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Underworld Player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으적, 그적, 지이익…….
걸신들린 것마냥 리피나의 살점을 마구 뜯고 찢어 먹던 좀비.
허나 그 와중에도 리피나는 무덤덤한 눈길로 좀비를 힐끔 일견할 뿐.
그다지 놀란 기색이 아니었다.
“너로구나. 루치페르 님의 파편…….”
좀비에게 뜯어먹히면서도 담담하기만 한 그녀의 반응.
그 모습에 절로 실소가 흘렀다.
“뭐… 뭐야 저건?”
한편 동료들은 저마다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심지어 세니르는 코를 감싼 채 뒷걸음질을 치기까지 했다.
그만큼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영상 매체로나마 어느 정도 간접 경험이 있던 나조차도 심장이 떨릴 지경인데…….
이를 처음 접해 보는 이들은 얼마나 충격적일까 싶었다.
“…….”
잠시 저를 물어뜯던 좀비를 응시하던 리피나.
그녀가 손톱을 뻗어 놈의 목을 꿰뚫었다.
푸콱!
와직, 콰직… 으그적.
허나 놈은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게걸스럽게 리피나를 물어뜯었다.
목이 꿰뚫린 상황에서도 이빨을 딱딱거리며 살점을 뜯는 좀비의 모습은 실로 그로테스크했다.
“무려 포식과 역병의 권능이 흘러들어 가다니… 그 더러운 몸뚱이에 과분한 것을 지녔구나.”
일순 그녀의 두 눈에 한층 서늘한 한기가 실렸다.
그와 동시에 리피나의 손톱이 또 한 번 방사형으로 뻗어 나갔다.
결국 좀비의 목에 박혀 있던 손톱은 그것의 몸뚱이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
어느덧 우리는 잠시 할 말을 잃은 채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더욱 놀라운 건 온전한 형체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누더기가 된 좀비가 여전히 그 입을 딱딱거리고 있었다는 것.
리피나 역시 조금 질린 눈빛으로 그것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슬금슬금.
그 혼란한 와중에도 나는 슬그머니 그쪽으로 다가가 바닥에 떨어진 좀비의 손가락 하나를 슬쩍 챙겼다.
어쨌든 리피나 덕에 원하던 것을 쉽게 손에 넣었다.
뿐만 아니라 몸소 좀비까지 해치워 줬으니… 일석이조에 이이제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싶었다.
마치 벌레를 하나 죽인 듯 담담한 눈길로 좀비의 잔해를 지켜보던 리피나.
그리고.
돌연 그녀가 부자연스럽게 온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내 눈엔 좀비 감염의 전조 현상과도 같았지만…….
리피나는 도리어 환희에 찬 표정으로 양팔을 활짝 펼쳤다.
“좋아… 권능이… 마침내 루치페르 님의 근원이 내게……!!”
우득, 우드득.
리피나의 몸이 기괴하게 이리저리 틀어지기 시작했다.
뼈가 이리저리 맞물리며 마찰하는 소리에 절로 소름이 끼쳤다.
“용서하십시오, 루치페르 님……. 소환 의식의 실수는… 이 몸을 그릇 삼아 끝끝내 완수를…….”
그녀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대신 송곳니가 드리운 아가리를 딱딱거리는가 싶더니…….
홱 고개를 돌려 이쪽을 보았다.
“……!!”
순간 우리는 본능적으로 움찔했다.
어느덧 그녀의 두 눈이 허옇게 물들어 있었기에…….
텅 빈 눈 속에는 끝 모를 허기와 무분별한 탐욕의 광증이 일렁였다.
-그으으으…….
기괴한 신음을 흘리며 연신 이를 부딪는 그녀의 심상찮은 모습에 우리는 사뭇 긴장한 얼굴로 무기를 움켜쥐었다.
-구우워어어어어!
마치 울부짖듯 비명을 내지르며 그녀가 이쪽을 향해 달려들었다.
꽤 거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나는 얼른 스크롤을 사용해 실드를 전개했다.
“……!?”
순간 나도 모르게 두 눈을 부릅떴다.
그녀가 내지른 손톱 한 번에 그대로 실드가 박살이 나 버렸기에.
꽤 높은 서클의 실드였지만 좀비화가 된 리피나의 일격을 막아내기에도 무리였다.
“위험해!”
거침없이 실드를 부수고 날 향하던 손톱이 슈란의 검에 막혔다.
허나 슈란조차 살짝 뒤로 밀려날 정도로 맹렬한 일격.
그나마 실드로 인해 그 힘이 좀 완화된 게 이 정도였다.
-그으으… 그으어어어…….
이미 완전히 이성을 상실한 리피나는 흡사 한 마리의 짐승과도 같았다.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다시금 우릴 물끄러미 응시하는 좀비 리피나.
나는 그런 놈을 보며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좀비가 된 그녀는 감염되기 전의 전투력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듯했다.
‘아니, 그 이상이야…….’
좀비에겐 전투 시의 완급 조절이 없었다.
고통도 없고, 체력의 제한 따위도 없다.
오직 맹렬한 허기를 채우기 위해 달려드는 미친 짐승의 맹목성만이 존재할 뿐.
‘그래, 분명 좀비가 되면 숙주가 지닌 힘의 2배 이상을 발휘한다고…….’
문득 예전에 내가 모티브로 삼은 영화에서의 설정이 떠올랐다.
평범한 사람이 좀비가 되어도 무섭지만 본래 운동 신경이 뛰어난 사람이 좀비가 된다면 더욱 무섭게 강해진다는 설정…….
“얘들아…….”
다소 긴장한 내 말에 동료들도 떨리는 눈길로 날 바라보았다.
나는 원태에 화살을 메기고는 좀비를 향해 활을 겨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바짝 활시위를 당긴 나는 재차 이쪽으로 달려들던 좀비 리피나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이 녀석은 여기서 우리가 때려잡는다.”
빈말이 아니었다.
이런 녀석이 세상에 풀려난다면 좀비 사태가 삽시간에 퍼지는 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 자명했기에.
* * *
-그으으… 그워어어어!!
좀비가 된 리피나가 두 팔을 마구 휘적거렸다.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로 너덜너덜한 몰골이었고, 날카롭게 세운 손톱도 이미 여기저기 부러져 제 기능을 다한 지 오래였다.
“허억, 허억…….”
동료들은 저마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안 그래도 멀쩡했던 리피나와의 거듭된 전투로 조금 지쳐 있던 가운데, 좀비가 되어 버린 그녀와 또 한 번 한바탕 전투를 치르느라 적잖이 기운을 소진한 것.
그래도 이쪽의 머릿수가 월등하단 이점을 이용해 최대한 전술적으로 움직여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어쨌든 우리 쪽 주인공들도 거의 다 성장을 이룬 상황이 아닌가?
리피나가 제아무리 강력한 중간 보스라지만 그녀 역시 퀘스트를 깨며 차근차근 성장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처치할 수 있게 설계된 빌런 중 하나였다.
“다들 수고 많았어. 이만하면…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다.”
나 역시 힘겹게 심호흡을 하며 중얼거렸다.
좀비는 여전히 심한 중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부러진 손톱으로 마구 땅을 긁으며 이쪽을 향해 맹목적인 공격성을 내보였다.
만약 좀비화가 된 상태가 아니었다면… 제아무리 리피나라도 벌써 죽었을 터였다.
나는 질린 얼굴로 고개를 내젓고는 녀석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다들 봤지? 이 녀석에게 물리면 똑같이 괴물이 되어 버린다. 지금으로선 마땅한 해독제도 없어.”
내 말에 동료들이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이쪽을 지켜보았다.
그 짧은 말만으로도 이것이 초래할 재앙이 어느 정도 상상이 될 터.
“뭐, 방법은 대가리에 칼침 치료뿐이라 이 말이구만. 저 몹쓸 역병이 퍼지기 전에 말이지.”
윌터가 코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정확한 요약이었다.
“그래, 그 말이 맞아. 지금 이 녀석은 이렇게 우리가 칼침 치료를 해 줄 수 있지만… 아직 이 녀석이 전부라는 보장이 없어. 이미 다른 사람을 감염시켰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무슨 말인지 알겠다. 이 일대를 샅샅이 수색해서 혹시 모를 그 괴물의 잔당들을 싹 다 박멸해야 한다 이 말이지?”
조용히 듣고 있던 카엘도 입을 열었다.
역시 다들 이해가 빨라서 좋았다.
“오케이, 재미있겠어. 간만에 제대로 힘 좀 쓰겠는데?”
“저런 사특한 존재를 조기에 사멸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협조할 수 있어.”
이어 슈란은 물론 세니르도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 모습에 새삼 가슴이 뭉클했다.
다들 경황도 없이 대뜸 이 먼 곳까지 끌려와 정신없는 전투를 치르느라 꽤 지친 상황이 아닌가?
여기서 좀 더 일을 해 줘야 한다는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협조적인 모습에 동료들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고맙다, 얘들아. 다들 많이 힘들 텐데… 이렇게 기꺼이 협조해 줘서 말이야.”
“무슨 말씀을~ 저런 끔찍한 꼴을 보고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가 있겠냐? 보아하니 어차피 이건 우리 모두의 일인데 말이야.”
“윌터의 말이 맞다. 저런 끔찍한 역병이 대륙에 퍼진다고 하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
“자자, 다들 수다는 그쯤하고 얼른 움직이자고. 강준식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시가 급한 상황일 테니까.”
슈란이 로제 글라디우스를 거머쥐고는 바닥에 쓰러져 있던 좀비 리피나를 향해 칼끝을 드리웠다.
‘어?’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전히 로제 글라디우스의 검날이 여기저기 잔뜩 녹슬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슈란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번개 같은 발검술만 봐서 몰랐는데… 아직 고대 유물을 각성한 게 아니었던 모양.
잠시 멍하니 서 있던 나는 그만 실소를 흘렸다.
“슈란, 너… 계속 그 검을 쓴 거야?”
“응? 뭐, 그렇지……. 왜? 네가 준 거잖아.”
“아니… 혹시 불편하진 않았어?”
잠시 두 눈을 끔뻑이며 날 바라보던 슈란.
이내 녀석이 픽 웃으며 득의양양한 미소를 머금었다.
“바보, 내가 네 속내를 눈치채지 못했을 것 같아?”
“뭐… 라고?”
“이걸로 내 검술 실력을 향상시켜려던 거였잖아. 너무 좋은 검을 쓰면 무기의 성능에 의존하게 되기 마련이니까.”
“어……?”
멍청히 되묻는 내 말에도 슈란은 다 안다는 듯 피식 미소를 흘렸다.
“그동안 혼자 혹독한 훈련과 명상을 병행하면서 네 깊은 의중을 깨달았지. 덕분에 그동안 막혔던 내 검술 실력에도 큰 진전이 있었어……. 다 네 덕분이야, 강준식. 역시 늘 우리보다 먼 곳을 바라보는 녀석이야, 넌…….”
“…….”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은 채 슈란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된 거였나…….’
갑자기 왜 이렇게 강해졌나 했더니… 그냥 혼자 착각하고 혼자 깨달아서 급성장해 버린 것이었다.
나는 사뭇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슈란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렇다는 건… 아직 진짜 힘은 제대로 발휘하지도 않았다는 거잖아…….’
과연, 하드 모드의 주인공답다고 해야 할지…….
확실히 잠재력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든든한 녀석이었다.
“자, 그럼…….”
슈란이 칼끝을 드리운 좀비 리피나를 향해 한층 서늘한 눈빛을 보였다.
“이 녀석은 내가 끝장내 버릴게……. 괜찮지?”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마족과는 상극에 있는 광휘의 후계자.
좀비화가 진행되어 한층 악독한 마기를 머금은 리피나를 끝내기엔 더없이 적합한 녀석이었다.
다른 동료들도 딱히 이의는 없는 듯 묵묵히 그녀를 주시했다.
“좋아, 이제 영원히 그 냄새나는 아가리를 닫게 해 주마.”
-그으워어어어…….
여전히 이를 딱딱거리며 바닥에서 양팔을 휘적거리던 좀비 리피나.
슈란이 그런 녀석을 향해 두 눈을 번뜩였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검이 허공을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츠팟!
이번에도 역시 그 검로가 쉬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번개 같은 일검이었다.
그 어떤 무기보다 신성력이 강한 로제 글라디우스의 머리를 노린 일검이니 제아무리 좀비라도 이걸로 끝이었다.
츠킹!
파르르르르…….
그 순간.
이를 지켜보던 우리는 저마다 놀란 눈으로 어깨를 흠칫했다.
어느새 슈란의 앞을 가로막은 누군가의 형체가 로제 글라디우스의 검날을 붙들고 있었기에…….
‘뭐… 뭐야, 이건…….’
나는 떨리는 눈으로 눈앞의 광경을 빤히 바라보았다.
검지와 중지만으로 슈란의 일검을 가볍게 막아 낸 남자.
그가 느른한 눈길로 이쪽을 힐끔 응시했다.
“건방진 놈들이로구나. 감히 이 몸의 것에 함부로 손을 대다니…….”
“……!?”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눈앞에 나타난 의문의 남자를 흔들리는 눈길로 주시했다.
그 모습이 우리가 알고 있던 누군가와 익히 흡사했기에.
“루… 루안?”
슈란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제 검을 막아 낸 남자를 향해 중얼거렸다.