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Under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이봐, 소식 들었어? 릴리벳 님이 행방불명 되셨다는데…….”
“또야? 비올레드 님이랑 제크토 님도 안 보인 지 꽤 됐다며……?”
한창 고대 유적의 발굴 작업을 하던 검은 로브의 사내들이 주변의 눈치를 보며 숙덕거렸다.
물론 이들을 관리하던 우두머리도 있었지만 백 명이 넘는 이들을 모두 관리하고 감시하기에는 무리였다.
“쩝, 그러게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썩은 동아줄 아닌가 모르겠다.”
“별수 있냐… 한 번 발 들이면 뒤가 없다는 건 너도 알잖아. 그냥 엄한 생각 말고 일이나 하자.”
“뭐, 그렇긴 한데… 요새 돌아가는 꼴 보면 그냥 뒤질 각오하고 탈출하는 것도 어떨까 싶네.”
“떽, 이 사람아! 그런 소리 말게.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러나? 행크 녀석 말이야… 전에 탈출하다가 잡혀 왔을 때 못 봤어? 그렇게 멀리까지 도망갔는데… 대체 어찌 알고 기어코 잡아 오더라니까? 잘 들어. 잡히면 우리도 흑마석 재료로 갈려 나갈 게야. 그 끔찍한 꼴 겪기 싫으면 엄한 생각 말고 그냥 일에나 집중하게나.”
“거기! 뭘 그리 쥐새끼마냥 쑥덕거리나!? 죽고 싶어?”
“아… 아닙니다!!”
관리인의 고함에 움찔한 두 사내가 얼른 다시 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흑마법을 통해 이곳 고대 유적지의 위치를 탐색하는 데 성공한 지도 어언 두 달째.
그 이후 비밀리에 대거 인력이 투입되어 밤낮으로 발굴 작업을 진행 중이었지만…….
여전히 그 실체가 드러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그 탓에 다들 너 나 할 것 없이 잔뜩 예민해져 있는 상황.
게다가 조직 내에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던 터라 여러모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다들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되어 모든 걸 누릴 수 있을 거란 달콤한 말에 이끌려왔지만…….
정작 이곳에서의 삶은 피폐하기 짝이 없었다.
늘 고대의 유적지 발굴에 동원되어 노예 같은 취급을 받거나, 인적이 드문 시골 마을에서 잔인한 학살을 자행해야만 했으니까.
그 탓에 점점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고, 실제로 탈출을 감행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말로는 늘 비참했다.
결국 한 번 발을 잘못 들인 이들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며 노예 같은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콱, 콱!
제 처지를 탓하며 신경질적으로 곡괭이질을 하던 사내.
순간 그의 곡괭이 끝에서 무언가 이질적인 감각이 전해졌다.
“!?”
이내 두 눈을 부릅뜬 사내가 얼른 자리에 앉아 그 자리를 두 손으로 마구 파헤쳤다.
‘드디어 이 지옥 같은 짓거릴 끝낼 수 있다!’
그 열망에 두 눈을 희번덕하게 빛내던 사내가 더욱 빠르게 흙을 걷어 냈다.
“차… 찾았다!! 찾았어!!”
이내 석문의 입구를 발견한 사내가 흥분하여 소리쳤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다른 이들도 하나둘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정말인가? 드디어 벗어날 수 있는 게야!?”
“비켜, 비켜!! 이 자식들아!!”
이내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온 관리인이 두 눈을 부릅떴다.
무척 깊게 파고 들어간 구덩이.
한껏 걷어 내고 난 흙 밑엔 거대한 석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석문에는 온갖 기하학적인 문양들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흐흐, 그래… 드디어 찾았군!!”
“제가 찾았습니다! 제가 찾았어요!!”
“잘했다. 이 소식을 들으면 리피나 님이 무척 기뻐하시겠군.”
그렇게 서로 임무 완수의 기쁨을 나누고 있던 순간.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했다. 이쪽도 무척 기뻐하고 있어.”
“……!?”
순간 고개를 돌린 조직원들의 미간에 화살이 박혔다.
콰드드드득!
순식간에 얼어붙은 조직원들.
이를 본 다른 이들이 질겁을 했다.
“웨… 웬놈이냐!?”
어느덧 놈들 앞으로 걸어 나온 남자가 다음 화살을 시위에 걸며 빙긋 웃어 보였다.
“네놈들 잡으러 온 저승사자다.”
* * *
내 말에 우두머리가 홱 미간을 구기며 소리쳤다.
“고작 혼자서?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제대로 간땡이가 부은 놈이로군. 저놈 잡아!!”
관리인의 외침에 조직원들이 저마다 품에서 단검을 꺼내 쥐고는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희번득한 눈으로 우르르 몰려드는 게 흡사 굶주린 개떼와도 같은 모습.
‘정신 못 차리는 놈들은 몽둥이가 약이지.’
나는 잽싸게 전방을 향해 화살을 쏘아 날렸다.
이내 포물선을 그린 화살이 바닥에 박히며 그곳 부근이 땡땡 얼어붙었다.
그 탓에 앞 열의 놈들이 벌러덩 넘어지고, 그 뒤를 따르던 이들까지 이리저리 엉켰다.
“큭, 뭐야 이건!?”
“비켜, 비키라고!!”
놈들이 바둥거리며 고함을 내지르는 동안.
잠시 시간을 번 나는 씨익 웃어 보였다.
“선수 입장.”
동료를 소환하는 ‘그 대사’와 함께…….
어느덧 내 뒤로 동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정성껏 키운 내 캐릭터들.
그들의 등장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조직원들이 두 눈을 부릅뜬 채 이쪽을 노려보았다.
“…….”
이쪽의 전력을 가늠하는 듯 팽팽히 대치하던 놈들.
놈들도 조금은 긴장한 기색을 내보였다.
물론 아직도 저쪽의 숫자가 비교도 안 되게 더 많았지만…….
그래도 역시 단 한 사람과 다섯은 엄연히 다른 전력이 아닌가?
“니들 그 뭐냐… 터네브리안지 케네브리안지… 맞지?”
윌터의 물음에 저쪽의 우두머리가 빽 소리쳤다.
“테네브리아다, 이 멍청한 놈아!!”
휘이이이잉.
그 순간.
윌터의 양손에 거센 돌개바람이 일며 무형의 에너지가 응축되기 시작했다.
이내 녀석이 씨익 웃으며 음산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알 게 뭐야. 어차피 죄다 죽여 버리면 그냥 똑같은 시체인데 말이야…….”
“…….”
어느덧 조직원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물론 윌터의 살벌한 발언도 한몫했지만…….
그보단 녀석이 소환한 아티팩트의 정체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저… 저건… 고대 유물? 저만한 아티팩트를 대체 어떻게 저런 놈이…….”
“아, 내 소피아 말이냐? 내 둘도 없는 친우가 선물로 건네줬지.”
윌터가 내 어깨에 팔을 걸며 엄지를 치켜 보였다.
나는 얼른 기겁을 하며 놈을 뿌리쳤다.
“이 자식아! 너 그거 소환 중일 때 다가오지 말라고 했지? 엄청 위험하다고!!”
“아, 미안. 아직 익숙지가 않아서……. 우리 소피아가 좀 거칠긴 하지.”
잠시 멍하니 이쪽을 주시하던 우두머리가 이를 악물고는 소리쳤다.
“좋아, 차라리 잘됐다! 아주 복이 넝쿨째 굴러들어 왔구나!! 이참에 저놈이 갖고 있는 고대 유물까지 탈취해 리피나 님께 기쁨을 드리자!!”
“뭐!? 저 자식이… 지금 감히 내 소피아를 넘본 거냐?”
순간 두 눈을 부릅뜬 윌터가 한층 아티팩트의 기운을 끌어 올렸다.
고오오오오오!!
순식간에 사방에서 더욱 거센 바람이 몰아치며 녀석의 두 손에 모여들었다.
가만히 자리에 버티고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거친 돌풍…….
이내 템페스트 버스터의 힘을 최대로 끌어낸 윌터가 거침없이 놈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주 뼈와 살을 분리해 주마…….”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운 기운…….
그 와중에 세니르가 생성한 바람의 막 안에 있던 우리는 조용히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우리까지… 안 나서도 되겠는데?”
* * *
“이… 이게… 정녕 현실이냐?”
카엘이 놀란 눈으로 눈앞의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녀석이 이 정도로 놀란 감정을 표하는 건 흔치 않은 일.
그만큼 지금 윌터가 보여 주는 무위는 상식 밖의 수준이었다.
“역시… 고대 유물이네. 아름다워.”
그나마 어느 정도 고대 유물에 대한 정보가 있던 세니르는 카엘만큼의 반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를 두 눈으로 직접 본 것이 꽤 만족스러운지 입가에 은근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심지어 늘 내게 온 신경을 집중하던 리즐조차 지금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윌터의 활약을 빤히 지켜보았다.
[저게… 정말 우리 오빠라고?]그녀가 보기에도 지금 윌터의 모습은 꽤 낯설었던 모양.
하긴, 뭐… 사실 그럴 법도 했다.
이 최종 병기의 위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나조차도 꽤 감탄했으니까…….
“끄으으아아아악!!”
윌터가 한 번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사방에 피가 튀고 살점이 휘날렸다.
마치 놈의 펀치 한 번에 작은 태풍이 그 자리를 휩쓸고 지나가는 듯했다.
고대 유물 중에서도 최종 병기라 할 수 있는 극소수의 특급 유물.
물론 그 유물은 아티팩트 자체의 능력도 어마어마했지만.
실상 이를 활용하는 이용자의 성향과 재능이 그 아티팩트와 궁합이 맞아야 위력이 극대화되는 특징을 띠고 있었다.
‘내가 괜히 템페스트 버스터를 윌터에게 쥐여 준 것이 아니지…….’
만사 모든 문제를 불도저처럼 밀어 버리는 과격한 성향을 지닌 윌터에게 템페스트 버스터는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었다.
이는 곧 적들에게도 자비 없는 전투력으로 이어졌다.
마치 태풍과도 같은 거친 위력을 지닌.
“끄으으으…….”
“크윽… 컥…….”
어느새 초토화가 된 테네브리아의 조직원들.
여기저기서 겨우 숨이 붙어 있던 이들이 앓는 소리를 냈다.
“미… 미친…….”
한편 적의 우두머리는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윌터는 그런 녀석을 향해 한층 음산한 미소를 띤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래, 다시 말해 봐. 내 소피아를 어떻게 한다고?”
“그… 그게…….”
그 흉흉한 기세에 말을 더듬던 놈이 대뜸 뒤로 돌아서서는 힘껏 내달렸다.
나는 여유롭게 이를 지켜보다가는 리즐의 어깨를 탁 치며 소리쳤다.
“리즐, 물어!”
“캬오오오오오옹!!”
순간 스프링처럼 지면에서 튀어 오른 리즐이 중간에 퓨마로 변하며 그대로 놈의 뒤를 덮쳤다.
난데없이 맹수에게 붙들려 버린 놈이 겁에 질려서는 마구 바둥거렸다.
“으악!! 으아아악!! 놔, 놓으라고!!”
츠츠츠츠츳.
어느새 놈의 앞에 드리운 그림자에서 나타난 내 모습에 녀석이 기겁을 했다.
“히이익!!”
나는 그런 녀석을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우리… 잠깐 개인 면담 시간 좀 가져 볼까?”
* * *
쿠구궁.
거대한 석문이 열리며 사방에 굉음이 울려 퍼졌다.
테네브리아 놈들이 몇 날 며칠을 고생해 준 덕에 힘 한 번 안 들이고 고대 유적지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된 것.
“크으, 이렇게 쉽게 이곳에 입성하다니… 하여간 테네브리아 놈들이 참 효자라니까? 아주 아낌없이 퍼 줘요.”
사실 이곳 유적지가 상당히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기에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조금 걱정하던 차였다.
어쨌든 다른 녀석들까지 모두 데리고 가려면 그림자 만으론 한계가 있었으니까.
‘한데… 이렇게 알아서 이곳을 탐지해 발굴 작업까지 끝내 주다니…….’
나는 흡족한 얼굴로 거침없이 유적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그 와중에 카엘은 아직도 윌터의 아티팩트가 보여 준 위력이 실감이 가질 않는지 반쯤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조금 현타가 온 것 같기도 하고…….
뭐, 사실 좀 자괴감이 들 만도 했다.
나름 그동안 제 능력을 개방하며 상당한 자긍심이 있었을 텐데…….
고작 아티팩트 하나로 윌터와의 승부도 장담하지 못할 지경이 되고 말았으니까.
“포탈… 그 귀한 포탈이 바로 이곳에 있으렷다…….”
한편 그새 제 아티팩트를 거둔 윌터가 두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제아무리 윌터라 해도 거듭된 강행군에 이어 템페스트 버스터까지 쓰느라 좀 지친 기색이었지만.
그래도 당장 포탈을 이용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지 의욕이 넘쳐 보였다.
나는 그런 윌터를 향해 태연히 툭 내뱉었다.
“미안한데… 포탈이 여기에 있다고는 안 했는데?”
“……?”
내 말에 윌터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포탈이 여기에 있는 게 아니라니? 우리… 지금 포탈 타러 가는 거 아니었어?”
“아니, 여긴 고대 유적지야. 물론 포탈도 이곳 부근에 있기는 하지만… 사실 여기엔 더 중요한 게 있거든.”
윌터를 비롯하여 세니르와 리즐이 날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던 와중.
나는 그들을 향해 빙긋 웃으며 덧붙였다.
“바로 이곳이… 카엘에게 줄 아티팩트가 있는 곳이야.”
그 순간.
멍한 얼굴로 있던 카엘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허나, 그러건 말건 윌터는 곧장 미간을 찡그리며 볼멘소리를 냈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해!? 하루빨리 그 포탈인지 뭔지를 타고 이곳을 벗어나야……!!”
텁.
그 순간.
뒤에서 윌터의 어깨를 움켜쥔 카엘.
움찔.
어느새 뒤편에서 느껴지는 흉흉한 기세.
이에 윌터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카엘이 희번덕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닥치지 않으면 당장 그 주둥이를 찢어 버리겠다…….”
“…….”
녀석의 영지에서 봤던 이후로 최고로 분노한 카엘의 모습.
나는 내심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왠지 여기서부터는 또 카엘이 혼자 알아서 할 것 같은 느낌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