도 줄어들었고 말이다.
“그럼 저는 나머지 한 곳만 해결하면 되죠?”
-예, 그렇습니다. 일단 게이트를 열어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1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후웅-
하준의 눈앞에 푸른색의 일렁이는 게이트가 열렸고 협회 소속 요원이 게이트를 통해 넘어왔다.
요원은 잠시 현장에 일어난 광경을 바라보고 흠칫- 놀라다가 하준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인 뒤, 다른 장소로 통하는 게이트를 열었다.
“XX백화점으로 통하는 게이트입니다. 곧바로 넘어가시면 될 겁니다.”
그 말에 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게이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문득.
필라텐이 하준에게 전음으로 말을 걸어왔다.
-이상하군.
‘뭐가?’
-놈들의 행동은 어리석었다. 놈들 또한 주인의 힘을 알고 있을 터인데 이렇게 미숙한 테러를 저지르는 것이 나는 이해가 안 된다.
당연히 그 점은 하준 또한 의아했다.
놈들도 머리가 있으면 이따위 테러가 통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내 눈에는 시선을 끌기 위한 테러 같다.
‘··········시선을 끈다고?’
-적어도 다음 장소에도 비슷한 놈들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으면 의심해 볼 만하다, 주인이여.
‘··········.’
그 말에 하준은 생각에 잠겼다.
성격상 복잡한 생각을 하는 성격도 그렇다고 감을 믿는 것도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의 말 때문에 뭔가를 하나 놓친 듯한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속히 말해 찝찝하다는 느낌이었다.
“··········.”
곧이어 머릿속에서 하나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첫 번째로 인형사의 말이 떠올랐다.
테러였습니다. 그저 이곳에서 소란을 일으키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인형사가 아카데미에 찾아온 본래의 목적.
원래라면 안나의 암살을 지시받았을 녀석이 아카데미에 테러를 일으키러 찾아왔다.
그러나 인형사의 계획은 실패했다.
정확히 녀석이 연합을 배신하고 내게 붙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협회장의 말이 떠올랐다.
-국내 2위 영웅이신 장 환 영웅님께도 연락을 해봤지만, 연락이 안 돼서··········.
“··········.”
국내 2위 영웅 장 환.
그가 연락이 안 된다니···········.
다시 생각해보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하준이 손쉽게 해결하고 있지만 어쨌든 세 장소나 습격을 받은 테러 사건이니 말이다.
한데, 그런 사태가 벌어졌는데 국내 2위 영웅이 연락이 안 된다니··········.
“하···········, 쯧-”
그리고 그 두 개의 생각이 하나의 연결점이 되어 하준을 결론에 도달하게 만든 순간.
하준은 짜증스럽게 혀를 찼고 다시 고개를 돌려 요원을 바라봤다.
“어? 무슨 일이십니까?”
“협회장님께 전해주세요. 장 환 영웅님의 길드장실로 가보라고.”
“예? 그게 무슨··········.”
다만, 무어라 물어보려던 요원의 입이 자연스럽게 닫혔다.
모자이크로 가려져 소년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소년의 목소리 톤으로 그의 기분이 별로 안 좋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 * *
하준의 말을 듣고 협회장 김정용과 현자 최중원은 곧바로 국내 2위 장 환이 운영하는 길드의 빌딩으로 향했다.
곧바로 게이트를 통해 길드의 고층 빌딩 앞에 도착했고 그들은 망설임 없이 빌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크게 이상이 없어 보인 빌딩이었지만, 내부로 들어가자 이상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 이건?!”
“흠··········.”
빌딩 내부는 스산하리만치 조용했다.
당연히 이 길드 건물에 있었던 사람들이 기절하듯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눈치챘을 때 최중원과 김정용은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길드장 집무실로 예상되는 최상층으로 올라갔다.
곧이어 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집무실에 들어간 순간.
진한 피냄새가 감돌았다.
피가 집무실 전체에 난자했으며 국내 2위 영웅 장 환으로 보이는 사체가 집무실 의자에 앉혀져 있었다. 그의 사체는 처참했다.
팔과 다리가 마치 꽈배기처럼 꼬여져 고통스러운 표정과 함께 절명해 있었으니.
상황 자체가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었다.
* * *
이후 사건이 해결된 다음날.
빌런 연합의 테러와 함께 국내 2위 최상급 영웅 장 환의 부고 소식이 뉴스와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알려줬다.
그렇게 전국에서는 장 환 영웅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는 한편, 협회장 김정용은 사건 현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범인의 얼굴이 찍힌 영상을 찾을 수 있었다.
“이걸 봐주시겠습니까.”
아카데미의 교장실.
협회장 김정용은 어두운 얼굴과 함께 노트북을 열어 최중원에게 한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준의 연락을 듣고 곧바로 사건 현장에 조사를 나선 협회장은 조사 과정에서 CCTV를 통해 장 환을 습격한 괴인의 정체를 알아낸 것이었다.
그리고 영상을 본 최중원의 눈동자가 부릅 떠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낮게 가라앉은 듯 차분한 얼굴로 눈을 감는 최중원.
“그런가··········.”
“··········.”
“그놈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구나.”
협회장 김정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과거 대혼란 시대를 겪은 세대이기에 장 환을 습격한 괴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CCTV의 영상은 일부러 남겨 놓은 거 같습니다.”
“··········그렇군. 그놈 또한 알고 있나 보군. 내 힘이 약해졌다는 사실을.”
본래라면 자신이 찾으려 했으나, 놈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최중원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곧이어 교장실의 구석 허공이 일렁이며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녀를 보자 협회장의 눈이 놀라움에 크게 떠지기 시작했다.
연녹색의 머릿결의 녹안의 소녀.
신수사 리엘라 하니스였다.
“리, 리엘라 하니스님?!”
“어떻게 할 거냐, 최중원.”
막상 리엘라는 협회장의 반응을 무시하고 최중원을 향해 질문했다.
“네가 그리 찾던 녀석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기회라면 지금뿐이다.”
그 말에 최중원은 잠시 침묵했고 차분한 얼굴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 행동에 리엘라의 눈동자가 가늘게 좁혀졌다.
리엘라가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거지? 지금처럼 가만히 있을 거란 말이냐?”
“아니, 그럴 필요 없네. 놈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으니.”
그 말과 함께 천천히 눈을 뜬 최중원.
최중원은 리엘라를 바라보며 차분히 입을 열 뿐이었다.
“굳이 찾으러 안 가도 놈이 먼저 찾아올 걸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