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Under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27
227화
“그만… 그만… 해… 이 나쁜… 놈아…….”
게걸스러운 촉수에 이미 반쯤 몸이 잡아먹힌 꼽추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허나 노인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제 동료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콰직, 덥석. 콱콱콱!
사정없이 제 동료를 물어뜯는 촉수의 무자비함에도 카엘은 담담한 눈길로 이를 주시할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안 그래도 카엘의 클로에 의해 넝마가 된 꼽추는 순식간에 촉수의 먹잇감이 되었다.
이내 통째로 삼켜진 꼽추의 몸이 촉수를 꿀렁꿀렁 통과하며 흡수되었다.
노인은 한결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클클클… 기껏 그분께서 그 천박한 몸을 개조까지 해 줬는데… 그리 쓸모가 없으면 차라리 내 양분이 되는 편이 낫지 않겠어?”
스윽.
이내 카엘을 일견한 노인.
놈이 카엘을 향해 한층 음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때? 이제 일대일이지? 안 그런가? 클클클클…….”
“…….”
어느덧 경기장 내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충격적인 광경에 관중들은 대부분 넋이 나간 듯했다.
대회가 진행되는 내내 별의별 기이한 광경을 많이 봐 왔지만 이보다 더 끔찍한 광경은 없었기에…….
“뭐야? 바… 방금 저 사람… 먹힌 거 아니야?”
“미친… 어떻게 방금 전까지 같이 싸우던 동료를 먹어 버릴 수가 있지?”
“시발… 저건 우리 생도가 아니야… 그냥 몬스터라고…….”
“아니, 대체 무투회엔 어떻게 참가한 거야? 저런 새낀 당장 몰수패하고 출전권 박탈시켜라!!”
이내 여기저기서 관중들의 격렬한 야유가 이어졌다.
더는 저 추악한 이들이 그란디스 아카데미의 생도라고 여기는 이도 없는 듯했다.
백번 양보해 저들이 진짜 생도라고 해도 더는 응원할 마음도 들지 않아 보였다.
눈앞에서 인간 같지도 않은 괴물이 같은 동료를 집어삼키는 걸 보고도 응원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사회자조차 뜻밖의 돌발 상황에 어찌해야 할지 몰라 잠시 자리에 굳어 있었다.
물론 대회의 룰엔 적을 죽이지 말라고 했지 아군을 죽이지 말라는 항목은 없었다.
애초에 그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기에.
게다가 대회에서 이렇게 대놓고 살상 행위가 발생했는데 그냥 두고 볼 수만도 없을 터.
“그만! 이런 식의 대회 진행은 용납할 수 없…….”
경기장에 오른 사회자가 더듬거리며 노인을 제지하려던 순간.
대뜸 사회자 옆의 공간이 비틀리며 튀어나온 또 다른 촉수가 그를 덮쳤다.
“!?”
채 반응하지 못한 사회자가 뻣뻣하게 몸이 굳어서는 이를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리고.
촤악!
어느새 사회자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카엘이 거침없이 촉수를 베어 냈다.
바닥에 떨어진 촉수 가닥이 마구 몸부림치며 꿈틀거렸다.
“내려가십시오.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니…….”
“…….”
잠시 얼어 있던 사회자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곤 허겁지겁 자리를 피했다.
막장에 가까운 노인의 행태에 관중들이 더욱 거세게 야유를 퍼부었다.
우우우우우!
“더는 못 봐 주겠다!! 내려와라……!!”
“당장 여기서 꺼져! 이 역겨운 괴물딱지야!!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 더러운 발을 들여!?”
“내려와라, 내려와!!”
들불처럼 번져 나가는 관중들의 야유.
허나 노인은 눈 하나 끔뻑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상황이 즐겁다는 듯 입가에 더욱 진한 미소를 머금었다.
고오오오오.
그 순간.
노인의 주변에서 수십의 공간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
“저, 새끼가…….”
순간 놈의 의중을 눈치챈 내가 얼른 놈을 향해 그림자의 성흔을 쏘아 날렸다.
촤아아아아악!
그새 비틀린 공간에서 일제히 튀어나온 수십의 촉수 가닥이 사방의 관중들을 향했다.
물론 눈치 빠르게 미리 수를 쓴 내 성흔 덕분에 사방으로 뻗어 나가던 촉수들은 끝내 관중들에게 닿지 못하고 잘려 나갔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 공격까지 서슴지 않는 노인의 공격성.
이에 몇몇 관중이 흠칫했지만 그럼에도 대부분 금세 정신을 차리곤 소리쳤다.
“뭐… 뭐야!? 저 새끼… 지금 우리까지 공격한 거야?”
“저 개자식! 내 이럴 줄 알았어!! 암만 봐도 저런 노인네가 우리 생도일 리가 없잖아!!”
“황립 아카데미 생도가 우리를 구해 주었다! 저 녀석이 도와줬어!!”
“죽여! 저 망할 촉수 괴물을 끝내 버리라고……!!”
그란디스 아카데미 또한 최근 계속되는 몬스터의 침략으로 이에 대한 피로감과 혐오감이 극에 달한 상황.
그 탓에 어느새 관중들은 테네브리아 놈들에게서 완전히 돌아서 우리를 응원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이제 대회의 진행은 별 의미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어차피 이 시점에서 공식적으로 무투회의 우승은 우리 황립 아카데미의 차지였다.
이만한 사고를 쳤으니 아마도 놈들은 몰수패로 기록될 테니까.
남은 건 저 역겨운 똥 덩어리를 처리하는 일뿐.
“클클, 전부 내 먹잇감으로 삼아 주마!!”
수십의 촉수가 잘리고도 별다른 타격이 없는 듯 다시금 놈이 가슴을 활짝 펴 보였다.
이내 가슴팍에서 튀어나온 촉수 가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카엘!”
내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엘이 지면을 박차고 나갔다.
이를 예민하게 감지한 촉수 뭉치가 방향을 틀어 카엘을 향했다.
꽉.
한층 강하게 클로를 움켜쥔 카엘.
녀석이 허공의 노인을 향해 도약했다.
물론 노인에게 채 닿기도 전에 드글드글한 촉수가 먼저 그를 맞아 주었다.
촤악, 촤아아아악!
카엘은 좌안의 능력을 활용해 귀신같이 그것의 제일 연약한 부위를 가르며 나아갔다.
뭉텅뭉텅 잘려 나가는 촉수가 바닥에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허나 재생력이 무한한지 잘라도 잘라도 끝이 없었다.
자르는 속도보다 재생되어 불어나는 속도가 더 빨라 보였다.
“이런……!!”
생각보다 아찔한 광경에 나는 얼른 그쪽을 향해 성흔이 담긴 손을 내뻗었다.
“내가 상대한다!”
카엘이 두 눈을 번뜩이며 소리쳤다.
그 기세에 나도 모르게 멈칫한 순간.
어느새 새까맣게 불어난 촉수 다발이 사방에서 카엘을 집어삼켰다.
“미친.”
나는 물론 다른 동료들도 놀란 눈으로 그 광경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꾸물꾸물.
마치 거머리들이 들러붙듯 순식간에 카엘을 감싼 촉수들이 한데 뭉쳤다.
한편 떨리는 눈길로 이를 지켜보던 내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카엘… 네, 네 녀석… 이렇게…….”
침통한 내 표정을 본 주변의 다른 동료들도 몹시 동요한 듯 나와 카엘을 먹어 버린 촉수를 번갈아 보았다.
“지… 진짜로 위험한 거냐? 설마… 저 녀석이 이렇게 허무하게 당한다고?”
윌터도 많이 놀랐는지 답지 않게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곤 이를 바득 물고는 황급히 그쪽을 향해 내달렸다.
“카엘! 카엘!! 이 빌어먹을 자식… 누가 멋대로 죽어도 된다고 했냐!!”
떨리는 목소리로 절규하는 윌터.
어느새 템페스트 버스터를 소환한 녀석이 악을 내질렀다.
“나와 제대로 된 승부를 가리기 전까진… 넌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몸이란 말이다!!”
금세 감정이 격해진 윌터가 쩌렁쩌렁 포효하던 순간.
꾸물꾸물 한데 뭉치며 카엘을 소화하던 촉수 덩어리가 갈가리 분쇄되며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푸콰콱!
“……!?”
순간 자리에 멈칫한 윌터가 두 눈을 끔뻑이며 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여전히 침통한 얼굴로 아까 했던 말을 이어 나갔다.
“카엘… 네 녀석, 이렇게… 이렇게 아티팩트를 써 버리면… 모양이 빠지잖냐…….”
“…….”
물론 전투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나이는 폼이 중요하다.
한데 윌터처럼 아티팩트를 쓰지 않을 것처럼 하고는 위기에 빠지자 허겁지겁 비장의 무기를 꺼내는 건 조금 모양새가 빠지는 상황.
살기 위해 과감히 자존심과 멋을 내다 버린 카엘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운 나머지 나도 모르게 탄식을 흘리고 만 것.
“이런, 시발…….”
그 와중에 혼자 속아서 잔뜩 오바한 윌터는 뒤늦게 상황을 깨닫고는 욕지거리를 뇌까렸다.
어느새 양손에 아스타로트를 소환한 카엘.
녀석이 저 멀리서 그런 윌터를 일견하고는 슬며시 한쪽 입가를 끌어 올렸다.
“!?”
명백한 조소.
이를 확인한 윌터가 낭패감 어린 얼굴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제길… 저 녀석도 들었어…….”
창백한 윌터의 얼굴을 보아하니 나 역시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목 놓아 외치던 그 처절한 음성이 아직도 생생했기에…….
[나와 제대로 된 승부를 가리기 전까진… 넌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몸이란 말이다!!]‘크으, 이건 최소 세 달짜리다…….’
나는 뜬금없이 급발진을 한 윌터가 뒤늦게 후회에 몸부림치는 걸 보곤 실실 미소를 흘렸다.
다들 한동안 야무지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놀림감이 생긴 것.
그렇게 작은 헤프닝이 지나가고.
어느덧 카엘이 조용히 저편의 노인을 주시했다.
“그… 그건…….”
거의 통째로 집어삼켜진 카엘이 아무렇지 않게 촉수를 찢어 버리고 나오자 노인도 꽤 당황한 기색이었다.
게다가 노인은 카엘의 양손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흘리는 시커먼 아티팩트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저 녀석 역시 그것이 어떤 위력을 지닌 물건인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는 모양.
“내가 끝내 이 녀석까지 불러들이게 만들다니…….”
카엘이 한층 싸늘한 눈빛으로 노인이 있는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고오오오오.
어느덧 아스타로트에서 시커먼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위압적인 기운을 물씬 풍겼다.
잠시 꼼짝없이 굳어 있던 노인이 빠르게 두 눈을 굴렸다.
그리고.
황급히 관중들을 향해 촉수 다발을 내뻗었다.
아무래도 또 한 번 다른 이들을 집어삼켜 힘을 키우려는 듯했다.
그 순간.
그것을 향해 카엘의 우안이 번뜩였다.
멈칫.
“……!?”
순간 몸이 굳어 버린 듯 촉수 다발이 일제히 허공에 멈춰 섰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노인은 몹시 당황한 듯 연신 두 눈을 끔뻑였다.
“대, 대체 이건…….”
꾸물꾸물.
이내 노인의 촉수 다발이 방향을 틀어 일제히 카엘을 향해 쇄도했다.
한 방향을 향해 앞다투어 날아드는 촉수 다발.
그 모습이 거침이 없고 맹목적이었다.
그 와중에도 카엘은 두 눈을 요요히 빛내며 이를 가만히 응시할 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콰득, 콰드드드득.
이내 촉수 다발이 아귀처럼 카엘의 몸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허나 카엘은 여전히 미동도 않은 채 이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놀랍게도 공격하는 건 촉수 쪽이었는데, 카엘은 일말의 타격도 없는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 뭐지? 대체 왜… 이것들이 멋대로……!!”
노인이 당혹감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던 촉수가 마음처럼 컨트롤이 되질 않는 모양.
카엘이 새로 각성한 도발 어그로 스킬과 방어력을 극단적으로 상승시키는 스킬을 발동한 것.
이번엔 카엘의 우안이 노인을 향해 한층 섬뜩한 예기를 발했다.
그리고.
카엘과 두 눈이 마주친 노인의 탁한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그으으… 그으으윽…….”
그동안 허공에서 일방적인 공격을 가하던 노인.
그런 그가 제공권을 포기한 채 서서히 지면으로 내려앉았다.
그러곤 떨리는 몸으로 카엘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
관중들은 저마다 숨을 죽인 채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대체 이번엔 무슨 수를 쓰려는 건지… 귀추가 주목되는 순간.
한 걸음, 한 걸음.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던 노인.
그런 그를 향해 카엘이 재차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자.
노인이 갑자기 두 손을 쳐든 채 허겁지겁 카엘을 향해 달려들었다.
“……!?”
관중들이 저마다 의아한 눈길로 이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허공에서 촉수를 이용해 원거리 공격만을 해 오던 노인이었기에 다들 근접전은 형편없을 거라 여기고 있을 터.
그런 노인에게 숨겨 둔 한 수가 있던 건지…….
다들 의문에 잠긴 채 노인에게서 좀체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새 카엘의 코앞에 이른 노인.
마침내 그가 가냘픈 손으로 카엘의 가슴팍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툭툭!
“…….”
어느덧 장내에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마치 애인 앞에서 앙탈이라도 부리듯 무력하기 짝이 없는 공격…….
그 황당한 광경에 관중들은 어느새 반쯤 입을 벌린 채 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잠시 힘없는 노인의 주먹질을 묵묵히 응시하던 카엘.
이내 카엘의 아스타로트가 대번에 노인의 복부를 꿰뚫었다.
푸콱!
“커헉…….”
이내 노인이 보랏빛을 띤 피를 한 움큼 토해 냈다.
“즐거웠나?”
그런 노인을 향해.
카엘이 한층 섬뜩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이젠… 네놈이 먹힐 차례다.”
끝났네.
한편 그 광경을 여유롭게 지켜보던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이미 이 경기의 결말을 반쯤 확신한 상황.
그 와중에 나는 벌써 그 뒤를 보고 있었다.
아직 내겐 이곳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