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Under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고오오오오.
던전 안에 몸을 들이자 무척 넓은 공동(空洞)이 우릴 맞아 주었다.
실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장대한 석실이었다.
“오오… 진짜였잖아!? 아카데미 뒷산에 이런 비밀 공간이 있다니…….”
윌터가 잔뜩 흥분한 기색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편 나를 물끄러미 응시하던 세니르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어쩐지… 넌 이 세상의 비밀을 낱낱이 알고 있는 것 같네…….”
의미심장한 눈빛.
잠시 할 말을 잃은 나는 그 시선을 피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냥 우연히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거지, 뭐…….”
“그렇다기엔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는 것 같아.”
“…….”
그녀의 집요한 시선에 분위기가 묘해지던 찰나.
다행히도 윌터가 적절히 끊어 주었다.
“자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1초라도 빨리 내 새 애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 말씀이야~”
꽤 몸이 달은 듯 의욕이 넘쳐 보이는 윌터.
카엘과 세니르가 녀석을 못마땅하다는 듯 바라보았지만.
물론 녀석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자, 어디냐? 이번엔 또 어디로 가면 돼!? 어디라도 좋으니 가자고, 어서……!!”
“안 가도 돼.”
“응?”
짧은 내 답에 의아한 눈길로 날 바라보는 세 사람.
나는 그런 세 사람을 향해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가 안 가도 저쪽에서 올 거거든.”
“……?”
의미심장한 내 말에 다들 한층 의혹이 어린 눈길로 날 빤히 바라보았다.
쿠구궁.
그 순간.
공동에 가벼운 진동이 일었다.
[플레이어의 전력을 탐지 중입니다.] [시련의 던전. 입장 인원: 총 ‘4’명] [적절한 난이도를 산출합니다.]이내 내 눈에만 보이는 메시지가 연이어 지나갔다.
“뭐… 뭐야!? 갑자기 또 왜 이래?”
그 와중에 윌터는 사뭇 긴장한 얼굴로 흔들리는 지면 위에서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카엘과 세니르 역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직감한 듯 저마다 무기를 꺼내며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전력 측정을 완료했습니다.] [적정 난이도: 헬(Hell)]눈앞에 뜬 메시지에 나는 입꼬리에 옅은 호선을 그렸다.
뭐,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가장 하드한 난이도가 걸려 버렸다.
일단 내가 이 시점에서 워낙 말도 안 되는 성장을 이뤄 냈기에 이 난이도 산출에는 내 지분이 클 터였다.
나 하나만 해도 충분히 헬 난이도를 받을 수 있는 상황.
그 와중에 내 개입으로 인해 다른 캐릭터들의 성장세 역시 무척 가팔랐기에 어찌 보면 헬 난이도가 걸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츠츠츠츳.
그 순간.
사방에 몬스터 수십 마리가 소환되었다.
몸체에 붉은빛을 띤 슬라임.
특이하게도 중앙의 커다란 아가리에는 빽빽한 이빨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외형만으로도 결코 평범한 슬라임은 아니었다.
[‘전지자의 눈’이 활성화됩니다.] [붉은 아귀 슬라임, 폭주하는 포식귀]매우 무식하고 포악한 슬라임입니다.
주변의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뭐든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는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슬라임답지 않게 그 속도 또한 매우 빠른 편입니다.
특히 위액을 통해 먹이를 녹여서 소화하는 보통의 슬라임들과는 달리 날카로운 이빨로 먹이를 산산이 찢어 버리는 난폭한 성정을 지니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 요망!
전지자의 눈을 통해 몬스터의 정보를 확인한 나는 조용히 인벤토리에서 원태를 꺼내 들었다.
다른 녀석들 역시 눈치 빠르게 이미 전투태세를 갖춘 뒤였다.
이곳은 탐사형 던전이 아니라 도전형 던전이었다.
계속해서 단계적으로 강한 몬스터가 나타나며 그 성과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되는 방식.
그리고.
내가 노리는 템페스트 버스터는 오직 헬 모드의 난이도에서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호오, 저쪽에서 온다는 게 이런 의미였구만. 흐흐…….”
어느새 건틀렛을 장착한 채 팡팡 주먹을 마주치던 윌터가 입가에 씨익 미소를 머금었다.
“거, 좋네. 귀찮게 빨빨거리며 돌아다니지 않아도 알아서 들어와 주니 말이야…….”
“…….”
의기충천한 윌터와는 달리 다른 녀석들은 자못 긴장한 눈빛으로 사방의 슬라임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경계를 늦추지 마라, 이 멍청한 놈아!! 놈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꽤 심상치 않으니 말이야.”
“뭐? 네 녀석, 진심이냐!? 고작 슬라임에 쫄아 버린 모습이라니……. 이거야 원, 부끄러워서 같이 못 다니겠구만.”
이미 좌안의 능력을 개방한 듯 왼쪽 눈을 형형히 빛내던 카엘이 한껏 클로를 움켜쥐었다.
“닥쳐. 온다!!”
[삐이이이익!]쇠를 긁듯 날카로운 놈들의 울음소리를 시작으로…….
슬라임들이 사방에서 우릴 향해 덮쳐들었다.
* * *
[삐이이, 삐이이이이익!!]윌터의 육중한 건틀렛에 의해 돌벽에 처박힌 슬라임이 마구 발악을 해댔다.
콱, 콱! 콰드드득!!
어찌나 성질이 더러운지 꼼짝없이 붙잡힌 상태에서도 그 빽빽한 이빨로 윌터의 건틀렛을 마구 물어뜯었다.
물론 건틀렛 역시 단단한 철로 만들어진 무기였기에 이빨이 박히진 않았지만…….
놈의 이빨 사이에서 흘러나온 체액이 건틀렛을 적시자 그 또한 성하지 못했다.
치이이이익…….
“이 새끼가…….”
윌터는 미간을 찡그린 채 그것을 마구 바닥에 패대기쳤다.
콱, 퍽, 콰직!!
[삐익! 삐이이이익……!!]슬라임이 마구 비명을 내지르며 저항했지만 윌터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붙들린 녀석은 꼼짝도 못한 채 연신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 곤죽이 될 정도로 바닥에 부딪힌 슬라임이 흐물거리며 축 늘어졌다.
놀라운 건 그 와중에도 몽창 나가고 몇 개 없는 이빨로 딱딱거리며 윌터의 건틀렛을 물어뜯어 대고 있다는 것.
“허억, 헉…….”
윌터가 거친 숨을 내쉬며 한동안 심호흡을 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전투를 끝낸 카엘과 세니르도 적잖이 체력을 소모한 듯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허억, 헉… 대체 뭐야 이거… 무섭잖아…….”
윌터가 군데군데 녹아내린 건틀렛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 모습을 힐긋 보던 카엘이 코웃음을 쳤다.
“고작 슬라임에 쫄아 버린 모습이라니… 부끄럽기 짝이 없군.”
카엘의 날 선 도발에도 이번만큼은 윌터도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하, 이거 진짜 장난이 아닌데……. 뭐 이딴 슬라임이 다 있어?”
그러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래도 해냈네. 역시… 기깔난 새 애인을 얻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구만!! 하핫.”
한편 활시위에 새 화살을 매기던 나는 그런 윌터를 향해 툭 내뱉었다.
“떠들 시간 있으면 얼른 숨 돌리고 다음 전투나 준비해.”
“……?”
내 말에 윌터가 고개를 갸웃하곤 되물었다.
“다음… 전투라고?”
윌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새로운 몬스터들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츠츠츠츠츳.
이번엔 온몸에 붉은빛을 띤 고블린이었다.
역시 일반적인 고블린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몬스터.
“…….”
잠시 입을 떡 벌린 채 이를 바라보던 윌터.
녀석이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끝난 거… 아니었어?”
나는 그런 녀석을 향해 보란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끝은 개뿔. 이제 시작이다, 이놈아.”
“…….”
내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날 바라보던 윌터.
그 와중에 홉 고블린들이 징 박힌 몽둥이를 치켜든 채 사방에서 우르르 몰려들었다.
[게륵… 케르륵!]“이런… X발…….”
뒤늦게 다시 건틀렛을 움켜쥔 윌터가 탄식을 흘리며 다급히 전투태세를 갖췄다.
카엘과 세니르는 눈치 빠르게 이미 놈들에게 선공을 가하는 중이었다.
한편 머리 위로 화살 다발을 쏘아 날린 나는 찰나의 여유 시간에 힐끔 세 사람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더 굴러라, 굴러. 죽지만 않으면 되니까…….’
방학 동안 윌터와 카엘이 확실한 성장 기반을 갖춘 상황.
게다가 세니르는 어차피 히든 캐릭터였기에 내가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이미 성장 기반을 갖추고 있을 터였다.
이제 치열한 전투 경험으로 말미암아 녀석들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극한으로 끌어 올릴 차례였다.
어쨌든 이곳만큼 경험치를 쌓기에 좋은 곳은 없었으니까…….
죽기 직전까지 노가다 하기에 최적의 던전이랄까?
필시 이곳에서의 치열한 전투 경험이 미래의 든든한 보험이 되어 주리라.
“자! 드가자, 얘들아!!”
나는 무럭무럭 전투 경험치를 쌓는 세 사람을 보며 흥겨운 어조로 소리쳤다.
[케르르르륵!!]동시에 자신에게 뛰어드는 홉 고블린 무리를 맞이하던 윌터.
녀석의 절규가 공동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드가긴 개뿔… 저승으로 드가게 생겼다, 이 새끼야!!”
* * *
“허억… 허어억…….”
“후욱, 후우, 하아…….”
어느덧 윌터는 물론 카엘도 숨을 헐떡이며 거칠게 심호흡을 했다.
다들 땀에 범벅이 된 채 엉망이 된 몰골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절대 마주칠 수 없는 몬스터들은 연이어 상대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확실히 방학 동안의 수련이 효과가 있었는지 다들 힘겹게 매 단계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르르르르…….]어느새 5단계.
사방에서 침을 뚝뚝 흘리며 입맛을 다시는 오르쿠스.
오크와 비슷한 생김새였지만 보통의 오크보다 최소 세 배는 상회하는 전투력을 지닌 미친 종자들이었다.
특히 철퇴로 적을 으깨는 특유의 전투 방식은 오크도 한 수 접고 갈 정도로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제길…….”
카엘이 짧게 탄식을 흘렸다.
뿐만 아니라 다른 두 사람도 꽤 절망적인 기색이었다.
이쯤 되면 단계적으로 등장하는 적이 점점 더 강해진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기에…….
이걸 넘어도 그보다 더한 놈들이 또 나타난다는 것.
그것은 마치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와 대적하는 것과도 같은 기분이 들 터였다.
“우리… 살아 나갈 수 있는 거 맞냐?”
윌터가 나를 힐끔 보고는 의구심 어린 어조로 중얼거렸다.
나는 그런 녀석을 향해 무미건조한 어조로 툭 내뱉었다.
“그건 너희 하기에 달렸지.”
“……!?”
순간 내 말을 들은 다른 녀석들도 적잖이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 말인즉슨, 하기에 따라 살아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었기에…….
“그럼 기껏 수업까지 빼먹고 왔는데… 설마 소풍이라도 온 줄 알았어? 장난 아니니까 다들 간볼 생각 말고 바닥까지 밑천 탈탈 털어야 할 거야. 알간?”
“…….”
잠시 세 사람 사이에 무거운 정적이 흐르고…….
일순 이를 사리문 윌터가 놈들을 향해 튀어 나갔다.
“캬오오오오!!”
순간 옷을 찢으며 늑대 형태로 변한 윌터.
녀석이 오르쿠스 한 놈을 날 선 손톱으로 낚아채서는 그대로 바닥에 처박았다.
쾅!
바닥이 음푹 패일 정도로 강렬한 충돌.
미처 반응하지도 못할 정도로 날렵한 공격에 방심하던 오르쿠스는 그 자리에서 그만 절명하고 말았다.
“크르르르…….”
그것으로도 흥분이 풀리질 않는지 수인 형태의 윌터가 주변의 다른 오르쿠스들을 돌아보며 한층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냈다.
그 기세에 그 험악한 오르쿠스들조차 잠시 움찔할 정도.
허나, 금세 정신을 차린 듯 재차 철퇴를 움켜쥔 채 윌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
한편 놀란 눈으로 이를 지켜보던 카엘 역시 조용히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방학 동안 좀 달라졌다, 이거지…….”
이내 질 수 없다는 듯 카엘의 우안이 섬뜩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윌터를 향해 우르르 뛰어들던 오르쿠스들이 대뜸 자리에 멈칫했다.
그러곤 홀린 듯 다들 멍한 눈빛으로 카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애송이, 내 먹잇감에 손댈 생각 말라고…….”
나지막한 카엘의 목소리와 함께.
대뜸 주변의 모든 오르쿠스들이 카엘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제부터가 본게임이다!”
자신에게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보며 카엘이 광소를 터뜨렸다.
한편 잠시 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이를 지켜보던 윌터.
녀석이 이를 갈며 하울링을 했다.
“아오오오우우우……!!”
그러곤 질 수 없다는 듯 무서운 속도로 바닥을 박차고 나가서는 오르쿠스들의 뒤를 쳤다.
그 와중에 세니르는 한편에서 조용히 돌개바람을 일으키며 활을 당기고 있었다.
다들 그동안 갈고닦은 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현장…….
한편 세 사람의 성장을 위해 후방에서 적당히 조절을 하며 지원을 하던 나는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허어, 고놈들… 참 잘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