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Under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그… 그만…….”
하도 얻어터져 엉망이 된 몰골의 모론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허나, 나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런 놈의 멱살을 한층 강하게 쥐어 올렸다.
“무고한 사람들 납치해서 생체 실험이나 하던 놈들이… 뭐? 고작 이거 좀 맞았다고 아프다고?”
“그, 그건… 위에서 지시한 사항… 이라 어쩔 수 없…….”
“그래? 뭐, 그렇다면 좀 이해가 가네. 사실 지금 내가 널 패는 것도 내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니거든.”
이내 모론의 얼굴에 금세 화색이 돌았다.
“그… 그렇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나도 원치 않는 일이었…….”
뻐걱!
나는 그런 놈의 안면에 다시금 거침없이 죽빵을 꽂았다.
“컥!”
이내 퉁퉁 부은 입술마저 터져 버린 놈이 몹시 억울한 어조로 소리쳤다.
“대…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게냐!! 너도 이해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미안… 사실 이것도 내가 원하던 일이 아니야.”
“뭐… 라고?”
나는 그런 놈을 향해 주먹을 쥔 손을 내보였다.
“나도 때리기 싫은데… 자꾸 이놈이 시켜서 어쩔 수가 없네.”
“…….”
순간 할 말을 잃은 듯 멍하니 이를 바라보던 모론을 향해.
나는 조용히 성흔의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성흔에서 시커먼 아지랑이가 진득하게 피어올랐다.
“이 왼손의 흑염룡이… 멋대로 날뛰면 나도 제어할 수가 없다고……. 다 이놈이 시키는 거야.”
우우우웅.
어느덧 녀석은 반쯤 입을 벌린 채 이를 멀거니 지켜보았다.
그간 이 성흔의 위력을 충분히 절감한 녀석이 본능적인 공포에 사로잡힌 것.
나는 한쪽 눈가를 꿈틀거리며 짐짓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그러니까… 더는 이놈의 분노를 자극하지 말고 말해! 만약 여기서 이놈이 더 화를 낸다면… 나도 더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대… 대체 무슨 말을 하란 게냐!!?”
한창 흑염룡에 자아가 잠식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연기를 하던 나는.
금세 표정을 싹 바꾸고는 한층 서늘한 어조로 내뱉었다.
“네놈들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대체 뭘 위해서?”
“…….”
순간 모론의 동공이 커졌다.
나는 그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대답을 재촉했다.
“말해, 이 새끼야!”
순간 어깨를 움찔하던 놈의 동공이 더욱 격하게 떨렸다.
이미 그림자를 통해 녀석의 몸에 있던 수상한 것들은 모두 무력화시킨 뒤였다.
자살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어딘가로 위급 신호를 보낼 아티팩트도 없다.
그동안 다른 이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아무렇지 않게 생체 실험이나 자행하던 놈이지만 정작 본인은 제대로 한번 맞아 본 적도 없을 터.
그래서인지 모든 길이 막혀 버린 녀석은 잠시 갈등하다가는 금세 체념해 버렸다.
여기서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는 흠씬 더 얻어맞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
“그건… 부조리한 세계의 질서를 뒤집고… 우리 테네브리아의 주도로 세계의 질서를 새로 만들 원대한 계획을……!!”
“야, 헛소리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말해! 대체 생체 실험은 왜 하는 거냐? 네놈들이 흑마법에 그리 집착하는 이유가 뭐냔 말이야?”
나는 놈을 한층 거세게 압박하며 대답을 재촉했다.
이건 내게도 무척 중요한 문제였기에.
본래 테네브리아는 이렇게 극단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집단이 아니었다.
그저 각 왕국과 영지의 이해관계 속에서, 이를 적절히 이용해 뒤에서 자신들의 몫을 챙기는 흑막 수준의 이익 단체에 불과했다.
이렇게 은밀하게 대규모 생체 실험을 하고, 기이한 생체 병기를 만드는 수준의 미친놈들은 결코 아니었다.
그 말인즉슨…….
내가 엔딩을 변경하여 도래할 미래의 재앙은 결국 이놈들에게서 비롯될 확률이 무척 높은 것.
‘내가 멋대로 엔딩을 바꿔 버렸으니… 일을 벌이기에 가장 적합한 놈들이 개연성 보정을 받아 그 경로를 틀은 거겠지.’
나는 한층 싸늘한 눈길로 놈을 쏘아보았다.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놈들이 잔혹한 생체 실험을 하고, 흑마법을 점차 발전시키며 연구하고 있는 것도 내가 했던 행동의 나비 효과일 수 있다는 뜻일 터.
그런 생각이 들자 한층 마음이 서늘해졌다.
결자해지(結者解之).
결국 이 일은 내가 매듭지어야만 했다.
스윽.
놈이 꾸물거리자 나는 지체 없이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위협을 가했다.
순간 움찔한 녀석이 얼른 다시금 입을 열었다.
“무… 무적의 대규모 군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그 어떤 이들도 막을 수 없는… 최강의 군대를 만들어 이 비루한 세계를 통일하…….”
뻐걱!
내 거침없는 타격에 또 한 번 놈의 고개가 뒤로 꺾였다.
이젠 나도 레벨이 꽤 올라서 그런지 힘 조절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내 겨우 정신을 차린 녀석이 악을 쓰며 소리쳤다.
“마… 말했는데 왜 때리냐!!”
“미안, 얘가 자꾸 멋대로 움직인다니까…….”
내가 파르르 떨리던 왼손을 꼭 붙든 채 중얼거리자.
모론이 애써 분을 억누르듯 어금니를 꽉 깨물곤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그런 놈을 향해 심드렁하게 내뱉었다.
“내 흑염룡이 말하길, 좀 더 빨리 실토하지 않으면 혀가 잘 굴러가도록 이렇게 한 번씩 적절히 기름칠을 해 줄 거라는데?”
“…….”
“어? 야, 이거 또 나간다! 빨리 말해. 얘 분노 조절 장애라서 나도 더는 억제가 안 된다고……!!”
내가 잔뜩 호들갑을 떨자 움찔한 모론.
이내 녀석이 울먹이며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과연… 흑염룡의 효과는 굉장했다.
* * *
휘이잉.
모론의 육체가 검은 먼지가 되어 사방에 흩날렸다.
오랫동안 흑마법의 영향을 받은 탓에 숨이 끊어지면 육체도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
나는 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잠시 이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모론’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557,200EXP’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얻을 걸 다 얻어 낸 나는 미련 없이 놈을 보내 주었다.
놈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마냥 고급 정보를 탈탈 털어 준 것도 모자라 막대한 경험치까지 퍼 주고 갔다.
그래도 마지막엔 소원대로 대번에 심장을 꿰뚫어 주었다.
물론 그 전에 이미 죽기 직전까지 흠씬 얻어터지긴 했지만…….
어쨌든 테네브리아에 관련한 이들은 단 한 놈도 남겨 둘 생각이 없었다.
놈에게 들은 정보를 종합하니 더더욱 그러한 생각이 굳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내가 이 일을 매듭지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에.
나는 마지막에 거의 실성한 사람마냥 중얼거리던 놈의 모습을 떠올렸다.
[우린…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비록 네놈이 운 좋게 우리의 대업을 몇 차례 방해하긴 했지만… 이미 우린 대업의 완성에 꽤 가까워져 있다… 흐흐… 그땐 네놈도 지옥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느끼게 될 거야…….]이미 테네브리아의 음모에 몇 번이나 태클을 걸고, 사신의 절반에 해당하는 놈들을 홀로 처치해 버린 기염을 토한 상황.
그동안의 내 성장도 경이적인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허나, 모론이 남긴 말이 사실이라면 더욱 고삐를 쥐어야만 할 듯했다.
그 말인즉슨 좀비 사태의 발발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일 테니까.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찰나.
또 다른 메시지가 눈앞에 아로새겨졌다.
[축하합니다! 레벨 50에 도달해 그림자의 성흔 5단계가 해금됩니다.] [축하합니다! 특수 스킬, ‘맵 에디터’ 가 해금됩니다.]“응……?”
연이어 뜨는 축하 메시지에 나도 모르게 반색을 했다.
드디어 성흔의 개방이 5단계에 이른 것!
게다가 특수 스킬까지 하나 더 오픈되었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얼른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
[그림자의 성흔, Lv 5 (히든)]어둠의 정령왕, 아르카네의 정수가 담긴 성흔.
그림자를 통해 음(陰)의 기운을 충전할 수 있으며 충전량에 따라 모든 기운을 소모할 때까지 무형의 기운을 방출할 수 있다.
또한 충전한 기운을 활용해 일정 범위 내의 그림자에 스며들 수 있다.
(+ 충전 가능량과 충전 속도가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 지정한 대상과 함께 그림자에 스며들 수 있습니다.)
(+ 원하는 위치에 그림자를 생성할 수 있으며 생성된 그림자를 일정 시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 원하는 상대에게 그림자를 부착할 수 있습니다. 부착된 그림자는 시전자에게 주변의 시야와 소리를 공유하며 시전자는 거리의 제약 없이 언제든 부착된 그림자를 통해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
(+ 잠시 주변을 그림자로 뒤덮고는 일정 범위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야를 가립니다. 칠흑 상태는 30초간 지속되며 그사이 범위 내의 어디로든 공간의 제약 없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참고: 본 스킬은 충전형 스킬이며 방출한 기운은 시전자의 의지로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맵 에디터]GP를 소모하여 일정 범위 내의 지형을 제한적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조정한 지역은 영구적인 효과를 받습니다.
“와, 죽이네…….”
잠시 새로이 얻게 된 스킬의 내용을 감상하던 나는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5단계의 성흔은 다시 봐도 사기급에 가까운 스킬을 포함하고 있었다.
주변을 온통 그림자로 뒤덮어 적들의 시야를 완전히 제한하는 것은 물론 그 와중에 난 어디든 이동할 수 있게 되는 것.
말하자면 적에겐 크나큰 디메리트를, 내겐 강력한 어드밴티지를 불러일으키는 스킬.
게다가 거의 자연재해와도 같은 스킬의 효과를 생각하면 상대에게 막대한 공포를 심어 주는 심리적인 효과도 있었다.
맵 에디터는 말 그대로였다.
게임의 지형을 내 입맛에 맞게 변경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구성의 스킬!
‘그래, 제작자라면 진작 이런 걸 줬어야지.’
뭐, 이미 그림자의 성흔 덕에 지형의 제약은 많이 벗어난 상황이지만…….
그래도 스킬이야 당연히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게 나았다.
분명 응용하여 써먹을 일이 있을 터.
GP를 소모한다는 게 조금 아쉽긴 했지만…….
어차피 이미 GP는 남아돌게 된 지 오래였기에 딱히 문제 될 것도 없었다.
“이만하면 나쁘지 않지…….”
간부급 캐릭터를 둘이나 작살내고, 그들의 계획에도 확실하게 제동을 걸어 버렸다.
덕분에 꽤 레벨도 올리고 유용한 스킬까지 획득했으니… 여기까지만 해도 나로선 아쉬울 것이 조금도 없는 방학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지.”
나는 주먹을 움켜쥐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카데미로 돌아가기 전까지.
남은 시간 최대한 더 레벨을 올려 두어야만 했다.
이제 내 목표는 고작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거나 좋은 성적을 내는 것 따위가 아닌, 이 세계관 최악의 집단을 완전히 분쇄해 버리는 것이니까.
* * *
탁!
끝을 깎아 만든 조악한 나무 화살이 삐뚤빼뚤하게 그린 표적에 맞았다.
허나, 아쉽게도 표적의 중앙에선 꽤 벗어난 지점이었다.
“칫…….”
에릭은 분한 표정으로 화살통에서 다른 화살을 꺼내어 곧장 사위에 걸었다.
그러곤 무척 집중한 눈빛으로 한동안 표적을 쏘아보았다.
휘이이익, 탁!
이내 또 한 번 화살이 나무에 걸려 있던 표적에 박혔다.
허나, 이번에도 중앙에선 꽤 많이 벗어난 지점이었다.
“에릭, 이 바보야. 왜 이렇게 못 맞춰!”
이를 지켜보던 또래 아이가 놀리듯 말했다.
부근에서 목검을 휘두르던 또 다른 아이가 거들었다.
“바보, 그럴 거면 나처럼 검을 쓰라고! 활은 멋대가리도 없고 맞추기도 힘들잖아.”
계속되는 또래 아이들의 놀림에도 에릭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무시한 채 보란 듯이 다음 화살을 걸었다.
“바보 같은 건 너희들이야. 아카데미에서 강준식 형이 제일 센 거 몰라? 니들… 그 형이 무슨 무기 쓰는지 알지?”
에릭이 입을 비죽이곤 한층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어느덧 에릭의 표정이 무척 진지해졌다.
“나도 할 수 있어. 강준식 형처럼… 세상에서 제일 활을 잘 쏘는 사람이 될 거라고…….”
핑!
쐐애애액!
순간 화살이 맹렬한 파공성을 내뿜었다.
이전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기세.
콰자자자작!
이내 정확히 표적의 중앙에 박힌 화살.
허나, 화살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나무를 마구 파헤치며 분쇄해 버렸다.
우직, 우지끈. 쾅!
결국 화살의 강맹한 위력에 허리가 꺾인 나무가 그대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잠시 입을 떡 벌린 채 이를 멍하니 지켜보던 아이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에… 에릭?”
“진짜로… 네가 한 거야?”
허나, 정작 당사자도 매우 놀란 듯 두 눈을 끔뻑이며 쓰러진 나무를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그 순간.
어디선가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안녕, 에릭? 오랜만이야.”
“……!?”
이내 에릭의 두 눈이 함지박만 하게 커졌다.
에릭이 아는 한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내가 저편에서 빙긋 미소를 띤 채 모습을 드러냈기에.
“강준식 형!”
어느덧 에릭의 목소리에 절로 흥분이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