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Under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캬우웅!”
포식자 특유의 날카로운 포효와 함께 리즐이 몬스터를 덮쳤다.
이미 좀 상대를 해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녀는 꽤 익숙하게 어보미네이션의 목줄기를 물어뜯었다.
-그워어어어!
어보미네이션이 성가신 상대를 잡기 위해 파리를 잡듯 손바닥을 내리쳤다.
허나, 리즐은 이미 날렵하게 자리를 피해 버린 지 오래.
결국 애꿎은 제 가슴을 치게 된 놈이 혼자 고꾸라지며 비명을 내질렀다.
-크으으으어!!
그렇게 쓰러진 놈을 향해 다시금 리즐이 뛰어들었다.
요리조리 치고 빠지며 기민하게 날뛰는 리즐의 움직임.
이에 어보미네이션들은 거의 농락을 당하다시피 했다.
허나, 그래 봐야 놈들의 시선을 끌며 잠시 붙잡아 두는 수준…….
그마저도 수인 남매만 가능한 일이었다.
무기를 모두 잃은 용병들은 그저 소리나 내지르며 최대한 놈들의 이목을 끄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었으니까.
-쿠워어!!
기민한 리즐의 움직임에 꽤 화가 났는지 다른 어보미네이션 하나가 쿵쿵거리며 달려왔다.
그러곤 리즐을 향해 곧장 둔기를 휘둘렀다.
그 밑에 그녀에게 물어뜯기고 있던 다른 어보미네이션도 있었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
설마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리즐이 뒤늦게 바짝 털을 곤두세웠다.
그 순간.
다른 몬스터들을 상대하던 윌터가 황급히 그쪽으로 대시를 했다.
그러곤 지체 없이 몸통 박치기를 시도했다.
“크릉!”
퍽!
묵직한 피지컬을 지닌 어보미네이션이었지만 윌터의 폭발력에 금세 나가떨어졌다.
“캬오우웅!”
리즐이 얼른 고마움을 표하곤 다시금 전투에 돌입했다.
어쨌든 그녀도 뒤를 맡길 수 있는 든든한 우군이 있었기에 안심하고 전투에 집중할 수 있었다.
허나, 점점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다.
어보미네이션뿐 아니라 감염된 병사들도 수인 남매를 향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했기에.
“크릉… 크르릉!!”
여기저기서 수인 남매의 성난 포효가 울려 퍼졌다.
서로 뒤를 맡긴 형태로 전투를 치르던 두 사람은 꽤 필사적이었다.
여기서 둘마저 밀려난다면 자칫 용병들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
용병들이 놈들을 유인하며 이리저리 도망가는 것도 사람의 체력으론 한계가 있었다.
“위… 윌터! 힘내라고!!”
“허억, 허억… 비, 빌어먹을… 저것들은 지치지도 않나!?”
“다, 다들 뭐라도 해 봐! 우리도 도와야 해!!”
“우와아아악!! 이쪽이다, 이쪽이라고, 이 망할 놈들아~!!”
윌터와 리즐 덕에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던 용병들은 몬스터들을 향해 한껏 고함을 내질렀다.
허나, 이미 흥분하여 수인 남매에게 온통 어그로가 끌려 있던 놈들은 그쪽으론 일견도 하지 않았다.
설사 용병들 쪽으로 어그로가 끌린다고 해도 문제였다.
당장 무기도 없고 체력도 떨어진 그들로선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캬아오우우웅!”
결국 어보미네이션에게 뒷덜미를 붙들린 리즐이 마구 버둥거리며 저항했다.
“크르릉!!”
윌터도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 그녀를 도우려 했지만 그 또한 이미 온통 적들에게 둘러싸인 상태.
이내 어보미네이션이 리즐을 쥔 손아귀에 한층 힘을 주었다.
“키야아오!!”
급격히 조여 오는 압박감에 리즐이 비명을 내지르며 고개를 꺾었다.
그 순간.
일순 몬스터들의 머리 위로 빗살 같은 그림자가 졌다.
-그워어……?
이내 리즐을 움켜쥔 어보미네이션이 멍청히 위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창공을 수놓은 시커먼 화살 다발.
그것이 몬스터들을 향해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
-끄워어어어!
-그우어어!!
-그어어엉……!!
수십의 화살비가 몬스터들을 휩쓸었다.
정확하게 몬스터들만 꿰뚫는 신묘한 움직임.
이에 용병들은 물론 윌터와 리즐도 잠시 넋을 잃고 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쩌어어어억.
콰드드드드득!
순식간에 그 자세 그대로 얼음 동상이 되어 버린 몬스터들.
심지어 리즐을 쥐고 있던 어보미네이션만 얼어붙지 않고 관통상을 입었다.
수십의 화살 중 리즐까지 고려해 세심하게 마이크로 컨트롤을 한 것.
툭.
결국 순간적으로 리즐을 쥔 손을 놓치고 만 어보미네이션.
그 덕에 그녀가 잽싸게 손아귀에서 빠져나와서는 가볍게 착지했다.
-그워, 그워어어어……!!
가까스로 붙잡은 먹잇감을 놓친 게 분했는지 놈이 다시금 거칠게 포효를 했다.
허나, 그 포효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런 놈의 얼굴 위로 연이어 화살이 날아들었기에.
투두두두두!
쉴 새 없는 화살 공격에 벌집이 된 거대한 머리통.
그것이 사방에 푸른 피를 내뿜었다.
푸슈웃!
잠시 부르르 떨며 자리에 서 있던 어보미네이션.
이윽고 놈의 거대한 몸뚱이가 바닥에 기우뚱 쓰러졌다.
쿠웅!
그것으로 끝이었다.
순식간에 모든 상황이 정리된 모습.
“…….”
용병들은 여전히 두 눈을 끔뻑이며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멍하니 시선을 두었다.
“대… 대체 이게 무슨?”
“혹시… 그 소년이?”
생각보다 더 무지막지한 위력에 다들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허나, 윌터만큼은 백 프로 확신하고 있었다.
그가 알기로 저토록 신기에 가까운 활 실력을 보이는 건 오직 강준식뿐이었으니까.
‘강준식, 너 이 녀석…….’
수인 형태로 변하며 오감이 월등히 향상된 윌터.
어느새 그가 저편의 창공에 물끄러미 시선을 두었다.
점처럼 자그마한 형체가 날개를 펄럭이며 빠르게 이쪽으로 날아오던 모습을…….
‘그새 또 성장했구나…….’
어느새 윌터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수인이 할 수 있는 한, 세상에서 제일 뿌듯한 표정이었다.
* * *
“형 왔다!”
저마다 고개를 꺾은 채 날 주시하던 용병들.
나는 얼음 동상이 되어 버린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윌터를 향해 한껏 소리쳤다.
이내 윌터가 손톱이 돋아난 주먹을 꾹 쥐고는 창공을 향해 한 손을 치켜들었다.
“아오오오우우우~!!”
사기가 바짝 올랐는지 양껏 하울링을 하는 놈의 모습에 옆에 있던 리즐도 폴짝폴짝 뛰며 화답했다.
“캬웅! 캬오웅!!”
‘신났네, 신났어…….’
한껏 텐션이 오른 귀여운 수인 남매를 보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 와중에 슈란도 꽤 기분이 좋은지 우렁차게 포효를 했다.
-이히히히히힝!!
그러곤 자랑이라도 하듯 황금빛 날개를 마구 펄럭였다.
비행 모드의 슈란은 프테라노돈을 상회하는 속도를 자랑했다.
게다가 오랫동안 함께해 온 녀석이라 그런지 승차감과 안정감은 그 이상이었다.
-그오어어어…….
그 와중에 얼어 버린 몬스터들이 하나둘 이를 깨고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일반적인 몬스터라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아무래도 하나같이 흑마법으로 빚어진 괴물들이다 보니 역시 만만치는 않았다.
그래도 아직 냉기가 채 가시질 않아서 그런지 움직임은 많이 둔화되었다.
“깨, 깨어났다! 놈들이 다시 나왔어!!”
“그르릉…….”
내 등장에 잠시 환호에 젖어 있던 용병들과 수인 남매가 다시금 바짝 긴장한 채 전투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럼 갑니다!”
나는 뒤편에 동승하던 하던 이를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쐐애애애액!
이내 슈란이 물총새처럼 지상을 향해 빠르게 낙하했다.
한편 몬스터들과 대치하던 용병들이 이에 반응하며 얼른 다시 고개를 들었다.
“어? 저건…….”
“뒤… 뒤에 봐!!”
그제야 내 뒤에 다른 이가 있다는 걸 확인한 용병들이 저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로서는 꽤 익숙한 실루엣이었으니까.
“다… 단장님!?”
파앗!
슈란이 지면에 다다르며 저공비행을 하던 순간.
용병왕이 슈란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그리고.
빠르게 출수한 그의 검이 빛처럼 번뜩이기 시작했다.
순간 그의 부근에 있던 몬스터 몇 마리가 순식간에 도륙이 났다.
“와우…….”
그 경이로운 광경에 나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물론 이미 내 화살에 반쯤 그로기 상태가 된 놈들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단 한 번의 검격만으로 이룬 일이라기엔 쉬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
그것도 내가 즉석에서 만들어 준 저 싸구려 검을 들고서 말이었다.
역시 좋은 목수는 연장을 가리지 않는다는 걸 여실히 보여 주는 광경.
“단장님… 단장님이다!! 단장님이 돌아왔어!!”
한편 용병왕의 귀환에 용병들이 저마다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구심점이 아닌가?
덕분에 그동안 침체되어 있던 용병단의 분위기가 대번에 역전되었다.
다행히 늦기 전에 발사했던 내 원거리 지원에 힘입어 몬스터들의 기세가 이미 한 차례 꺾였고…….
또 이렇게 전장에 용병왕이 뛰어들며 한층 아군의 기세를 돋웠다.
그 덕에 핀치에 몰려 있던 윌터와 리즐도 다시 기운을 차리고 재차 전투에 돌입했다.
‘좋아, 이 재밌는 판에 내가 빠질 수 없지…….’
[‘돌풍의 호리병’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N]나는 몬스터들이 뭉쳐 있던 곳을 향해 호리병을 투척했다.
랜덤 박스에서 얻었던 소모성 아이템.
쿠오오오오!
순간 멍청히 서 있던 몬스터들이 갑자기 생성된 돌풍에 휩쓸려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세니르가 썼던 바람 속성의 마법과 비슷한 효과였다.
“뭐, 뭐야 저건…!?”
“갑자기 웬 돌풍이…….”
“서, 설마… 저것도 저 소년이?”
용병왕에 온통 쏠려 있던 용병들의 시선이 다시금 이쪽을 향했다.
거의 자연재해와도 같은 기현상에 용병들이 저마다 입을 떡 벌렸다.
나 역시 손 차양을 한 채 꽤 만족스러운 얼굴로 이를 주시했다.
“호오, 장관이구만…….”
저 육중한 살덩이들이 허공에서 허우적대는 꼴을 보니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허나, 저 돌풍은 그저 놈들을 한데 모아 발을 묶어 두는 용도에 불과했다.
진짜 끝장을 내려면 여기서 제대로 결정타가 들어가야 할 터.
“그럼… 오랜만에 전기 샤워 함 갈까?”
[‘마법 스크롤 (체인 라이트닝)’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N)] [‘마나석’ 70개를 사용합니다.]-이히히힝히히힝!!
어느새 내 뜻을 읽은 슈란이 거칠게 포효를 하며 전방의 돌풍을 향해 벼락같이 돌진했다.
나는 이곳의 남은 잔당들을 싹 쓸어버릴 생각으로 바짝 그 기운을 끌어 올렸다.
한 손엔 성흔, 한 손엔 전류를 한껏 머금은 채로.
* * *
테네브리아 측 잔당의 정리가 모두 끝나고.
대충 상황이 종료되자 용병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용병왕을 향해 우르르 몰려왔다.
“다… 단장님!!”
“단장님… 역시 살아계셨군요…….”
뒤늦게 당도한 험프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동안 단장 대신 용병단의 자리를 지키며 적잖이 부담이 됐던 모양.
“험프리, 자넨 그새 더 늙은 것 같구만.”
“이게 다 단장님 때문입니다. 제가 이 나이에 이렇게 고생을 해야겠습니까?”
“하하, 미안하네. 나도 일이 이렇게까지 될 거라곤 미처 예상치 못했군…….”
잠시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짓던 게일.
이윽고 용병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그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윌터, 리즐. 너희도 고생 많았다.”
어느새 인간 형태로 돌아온 윌터가 굳은 얼굴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옆에 있던 리즐도 함께 머리를 조아렸다.
아무래도 두 사람은 그의 양자이자 제일 혹독하게 가르침을 받아 온 상황이라 그런지 한층 엄숙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이윽고.
어느덧 용병왕의 시선이 날 향했다.
“강준식이라고 했나? 무엇보다 자네에게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군…….”
이내 주변에 있던 이들이 거의 동시에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잠시 위축되어 있던 윌터와 리즐도 금세 두 눈을 빛내며 날 응시했다.
“만약 자네가 없었다면 정말로 크게 위험해졌을지도 모르겠어. 물론 우리 용병단을 믿기는 했지만…….”
잠시 주변에 정적이 흘렀다.
다들 그 말에 동감하는 듯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 은근한 적막을 깨고.
마침내 내가 입을 열었다.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층 단호한 어조로 읊조렸다.
“근데 사실… 윌터에게도 말했지만 무료 봉사는 아니었습니다.”
“……?”
이내 주변의 이들이 하나둘 의아한 눈으로 날 주시했다.
뿐만 아니라 용병왕 또한 꽤 흥미로운 눈길로 날 바라보았다.
“그래… 자네는 우리에게 무얼 원하나?”
“그냥 기억해 주십시오.”
“……?”
뜬금없는 내 말에 다들 더욱 의문이 짙어진 기색이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한층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이 빚을… 잊지 말고 기억해 달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