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97)
그날 오후 5시.
하준은 곧바로 외출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혼자서 괜찮으시겠어요?”
“어.”
“하··········, 시간이 된다면 같이 가고 싶은데 저도 할 일이 생겨서요. 일단 저도 일이 끝나면 그쪽으로 가볼게요. 기사님한테는 따로 말씀드렸으니까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실 거에요.”
안나의 말에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하준이 가고자 하는 곳은 과거 멸문한 에르만 가문의 저택이었다.
지금 상황상 일레인에게 물어볼 수는 없으니 혼자서라도 찾아가 조사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럼 나중에 봐요.”
“그래.”
그 말과 함께 하준은 안나가 준비해준 기사의 차를 타고 저택으로 향했다.
그리고 창문의 풍경을 바라보며 하준은 손에 들려진 보구를 만지작거렸다.
[봉인된 에테르기아]등급 : ???
특성 : ???
설명 : ???
봉인된 에테르기아.
정황상 아무래도 이게 일레인이 말한 가문의 보구일 게 분명했다.
하준은 잠시 보구를 만지작거리며 고민했다.
역시 이걸 걔한테 돌려주는 게 나으려나?
적어도 반응을 보아하니 이게 엄청 소중해 보이기는 한데··········.
끼이익-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겼을 때 어느 순간 차가 멈추며 기사가 저택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서 내렸고 기사에게 말했다.
“좀 오래 걸릴 수도 있으니까, 다른 곳에 가서 쉬고 계세요.”
“예, 그럼 인근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볼 일을 다 보시면 다시 전화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하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쩐지 갈수록 주변의 인적도 없고 나무와 숲이 많은 도로더니 도착한 저택은 예상대로 외진 곳에 있었다.
하준은 저택으로 시선을 돌렸다.
생각보다 꽤 넓은 저택이었다.
오래된 철문 사이에 덩굴이 맺혔으며 넓은 정원의 중심에 분수대가 있는 말 그대로 귀족이 살법한 정원이었지만 역시 세월의 흔적이 많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분수대의 물은 메말랐으며 정원이 정리가 안 됐는지 인도를 뒤덮은 풀들이 늘렸으니.
옛날에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하준의 눈에는 귀신이 살 법한 저택이었다.
더구나 저택 철문에 [출입 금지] 표시가 더더욱 눈에 띠었고.
“음··········.”
하준은 잠시 철문을 바라보다 손잡이를 잡고 그대로 잡아당겼지만, 역시나 철문은 잠겨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하준은 주변을 한 번 두리번거리고 주머니에서 마하라즈를 꺼냈다. 굳이 시간 정지를 하고 내리치며 부술 필요는 없었다.
하준은 철문 사이로 마하라즈를 넣은 뒤 그대로 크기를 키웠다.
쩌저적-
그대로 사람 한 명 정도 들어갈 정도로 넓어졌고 하준은 그 사이로 넘어가 정원을 걸으며 저택을 구경했다.
“이야~ 대단하네.”
저택 내부로 들어가니 정원은 하준의 상상 이상으로 정글이었다.
하긴, 몇 년간 방치됐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하준은 그대로 정원을 지나 저택의 현관 앞에 서서 문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예상대로일까? 저택의 현관문은 잠겨 있었다.
‘이건 뭐··········.’
하준은 별수 없이 다시 망치를 들었고 그대로 현관문을 후려쳤다.
쾅!
그렇게 현관문이 부서지고 하준이 한 발 저택에 내딛는 순간.
띵-
“응?”
익숙한 알림 소리와 함께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서브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에르만 가문의 비밀을 파헤치십시오.
보상 : 5000 경험치
“··········뭔 비밀?”
* * *
저택에 들어온 이후 두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하준은 저택 이곳저곳을 살피며 돌아봤지만, 마땅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별거 없는 거 같은데··········.’
저택은 2층 구조로 하준이 1층부터 2층까지 싸악- 한 번 훑어본 결과 그다지 무언가가 있는 거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아예 아무것도 못 찾은 건 아니었다.
하준의 손에는 사진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
아까 2층 집무실로 보이는 방에서 찾은 사진이었다.
단란한 모습의 가족사진.
리베르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두 사람과 리베르와 일레인의 어렸을 때 모습, 그리고 집사복을 입은 날카로운 인상의 마른 남자와 지팡이를 든 뚱뚱한 남자가 찍혀 있었다.
“응?”
그때 하준의 시선이 사진 속의 뚱뚱한 남자로 향했다.
익숙한 얼굴.
분명 아까 전 일레인의 집에서 보았던 남자의 얼굴이었다.
“이 사람이 왜 여깄지?”
하준은 잠시 의아한 얼굴을 하다 사진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어차피 그 사진을 계속 바라보고 고민해봤자 해결될 거는 없으니.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 안 가본 장소가 있었다.
‘그럼 이제 지하뿐인가?’
아까 중앙홀에서 보았던 중앙 계단.
그 계단을 보아하니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계단을 내려가면 두터운 철문 하나가 막고 있었지만.
하준은 다시 중앙 계단의 지하로 내려가 철문 앞에 섰다.
철문의 중심에는 무슨 이상한 문양이 새겨진 버튼이 있었는데 암만 봐도 버튼을 눌러야 문이 열리는 구조로 보였다.
그리고 잠시 그 철문을 멍하니 바라보다 마하라즈를 꺼냈을 때, 필라텐이 입을 열었다.
-잠깐. 주인이여, 이 너머에 마법의 기운이 느껴진다. 함부로-
쾅!
“뭐라고?”
-··········.
큰 충격을 받은 철문은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기울며 바닥에 쿵! 하고 쓰러졌다.
하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필라텐에게 다시 되물었고 막상 필라텐은 침묵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깨달은 필라텐은 혼자서 납득하기 시작했다.
-그렇군··········, 아니다. 애초에 큰 걱정은 할 필요 없겠지.
“··········?”
여튼 하준은 필라텐의 말에 의아해하다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인 광경에 하준의 눈동자에 이채가 떠올랐다.
확실히 지하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정확히는 물결 문양이 새겨진 황금색의 거대한 금고 같은 것이 있었다.
“이게 뭐지?”
그리고 하준은 잠시 흥미로운 눈으로 거대한 금고를 바라보다 가까이 다가갔다.
곧이어 띵- 하는 소리와 함께 떠오르는 시스템 창.
[금고 에테르돈]등급 : 레전더리
특성 : {부서지지 않는 금철}
설명 :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 금고입니다.
“응?”
갑작스럽게 떠오른 창에 하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 금고··········, 설마 보구였나?’
한데, 참 희안한 보구였다.
특성이 하나인데 레전더리 등급의 보구라니··········.
그때 금고의 문에 무언가를 발견한 하준이었다.
“홈이 있네?”
무언가를 끼워 넣는 작은 홈이 있었다.
하준은 잠시 그 홈을 바라보다 주머니를 뒤적였고 가문의 보구인 에테르기아를 꺼냈다. 잠시 에테르기아의 단면과 홈을 바라보는 하준.
눈대중으로 봤을 때 딱 맞는 크기였다.
하준은 곧바로 그 에테르기아를 홈에 끼워 넣었다.
곧이어.
“··········?”
놀랍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준은 무안하게 머리를 긁적이다 입을 열었다.
“이게 아닌가?”
-그렇군.
그때 무언가를 눈치챈 필라텐이 말했다.
-이 금고에 복잡한 술식이 새겨져 있군.
“무슨 말이야?”
-아마 이 열쇠처럼 보이는 보구에 마력을 부여한 뒤, 저 홈에 끼워 넣어야 열릴 거 같다. 더구나 마력 또한 따로 설정된 것이 있을 거다.
“음··········, 근데 너는 왜 이렇게 잘 알아?”
-··········.
그 물음에 필라텐은 침묵할 뿐이었다.
하준은 잠시 의아한 표정으로 마하라즈를 바라보다 다시 시선을 돌려 금고를 바라봤다.
“어쨌든 지금은 못 연다 이 말이지?”
-그렇다.
그 말에 하준은 별수 없이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어차피 여기 계속 있어봤자 해결될 거 같지도 않고.
하준은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계단을 올라갔고 그 순간 무언가를 눈치챈 필라텐이 입을 열었다.
-잠깐.
“··········왜?”
-위에 누군가가 왔군.
“안나가 왔나?”
-그건 아니다, 주인이여. 마력의 질 자체가 다르니.
그 말에 하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일단 계단을 올라 다시 넓은 홀에 도착했다.
곧이어 필라텐의 말대로 웬 검은 슈트를 입은 정체불명의 남자 5명이 정문을 막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 선 민머리 남자가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하준의 얼굴과 사진을 번갈아 보더니 눈을 희번득 뜨기 시작했다.
남자가 말했다.
“이런 미친! 맞군. 그놈이다. 설마 몇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사지를 부서트리고 잡아놔야지! 얼른 도망치기 전에 잡아!”
“예!”
그 말을 마지막으로 위협적인 발걸음으로 하준을 향해 다가오는 괴인들.
그때였다.
투캉! 쾅! 쾅! 쾅!
대장으로 보이던 민머리의 괴인이 갑작스럽게 바닥에 처박혔고 연이어 거대한 굉음과 함께 바닥을 뒤흔드는 충격이 이어졌다.
콰쾅!! 콰쾅!! 콰쾅!!
그 충격으로 인해 사방에 돌 조각이 튀고 먼지가 피어오르는 와중, 돌연, 땅바닥에 처박히고 있던 괴인의 몸이 갑작스럽게 하늘 위로 치솟으며 천장에 처박혔다. 곧이어 무게를 이기지 못해 다시 바닥으로 추락하며 쿵! 소리를 냈을 때.
““··········.””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나머지 괴인들 할 말을 잃은 채 경악스러운 얼굴로 침묵했다.
그들, 정확히 부하로 보이는 4명의 표정에는 경악과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들은 일어난 상황을 당황한 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누구 사지를 부러트린다고?”
“··········.”
“··········.”
어느 순간 자신들의 앞에 서 있는 소년이 말했다.
황금의 망치를 든 소년.
순간 망치를 본 그들의 눈동자가 크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황한 것도 잠시.
쿵!! 투캉!! 쾅!!
그들의 온몸에 고통스러운 충격이 찾아오며 사방으로 날아가 벽에 처박히기 시작했다.
* * *
“끄으윽!”
갑작스럽게 찾아온 괴인들을 정리한 뒤.
하준은 대장으로 보이는 놈을 다시 충격으로 깨워 놈의 등을 걸터앉은 뒤, 심문하고 있었다.
“니들은 누구야?”
“끄으윽!”
“설마 빌런 연합이냐?”
그리고 막상 그 말을 듣고 있던 남자는 혼란스러웠다.
‘어, 어째서 그가 이곳에··········.’
남자는 알고 있었다.
지금 소년이 들고 있는 황금색 망치의 정체를.
황금의 망치를 든 영웅.
세간에서 ‘이레귤러’라 불리는 그 괴물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가 왜 한국이 아닌 영국에 있는지 말이다.
어쨌든 상황이 오해가 있는 것은 확실했다.
남자가 말했다.
“저, 죄,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거 같습니다.”
“무슨 오해?”
“저, 절대 이레귤러님을 건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얼굴을 착각한 거 같아서··········.”
과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빌런 조직 바르스가 괴멸당한 이후, 각국의 빌런 조직 사이에서 하나의 불문율이 생겼다.
그것은 굳이 입을 맞추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생겨난 불문율.
‘절대 황금의 망치를 든 영웅을 건드리지 말 것.’
그 날이 분명 조직이 괴멸당하는 날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남자의 변명을 들은 하준은 그저 담담한 얼굴로 망치를 쥔 채 질문할 뿐이었다.
“그래서 누구랑?”
“그, 그게.”
그 말에 남자는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를 뒤적인 뒤,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은발의 붉은 눈을 한 담담한 표정의 어린 소년.
머리색과 눈 색만 다를 뿐이지 완전히 하준과 똑같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사진을 본 하준은 피식- 조소했다.
사진을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린 하준은 다시 시선을 돌려 남자를 내려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이거 나 맞는데?”
“예, 예?”
“우리 아무래도 할 얘기가 많을 거 같네?”
그 말과 함께 하준은 남자의 다리를 잡으며 오른편에 있는 작은 방으로 질질 끌고 갔다.
“아, 아! 자, 잠깐! 안 돼에에에!!”
그리고 끌려가는 남자는 두려움에 그저 절규할 뿐이었다.
한편.
“히익!!”
으스스한 저택의 내부에서 들려온 비명에 깜짝 놀라는 안나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