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Under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츠츳, 츠츳, 츠츠츠츳.
나는 그림자를 통해 거침없이 미궁의 벽을 통과하며 더욱 깊숙이 진입했다.
사실 네 개의 입구부터는 어딜 들어가도 구불구불한 미로였지만…….
어차피 내겐 의미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몇 개의 벽을 통과하자 무척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바닥에는 수없는 유골들이 무수히 흩뿌려져 있었다.
쿵!
내가 그 공간에 들어서자 하나밖에 없는 입구가 닫혀 버렸다.
사실상 함정이나 다름없는 공간이었다.
플레이어를 유린하는 미궁의 트랩 요소 중 하나.
물론 이 역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어차피 난 제 발로 이곳에 들어선 것이니까.
“뭐하냐? 기상! 그만 자빠져 자고 싸게싸게들 일어나라고!!”
말을 하기가 무섭게.
바닥에 있던 뼈들이 하나로 합쳐지며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뻐근한 어깨를 휘휘 돌리며 간단히 몸을 풀었다.
“좋아, 오랜만에 벌크업 좀 해 볼까?”
뚜둑, 뚜둑.
놈들이 열심히 뼈다귀를 끼워 맞추는 동안, 나 또한 열심히 내 손의 뼈다귀를 한 차례 풀어 주었다.
어느새 완전히 제 형상을 갖춘 스켈레톤들이 시퍼런 안광을 빛내며 날 향해 진한 살기를 흘렸다.
나는 그런 놈들을 향해 조용히 한 손을 까닥였다.
“드루와.”
참고로 뼈다귀는 칼슘, 마그네슘, 칼륨, 철분 등이 풍부히 함유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내게 제일 필요한 영양소… 바로 경험치가 알차게 꽉꽉 들어차 있었다.
기이이익.
빠르게 원태를 꺼내 시위에 화살을 건 나는 가차 없이 활을 쏘았다.
쐐애애애액!
콰작!
[‘미궁 스켈레톤’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2,280EXP’를 획득했습니다!]순식간에 화살에 맞은 해골이 박살 나 버렸다.
“오우, F…….”
활을 쏜 나조차도 놀랄 정도의 반발력이었다.
화살촉에 맺힌 송곳 같은 물이 생각보다 살상력이 강했던 것.
끼기기기긱.
그 와중에 고개를 돌려 부서진 동료를 확인하던 스켈레톤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워낙 순식간의 일이라 꽤 벙찐 듯했다.
“크으, 쥑이는구만…….”
어느덧 부서진 해골의 안쪽에서 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원태의 수 속성 공격이 제대로 작렬한 것.
그동안 계속 화살에 그림자를 부여해서 몰랐는데…….
실상 원태 자체의 살상력도 무시 못할 수준이었다.
하긴, 무한으로 속성 공격이 되는 무기가 어디 흔한가?
‘일단 첫 발은 가볍게 그림자 없이 개시해 주고…….’
시험 삼아 첫 발을 노말하게 시작한 나는 곧장 다음 화살을 걸었다.
뒤늦게 다시 고개를 돌려날 바라보는 스켈레톤들.
나는 그런 녀석들을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한 뚝배기 하실레예?”
-……!?
쐐애애애액!
퍽! 콰드드드득.
다음은 그림자를 섞은 화살이었다.
어김없이 화살에 맞은 스켈레톤이 그 충격에 균형을 잃고 뒤로 고꾸라졌다.
콰장창!
그 덕에 바닥에 뒤통수를 부딪치며 꽝꽝 언 골통이 그대로 산산조각 났다.
[‘미궁 스켈레톤’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2,280EXP’를 획득했습니다!]“봤냐? 이게 조선의 뚝배기다.”
본래 FPS 게임을 할 때도 유독 헤드 샷에 집착했던 나였다.
심지어 제일 유행하던 AOS 게임을 할 때도 도끼로 뚝배기를 깨는 캐릭터를 즐겨 했다.
연달아 뚝배기를 깰 때의 쾌감은 그 어떤 캐릭터도 줄 수 없는 진한 카타르시스를 주곤 했으니까.
뭐, 사실 스켈레톤의 구조상 활로 상대하려면 뚝배기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기도 했다.
달각, 달각, 달그락!!
위기감을 느꼈는지 뒤늦게 정신을 차린 스켈레톤들이 일시에 병장기를 치켜든 채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그런 놈들을 무심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다음 건.
기이이이익.
어느덧 다음 화살을 시위에 건 나는 깊게 심호흡을 하며 집중했다.
이내 화살 속으로 스며든 진득한 그림자가 검은 아지랑이를 피워 올렸다.
‘좋아, 강준식. 떠올려, 그 감각을…….’
브란토테리움 라이더를 저격했을 때의 그 감각.
그것을 최대한 떠올리려 애쓰며 화살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츠츠츠츠츳.
연신 그림자를 압축해 화살에 꾹꾹 구겨 넣던 나는 일순 임계점에 달한 걸 느꼈다.
순간 두 눈을 부릅뜬 나는 몰려드는 스켈레톤을 향해 얼른 시위를 놓았다.
“지금이다!!”
쐐애애애액!
어느덧 가속도를 받은 화살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이내 그것이 활짝 날개를 펴며 시커먼 환영을 일으켰다.
우우웅… 파앗!!
-……!?
순간 우르르 달려들던 스켈레톤들이 일시에 움찔했다.
물론 이전에 내가 쏜 두 발의 속성 화살도 범상치 않았지만…….
이번 건 정말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담겨 있음을 저들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리라.
“다 쓸어버려!!”
점점 더 강렬한 기운을 흩뿌리던 화살의 앞에…….
일순 매서운 안광을 내뿜는 환영(幻影)이 점멸했다.
마치 까마귀의 눈과 부리를 연상시키듯 무척 음산하고 소름 끼치는, 시커먼 환영.
순간 돌진해 오던 스켈레톤들은 공포에 뼈가 굳은 듯 자리에서 꼼짝도 못했다.
심지어 달달달 뼈다귀를 떨던 녀석들도 있었다.
척!
나는 그런 놈들을 향해 번쩍 치켜든 엄지손가락을 내려 보였다.
마치 대전 액션 게임에서 필살기(必殺技)를 쓰고 난 후의 캐릭터마냥 유치한 피니쉬 모션을 날린 것.
그 순간!
대뜸 거대한 까마귀의 환영이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응?”
당황한 내가 흠칫하던 찰나.
어느덧 쪼그라든 까마귀의 환영이 스켈레톤들의 머리 위로 유유히 날아가 버렸다.
-까악, 까악…….
나는 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그 모습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뿐만 아니라 잔뜩 굳어 있던 스켈레톤들도 저마다 고개를 돌려 뒤편으로 날아가는 그것에 멍하니 시선을 두었다.
탁!
어느덧 그 부실한 환영마저 사라져 버린 화살이 그대로 미궁의 벽 위에 꽂혔다.
“…….”
이번에 자리에 꼼짝없이 굳은 건 내 쪽이었다.
뒤늦게 허탈감과 홧홧한 쪽팔림이 동시에 올라왔다.
‘미친… 저게 뭐고?”
원래 완전 멋진 대형 까마귀였는데…….
왜 갑자기 조루마냥 저렇게 뒷심이 빠져 버렸는지 모를 일이었다.
달각, 달각, 달그락!!
이내 스켈레톤들이 저마다 제 갈비뼈를 잡은 채 달그락거리기 시작했다.
“…….”
하다 하다 몬스터들한테까지 비웃음을 당하니… 그야말로 수치심이 두 배였다.
그리고…….
개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스켈레톤이 천천히 한 팔을 뻗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서, 설마…….”
순간 얼굴이 창백해진 날 향해…….
녀석은 끝끝내 우려하던 그 동작을 선보이고 말았다.
기기기기긱.
보란 듯이 엄지손가락을 밑으로 내려 보인 것!
“…….”
결국 비웃음을 넘어 역 도발까지 당해 버렸다.
나는 깊은 내상을 입고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래서 선 도발은 몹시 위험했다.
먼저 도발을 했다가 역으로 당하면 쪽팔림은 두 배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
달그락, 달그락!
이내 사기가 오른 스켈레톤들이 우두머리를 시작으로 다시금 내게 돌진했다.
나는 미동도 않고 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그런 놈들을 똑바로 주시했다.
“이것들이… 감히 날 도발해?”
나, 강준식…….
지는 건 참아도 도발당하는 건 못 참는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내가 먼저 한 거지만…….
나는 해도 적들은 하면 안 되는 법.
달그닥!
순간 제일 먼저 내게 당도한 스켈레톤이 손도끼를 치켜든 채 번쩍 뛰어올랐다.
나는 얼른 원태를 양손으로 쥔 채 이를 막아 냈다.
콰직!
이내 두 개의 손도끼가 그대로 활대를 찍어 버렸다.
그 순간… 왠지 놈이 웃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무로 만든 활대 따위가 천적이나 다름없는 도끼를 제대로 막아 낼 리 없으니까.
하지만.
녀석이 간과한 게 있었다.
이건 나무가 아니라 일각수의 뿔로 만든 활대라는 걸…….
물론 나무도 조금 함유되어 있긴 했지만…….
그것조차 보통의 나무가 아니라 무려 세계수였다.
그딴 낡아 빠진 손도끼 따위론 흠도 낼 수 없었다.
-!?
순간 놀란 녀석이 잠시 굳어 있던 찰나.
나는 주저 없이 원태에 그림자를 흘려 넣었다.
콰드드드드득.
이내 손도끼와 함께 놈의 손이 통째로 얼어붙었다.
그리고.
당황한 녀석을 향해 긴 활대의 한쪽을 힘껏 치켜올렸다.
콰직! 콰드드득.
이내 활대에 얻어맞은 해골의 뺨이 얼어붙으며 스켈레톤이 휘청였다.
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연계 동작으로 팔꿈치를 놈의 복부에 가격했다.
파각!
갈비뼈가 박살 난 녀석이 그대로 균형을 잃고 부서졌다.
나도 이제 스탯이 만만치 않았기에 스켈레톤쯤은 맨몸으로도 부술 힘이 나왔다.
[‘미궁 스켈레톤’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2,280EXP’를 획득했습니다!]순식간에 스켈레톤 하나를 해치운 나는 얼른 상체를 숙였다.
뒤이어 들어오던 두 녀석이 곧장 날 향해 녹슨 칼을 휘둘렀기에.
붕!
가볍게 검의 궤적을 피한 나는 얼른 원태를 야구 배트 잡듯 고쳐 쥐었다.
그러곤 그대로 풀 스윙으로 휘둘러 버렸다.
콰자자자작!
이내 얼어붙은 놈들의 발목이 작살나며 지지대를 잃은 상체가 동시에 쓰러졌다.
[‘미궁 스켈레톤’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2,280EXP’를 획득했습니다!] [‘미궁 스켈레톤’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2,280EXP’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눈앞에 뜨는 반가운 메시지와 함께 일순 몸에 더욱 큰 에너지가 감도는 걸 느꼈다.
허나, 미처 좋아하고 있을 새도 없었다.
어느덧 내 머리 위로 커다란 할버드가 맹렬한 기세로 떨어지고 있었기에…….
나는 황급히 바닥을 구르며 그것의 궤적을 피해 냈다.
깡!
바닥에 부딪힌 할버드가 그 반발력으로 튕겨 나가던 찰나.
나는 곧장 놈의 안쪽으로 파고들어 해골을 붙들었다.
츠츠츠츠츳.
그리고.
손등에서 흘러나온 시커먼 기운이 놈의 해골을 휘감는가 싶더니…….
콰자자자작!
스켈레톤의 골통이 흔적도 없이 파쇄되었다.
이것이 바로 암(暗) 속성의 무서운 점.
그 어떠한 물질도 무화시켜 버리는 극강의 속성이었다.
이내 머리를 잃은 해골의 몸뚱이가 기우뚱 앞으로 쓰러지며 작살이 나 버렸다.
[‘미궁 스켈레톤’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2,280EXP’를 획득했습니다!]순간 우르르 몰려들던 스켈레톤들이 다시금 자리에 멈칫했다.
순식간에 네놈을 뚝딱 해치워 버린 내 무력에 적잖이 당황한 모양.
아마 내가 멀리서 활이나 당길 줄 아는 전형적인 활잽이로 여긴 듯했다.
하지만 실상 충분히 올려 둔 레벨과 아실리 총장에게 꾸준히 배운 1:1 지도로 근접전 역시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갖춘 지 오래였다.
그리고…….
어차피 이곳에 온 목적도 경험치 추수와 더불어 종합적인 내 전투 능력을 알아보고자 함이었다.
한마디로 애초에 놈들은 내 스파링 파트너이자 샌드백일 뿐이라는 것.
이내 옷을 툭툭 털며 일어난 내가 그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러자 놈들이 저마다 흠칫했다.
보통 전투는 흐름의 싸움이었다.
늘 기세와 사기를 뺏어 온 쪽에게 도발의 권한이 주어지는 법.
그런 고로…….
여기선 다시 한번 도발이 들어가야 할 때다.
‘이건 못 참지…….’
스윽.
나는 주저 없이 스켈레톤들을 향해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곤 주저 없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드루와, 2라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