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Under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크흠, 큼!! 생도들, 본 교관의 시범을 잘 봤습니까!?”
에드윈 교수가 얼른 헛기침을 하며 생도들의 주위를 환기시켰다.
이내 술렁이기 시작하던 생도들의 분위기가 다시금 바짝 조여들었다.
어쨌든 대황립 아카데미의 마법학 교수가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생도들의 입장에서 함부로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게다가 저들의 점수를 부여할 강력한 권한까지 지니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네, 잘 봤습니다!!”
우렁찬 생도들의 대답에 조금은 마음이 풀린 듯 에드윈 교수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좋습니다. 그럼 교관의 마법 시연을 보고 느낀 바를 말해 보도록 하죠.”
이내 번쩍 손을 든 생도 하나가 기세 좋게 입을 열었다.
“마법은 구현화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며 일단 캐스팅이 끝나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는 건… 마법사가 있다면 무조건 마법사를 제1 타깃으로 삼고 캐스팅이 끝나기 전에 공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죠. 백번 옳은 말입니다.”
교수의 칭찬에 발표를 한 생도의 표정이 환해졌다.
허나, 곧 이어진 교수의 말에 금세 다시 얼굴을 붉혀야만 했다.
“하지만 상당히 교과서적인 대답이군요. 그 정도는 마법사도 알고, 마법사를 상대하는 적들도 알고 있으며 또 적이 그러한 취약점을 알고 있다는 걸 마법사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한데… 과연 마법사가 그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 정도도 해 두지 않을까요?”
“…….”
“마법사는 일반 기사들보다 더 좋은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큰 움직임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 일정 부분 기동력을 포기하는 대신 방어력을 극도로 높이는 것이지요.”
뒷짐을 진 채 생도들 사이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에드윈 교수.
그가 열정적으로 강의를 이어 나갔다.
“더하여 마법사는 실드 마법을 통해 제 몸에 보호막을 씌우는 경우도 흔합니다. 물론 마법사의 능력에 따라 실드 마법의 수준차가 있긴 하다만… 통상적으로 실드 하나를 뚫으려면 최소 5분 이상 쉼 없이 타격을 가해야 겨우 파훼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보통 마법사 하나에 최소 다섯 명 이상의 경호 병력이 따라붙게 되지요. 그만큼 희귀하고 중요한 자원이기에 이중, 삼중으로 보호를 받는 것입니다.”
“…….”
“상황이 이러하니 보통 마법사 하나를 잡기 위해선 방어 측 병력의 몇 배나 되는 병력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이쯤 되면 마법사가 전쟁에서 얼마나 큰 비대칭 전력인지 알겠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런 전력 손실을 감수하지 않고도 적의 마법사와 그 방어 병력을 궤멸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지요. 혹시 짐작하는 생도가 있습니까?”
나는 조용히 한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금세 주변 생도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아무래도 마법에 한해서만큼은 내가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강준식 생도… 말해 보시죠.”
미간을 살짝 찡그리던 에드윈 교수가 얼른 표정 관리를 하곤 엄숙하게 말했다.
나는 빙긋 웃으며 나지막한 어조로 답했다.
“같은 마법사로 상대하는 겁니다.”
“네, 맞습니다. 역시 황립 아카데미의 마법 신성답군요…….”
“감사합니다.”
“강준식 생도의 말대로입니다. 흔치 않지만 양측 전력에 모두 마법사가 포함된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역시 마법사는 무척 귀한 전력이기에 매번 적의 마법사를 마법사로 상대할 수는 없는 법.”
어느덧 두 눈을 끔뻑이며 집중하던 생도들.
에드윈 교수가 그들을 향해 한 차례 씨익 웃어 보였다.
“하지만 너무 염려치 않아도 좋습니다. 이에 대한 차선책이 있으니까. 그건 바로…….”
교수가 막 품을 뒤적이기 시작할 때 내가 얼른 손을 들고 말했다.
“마법 스크롤입니다!”
“…….”
순간 멈칫한 에드윈 교수가 다시금 못마땅한 눈길로 날 흘겨보았다.
“아, 죄송합니다. 아는 게 나와서 흥분한 나머지 그만…….”
“크흠, 흠… 그래요. 아는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대답해야죠. 잘했습니다… 정답입니다…….”
이내 로브 안에서 스크롤 다발을 꺼낸 에드윈 교수가 그것을 내보이며 소리쳤다.
“이건 마법 스크롤이란 것입니다! 복잡한 마법의 발동형 술식을 담아 마법사가 아닌 일반인들도 마법을 쓸 수 있도록 해 주는 아티팩트지요. 대신 이 또한 무척 비싸고 희귀하며 스크롤에 담긴 마법의 수준에 따라 유동적으로 마나석까지 소비됩니다.”
“…….”
“그렇다고는 해도 선천적인 마법 재능과 오랜 수련 기간이 필요한 마법사와 달리, 일반인들도 손쉽게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매력적인 방법입니다. 지금부터 여기 모인 생도들에게 이 스크롤을 통해 마법을 시연해 보는 기회를 주도록 하겠습니다!”
“오오, 대애박……!!”
“크으, 재밌겠다. 이건 무조건 해야지~!”
이내 흥분한 생도들이 여기저기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허나, 이어진 교수의 말에 대부분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참고로 이건 황실에서 교육 목적으로 우리 아카데미에 지원해 준 스크롤입니다. 워낙 비싼 자재라 많은 생도가 기회를 갖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성적순으로 총 다섯 명까지만 시연 기회를 주도록 하겠습니다.”
“아씨! 또 성적순이야…….”
“뭐야, 잔뜩 기대했는데 진짜 너무하잖아.”
“하아, 일류만 대우받는 이 더러운 세상…….”
금세 생도들 사이에서 불만 어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심지어 내 옆에 있던 생도 하나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따지듯 물었다.
“교수님! 기회는 공정해야지 왜 생도들끼리 이런 차별을 받아야 하는 겁니까!? 이러면 생도들 간에 수준 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이내 그 생도를 힐끗 일견한 에드윈 교수가 빙긋 미소를 흘렸다.
“공정? 잘 들으세요. 보다 노력한 생도가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는 게 공정입니다. 이 또한 우수한 생도들이 스스로 쟁취한 기회라고 볼 수 있지요. 안 그렇습니까? 억울하면 노력해서 그들을 뛰어넘어야지요.”
“아니! 날 때부터 재능이 있거나 집안이 좋은 생도들을 대체 어찌 노력만으로 이길 수 있겠습니까?”
이의를 제기한 생도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교수와 설전을 벌였다.
사실 억울할 법도 한 게, 그는 평소에도 무척 성실하고 우수한 생도 중 하나였다.
다만 워낙 뛰어난 생도들이 많아 최상위권에는 아슬아슬하게 들지 못할 수준에 걸쳐 있었다.
그래서인지 더욱 이를 악물고 항의하는 모습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마법 스크롤을 사용하는 이런 귀중한 경험 하나하나가 추후에 급박한 전투 시 큰 차이를 만드는 법이었기에…….
그걸 잘 알아서 그런지 쉽게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었다.
재능은 좀 떨어져도 악바리 같은 생도 중 하나였으니까.
허나, 되돌아온 교수의 대답은 한없이 차갑기만 했다.
“흐음, 생도의 타고난 재능이나 그 뒷배도 다 본인의 능력입니다. 세상만사 운만큼 중요한 게 없는데… 왜 정작 훈련에서 운이란 주요 요소를 배제하려 하는 거지요?”
“…….”
순간 할 말을 잃은 생도가 반쯤 입을 벌린 채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교수의 말에 꽤 큰 충격을 받은 모양.
“자, 그럼 현재 5위까지의 성적에 해당하는 생도들을 호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내 나를 필두로 슈란, 카엘, 세니르가 차례로 호명되었다.
이번 임무 수행으로 대번에 엄청난 점수를 획득한 덕이었다.
워낙에 리스크가 크고 갑작스럽게 진행된 임무였던 만큼 총장의 재량으로 특별히 큰 점수를 받을 수 있던 것.
덕분에 이제 우리 조원들은 어지간해선 남은 학기 동안 다른 생도들에게 추월당할 염려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으으, 부럽다.”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진작 강준식한테 붙을걸…….”
“아서라, 저기 멤버들 수준 안 보이냐? 어차피 그들만의 리그라니까…….”
호명 받은 생도들이 앞으로 나가는 동안, 다들 질시 어린 눈길로 이를 지켜보았다.
그 와중에 세니르는 역시나 수업에 들어오지 않아 제외되었고, 최상위권이었던 루안은 자퇴 처리가 되어 한 자리가 비게 되었다.
결국 바로 그 뒤의 성적을 마크한 생도들이 차례로 불려 나왔다.
“흐흐… 이게 웬 떡이냐!?”
세니르와 루안이 빠지면서 운 좋게 막차를 탄 생도들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허나, 막상 슈란이나 카엘은 딱히 좋아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카엘은 요즘 내 특훈 때문에 수업에 들어오기도 전에 늘 지친 모습이었고, 슈란은 여전히 저기압에 이미 가문 내에서 스크롤을 써 본 경험도 있을 터였다.
그 와중에 교수에게 이의를 제기했던 생도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잘근 깨물고 있었다.
어찌나 분한지 입매에서 피가 새어 나올 정도였다.
“응?”
그때였다.
에드윈 교수를 비롯한 생도들이 날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정작 1위였던 내가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에.
“강준식 생도, 제가 호명하지 않았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근데 왜 아직도 그러고 있지요?”
“전 제 스크롤 시연권을 포기하겠습니다.”
“……!?”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는지 다들 의아한 기색이었다.
나는 조용히 이어 말했다.
“대신 제 옆의 생도에게 양도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순간 교수를 비롯한 생도들이 무척 놀란 눈으로 날 빤히 바라보았다.
물론 그중에서도 제일 놀란 건 바로 내게 지명을 받은 그 생도였다.
이내 녀석이 당황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강… 준식?”
허나, 나는 담담히 교수를 주시할 뿐.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내 에드윈 교수가 두 눈을 한층 가늘게 떴다.
“정말입니까? 정녕 생도의 권한을 다른 이에게 온전히 넘기겠단 겁니까?”
재차 묻는 그의 질문.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
잠시 주변에 묘한 정적이 흘렀다.
“와, 진짜 이걸 포기한다고!? 성자냐?”
“대에박…….”
“허, 강준식 저 새끼. 다시 봤네…….”
어느덧 날 향한 생도들의 질시 어린 눈길은 경탄과 존경을 담은 시선으로 변모해 있었다.
평생에 단 한 번 만져 보기도 힘든 마법 스크롤이 아닌가?
누가 봐도 이를 포기한다는 건 무척 큰 결단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겐 아니지…….’
어차피 마법 스크롤이야 이미 물리도록 써 본 터.
게다가 요령껏 스크롤을 잘 찢어야 하는 일반적인 사용법과는 다르게, 나야 시스템 창으로 너무도 간단하게 스크롤을 사용할 수 있었기에 굳이 이딴 훈련 따위 해 볼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안 해도 될 귀찮은 짓거릴 다른 생도에게 떠넘기고는 착한 생도 코스프레까지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일단 내 성장도 어느 정도 궤도권에 올랐고, 이번 학기에 운 좋게 1등도 찍어 봤겠다… 이젠 주변 평판 관리를 할 여유까지 생긴 것.
“크으, 솔직히 이건 인정해야지. 강준식 저 새끼, 인성 좋네.”
“와, 쟨 처음엔 진짜 이상했는데… 갈수록 호감이구만.”
다들 진심으로 감탄했는지 생도들이 두 눈을 빛내며 날 빤히 바라보았다.
‘좋아, 좀 더 찬양하라고. 솔직히 니들이 봐도 멋있잖아.’
나는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한편 나를 주시하던 에드윈 교수가 픽 코웃음을 흘렸다.
“흐음, 내 교수 생활을 7년 넘게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로군…….”
재미있다는 듯 한 손으로 턱을 쓸던 에드윈 교수.
이내 그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좋습니다. 원칙적으론 불가하지만 1등을 한 생도가 특별히 제 권한까지 포기해 가며 부탁한 일이니 이번 한 번만 들어주도록 하지요. 어쨌든 다른 생도에게 호의를 베풀 수 있는 것 또한 우수 생도의 특권이니까요.”
나는 옆에서 멍하니 날 바라보던 생도를 힐끔 일견했다.
“들었지?”
“으응……?”
“얼른 나가 보라고. 귀한 기회니까 내 몫까지 제대로 해라~”
“…….”
“뭐해? 나 맘 바뀐다?”
“아, 알겠어…….”
뒤늦게 정신을 차린 녀석이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거절은 안 하는 걸 보니 정말 간절하기는 한 모양.
“…….”
이내 걸음을 옮기려던 녀석이 잠시 자리에 멈칫했다.
그러곤 날 힐끔 보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강준식… 고, 고마워… 잊지 않을게…….”
나는 꽤 감동한 기색의 녀석을 향해 한 손을 휘휘 내저어 보였다.
“됐어, 그런 건 잊어도 되니까 지금의 그 분한 마음이나 잊지 마.”
그러곤 입술을 꾹 다문 녀석을 향해 가볍게 미소를 머금었다.
“열심히 해서 다음 학기엔 우리처럼 타고난 재능이나 뒷배만 믿고 까부는 적폐들 제껴 봐야지. 안 그래?”
“…….”
녀석은 아무 말도 못한 채 흔들리는 눈으로 날 멍하니 바라보았다.
‘크으, 방금 대사는 내가 생각해도 존나 쿨했던 것 같은데…….’
흡족한 마음을 숨긴 채 녀석을 향해 얼른 나가라며 태연히 손짓했다.
이내 녀석이 얼른 내게 묵례를 하곤 앞으로 종종걸음쳤다.
“…….”
한편 앞에 나가 있던 슈란은 그런 날 무척 불편한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그리고.
“아니, 쟤가 그럼 우린 뭐가 되냐…….”
슈란뿐만 아니라 앞에 나간 다른 생도들 역시 꽤 머쓱한 얼굴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싱글벙글하며 의기양양하던 기색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은근히 원망 어린 눈길로 날 쏘아보았다.
물론 난 티끌만큼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보다 더욱 많은 생도가 경탄 어린 눈길로 날 힐끔거리고 있지 않은가?
원래 잘났는데 인성까지 좋으면 더욱 빛나 보이는 법…….
나는 온몸으로 그 시선을 충분히 즐겼다.
한편 에드윈 교수는 스크롤의 시연을 시작할 채비를 했다.
그때였다.
“저도 포기하겠습니다.”
“……?”
선언하듯 내뱉는 익숙한 목소리.
다시금 생도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을 향했다.
저벅, 저벅.
어느덧 두어 걸음 앞으로 나온 슈란이 스크롤을 바닥에 툭 내던지고는 조용히 자리로 돌아갔다.
“…….”
그렇게 슈란이 자리로 돌아가는 동안…….
교수는 물론 생도들까지 벙찐 표정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허나, 슈란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태연히 제자리로 가 앉았다.
입술을 굳게 다문 게 꽤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나는 조용히 이마를 짚고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거, 또 지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