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Under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크큭, 좋아!! 어디 그 기백만큼 실력도 따라 주나 볼까!?”
피터 스톤이 억센 철퇴를 돌리며 루안을 향해 짓쳐 들어왔다.
그 비대한 몸집에서 나오는 것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서운 속도였다.
마치 산사태가 덮쳐 오는 듯한 위세!
오히려 뒤편에서 이를 지켜보던 메트니의 병사들이 움찔할 정도였다.
허나, 정작 이를 맞이하던 루안은 미동도 없이 그에게 시선을 고정할 뿐이었다.
부웅!
피터 스톤의 철퇴가 정확히 루안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허나, 루안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가볍게 몸을 옆으로 틀며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이를 회피해 냈다.
쾅!
철퇴가 바닥을 내리치며 부서진 돌조각과 흙먼지가 사방으로 튀었다.
아무래도 철퇴는 그 무시무시한 위력만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동작이 크고 빈틈이 많다.
반면 루안의 회피 동작은 당장 교본에 넣어도 될 정도로 군더더기가 없었다.
덕분에 회피를 성공하자마자 반격의 틈이 여기저기 훤히 보였다.
루안은 망설임 없이 피터 스톤의 허리춤에 검을 찔러 넣었다.
팅!
“!?”
순간 루안이 두 눈을 부릅떴다.
인간을 찔렀을 때 절대 날 수 없는 쇳소리가 울렸기에…….
게다가 정말 철판이라도 찌른 듯 단단한 감촉은 생경하기 짝이 없었다.
“멍청한 것.”
부웅!
히죽, 조소를 흘린 피터 스톤이 다시금 바닥에 박힌 철퇴를 사선으로 올려 쳤다.
가까스로 백스텝을 밟으며 이를 피해 낸 루안이 이를 악물었다.
그러곤 다시금 힘껏 검을 휘둘렀다.
이번엔 목이었다.
백이면 백, 목이 베이면 죽는다.
오랜 경험에 의한 필살(必殺)의 검로였다.
깡!
허나, 놀랍게도 역시 결과는 같았다.
검을 튕겨 내는 둔중한 감각에 루안의 미간이 꿈틀했다.
처음 허리춤을 쳤을 땐 당연히 안쪽에 방어구라도 덧입고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하지만 조금 전 일격으로 확실해졌다.
지금 상대하는 적은 제 무기로 죽일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심지어 마나가 없어 미약한 검기조차 활용하지 못하는 루안으로선 승부의 가망이 영영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도, 도망가라고! 저 녀석… 괴물이야……!!”
잠시 멍하니 이를 지켜보던 병사 하나가 뒤늦게 힘껏 소리쳤다.
처음 피터 스톤과 맞부딪쳤을 때 1선에 있던 병사 중 하나였다.
비록 그는 운 좋게 살아나왔지만…….
그 와중에도 똑똑히 목격했던 바였다.
사방에서 에워싼 채 마구 찌르고 휘두르는 병사들의 무수한 검격에도 끄떡없이 버티며 철퇴를 휘두르던, 놈의 괴물 같은 모습을…….
시야가 가린 탓에 뒤편에 있던 병사들은 이를 못 봤지만…….
그 공포는 금세 전염되었다.
결국 단 한 명에 의해 군세가 완전히 밀리고 만 것.
“제길…….”
루안이 이를 뿌득 갈고는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허나, 피터 스톤은 놓칠세라 멧돼지마냥 무서운 기세로 루안을 향해 쇄도했다.
붕붕!
연신 허공을 가르는 철퇴의 정신없는 공격에 루안이 한층 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허나, 이전처럼 그사이 반격을 할 시도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차피 일반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어쩌지? 대체 어떻게 해야…….’
그 와중에도 냉정을 지키던 루안의 머릿속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허나,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묘수가 보이질 않았다.
분명 어지간한 상대는 검만 들고도 이길 자신이 있었지만…….
이런 규격 외의 존재에겐 마나를 활용한 전투가 필수였다.
잘근.
지그시 아랫입술을 베어 물던 루안이 결국 분통을 터뜨렸다.
“제길… 제기랄!!”
영영 마나를 쓸 수 없게 됐다는 것.
그 절망적인 사실을 처음으로 확실히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와중에 그것 없이도 타고난 감각과 몸에 배어 있던 검술 실력만으로도 전장에서 날뛸 수 있었지만…….
이젠 그 한계가 명확히 보였다.
그 순간 루안은 깨달았다.
‘여기가 내 무덤이구나…….’
이미 마나를 쓰지 못하게 된 순간부터 이러한 최후를 예감하고 있었다.
이제는 명백해진 자신의 한계.
언젠가는 그 절망적인 벽 앞에 무릎을 꿇고 마지막 숨을 거두리란 것을…….
점차 루안의 호흡이 흐트러지고, 스텝이 꼬였다.
평상심을 잃은 후부턴 그나마 발휘하던 기민한 움직임도 슬슬 둔해지기 시작한 것.
그 순간!
피터 스톤이 빈틈을 놓치지 않고 번개같이 루안의 멱살을 잡아챘다.
“……!?”
뒤늦게 정신을 차린 루안이 두 눈을 부릅뜨기가 무섭게.
그의 몸이 바닥에 처박혔다.
쾅!
이내 루안의 손을 떠난 검이 마찰음과 함께 저 멀리 튕겨 나갔다.
피터 스톤은 주저 없이 한 번 더 루안을 바닥에 패대기쳤다.
콰쾅!
그러곤 다시금 천천히 그의 멱살을 들어 올렸다.
투기를 잃고 축 늘어진 루안의 몸이 힘없이 딸려 올라왔다.
흙먼지와 상처로 엉망이 된 루안의 몰골은 애처롭기 짝이 없었다.
“크큭… 쥐새끼 같은 놈. 드디어 잡았군…….”
피터 스톤은 제 손에 꼼짝없이 잡힌 루안의 모습을 보곤 히쭉 웃어 보였다.
“힘들게 얻은 별미니 천천히 음미해 주마…….”
쿵!
이내 철퇴를 바닥에 내던진 그가 주먹을 쥐었다.
쉽게 죽이지 않겠다는 것.
퍽!
그의 무식한 주먹이 루안의 복부를 가격했다.
“끄으읍…….”
순간 루안이 두 눈을 부릅뜬 채 얄따란 신음을 흘렸다.
단 한 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오장육부가 어지러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벌써 그런 귀여운 표정을 지으면 어쩌나? 이제 시작인데 말이야…….”
쫙!
이내 솥뚜껑 같은 피터 스톤의 손바닥이 루안의 뺨을 휘갈겼다.
그대로 코피가 터지며 고개가 꺾인 루안.
피터 스톤은 넝마가 된 루안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쿵, 쿵! 쿵!!
그 무식한 힘에 금세 루안의 몸이 바닥에 튕겨져 나갔다.
이내 피터 스톤이 저 멀리 쓰러져 있던 루안을 향해 재차 걸음을 옮겼다.
“저, 저러다… 맞아 죽겠어요!!”
이를 지켜보던 병사 중 하나가 황급히 소리쳤다.
허나, 다들 이를 부득 갈면서도 차마 발걸음은 떼지 못하고 있었다.
저들 역시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결국 이를 지켜보던 지휘관이 결단을 내렸다.
“궁수 전원 일보 앞으로……!!”
저벅저벅.
지휘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궁수들이 반사적으로 합을 맞춰 앞으로 나왔다.
“발사 준비!”
스윽.
일제히 화살을 매긴 궁수들이 피터 스톤을 똑바로 겨냥했다.
다들 오랜 시간 훈련을 받은 궁수들이다 보니 적장을 겨냥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것도 저토록 몸집이 큰 표적이라면 말할 것도 없는 일.
다만… 검도 들어가지 않는 상대에게 화살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뿐.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저 이쪽의 의미 없는 희생을 지양하면서도 어떻게든 놈의 움직임이라도 제한하고자 하는 의중이었다.
“발사!!”
슈우욱!
쐐애애액!!
수십의 화살이 피터 스톤을 향해 쇄도했다.
이내 그의 장대한 몸에 성난 화살 세례가 쏟아졌다.
팅팅팅팅!
허나, 결과는 예상과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그의 몸에 닿은 화살이 단 하나도 빠짐없이 튕겨져 나갔기에.
“으하하하하!! 간지럽구나!!”
심지어 광소를 터뜨리던 피터 스톤은 농락이라도 하듯 두 팔을 활짝 벌려 보이기까지 했다.
“얼마든지 더 재롱을 떨어 보거라! 어차피 저 아이 다음은 너희 차례니 말이…….”
스팟!
그때였다.
또 다른 화살 하나가 그의 팔뚝에 부딪히고는 튕겨 나갔다.
이전의 수많은 화살과 다름없는 결과.
하지만.
놀랍게도 화살이 타격했던 피터 스톤의 팔뚝에선 검붉은 핏물이 배어 나왔다.
“……?”
피터 스톤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제 팔뚝을 바라보았다.
분명 티끌만 한 상처였지만… 분명히 상처가 난 팔에선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뭐지? 이 몸은 날붙이 따위론 결코 해할 수 없는 몸인…….”
츠팟!
순간 또 다른 화살이 그의 가슴팍에 튕겨 나갔다.
“이, 이 무슨…….”
피터 스톤이 홱 미간을 구겼다.
이번에도 역시 화살이 튕겨 나간 자리엔 따끔한 통증과 함께 핏물이 배어 나왔기에.
“이것들이… 대체 무슨 수작을!!”
이내 피터 스톤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비록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절대 해할 수 없는 자신의 몸에 상처가 났다는 것에 뜨거운 분노가 들끓었다.
“나와라! 어떤 놈이더냐!!”
궁수들을 향해 한 차례 노호성을 내지른 피터 스톤.
이내 그가 철퇴를 쥐곤 그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헉!! 오, 온다……!!”
“우… 우린 모르는 일이라고!!”
당황하여 뒷걸음질 치던 궁수들.
이내 그들이 자리에 멈칫했다.
무섭게 내달려오던 피터 스톤이 거짓말처럼 자리에 우뚝 멈춰 섰기에.
그리고…….
그런 그의 두꺼운 목에서 핏물이 번져 나오기 시작했다.
“커헉, 큭…….”
한 손으로 제 목을 감싸쥔 그가 서둘러 뒤를 돌아보았다.
허나, 뒤편엔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분명 목 뒤쪽에 화살이 튕겨 나가는 감각을 느꼈는데 말이었다.
“쥐… 쥐새끼 같은 놈!! 어떤 놈이냐! 당장 나오거라!!”
분을 이기지 못해 철퇴를 쥔 손을 파르르 떨던 그가 노호성을 내질렀다.
허나, 그 어디에도 적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
잠시 그 불안한 정적을 뚫고…….
밑에서 누군가의 낯선 음성이 울렸다.
“쯧쯧, 순두부 같은 놈이 센 척은…….”
“!?”
순간 두 눈을 부릅뜬 피터 스톤이 황급히 몸을 피했다.
허나,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은 아슬아슬하게 그의 음낭(陰囊)을 강타했다.
“끄아아아아악!!”
피터 스톤의 새된 고함이 전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야말로 순도 백 프로의 찐 비명이었다.
“얼레? 빗나갔네……? 그러게 어설프게 왜 피해. 원래 비껴 맞으면 더 아픈 거 몰라?”
츠츠츠츳.
어느덧 피터 스톤의 그림자 밑에서 빠져나온 강준식이 실소를 흘렸다.
그 모습을 본 메트니의 병사들이 저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금 막, 기묘한 가면을 쓴 의문의 사내가 그림자에서 튀어나왔기에…….
강준식은 제 가면을 더듬고는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좋아, 바로 오늘이 화살 살인마의 데뷔전이로군.’
* * *
나는 바닥에 엎드린 채 파르르 떨고 있던 거구를 심드렁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정확히 밑에서 그림자의 성흔을 쏴 머리까지 관통하려 했는데…….
놈이 덩치에 맞지 않게 기민한 몸놀림으로 이를 피해 버렸다.
“끄으으……. 이 빌어먹을 자식… 뼈째 씹어 먹어 주마!!”
어느덧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 놈이 날 향해 고래고래 소리쳤다.
벌겋게 충혈된 눈과 온몸에 핏줄이 돋아난 모습 탓인지 더욱 화가 나 보였다.
그 기괴한 모습에 혀를 차며 실소를 흘렸다.
“쯧쯧, 나름 명성도 있는 놈이… 고작 좀 세지고 싶다고 영혼을 팔아?”
“……!?”
순간 놈이 두 눈을 부릅떴다.
놈이 흑마법의 특수 사술(邪術)을 받았다는 걸 대번에 알아챈 게 놀라운 모양.
“뭐, 그래 봐야 순두부는 순두부지.”
나는 다시금 놈을 향해 화살을 겨냥했다.
그러자 이를 으득 문 놈이 곧장 내게 달려왔다.
“두 번은 안 당한다!!”
쿵쿵쿵쿵!
나는 멧돼지마냥 돌진해 오는 놈을 보고는 픽 코웃음을 흘렸다.
“뭐래. 너 벌써 세 번 당했어, 인마.”
피잉!
이내 놈이 내 화살을 가볍게 피해 냈다.
역시 덩치치고는 꽤 날렵한 놈이었다.
“두 번은 안 당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비겁하게 숨어서 공격을 하니 당한 것뿐이…….”
놈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어느새 교묘히 궤도를 틀은 화살이 놈의 옆구리를 강타했기에.
“크헙…….”
허나, 놈은 이를 악물고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무, 무슨… 더러운 수를 쓰는지는 몰라도… 반드시 잡고야 말겠다!!”
이번에 놓치면 더욱 힘들어진다고 판단했는지 오히려 더욱 피치를 올리는 형국이었다.
가까이 붙기만 한다면 확실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모양.
어느덧 지척까지 다가온 놈이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철퇴를 내리꽂았다.
쐐애애액!
“미안하지만…….”
츠츠츠츳.
어느새 내 신형이 다시금 그림자로 스며들었다.
“!?”
그리고.
어느새 놈의 뒤편에 다시 나타난 나는 주저 없이 화살을 쏘아 날렸다.
“나는 잡히는 게 소원인 사람이야.”
깡!
순간 놈이 자리에 멈칫했다.
내 화살이 놈의 뒤통수를 정통으로 가격했기에.
이내 놈의 뒤통수에서 샘솟듯 핏물이 흘러나왔다.
잠시 후 놈이 뻣뻣이 고개를 돌려 충혈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거, 징그러운 새끼네.’
설마 이래도 안 죽을 줄은 몰랐다.
특수 사술로 개조된 몸의 내구성이 상상 이상인 것…….
“네, 네 이놈… 이 빌어먹을 새끼가!!”
잔뜩 흥분한 놈이 내게 노호성을 내지르던 순간.
까강!
놈이 뒤편에서 또 다른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을 향했다.
“말… 했지…….”
어느덧 검을 쥔 루안이 엉망이 된 몰골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네가 죽든… 내가 죽든… 이 자리에서 반드시 하나는 죽는다고…….”
“…….”
잠시 멍한 눈길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
이내 나도 모르게 짧은 신음을 흘렸다.
녀석의 그 눈빛에 이미 이성이라곤 한 줌도 남아 있지 않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