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Under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죽어, 죽어!!”
퍽퍽퍽퍽.
슈란이 악귀와도 같은 얼굴로 도적의 안면에 사정없이 주먹을 내리꽂았다.
그녀보다 20센치는 더 큼직한 사내가 힘없이 멱살이 붙들린 채 쉴 새 없이 얻어맞는 모습…….
일견 기이해 보이기까지 한 광경이었다.
“그, 그만… 그마안…….”
“뭐라고!?”
순간 우뚝 주먹질을 멈춘 슈란이 도적의 입가에 귀를 기울였다.
“그… 그만… 살려…….”
“아, 더 시원하게 패 달라고? 진작 말하지 그랬어!!”
다시금 도적의 안면 위로 슈란의 주먹 세례가 쏟아졌다.
마나까지 담긴 주먹질은 가히 살인 병기와도 같았다.
한편, 세니르와 함께 테이블에서 한가로이 이를 관전하던 나는 가볍게 혀를 차고는 맥주를 홀짝였다.
‘윌터가 없다고 좋아하다니… 호랑이 피하려다 오우거 만난 격이구만.’
최소한 윌터는 그래도 말이 통하는 인간이었다.
허나, 나도 저 흉포한 짐승만큼은 어떻게 말릴 자신이 없었다.
“끄아아아아악!!”
한편, 그 뒤편에선 카엘이 도적들을 고문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제일 고통스러운 부위만 엄선하여 하나하나 뼈를 부러뜨리고 있는 것.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저놈 또한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 걸 즐기는 종자가 아니던가?
하물며 지금처럼 마음에 분노가 응어리진 상황에서야 더 말할 게 있을까?
덕분에 이번에 난 귀찮게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성가신 무리들을 가볍게 치워 버릴 수 있었다.
예전에야 어차피 퀘스트 때문에 내가 먼저 욕심을 낸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딱히 주워 먹을 것도 없는 저런 잡졸들 따위, 내겐 영 성가시기만 한 것.
“아아… 대체 어떻게 이런… 어찌 이런 놈들이 자꾸만……!!”
의수를 한 우두머리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만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아주 작정을 하고 전보다 세 배는 더 많은 부하들을 끌고 다녔음에도 이전보다 더욱 참혹하게 당하고 있었으니까.
“부, 분명… 내가 알던 아카데미 생도들은 이런 괴물들이 아니었는데!!”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파르르 뺨을 떨며 악을 썼다.
그리고…….
그런 우두머리를 향해 슈란의 발길질이 날아왔다.
“닥쳐!!”
콰직!
살찐 턱주가리에 정통으로 들어간 슈란의 발길질에 사내가 넉다운됐다.
단 한 방에 나자 빠진 사내는 그대로 거품을 문 채 기절하고 말았다.
척!
슈란은 그런 사내의 가슴팍에 발 하나를 올린 채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니들 잘 걸렸다!! 안 그래도 이번 임무 때문에 기분도 더러웠는데… 아카데미 복귀하기 전에 실컷 스트레스나 풀어야겠다!!”
이내 그녀의 우렁찬 목소리가 펍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하던 도적들의 두 눈이 한층 공포로 물들었다.
그 순간 도적들은 떠올렸다.
아카데미의 무식한 생도들이 지배하던 공포를.
펍 안에 무릎을 꿇고 갇혀 있던 굴욕을…….
어느새 슈란이 다시금 성난 들소마냥 도적들 사이로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퍽, 콱, 퍽, 콰직!
뿌득, 우드드득…….
이내 여기저기서 거친 타격음과 함께 간간이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 살벌한 광경에 이미 펍 안의 손님들은 줄행랑을 친 지 오래.
“크흠, 저번부터 이래저래 죄송합니다…….”
나는 사색이 된 술집 주인을 향해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허나, 표정을 보아하니 썩 위로가 되진 않는 모양이었다.
뭐, 그럴 만도 했다.
손님이 다 도망가 버린 것은 물론 펍 안의 물건까지 죄다 박살이 나고 있었으니까…….
“…….”
나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술집 주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는.
조용히 술값과 수리비가 두둑이 든 은화 주머니를 내밀었다.
“!?”
순간 주머니 안을 확인한 주인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아닙니다, 손님! 얼마든지 더 깨부숴도 좋습니다!! 뭐, 사람이 술 마시다 보면 테이블 몇 개쯤 부수고 개판칠 수도 있는 거죠, 뭘 그런 걸 갖고…….”
단숨에 넉넉해진 주인장의 마음씨에 픽 코웃음을 흘리곤 다시금 테이블로 돌아갔다.
지금 펍 안에 온전한 테이블은 우리 테이블밖에 없었기에…….
나와 세니르는 한동안 그 난장판 속에서 여유롭게 남은 맥주와 음식을 먹었다.
한창 고기를 우물거리던 세니르가 날 향해 툭 내뱉었다.
“고대 유물…….”
“응?”
“고대 유물의 정보는 언제 줄 거야?”
세니르가 포도알 하나를 더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물었다.
“약속 지켜야지?”
“…….”
잠시 멍하니 그녀를 마주하던 나는 조용히 마른침을 삼켰다.
역시 저 녀석은 어물쩍 넘어갈 수가 없는 타입이다.
‘확실히 슈란보다 쟤가 더 무섭다니까…….’
그렇게 속으로 혀를 내두르고 있던 와중.
그녀가 특유의 무심한 어조로 읊조렸다.
“혹시… 거짓말은 아니겠지?”
추궁하듯 물어 오는 그녀의 질문.
나는 어색한 미소를 띤 채 얼른 입을 열었다.
“그, 그럼… 난 절대 거짓말은 안 한다니까…….”
정말 순도 100%의 진심이었다.
단, 거짓말만 안 할 거라는 게 문제긴 하지만.
잠시 날 빤히 바라보던 세니르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덧붙였다.
“참고로 엘프족의 언약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알아줬음 해. 만약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네 후손의 후손까지도 그 의무가 사라지지 않고 이어질 테니까 말이야.”
“…….”
뭐, 여기서 한가하게 자식 낳고 손주까지 보며 살 생각은 없었지만…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 미래를 꿈꾸기엔 미래가 영 암울하기도 했고.
“일단… 내가 다음 휴가를 언제 나갈지 몰라.”
조심스럽게 운을 떼자 그녀가 나를 물끄러미 주시했다.
“그러니 아마 방학까지는 좀 기다려야 할 거야.”
“…….”
“어쩔 수 없어. 고대 유물이 있는 곳이 이곳에서 꽤 멀거든. 좀 휴가를 길게 받거나 방학 기간이 아니고서야 무리가 있다고…….”
나는 세니르의 눈을 똑바로 마주한 채 또박또박 말했다.
어차피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기에 딱히 꿀릴 것도 없었다.
“…….”
잠시 그녀와 내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속내를 탐색하듯, 내 눈동자를 응시하는 세니르와 담담히 이를 마주하던 나.
‘어차피 주도권은 내게 있다. 아쉬운 건 저쪽이니까…….’
그런 생각에 나는 더욱 당당하게 그녀의 시선을 마주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결국 그녀가 수긍한 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짧은 그녀의 답에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여기서 고대 유적지까지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내가 먼저 미리 다녀와 알맹이를 쏙 빼먹을 수 있을 테니까…….
‘좋아, 모든 건 설계대로.’
나는 속으로 은밀히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던 와중, 뒤늦게 다시 세니르와 눈이 마주쳤다.
“…….”
빤히 이쪽을 바라보는 그녀의 집요한 시선에 나도 모르게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크흠, 흠… 여기 맥주 한 잔 더요!!”
왠지 목이 타는 기분에 얼른 맥주 한 잔을 더 주문했다.
“끄악, 끅!! 그만… 그마안…….”
“으허허헝허헝… 누님, 제가 잘못했어요. 살려 주세요…….”
그새 초토화된 펍 안에는 엉망이 된 몰골의 도적들이 여기저기서 곡소리를 냈다.
“이 징그러운 새끼가… 누가 네 누님이야!? 어? 놔!! 안 놔!?”
허나, 여전히 분이 풀리질 않는지 슈란은 제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있던 도적을 들어 냅다 던져 버렸다.
“끄아아악!!”
나는 머리 위로 온몸을 허우적대며 날아가는 도적을 보고는 조용히 맥주를 홀짝였다.
뭐… 복귀 전, 마지막 휴식치곤 나름 나쁘지 않은 분위기였다.
* * *
두그닥, 두그닥.
나를 필두로 슈란과 카엘, 그리고 세니르까지…….
다들 아카데미의 정문을 향해 천천히 말을 움직였다.
-강준식!! 왜 네가 제일 앞서가는 거야? 네가 뭐 대장이라도 되냐!?
분명 그렇게 외쳐도 이상하지 않을 슈란이 웬일로 지금은 묵묵히 내 꽁무니를 따를 뿐이었다.
어제 그리 술을 퍼마시고 도적들과 거하게 푸닥거리를 했음에도 생각보다 차분한 기색이었다.
카엘과 세니르도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조용히 내 뒤를 따랐다.
전체적으로 보면 훌륭히 임무를 완수한 상황이지만…….
다들 상처만 남은 원정길이었다.
물론 나만 빼고.
나야 챙길 거 다 챙기고, 소기의 목적도 전부 달성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온도차가 극명한 우리의 행렬은 어느새 정문에 도달했다.
나는 잠시 아카데미 안을 슬쩍 훑어보았다.
이곳도 왠지 모르게 이전과는 달리 한층 분위기가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뭐지? 무슨 일 있나……?’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고 있던 차.
야외 수업을 하던 생도들이 하나둘 우릴 발견하고는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어? 왔다! 슈란이랑 카엘 조도 돌아왔어!!”
“응? 근데 쟤들 분위기 왜 저래? 설마… 쟤들도 실패한 건가?”
“그런가 보네. 역시… 제일 어려운 임무를 받았다더니…….”
“세상에, 슈란과 카엘이 포함된 조가 실패할 줄이야…….”
“거봐!! 이번 기수는 저주받았다니까? 제길… 재수도 없지. 하필 이런 흉흉한 시기에 아카데미에 들어와서는…….”
이미 실패를 확신한 듯 웅성거리는 생도들의 모습.
아무래도 나를 제외한 조원들이 모두 침울한 분위기라 그런지 오해를 산 모양이었다.
“오오!! 강준식, 자네 조도 돌아왔군!! 어서 오게.”
볼턴 교수가 제일 먼저 날 반겨 주었다.
역시 이곳에서 날 알아주는 건 아실리 총장과 볼턴 교수밖에 없다.
다들 여전히 슈란이니 카엘만 언급하는 와중에도 날 제일 먼저 반겨 주지 않는가?
“강준식 생도, 복귀를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군대식으로 복귀 신고를 하자 볼턴이 잠시 두 눈을 끔뻑이며 날 바라보았다.
그러곤 금세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역시 우리 강준식 생도야. 센스가 아주 기가 막힌다니까!”
역시 이 사람은 무조건 오버를 해야 좋아한다.
볼턴 교수는 이뻐 죽겠다는 듯 날 보며 만면에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물론 그 와중에 내 뒤편의 조원들은 표정이 썩어 가는 느낌이었지만…….
사실 이런 식의 복귀 신고는 3학년 때부터 지켜야 하는 격식이었다.
그때부터 황실에서 부여한 정식 임무에 차출될 수 있기 때문.
허나, 안 해도 될 걸 한다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다.
더군다나 볼턴 교수라면 뭐…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잠시 볼턴 교수와 해후를 나누고 있던 와중.
어느새 아실리 총장이 저편의 단상에서 걸어 내려오는 게 보였다.
은근히 종종걸음 치는 게 사뭇 급해 보이는 발걸음이었다.
바깥의 소란에 뒤늦게 우릴 발견한 모양.
금세 이곳에 당도한 총장이 입가에 진한 미소를 머금었다.
“어서 와요. 다들 수고했어요.”
따뜻하고 상냥한 그녀의 격려에 슈란을 비롯한 조원들이 한층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
잠시 우리 쪽 분위기를 살피던 총장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다들 왜 이렇게 기가 죽어 있어요? 첫 임무였잖아요. 그것도 계획에도 없이 조기 차출된 상황인데… 다들 이렇게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답니다.”
허나, 이전과는 달리 그 미소에선 살짝 씁쓸함도 묻어나왔다.
전체적으로 학내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이라 그런지 그녀도 어쩔 수 없는 모양.
이제 보니 그동안 꽤 마음고생을 했는지 얼굴도 좀 상한 듯했다.
“그럼 일단 약식으로 간단히 임무 보고를 받을게요. 누가 할까요?”
아직 복귀 신고까진 필수가 아니었지만 약식 보고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절차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총장 앞으로 나와 열중 쉬어 자세로 보고를 시작했다.
“생도, 강준식 외 세 명 보고합니다!”
아실리 총장이 입가에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나는 곧장 거침없이 보고를 시작했다.
“황립 아카데미에서 명받은 러데 산맥의 탐사 임무 중 헬하운드로 추정되는 몬스터 수십 마리를 발견! 한 마리도 남김없이 모두 박멸하였습니다!! 이후 계속된 임무 수행 중 의문의 의식을 치르는 수상한 장소를 발견! 이를 완벽히 저지하고 궤멸에 성공했으며 전원 무사히 복귀했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
아실리 총장은 물론 이를 지켜보던 생도들이 두 눈을 부릅떴다.
확실히 다들 예상치 못한 성과였던 모양.
잠시 정적이 흐르고.
나는 우두커니 서 있던 총장을 향해 나직이 덧붙였다.
“자세한 사항은 정식 보고 때 마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보고 끝.”
여전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총장에겐 얼른 반응이 오질 않았다.
‘됐다…….’
한편 짧고 굵게 보고를 마친 내 입가엔 옅은 미소가 걸렸다.
여기저기 술렁이던 사람들을 배경으로, 마침내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떠올랐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